The failure Marquis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41)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41화(41/200)
6장 탈환 : 위기의 망나니
알버스 남작가를 도와달라.
내 요구사항을 들은 로이드 후작의 얼굴이 의아함이 깃들었다.
“알버스 남작가? 거기에 무슨 일이라도 있더냐? 어째서 그쪽 이름이 나왔는지 궁금하구나.”
후작의 말에 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식사장의 문을 직접 열었다. 끼이이익 소리와 함께 열린 문밖에는 피터가 침통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피터에게는 지금 시간 때쯤에 식사장 근처에 있으라고 미리 일러두었다. 그와 함께 들어온 나는 후작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런 식으로 갑자기 보고하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결례를 무릅썼습니다.”
“가족끼리 결례라 할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 그보다는 지금 들어온 젊은이가 낯이 익는구나. 우리 어디서 봤던가?”
후작의 말에 피터가 나선다.
“작년 후작님의 생신파티 때 잠시 얼굴을 뵌 적이 있습니다. 알버스 남작의 장남 피터 알버스라고 합니다.”
“아! 그쪽 집안 자제였군. 반갑네.”
“여느 때 같으면 저도 웃으면서 인사했겠지만···유감스럽게도 지금은 그러지 못할 듯합니다.”
이어서 피터는 나에게 했던 이야기를 식사장에 모두에게 전파했다.
자신의 삼촌인 래리 알버스가 피터의 아버지이자 전 알버스 남작을 처형하고 힐튼 가의 기사들을 빌려 그 아들인 자신까지 처리하려고 한 사실을.
소식을 들은 로이드 후작은 식탁을 주먹으로 치며 대로했다.
“뭐라! 그게 정말인가!”
고오오오오.
미증유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실내는 숨 막힐 듯한 압박감으로 차올랐다.
별다른 무력이 없는 로잘린을 포함한 사용인들의 낯빛이 하얗게 탈색되었고 무력을 좀 익혔다는 필립마저 거북한 얼굴이 되었다.
시온과 캠벨은 북부에서 정신력을 단련한 탓인지 필립보다는 훨씬 나은 듯했다.
그리고 나는···
[자정 작용이 발동합니다.] [모든 상태이상에 면역입니다.]역시나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오히려 예전보다 견딜만하다 여겼다.
그도 그럴 것이, 블랙캐슬에서 매일 새벽마다 카리나와 대련하며 현역 소드마스터의 기운을 알게 모르게 견뎠고.
얼마 전에는 니플헤임과 카리나라는 마스터급 괴물 사이에서 목숨 걸고 싸웠던 경험이 내면의 그릇을 한층 더 넓혀주었기 때문이다.
“진정하시지요. 후작님.”
내 말을 듣고 나서야 후작은 순간 기운조절을 못 했다는 걸 깨닫고 기세를 거두었다.
“크흠흠, 미안하구나.”
목을 옥죄는 듯한 기운이 사라지자 남은 건 싸늘할 정도로 차갑고 무거운 분위기였다.
이윽고 후작이 입을 뗐다.
“알버스 남작이 그렇게 갔구나. 참으로 유감이다.”
“아닙니다. 저희 가문은 대대로 로이드 가문을 섬겨왔는데 이제는 그러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렇게 예의 차릴 것 없다. 가족을 잃은 네 슬픔이 얼마나 크고 공허한지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로이드 후작이 나를 바라보았다.
“헤논, 네가 알버스 가의 장남을 나에게 데려온 이유가 있을 테지. 무슨 일인지 말하거라.”
후작의 시선을 받은 내가 어깨를 으쓱였다.
“저희를 섬기던 봉신을 힐튼 가가 무참히 빼앗고 내뺐습니다. 이건 저희 로이드 가문에 대한 명백한 도발. 그렇다면 대가가 무엇인지도 보여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계속 말해라.”
“마침 피터도 있겠다, 알버스 영지 재탈환을 위한 선봉에 저를 세워주십시오. 그것이 제가 바라는 보상입니다.”
“!!!”
북부에서 이제 막 돌아온 내가 또다시 전쟁터에 서겠다는 발언을 할 줄 몰랐던 듯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알버스 가문를 도와주는 건 당연히 해줘야 할 일인데, 이를 보상이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하구나. 그러니 다른 걸 말해보거라.”
“아뇨.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휘하의 기사만 보내는 것보다는 직계가 직접 움직여야 그림이 좋지 않겠습니까?”
가문에 대한 복수.
피터를 향한 조력.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구구절절 말한 진정한 속내는 바로 필립을 링 위로 끌어내기 위해서다.
비록 북부에서 황혼의 간부를 베고 화려하게 귀환했다지만 여전히 난 밑천 하나 없는 사생아다.
