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ilure Marquis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65)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65화(65/200)
9장 유물 : 대동한 망나니
시야 공유가 가능해진 이후부터 도주는 훨씬 수월했다.
틈틈이 나무 속에 빙의해서 포위망이 어느 방향으로 좁혀지는지 확인한 다음에 반대 방향으로 어머니를 이끌었다.
그러다보니 제한시간은 끝났고 15분을 버텨서 성공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2차 클리어 완료.]하지만 1시간이 한계인 듯 멀린과 어머니는 엘프 전사들에게 둘러싸였다.
가장 선두에 나선 늙은 엘프가 어머니를 보고 나지막이 물었다.
화려한 복장과 길게 뻗은 흰수염이 엘프들을 이끄는 대장로인 듯했다.
“종족을 저버리고 더러운 씨앗을 낳은 죄를 묻어줬다. 그런데도 이런 짓을 벌인 게냐?”
“대장로님, 저와 멀린은 최대한 조용히 살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주변에서 가만두지 않더군요.”
“그 또한 너희 모자가 감내해야 했던 일이다. 그조차도 못해서 부족원을 살해하는 중죄를 저질렀으니 심판을 받아야겠구나.”
대장로가 손짓하자 엘프 전사 서른 명이 천천히 멀린과 어머니를 향해 다가왔다.
“소년을 조심해라. 알 수 없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결국 엘프 전사들과 싸워야 했다.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최후 클리어 조건을 공개합니다.] [교전에서 승리하세요.]어려운 미션이다.
처음 죽였던 세 명은 만취 상태였던 데다가 멀린의 어린 외모를 보고 완전히 방심했었다.
반면에 지금 멀린을 둘러싼 서른 명은 바짝 긴장한 채 천천히 숨통을 조여오고 있었다.
하지만 해내야만 한다.
지금껏 길러왔던 드루이드 능력은 결코 가볍지 않았으니.
적재적소에 스킬을 적적히 섞어 쓰다 보면 다수를 상대로 충분히 효율적인 압박이 가능하리라.
‘시작은 가볍게 바인드부터.’
[우드 컨트롤 발동] [바인드 시전]땅에서 솟아오른 나무뿌리에 발목을 휘감자 접근하던 엘프 전사들이 휘청거린다.
“어엇!”
“빨리 끊어!”
도망칠 틈을 주면 안 된다.
바로 스킬을 연계했다.
[스톤 컨트롤 발동] [스톤 랜스 시전]뾰족한 돌이 바인드에 대처 못한 엘프의 몸통을 꿰뚫었다. 움직임이 느렸던 다섯 명이 땅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제기랄! 공격해!”
뒷편에서 대기하던 열 명의 궁수가 일제사격을 개시했다.
어두운 밤이라 화살이 빗나가기를 바랬지만 엘프 종족은 기본적으로 명사수라서 회피보단 방어를 선택했다.
[스톤 실드 생성]콰콰콰콱!
땅을 뚫고 솟아오른 넓적한 돌이 멀린과 어머니를 가리자마자 화살이 비처럼 쏟아져서 박혔다.
예상 외로 분전하는 멀린을 보던 엘프 대장로가 짜증났는지 하이톤의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신체 능력 자체는 별 것 없는 놈이다! 접근해서 끝내라.”
대장로의 분석은 정확했다.
차라리 중장거리 싸움은 괜찮지만 냉병기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면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근접전을 피하기 위해서 내가 가진 최강의 전투 스킬을 사용했다.
[우드 컨트롤 발동] [우드 골렘 소환]쿠쿠쿠!
땅에서 솟아오른 3m의 골렘을 본 엘프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상치 못한 반격이었는지 가장 먼저 돌격했던 선두가 우왕좌왕했고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공격해!”
골렘이 한쪽 팔을 넓게 횡으로 휘두르자 정통으로 얻어맞은 엘프 둘이 수풀 너머로 나가떨어진 채 의식을 잃었다.
-우워어어어!!!
골렘은 고릴라처럼 가슴을 두드리며 엘프들을 위압했다.
다수를 상대로 꽤 괜찮은 피어였다.
그 사이에 나는 스톤 실드를 엄폐물 삼아 계속해서 바인드와 스톤 랜스 연계공격을 시도했다.
