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ilure Marquis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51)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51화(51/200)
7장 소환 : 목표한 망나니
“헤논을 확실하게 죽일 방법이 있습니다. 부인께서만 가능한 방법이지요. 흥미가 좀 생기십니까?”
중절모 신사에게서는 늪지대와 같은 끈적한 기운이 스멀스멀 새어나오고 있었다.
로잘린은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꼈으나 한편으로는 호기심 또한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설마···극독이라도 주고 헤논이 먹는 음식에 타라는 건가요? 불가능한 일이에요. 헤논의 음식은 시온이란 하녀가 전담하고 있어요. 그녀는 헤논의 심복이죠. 게다가 지금 시기에 헤논이 중독되어버리면 모든 의심은 저를 향할 테고요.”
가면 남자가 손을 내저었다.
“독을 쓰라는 말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러면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대체 무엇이죠?”
휘이이잉
싸늘한 바람이 분다.
신사는 뒷짐을 쥔 채 창밖 너머로 뜬 보름달을 응시했다.
“후작 부인, 인간이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합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이군요. 그게 지금 대화랑 무슨 연관이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세상은 빛과 어둠이 공존합니다. 빛이 있는 만큼 반대편에는 정확히 같은 양의 어둠이 도사리고 있죠.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요.”
“자꾸 이상한 소리 하실 거면···”
“그런 의미에서 인간만큼 흥미로운 존재도 없습니다. 빛과 어둠을 동시에 가지고 있거든요. 마치 세상 만물이 자신과 가장 비슷하게 빚은 지성체가 아닐까 착각될 정도입니다.”
로잘린은 가면 남자가 왜 갑자기 이런 철학적인 이야기를 꺼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로서는 그저 빠르게 헤논을 치워버릴 방법만 듣고 싶었는데.
그러나 이어지는 그의 말은 그녀를 혼비백산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일까요?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발하는 ‘저주’는 그 무엇보다 강력하지요.”
“!!!”
저주.
부정적인 감정의 집합체.
마이너스적 요소가 혼합된 유무형의 칼날은 때로는 물리엔진을 무시하며 목표가 된 대상에 해를 끼친다.
당연히 쉽게 발동되진 않는다.
세상엔 수천수만 개의 저주가 있으며 이들이 세상에 등장하는 조건 또한 제각각이였으니.
그러나 하나의 공통점은 존재한다.
바로 인간들이 끔찍이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그들, [악마]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중절모 신사는 음지에서 꿈틀대는 금지된 어둠을 활용하라고 로잘린에게 권하고 있었다.
“당신 미쳤어요? 무슨 꼴을 보려고 악마에게 손을 벌리라는 건가요?”
“추천한 방법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
“물론이죠! 제가 벨라누스님의 신도는 아니지만 그분께서도 좋아하시진 않을 거예요.”
로잘린의 격한 거부반응을 본 중절모 사내가 어깨를 들썩이며 낮게 웃음을 깔았다.
“흐흐흐, 정말 한심하군요.”
“뭐라고요?”
“그러면 저주 말고 헤논을 깔끔하게 치울 다른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있다면 제발 듣고 싶군요.”
“그건···”
“딱 단언하죠. 없습니다. 소드마스터를 데리고 와도 지금의 헤논은 쉽게 죽어주지 않을 겁니다. 그럴 일도 없겠지만요.”
얄밉게도 가면 사내의 말은 틀린 점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악마의 힘을 빌리기는 꺼림칙하다. 지금 보니 힐튼 가의 책사랍시고 온 이 사람 또한 수상한데.
“당신은 대체 누구죠?”
“그 부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후작 부인께서 정말로 필립 공자를 후작령의 주인으로 만들 마음이 있느냐는 거지요.”
“당연하죠.”
“아뇨. 부인께서는 그다지 간절해 보이지 않으십니다. 제가 사람을 잘못 찾아온 것 같군요.”
중절모 신사는 로잘린의 귓가에 얼굴을 갖다 댔다. 역겨운 탐욕의 숨결이 그녀의 귓불을 간질였다.
“상상해보세요. 후작가의 주인으로 급부상하는 헤논과 뒤편으로 사라지는 필립. 목숨이나 건지면 다행이겠군요. 그 또한 헤논의 자비에 달려있겠지요.”
“그럴 리가 없어···”
“부인께서 손 놓고 계시면 진짜로 이루어질 일입니다. 이제 그만 현실을 직시하시죠.”