여전히 필립에게는 체급적으로 상대가 안 된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끊임없이 내 가치를 증명해야지.
나는 후작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헤논이란 사람이 로이드 영지를 책임질 재목일지 시험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진정으로 원하는 보상이었다.
그리고 똑똑한 후작은 함축된 의도를 바로 파악하고 입을 벌렸다.
“허허···필립.”
“네?”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대답한다.
“너도 도와라.”
“무엇을 말입니까?”
“이번 일 말이다. 로이드 가문의 식구가 되어서 봉신의 어려움을 외면해서야 되겠느냐.”
역시나.
후작은 내 의도대로 필립을 투기장에 세워주었다.
명분도 딱 맞아떨어진다.
여기서 필립이 뺀다면 체면도 체면이지만 후계자 경쟁에서 발 뺀다는 소리나 매한가지.
녀석이 슬쩍 로잘린을 보았고 그녀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서야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좋다. 그리고 이건 확실히 해야할 것 같군.”
잠시 뜸을 들이던 후작이 말을 이었다.
“이번 알버스 가문을 되찾는데 주요한 공을 세운 녀석에게 ‘임시’ 후계자 자리를 맡기겠다.”
그야말로 폭탄선언이었다.
장내가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로잘린은 너무 놀라서 입이 안 떨어졌고 필립은 고개를 번쩍 들었으며 시온과 세바스찬이 눈빛을 번뜩였다.
캠벨은···음식이 맛있었는지 추가로 스테이크를 한 접시 더 시켰다.
“어디까지나 임시다. 언제든지 바뀔 수 있으니 괜히 과욕을 부리거나 쓸데없는 잡음을 내서 알버스 가문을 되찾는 일에 지장이 생기는 일 없도록. 이상.”
그 말을 마지막으로 로이드 후작은 피터에게 추가적인 설명을 듣고 싶다면서 그를 데리고 쌩하니 연회장을 나갔다.
“우리도 가자꾸나.”
로잘린과 필립이 몸을 일으켰다. 얼음장 같은 기세를 풀풀 풍기면서 나와는 눈도 안 마주치고 퇴장한다.
결국 식사장에 남은 건 우리뿐이었다.
연회장이 조용해졌다.
캠벨이 우적거리며 스테이크 씹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시선이 집중되자 약간 창피했는지 녀석이 아무 소리나 주워섬겼다.
“부단장, 이 집 스테이크 잘하네.”
“많이 먹어라.”
“짐승이 따로 없군요.”
옆에서 핀잔을 날리던 시온이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이번 영지전에 대한 나름의 의견을 꺼냈다.
“일이 너무 커졌습니다.”
“어째서?”
“저희는 북부에서 영예롭게 제대하고 한창 이름값이 고공행진 중입니다. 이대로 시간만 끌어도 상황이 유리했을 텐데, 이런 식으로 정면승부가 되어버리면 힘듭니다.”
시온은 알버스 남작가를 되찾는 일에 회의적인 태도였다.
“도련님의 괴물 같은 무력은 잘 알고 있으나,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존재하는 법입니다. 우리는 재산도 없고 부릴 만한 세력도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한 발짝 물러서는 게 어떻습니까?”
그녀의 의견은 온당했다.
우리는 세력이 없다.
세력을 부릴만한 돈도 없다.
···라고 생각하겠지.
갑자기 허리춤에 메고 있는 고대의 유물, 즉 요술 호리병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여기에는 드래곤 카일의 레어에서 싹싹 긁어온 황금산이 잠들어 있다. 엘든 왕국 전체를 사기에도 충분한 재산이다.
그러니 내가 볼 때 애초에 이 시합은 패배라는 선택지가 삭제된 시합이었다.
‘승리 자체는 당연한 일. 하지만···’
왕국의 대가문인 힐튼 가가 어째서 정체를 숨길 생각조차 안하고 대놓고 로이드 가문을 도발하고 영지전을 걸었을까.
오히려 이 점이 궁금했다.
명분 없는 전쟁이다.
이겨 봐야 알버스 영지 하나 얻고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을 텐데. 두 거대가문의 충돌로 인해 왕국의 정세 또한 어지러워질 테고.
“···뭐,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 그럼 오늘은 일단 쉬고 내일부터 움직이자고.”
시온은 이미 내가 마음을 정했다는 걸 눈치챘다.
그동안 한번 결정하면 불도처처럼 밀고 나가는 나를 곁에서 지켜봐온 그녀는 이번에도 묵묵히 따라오기로 했다.
“늘 그랬듯 도련님께서 따로 안배하신 수가 있겠지요. 그나저나 북부에서 데려온 돼지는 밥값이나 하려나 모르겠습니다.”
“우걱, 무라구?”