퍽! 퍼퍽! 퍽!
드루이드 스킬에 적중 당한 엘프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처음에 서른이었던 엘프들은 이제 절반 정도 남았고 남은 전사들의 눈동자에도 두려움이 깃들기 시작했다.
‘좋아. 이 분위기 그대로 끌고 가보자.’
조금 더 힘을 내려던 차에,
툭
횃불 하나가 우드 골렘의 몸체를 때렸고. 나무로 된 골렘에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불타오르는 화염이 마른 장작으로 이루어진 골렘을 아귀처럼 삼켜댔다.
“바로 그거야! 어차피 나무니까 불에 탈 수밖에 없어. 모두 들고 있던 횃불을 저 괴물에게 던져라!”
엘프 전사들이 너도나도 가지고 있는 횃불을 던졌다. 궁수들은 불화살을 만들어서 시위를 당겼다. 숲이 불타든 말든 신경조차 안 쓰는 분위기였다.
어쨌든 멀린에게는 적신호였다. 불에 타서 허우적대던 우드 골렘은 결국 무릎 꿇고 기능이 정지했다.
[골렘이 파괴되었습니다.]다시 원점이 되었다.
독이 바짝 오른 전사들이 칼을 빼 들고 어머니와 멀린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
이대로 가면 필패다.
어떻게든 상황을 반등시켜야 했다.
근접전이 약한 드루이드가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할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불에 타지 않는 골렘을 만든다.”
나무는 불에 탄다.
하지만 돌은 불을 견딘다.
오행론의 상극생 같은 어려운 학문은 몰라도 살면서 자연스럽게 익힌 자연의 이치다.
우드 골렘을 만들어야 했다.
찰흙과 지점토로 조각상을 빚듯이.
뾰족하고 얇은 스톤 랜스를 팔다리로 삼고 넓적한 스톤 실드로 머리와 몸통을 이루며.
급박한 상황에서도 차근차근 만들었다.
이곳이 세계수 속 시험이라 인지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못할 일이었다.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여 마침내 완성시켰다.
[스톤 골렘이 소환됩니다.]솔직히 우드 골렘보다 크기도 작고 완성도도 떨어진 볼폼 없는 골렘이었다.
그러나 그 견고함과 민첩성은 기존의 골렘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저게 대체 뭐야!?”
쿵! 쿵! 쿵!
경악하는 엘프 전사들을 향해 스톤 골렘의 지축음을 울리며 무섭게 달려든다.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딱딱한 돌주먹.
직격 당해 짜부라진 엘프 전사가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세상을 하직했다.
“괴물, 괴물이야···”
심지어 스톤 골렘은 불화살이나 불칼조차 통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양 떼 무리를 누비는 늑대처럼 사정없이 진형을 휘젓는다.
그로부터 10분.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스톤 골렘 소환 해제.”
수고한 골렘을 돌려보냈다.
서 있는 엘프 전사는 제로.
어린 멀린, 정확히는 그 안에 빙의해있는 내가 모조리 때려눕혔다.
이제 땅 위에 서 있는 적은 오로지 엘프 대장로 한 명 뿐이었다.
[축하합니다!!] [미션 클리어!]미션을 성공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밑으로 보상창이 촤르륵 뜨긴 했는데 상황이 급박하니 나중에 확인해보기로 했다.
아직 엘프 대장로가 남았기 때문이다.
헌데 어째서 대장로가 남았는데도 미션을 완료했다는 걸까.
“잡종 주제에 제법이구나. 이거 내가 너무 너를 얕봤어.”
“너도 죽여줄게.”
이 말은 내가 한 게 아니었다.
미션은 완료한 순간 나는 저절로 멀린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지금부터는 영화를 보듯이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멀린과 어머니, 그리고 엘프 대장로를 관찰했다.
“크크큭, 조금 신비한 능력 얻었다고 뭐라도 된 줄 알았더냐.”
엘프 대장로의 지팡이에서 검이 뽑혀 나왔다. 눈부신 오러가 사방을 훤히 밝혔다. 놀랍게도 대장로는 소드마스터였다!
“네가 자랑하는 알량한 돌덩이가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마.”
서걱!
우드 골렘이 일도양단 되었다.
