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ilure Marquis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67)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67화(67/200)
9장 유물 : 봉쇄한 망나니
인어의 눈물을 얻은 후에도 꾸준히 황혼 스파이들을 견제하는데 힘썼다.
이제는 내가 워낙 돈이 많다는 걸 알았는지 팻말을 드는 순간 경쟁하려는 사람들이 사라졌다.
귀에 마나를 불어넣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내 정체를 유추하는 사람들로 한가득이다.
“제국의 황족 아닐까?”
“리앙이 아무리 자유도시라도 그렇지, 황족 정도 되는 사람이 왜 여기까지 와.”
“사막 왕국의 권력자일 수도 있어.”
“복장이 애매해.”
“적어도 엘든 왕국 사람은 아닐 거야.”
엘든 왕국 사람 맞습니다만.
주위에서 헛다리 짚는 걸 즐겁게 구경하고 있을 때, 또다시 구미가 당기는 물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백 일흔번째 상품을 소개하겠습니다! 이건 저희도 구할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던 물건인데요. 무려 20년 전 최후의 전투 당시에 사망했던 하급 악마의 심장입니다. 시작가는 2000골드고 호가는 100골드부터입니다.”
20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고 중급도 아니고 하급 악마의 심장이면 사실상 기념품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마족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 섞인 관심은 언제나 구매욕을 불러일으켰다.
예전 같았으면 악마의 심장을 그냥 흘려보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벌써 아공간 호리병 안에 있는 드래곤 에그가 좌우로 격렬하게 몸을 흔들고 있잖는가.
“4100골드.”
결국 4천 골드 넘는 거금을 지불하고 악마의 심장을 낙찰받았다.
혹시 몰라서 아공간 호리병을 만져봤는데 그 많은 돈을 지불하고도 황금산의 높이는 개미 눈곱만큼 줄어들어 있었다.
이런 경매를 최소 스무 번 이상은 다녀야 돈 좀 썼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신사숙녀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악마의 심장을 마지막으로 갑자기 무대의 조명이 파앗 꺼졌다.
사회자 알프레도가 일부러 목소리를 깔아서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드디어 오늘 경매의 마지막 상품이 나옵니다. 예! 저기 벌써 환호하시는 분이 계시는군요. 몇몇 분들은 대단한 상품이 나온다는 소문을 이미 들으셨을 겁니다.”
나는 하만의 장부를 통해 오늘 경매의 마지막 상품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일단 팔짱을 끼고 사태를 관망했다.
“다들 궁금해하시겠죠. 시간 질질 끌지 않고 바로 공개하겠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경매품 그건 바로···”
둥! 둥! 둥! 둥! 둥!
어디선가 울리는 북소리가 사람들의 기대심리를 고조시켰고, 일제히 켜지는 조명이 단상 한가운데를 비춘다.
파앗!!
모든 빛이 집중된 공간.
그곳에는 철장에 갇힌 한 가련한 소녀가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반짝이는 별빛 은하수 머리.
고운 도자기를 빚어놓은 새하얀 피부.
머리색과 어울리는 은빛의 긴 속눈썹과 백치미를 떠올리게 하는 실버 눈동자.
무엇보다도 양쪽으로 축 늘어진 길고 뾰족한 귀까지.
인세를 초월한 듯한 외모였다.
사내와 여인을 구별할 것 없이 모두가 몽롱한 표정으로 여린 엘프의 얼굴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그러나 나는 과거 기억을 통해 하이엘프를 둘이나 보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는 상대적으로 익숙하고 내성이 있었다.
많은 청중 가운데 나만 유일하게 다른 반응을 보여서일까.
순간 엘프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은색 눈동자와 내 녹색 눈동자가 허공에서 얽혔다.
저 하이엘프는 내 눈동자에서 무엇을 읽었을까. 적어도 나는 저 엘프의 눈동자에서 ‘포기’와 ‘체념’을 읽었다.
“마지막 상품은 엘프였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죠. 그냥 엘프도 구하기 힘들지만 이 엘프는 평범한 엘프가 아닙니다.”
잠깐 뜸을 들인 알프레도가 장내의 모든 이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린 걸 확인하고 다시 입을 뗐다.
“엘프 중의 엘프! 인간으로 치면 왕족! 바로 하이엘프입니다!!!”
상품의 격이 한층 더 뛰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마지막 매물에 구매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그저 침묵으로 대응했다.
이런 반응을 익히 예상한 듯 알프레도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시작가를 제시했다.
“시작가는···1만 골드로 합니다. 호가는 1천 골드부터입니다.”