로잘린의 눈동자에 스며드는 불안감을 확인한 사내는 씩 웃으며 몸을 돌렸다.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일주일 후 자정에 힌즈 호수 앞 오두막으로 오십시오. 안 오시면 관심 없으신 걸로 알아듣겠습니다. 그럼 이만.”
창문으로 뛰어내린 사내는 그때처럼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남은 로잘린은 이후에도 한참을 주저앉아 보름달을 바라보았다.
* * *
후작성에 복귀한 이후.
나는 로이드 후작의 말대로 영지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받았다.
아니, 원래는 받았어야 했다.
“여기 수량이 안 맞는데요?”
“그, 그렇군요.”
“왜 이런 식으로 정리해놨죠?”
“예전부터 쭉 해오던 방식으로···”
“옛것이 꼭 좋으리란 법 있나요? 제가 더 참신하고 효율적인 방법 알려 드릴까요?”
영지의 주요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내총관이 내 앞에서 진땀을 뻘뻘 빼고 있었다.
첫날이라 특별히 내 교육을 참관하던 로이드 후작이 보기 힘들었는지 손을 내저었다.
“내총관, 물러가 보게.”
“송구합니다.”
“그럴 것 없네.”
조심히 뒷걸음질치던 내총관이 문을 닫고 나갔다.
한동안 이어지던 침묵.
찻잔을 비운 후작이 입을 뗐다.
“네가 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봤어도 책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는데, 괜한 걱정을 했구나.”
적장자에 암묵적인 후계자로 인식되었던 필립과 달리, 사생아였던 나는 영지 운영과 관련해서 교육을 받았던 적이 없었다.
애초에 매일 같이 술만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망나니였으니 기회가 있었어도 걷어찼을 것이다.
그래서 영주는 내가 머리를 쓰고 종이에 잉크 묻히는 일에 완전 문외한이라 여겼나 보다.
‘어림도 없는 소리지. 이래 봬도 대한민국 지옥의 입시를 경험한 수험생이시다.’
의무교육만 적당히 받았어도 시온 라이크 세계에서는 상위권에 해당하는 지식인이다.
그래서인지 구멍이 듬성듬성 난 장부와 결재서류를 가져와서 당나라식 운영을 보여줬던 내총관은 나에게 호되게 두들겨 맞았다.
“실내교육은 필요 없겠구나. 밖으로 나가자.”
후작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싶어서 따라가 봤더니 도착한 곳은 바로 연무장이었다.
먼저 멈춰선 후작이 난데없이 검을 뽑아 나를 겨누었다.
“편지로 전해 듣기에는 카리나도 너와 대련을 자주 해줬다는데.”
“그렇습니다.”
“아버지가 되어서 아들의 검술 지도도 못 해줬구나. 바빠서 자주는 힘들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대련을 해주겠다.”
카리나 때도 그랬지만 소드마스터와 검을 맞댈 기회는 검사에게 있어서 최고의 기연이다.
막상 대련이 시작되니 내 시선은 자연스레 후작의 외다리에 머물렀다.
오른쪽 무릎 아래에는 나무로 만든 의족이 대신하고 있었다.
다리가 없는데 검술이 가능할까.
머릿속으로 의문이 들었다.
로이드 후작은 내 생각을 눈치챈 듯 무거운 목소리를 흘렸다.
“최선을 다해라. 무엇이라도 건지고 싶다면 말이지.”
후작이 천천히 다가온다.
천마검을 꼭 쥐고 그의 빈틈을 노리려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빈틈이···보이지 않는다.
‘제기랄.’
분명 후작은 뚜벅이다.
카리나처럼 날렵함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저 외다리로 뒤뚱대며 오는 늙은 사내다.
헌데 어째서 접근은커녕 열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도 목이 잘려나갈 것 같지?
-······
천마게이션은 발동하지 않았다.
위급한 경우에는 공격방향을 말해주지만 지금은 내가 배워야 할 때라고 판단했는지 의도적으로 입을 다문 모양이다.
결국 내 스스로 기감을 펼쳐 인지해야 한다는 말인데.
주춤 주춤
후작은 한참 멀리 있다.
그런데도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뒷걸음질쳤다.
왜 밀리는지도 모르고 밀리다가 이내 검을 집어넣었다.
“졌습니다.”