“아닙니다.”
아무래도 캠벨은 남부 음식이 많이 반가운가 보다.
* * *
연회장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로잘린과 필립은 서둘러 돌아와 회의를 열었다.
“후작가의 망나니가 결국 여기까지 올라오는구나. 진작 어렸을 적에 싹을 밟아놨어야 했거늘.”
이를 아득바득 가는 로잘린.
필립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독한 망나니 행세가 전부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하니 정말 소름이 돋습니다. 녀석은 인격이 여러 개인 괴물이 분명합니다.”
승패를 떠나서 로잘린과 필립은 헤논과 동일선상에서 후계자 전쟁을 하게된 형세 자체가 마음에 안 들었다. 헤논도 분명 이를 노리고 후작에게 영지전에서 선봉을 서겠다 했을 터.
두 모자는 가만히 있으면 헤논의 유명세가 커지는 걸 지켜봐야 하는 데다가 봉신의 가문을 되찾아주는 일에 손 놓고 있었다는 불명예까지 감수해야 했으니 어쩔 수 없이 참가해야만 했다.
결국 능동적인 행동이 아닌 타인의 의도에 휘둘리는 수동적인 행동이 된 셈이다. 분한 마음에 로잘린이 입술을 짓씹으며 말했다.
“기왕 이렇게 됐으니 철저히 짓밟아줘야겠다. 친정에 사람을 보내서 용병단을 고용해야겠어.”
로이드 가문의 기사를 쓰는 방법도 있으나 이번만큼은 자신들만의 힘으로 해결해서 증명하기로 결심했다.
세력 하나 없는 무근본 망나니가 아무리 날뛰어봐야 우물 안 개구리라는 사실을.
“놈은 무력집단을 움직일 돈도, 세력도 없어. 아무리 카리나가 후견인이 되어준다 해도 왕국을 지켜야 하는 북부 병력을 고작 영지전에 동원하진 못하겠지.”
“맞습니다. 게다가 북부의 변경백이 검소하다는 소문은 유명합니다. 자금적으로도 우세하고 로이드 가문의 기사들을 우리 눈치를 보고 헤논을 외면할 겁니다.”
자세히 따져보니 상황이 훨씬 더 낙관적이다. 흥이 오른 로잘린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사생아 녀석이 북부에서 조그만 공 좀 세웠다고 기가 살아서 무리수를 두었구나. 이건 우리에게 큰 기회다.”
이참에 로잘린은 필립을 임시 후계자로 세우고 자신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임시’가 아닌 ‘정식’으로 굳힐 계획이었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어. 우리는 딱 한 번만 이기면 된다. 그럼 끝이야.”
반면에 헤논은 단 한 번만 지면 끝이다. 로잘린과 필립은 이 싸움이 얼마나 유리한지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푸른매 용병단 어떻습니까? 요새 한창 주가를 올리는 그들이라면 알버스 영지를 찾아줄 겁니다. 사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쓰는 격이지요.”
“좋아. 그건 필립 네가 알아서 하렴. 자금은 마음껏 지원해주마.”
계획은 착착 진행된다.
남은 건 패배한 헤논의 얼굴을 마음껏 즐기는 일뿐이었다.
* * *
아르니아 대륙 중남부.
버려진 폐허.
저주받은 땅이라 일컬어지며 사람이라곤 얼씬도 않는 황무지에 낡은 성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성채 끝에 앉은 까마귀 우는 소리가 음산한 분위기를 더하는 유령성. 그곳 지하에 펼쳐진 드넓은 공동.
어두컴컴한 실내 때문인지 오컬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공동에는 원형의 탁자와 등받이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8개의 의자가 둥글게 놓여있었다.
그중 5개의 의자에는 이미 자리가 차 있었는데, 몸집과 성별이 제각각인 인원들이라서인지 개성이 뚜렷했다.
이들의 정체는 바로 황혼의 대간부.
교주 산하 7대 사도였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지루한 기색이 역력한 작은 소년, [식탐]이 하품을 쩍쩍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자 옆에서 중절모를 쓴 가면 신사, [탐욕]이 대답했다.
“[질투]가 당했다.”
“!!”
좌중에 내려앉는 침묵.
그러자 맞은편에 새하얀 법복을 입은 금발의 미녀, [색욕]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누구에게?”
“소문으론 은퇴한 세븐스타인 고든 로이드의 서자에게 당했다고 알려졌는데, 내가 볼 때는 같은 세븐스타인 홍염의 카리나에게 당한 것 같더군.”
“흥! 그럴 줄 알았어. 맨날 질투에 사로잡혀서 그년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더니 결국 사고를 치네. 열등감에 휩싸여 징징대는 꼴 보기 싫었었는데 차라리 잘 됐어.”