입이 떡 벌어진 만한 시작가.
하지만 납득이 될만한 가격이다.
하이엘프는 한 번 가지면 평생 자랑거리로 삼을만하니까.
칼론 제국의 황족조차 하이엘프는 가지고 싶어도 못 가질 것이다.
“참고로 이 엘프는 부족에서 추방된 엘프라 가지고 계셔도 뒤탈이 없으시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껏 질러주세요.”
알프레도의 말을 마지막으로 구매자들의 고삐가 풀렸다.
“1만1천 골드.”
“1만2천 골드.”
“1만4천 골드.”
제국의 거상들도 선뜻 내기 힘든 거금이 리앙의 시장에서 호가로 제시되고 있다.
그만큼 구매자들은 저 하이엘프를 사는데 진심이었다.
반면에 나는 사태를 관망했다.
하이엘프에 흥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황혼교의 스파이가 가만히 있었기 때문이다.
“1만 5천골···”
“2만 골드.”
드디어 납셨군.
여태까지 체크해뒀던 황혼교의 스파이 중 단 한 번도 경매에 나서지 않은 자가 냅다 2만을 지르며 앞으로 나섰다.
황혼의 대간부 탐욕은 하만에게 따로 하이엘프를 언급했었으니 분명 저쪽에서도 엘프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
“크윽! 2만5천 골드!”
“3만 골드.”
거부로 보이는 한 귀족이 큰마음을 먹고 2만 5천을 질렀으나 황혼의 스파이는 예상했다는 듯 단번에 5천을 올려서 받아쳤다.
결국 귀족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포기한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분위기가 넘어가자 같은 황혼교도인 알프레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둘러 경매를 종료시키려 했다.
“3만 골드! 더 없으십니까? 그러면 이대로 하이엘프를 낙찰···”
“5만 골드.”
팻말을 들고 담담히 호가를 불렀다.
모두가 질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알프레도도 반신반의하는 눈빛이다.
5만 골드는 절대 쉽게 언급할 만한 금액이 아니기에.
“58번 참가자님.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오나···”
“지불할 만한 능력이 되는지 궁금하겠지.”
“죄송합니다.”
“그럴 것 없다. 당장 여기서 보여주겠으니.”
아공간 호리병에서 꺼낸 보검 하나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옆에 있던 사람들은 난데없이 허공에서 검이 튀어나오자 화들짝 놀라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리앙의 감정사에게 이 검의 가치판단을 맡긴다.”
흰 장갑을 낀 감정사들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검을 가져갔다.
내가 꺼낸 건 황금산에 꼽혀있던 검 중에 대충 아무거나 뽑아서 던진 거였다.
그래도 드래곤 레어에 있었으니 최소 5천년이 넘은 유물이고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딘 것만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지녔다.
게다가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날카로운 검날과 은은한 윤택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으니, 이곳 암시장의 마지막 경매품으로 나와도 충분한 레벨의 보물이었다.
“이건!!”
감정사들의 눈이 경악으로 치떠졌다.
매일 보물을 감정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인데 저 검의 가치를 모를 리가 없지.
하지만 저 감정사들 또한 황혼교도니까 감정가를 후려치리라 예상하고 아예 황금산에서 고대 금화를 한 움큼 꺼내 추가로 얹어놓았다.
“부족하다면 이걸 추가하지.”
할 말을 봉쇄해버렸다.
다른 사람들도 탁자에 보물이 계속 쌓이자 이제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나 보자는 눈빛이었다.
“크흠! 알겠습니다. 그러면 5만 골드! 혹시 더 호가하실 분 없습니까?”
“6···만 골드.”
5만 골드를 불렀던 황혼교의 스파이가 손을 벌벌 떨며 1만 골드를 더 불렀다.
아직도 하이엘프 확보에 미련을 두고 있나 보네.
그 미련의 싹을 잘라주기로 했다.
“10만 골드.”
아공간 호리병에서 아까 보여줬던 보검과 동일한 보검을 하나 더 꺼내서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게임 끝이었다.
“10만 골드! 더 없으십니까?”
있을 리가 없지.
이제는 다들 내 정체가 뭔지 추측하기 바쁠 텐데.
알프레도는 애타는 눈빛으로 황혼의 스파이를 봤지만 스파이는 손을 들고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그러면 하이엘프는 58번 손님에게 낙찰되었습니다!!”
땅땅땅
경매봉이 바닥을 울렸고.
마지막 경매까지 끝났다.
“오늘 경매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보름달 시장에 참석하신 귀빈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리며 다음 보름달에 또 찾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났다.