검을 맞대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패배를 인정했다.
의외로 후작은 나에게 투지가 없다거나 제대로 덤비지 않냐고 호통을 치지 않았다.
오히려 놀란 눈으로 나를 훑었다.
“훌륭하다. 눈이 좋은 건지 감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후작님은 한참 멀리 계시는데 왠지 모르게 코앞에 당도한 느낌이더군요. 어떤 원리입니까?”
“그걸 알아내 보아라. 며칠 후에 똑같은 방식으로 대련해주겠다. 오늘 대련은 여기까지다.”
후작은 납검하자마자 몸을 돌려 연무장을 벗어났다.
‘과연 소드마스터는 소드마스터라 이건가.’
익스퍼트에 올라가고 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수록 소드마스터와 익스퍼트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 더욱 생생히 느껴진다.
차라리 유저였을 때는 압도적인 강자라고만 인식했는데 이제는 구체적인 허들이 높이가 예상된달까.
그만큼 내가 발전했다는 뜻이니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저 높은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생각에 의식이 아득해진다.
-애송이, 드디어 진정한 고수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견식했구나.
싸움 내내 가만히 있던 천마가 말을 걸어왔다.
“왜 가만히 계셨습니까? 평소처럼 공격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말해주시지 그랬습니까?”
-클클클, 말하면 무엇하리. 피할 방법을 모르는데 말이다.
확실히 그랬다.
시야로는 저 멀리 있는데 코앞에서 목숨줄이 위협받는 느낌은 무척이나 생소했다.
-그래도 제법 좋은 직감을 지니고 있더구나. 내가 말을 안 해줘도 기가 막히게 경계선 안쪽으로 발을 디디지 않더군.
“어떤 원리인지 좀 가르쳐주시지요.”
나 혼자 알아낼 수도 있겠지만 천마라는 좋은 스승님 내버려두고 굳이 길을 돌아서 갈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나는 시간이 없다.
종말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와중에 온종일 명상만 하다가는 대륙이 멸망할 때쯤 소드 마스터가 될지도 모른다.
이용할 수 있는 건 철저히 다 이용하자.
-영역이다.
“영역이요?”
-그래. 너도 익스퍼트에 오르기 전에 간격의 중요성에 대해서 깨달았을 거다.
천마의 말이 맞았다.
상대가 아무리 힘이 세고 좋은 무기를 들고 있으면 뭐하나.
간격 조절을 못하면 의미가 없는데.
이렇듯 유저와 익스퍼트, 그리고 초보자와 숙련자의 가장 큰 차이는 간격을 조절하는 실력에서부터 발생한다.
-소드마스터의 영역은 익스퍼트의 간격을 조금 더 응용한 것이다. 간격이 선이라면 영역은 면으로 한층 더 발전된 형태지.
쿵!
뒤통수를 둔기로 얻어맞은 듯하다.
처음 접해보는 새로운 사고방식이었기에.
단순한 한 자루의 검으로 일정 공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꾸밀 수 있단 말인가.
“진짜로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그야 네 하기 나름이지.
천마의 조언대로라면 로이드 후작은 영역을 극성으로 발동해서 나를 압박했음이 분명하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의 영역 안에 발을 들이면 죽음이라고 느끼고 연신 영역 바깥으로 밀려났던 거겠지.
그것이 칼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끝난 대련의 실체였다.
“모든 마스터가 이렇습니까? 카리나는 저와 대련할 때 영역을 펼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네가 영역을 인지할 수도, 이를 막거나 회피할 능력조차 없었을 테니 붉은 머리 여인이 봐줬겠지.
“그렇군요.”
-그뿐만이 아니다. 강물이 한줄기로만 흐르더냐? 상류에서 똑같이 출발해도 수천수만 갈래의 지류로 나뉜다.
무인의 경지를 강물에 비유하는 천마의 말이 얼핏 이해가 갔다.
-결국에는 바다로 모이는 법이지만···어쨌든 다양하게 갈리는 건 사실이지. 같은 소드마스터라도 굳이 영역을 안 쓰는 고수도 있다. 반면에 영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자들도 있고. 로이드 후작의 경우는 후자인 모양이구나.
아마도 신체적인 약점을 극복하고자 다른 고수보다 영역 수련에 더욱 매진했겠지. — 라고 덧붙인 천마였다.
매일 같이 젊은 여자만 보면 검을 건네라고 징징대던 늙은 색마가 오늘따라 좀 새롭게 보였다.