전신이 해골로 이루어져 있고 눈빛에는 귀기가 흐르는 리치, [오만] 또한 말을 덧붙였다.
“애초에 황혼의 사도라 부르기엔 지나치게 약한 여자였다. 적당한 인재가 없었기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을 뿐. 괜찮은 후배가 있었다면 진작 교체됐을 거다.”
너무나 덩치가 커서 의자를 따로 한켠에 세워두고 땅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근육질 사내, [분노]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공동을 울렸다.
“그래서, 겨우 이딴 일로 우리가 모인 건가?”
“조금만 기다려라. 곧 교주께서 오실 테니.”
양반은 못 된다고.
교주를 언급하자마자 어두운 공동 한쪽 구석이 소름 끼치는 쇳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러자 여태까지 건들대던 대간부들이 표정을 굳히고 일제히 일어났다.
“교주를 뵙습니다.”
“바알님께 영광을.”
“바알님께 영광을!”
황혼의 교주는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어서 그 정체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얼굴 쪽은 시커먼 심연이라 무심코 쳐다봤다간 저도 모르게 정신이 잠식당할 듯한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그래서인지 대간부들은 교주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전원 착석.
이어지는 침묵.
빈자리를 보며 교주가 입을 열었다.
“[나태]는?”
“보나마나 귀찮다고 안왔겠죠. 뭐 한두번인가요?”
색욕이 툴툴댔다.
“다음엔 참석하라고 하거라.”
“네.”
“그리고 다들 알겠지만 질투가 당했다. 새로운 질투로 추천할만한 자가 있느냐?”
자신의 직속 휘하인 7대 간부가 죽었다는데도 황혼교주의 어조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온했다.
마치 아침 메뉴를 뭘 먹을지 물어보는 듯한 태도에 7간부들의 등골에는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대답이 없군. 당분간 공석으로 둔다.”
“알겠습니다.”
“바알의 봉인지는 찾았느냐? 황금 나뭇가지에 대한 단서는 어떻게 되었지?”
대간부들은 답을 하지 못했다.
그런 모든 자질구레한 일들은 북부의 니플헤임, 즉 질투의 담당이었고 그녀가 죽어버린 마당에 중요한 정보들도 모두 북부에 묻혀버렸다.
“잘 모르겠습니다.”
“죄다 모르겠으면 도대체 아는 건 뭐지? 너희는 대간부라고 세워놨더니 하는 일이 있기는 한가?”
쿠구구구구
지축이 울린다.
성 전체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천장에서 돌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단순히 황혼교주가 잠깐 기분이 나빴다고 일어난 일이었다.
기분만으로 지진을 일으키는 교주를 보는 대간부들의 눈빛에는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죄송합니다.”
“실망이군. 그러면 구체적으로 명령을 내려줘야겠지. 우선 드루이드부터 찾아라. 드루이드라면 황금가지의 위치를 알 테니.”
뜬금없는 명령에 간부들이 난색을 표했다.
“드루이드라 하면···”
“동식물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인간이다. 교의 숙명이라 여기고 무조건 찾아내.”
“알겠습니다..”
“나태에게도 오늘 내용을 전해라. 정보에 관해서는 너희 중 가장 유능하니 말이다.”
후드 속의 심연이 잠시 흔들리더니 황혼 교주가 화제를 돌렸다.
“마지막으로 마왕님을 맞이할 준비는 어찌 돼가고 있지?”
이때다 싶어 대간부들이 앞다투어 말한다.
“칼론 제국의 절반 정도를 잠식했습니다. 덩치가 크긴 하지만 곧 전부 저희의 수중으로 돌아올 듯합니다.”
“성왕국 또한 저희의 꼭두각시예요. 최근 제국과 연계하여 대륙을 마비시키고 있어요.”
황혼교주가 처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든다는 표시다.
“나쁘지 않군. 남은 건 북부에서 우리 일을 훼방놓은 녀석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는 일인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보고드리겠습니다.”
가면을 쓴 중절모 신사 탐욕이 앞으로 나섰다.
“카리나의 경우 북부에서 웅크리고 있는 데다가 일신의 무력도 강해 당장은 건드리기 힘듭니다. 따라서 우선은 엘든 왕국을 흔들어서 로이드 영지 쪽을 공략 중입니다.”
“공략 중이라···”
“라이벌인 힐튼 가문을 움직이게 했으니 곧 반응이 있을 겁니다.”
“좋은 소식 기다리지.”
“믿고 맡겨주십시오.”
탐욕에게서 가학적인 미소와 사이한 눈빛을 확인한 황혼교주가 천천히 일어나 들어왔던 문으로 되돌아갔다.
“회의는 끝이다. 모두 돌아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