이어서 스톤 랜스, 스톤 실드, 바인드마저 모조리 무력화되었다.
엘프 대장로는 멀린 어머니의 목을 쥐고 들어 올렸다.
켁켁대는 그녀가 허공에서 발버둥쳤고 멀린이 어머니를 놔달라며 대장로에게 달려들었지만 어림도 없었다.
“자식의 잘못은 어미가 책임을 져야지. 그럼 잘 가거라.”
어머니의 몸에 검이 틀어박혔다.
이 장면은 천천히 재생되었는데, 멀린의 기억 속에서 이 순간이 유독 느리게 느껴져서일 거다.
그렇게 멀린의 어머니 눈동자에 생기가 사라졌고, 뒷목을 가격당한 멀린의 의식 또한 멀어졌다.
시야가 어둡게 물들기 전 멀린의 마지막 기억은 대장로의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차가운 무표정이었다.
“편안한 죽음조차 너에게는 사치다. 더러운 인간들 속에 던져주마. 그곳에서 평생 고통받거라.”
멀린의 기억 재생이 종료됐다.
어둠 속에서 글자가 떠올랐다.
[두번째 시험-드루이드의 기억Ⅱ을 클리어했습니다.] [황금가지를 획득합니다.] [승급완료!] [중급 드루이드로 승급하셨습니다.]1차 시험보다 훨씬 어려웠다.
클리어 조건도 많았고 말이다.
황금가지를 추가할수록 시험이 어려워지는 걸까.
의문은 뒤로 하고.
난이도가 높았던 만큼 많은 수확을 얻은 시험이기도 했다.
[새로운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승급에 따라 기존 스킬이 강화됩니다.] [스킬 목록을 재편성합니다.]——————–
[원소 ‘라이프’을 깨우칩니다.] [깨우친 원소 목록]1. 우드
2. 스톤
3. 윈드
4. 라이프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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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드 컨트롤
-바인드(★★)
-우드골렘(★★)
2. 스톤 컨트롤
-스톤 랜스(★★)
-스톤 실드(★★)
-스톤 골렘(★)
3. 윈드 컨트롤
-순보(★)
-헤이스트(★)
4. 라이프 컨트롤
– 시야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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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이 꽤 많이 업그레이드 되었다.
우선 바인드는 여전히 2성이지만 우드 골렘이 1성에서 2성으로 진화했다.
2성 우드 골렘은 얼마나 강해졌을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스톤 스킬 쪽도 많이 변했다.
스톤 랜스와 실드가 각각 2성이 되었고 시련을 극복할 때 깨우쳤던 새로운 스킬 스톤 실드가 추가되었다.
스톤 골렘의 위력은 엘프 전사들을 상대할 때 확실히 체감했으니 앞으로도 유용하게 쓰일 듯했다.
도주 시험 때 톡톡히 도움됐던 헤이스트 기술 또한 스킬창에 추가되었다.
특히나 이 기술은 내가 가진 수많은 기술 중 최초의 버프형 스킬이다.
당장 내 팀원인 시온과 캠벨에게 헤이스트를 걸어주면 상당한 전투력 상승이 이루어지리라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원소 라이프, 즉 생명이 추가되었다.
생명을 가진 존재에게 빙의해서 시야를 훔치는 기술로 정보를 얻는 데는 그야말로 사기급이라 말할 수 있다.
앞으로 이 스킬은 여러 방면으로 자주 쓰일 듯하다.
[시련을 종료합니다.]파아아앗!!
시험 보는 내내 허공에서 노닐던 황금빛 정광이 종료 신호가 뜨자 몽환적인 소용돌이를 그리며 심장으로 스며들었다.
가부좌를 튼 채 공중에 떠있던 내 몸속으로 황금가지가 흡수되는 게 느껴졌다.
두 번째 황금가지가 온전히 내 소유가 되는 순간, 부유를 마치고 땅에 착지했다.
눈을 떠보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은은한 자연의 기운이 우아한 실타래가 되어 공기 중에 흐르고 있었다.
드루이드가 보는 세상은 일반인들과는 조금 다른 걸까.
“대단하군. 제법 긴 세월을 살아왔지만 그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경이로운 장면이었어.”