어렵고도 오묘한 검의 세계를 수월하게 풀어내는 걸 보아하니 그래도 한때 동방대륙의 천하제일인이라 불리던 천마가 맞긴 맞나 보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멀군요.”
검을 수련하는 행위는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두운 오솔길을 검이라는 촛불 하나 들고 헤쳐나가는 여정과도 같다.
대륙에 암흑기가 도래하기 전까지 나만의 고유 영역을 만들어 놔야겠단 목표가 생겼다.
* * *
칼론 제국.
수도 베르디온 시티.
인구 삼백만에 육박하는 초거대도시에는 다양한 군상이 살아간다.
그중에는 대륙 경제를 쥐고 흔드는 거상이 있는가 하면, 절대 권력을 바탕으로 모두의 위에서 군림하는 황족도 있었다.
물론 제국이라고 이런 대단한 사람들만 존재하진 않는다.
이들의 고결함과 위대함은 수면 아래에 깔린 수많은 빈민의 희생으로 쌓아진 바벨탑이었으니.
소외된 자들은 빛이 비치지 않는 음지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세력을 형성했다.
그리고 덩치를 키우기 시작한 약자들의 단체를 사람들은 [도둑 길드]라 부르기 시작했다.
도둑 길드의 눈과 귀는 항상 열려있었다.
귀족에 비해 부족한 부.
기사에 비해 부족한 무력.
이를 대체할 만한 그들만의 강점은 무식한 머릿수와 여기에서 비롯되는 범람하는 정보였으니까.
정보전과 첩보전, 암살 분야에서 이들은 스페셜리스트였다.
도둑길드는 여러 개가 존재했다.
그야말로 개나 소나 만드는 단체.
허나 압도적인 1위를 찍는 길드는 언제나 있는 법이다.
그 길드의 이름은 [흑야].
드넓은 제국의 뒷골목을 통일했다.
음지에서만큼은 웬만한 소왕국보다 더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규모만 해도 이 정도니 흑야의 길드장은 그야말로 엄청난 인물이었다.
“사실이야?”
그러한 거물이 지금 푹신한 소파에 비스듬히 누운 채 포도알을 혀로 이리저리 굴리고 있다.
그녀의 머리카락 색은 포도알과 깔맞춤이라도 한 듯 반짝이는 보랏빛이었다.
복장은 과할 정도로 헐렁했다.
필요 이상의 노출로 인해 드러난 살결 때문인지 맞은편에 무릎 꿇은 부하는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안절부절 못했다.
“사실이냐고 묻고 있잖아.”
“그, 그렇습니다. 밤거미.”
흑야의 마스터.
통칭 [밤거미]
십수년 전 혜성처럼 등장한 이 여인은 기존의 라이벌들을 모조리 암살하고 뒷골목의 황제에 올랐다.
제국에서 어떠한 뒷배 없이 그녀의 뜻에 거스르는 건 목숨이 열 개여도 부족하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여인의 실력만큼은 진짜였으니까.
“북부의 군인에게 확인했습니다. 헤논은 나무줄기와 돌을 소환해서 아울베어를 모두 참살했다 합니다.”
“그렇단 말은···”
“맞습니다! 헤논은 교단에서 찾던 드루이드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비밀.
밤거미의 숨겨진 또 하나의 정체는 바로 황혼의 7대 사도.
[나태]였다.“어서 이 사실을 교주님에게 전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사도님을 비롯해서 저희 흑야는 큰 보상을 받을 겁니다!”
흥분해서 열변을 토하는 부하를 나태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영 뜬금없는 질문을 한다.
“혹시나 해서 묻는데,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너뿐이야?”
“물론입니다! 중요한 소식이기에 아무에게도 전하지 않고 여기까지 단숨에 뛰어왔습니다.”
“수고했네.”
부하는 좋아했다.
이런 S급 정보를 물어왔으니 곧 밤거미가 큰돈을 내려줄 게 분명했다.
얼마나 받을까?
10골드? 20골드?
적어도 실버 단위는 아니다.
그리고 그때,
서걱!!
가슴 설레던 부하의 시야가 빙글 돌았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자신의 몸통과 머리가 분리되었는지를.
의식이 멀어지기 전 마지막 기억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나태의 소름 끼치는 무표정이었다.
“유감이다. 별다른 감정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