옆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본 톰의 말이었다. 그는 나에게 드루이드 가지를 줘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모든 귀물에는 그에 걸맞은 주인이 있다나.
“감사합니다. 톰님 덕분에 한 단계 위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나야말로 귀한 구경을 했네. 기운이 한층 강해진 듯하군.”
톰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뒷정리를 마친 시온과 캠벨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도련님, 처리 끝났습니다. 이제 어떻게 움직일지 정해주시죠.”
타이밍이 좋다.
중급 드루이드로 승급했고 시험을 치르느라 하루가 후딱 가서 벌써 보름달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조합장 하만의 말에 따르면 남쪽 바다에 썰물이 빠져서 해저동굴이 보인댔지.
원래 마음 같아서는 우격다짐으로 해저동굴에 쳐들어가서 무력으로 암시장을 부숴버린 후 회생불가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조합장 하만의 사무실을 뒤져보니 생각보다 암시장에 얽힌 이권이 많았고 시스템도 체계적이었다.
무엇보다 노예만 취급하면 모르겠는데 노예는 그저 상품 중 일부였다.
오히려 각종 희귀품과 레어템이 주가 되는 시장이라 암시장을 완전히 폐지하는 건 리앙에게 큰 타격이었다.
“리앙의 암시장은 백 년 넘게 운영되어 왔네. 나름 유서가 깊지. 최근 노예를 취급하면서 변질됐을 뿐, 이곳을 찾으시는 분 중에서는 순수하게 귀한 물건을 구매하고 싶어서 오시는 소비자들도 많다네.”
납치되었던 시장 유론의 말이었다.
그는 암시장의 존속을 원했다.
상품에서 노예를 폐지하면 예전의 시장으로 돌아올 거라고, 노예를 구매하러 오던 소비자들은 알아서 걸러질 거라고 말이다.
유론의 말이 일리가 있기에 암시장을 존속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대신에 암시장에 취급되었던 노예의 유통과 이를 구매한 이들의 명단은 제가 가지고 있겠습니다.”
조합장 하만은 유능한 일꾼이었다.
누가 노예를 언제 어디서 얼마나 공급했는지, 마찬가지로 공급된 노예를 누가 언제 얼마나 사갔는지 상세하게 적어놨다.
그의 사무실에서 얻어낸 장부를 공개하기만 해도 노예제도를 금지하는 엘든 왕국 귀족 거진 3할은 날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이 많은 귀족이 노예와 연루되었다는 게 기가 막혔다.
명단에는 로잘린의 이름도 있었는데, 몇 년 전 유흥을 목적으로 젊은 남자 노예를 구매했다고 적혀있었다.
남편 있는 유부녀가 벌인 기행. 이미 죽은 사람이라지만 더욱 할 말이 없어졌다.
아무튼 노예장부는 나중에 유용하게 쓰기로 하고, 지금은 평소대로 암시장을 운영하는 게 중요했다.
그래야 1차로 노예를 팔고 남은 노예를 끌고 시청사로 들어가서 탐욕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만약 암시장에 문제가 생겨서 눈치 빠른 탐욕이 시장 행세를 그만두고 도주해버리면 톰과 내가 곤란해진다.
“구매자로 변장해서 시장에 가보겠습니다. 암시장 안에는 황혼이 심어놓은 위장상인도 있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탐욕이 방문할 수도 있으니까요.”
겸사겸사 암시장에서 괜찮은 아이템이 보이면 수거하기로 했다.
톰이 내 말에 대답했다.
“알겠네. 나는 여기서 하만 행세를 하며 혹시 모를 위급 상황에 대처할 테니 무사히 다녀오게.”
“유론 시장님과 톰님의 호위를 위해서 캠벨을 붙여놓겠습니다.”
“마음대로 하게.”
혹시 몰라 조합 건물에는 캠벨을 놓아둔다. 뒤에 남겨진 켐벨이 팔짱을 끼며 툴툴댄다.
“나도 구경하고 싶은데?”
“거기 먹을 것 없어.”
“그러면 여기 있겠다.”
캠벨을 설득하는 건 여전히 간단하다.
그렇게 나는 시온만을 대동한 채 암시장으로 향했다.
하늘에는 벌써 보름달이 휘영청 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