모두가 경매장을 나가는 와중에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본다.
아마 나가서도 내 정체를 유추하느라 분주하겠지.
반면에 시온은 일어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주저앉아 있었다.
“시온, 뭐하고 있지? 일어난다.”
“아···예!? 옛!”
얘 오늘 왜 이래.
완전 맛이 갔네.
“어디 아픈가? 얼굴이 많이 빨갛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몸이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라. 괜히 참다가 임무에 지장이 생기면 곤란하니까.”
“알겠습니다.”
시온을 손을 잡고 일으켜줬다.
그리고 우리도 나가려는데 저쪽에서 한 여자가 다가왔다.
“당신!”
아하.
누군가 했더니 아까 인어의 눈물을 앞에 두고 나와 대거리를 했던 아줌마다.
푸른색 드레스를 입은 장년 여인은 눈가를 가리는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왼쪽 입술 끝에 큰 점이 나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돈도 많으신 것 같은데 굳이 그 보석에 욕심을 부릴 필요가 있나요?”
“또 그 얘기입니까? 이미 경매는 끝났으니 물러가시죠.”
“아뇨. 전 꼭 사과를 받아내야겠어요.”
허리춤에 손을 올려놓고 씩씩대는 폼이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다.
어떻게든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하고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못난 영혼이 억지를 부려댄다.
“특히나 저 여우 같은 년을 나랑 비교하면서 대놓고 모욕을 줬잖아요. 당장 사과하세요.”
“사과한다면 그냥 넘어갈 겁니까?”
“사과의 의미로 2500골드에 인어의 눈물도 넘기신다면요. 이 정도면 정말 싸게 넘어가준 거예요.”
그럼 그렇지.
날강도 같은 년.
눈 뜨고 코 베기도 이렇게는 안 하겠다.
본래라면 당장 처리하겠지만 지금 이 여자는 황혼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하는 시기에 끼어든 날파리일 뿐이다.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이야기.
무엇보다 저 여자의 왼쪽 입술 위에 난 점을 보니 명단에 적혀있던 한 이름이 불현듯 떠올랐다.
“힐튼 백작 부인.”
정확히 정체를 짚어내자 아줌마가 크게 움찔했다.
“당신이 어떻게 나를 알죠?”
“그건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건 부인께서 리앙의 암시장에 있었고, 왕국에서 금지하는 노예를 거래했다는 사실이죠.”
“아니···”
“혹시 백작께서도 부인이 여기 계시는 걸 알고 있습니까?”
알고 있을 리가 없지.
가면 아래 힐튼 백작 부인의 표정이 시시각각 불안해지는 게 보였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몸을 홱 돌렸다.
“누군지 모르지만 밤길 조심하세요. 당신의 정체를 기필코 밝혀낼 테니까. 특히 저 불여시 보라색 머리카락은 확실히 기억해놨어요.”
힐튼 부인이 떠났다.
옆에서 지켜보던 시온이 말했다.
“도련님, 괜찮으시겠습니까?”
“무엇이 말이지?”
“힐튼 백작 부인이라면 언젠가 또 만날 수도 있습니다.”
“괜찮아. 찔리는 건 우리가 아니라 저쪽이니까. 그리고 이 일이 아니더라도 힐튼 가와는 언젠가 부딪치겠지.”
알버스 영지를 둔 영지전에서부터 힐튼 가와는 꾸준히 악연을 쌓아오고 있다.
오늘 힐튼 백작 부인이 노예시장에 왔다는 사실도 지금 안 써먹는다 뿐이지, 나중에 또 힐튼 가가 내 앞길을 막는다면 터트릴 계획이었다.
아무튼 그 시기가 지금은 아니었다.
연락용 수정구가 웅웅 울렸다.
손으로 수정구를 쥐고 마나를 흘리니 하만의 얼굴로 위장한 톰이 모습을 보였다.
-상황이 급하니 용건부터 말하겠네.
“말씀하십쇼.”
-보름달 시장을 맡았던 황혼교도로부터 내게 연락이 왔네. 처음 보는 손님이 노예 확보를 방해했다고 처리해도 되느냐고 물었어.
역시나 황혼 쪽은 내게 하이엘프를 포함한 낙찰된 물건을 순순히 줄 생각 따윈 없었구나.
오히려 값비싼 보물을 많이 보였으니 이참에 나를 죽이고 뭘 가지고 있는지까지 확인할 요량이다.
“그래서 뭐라고 대답하셨습니까?”
-치우라고 했네.
“잘하셨습니다.”
-감당할 수 있지?
톰의 우려 섞인 말에 내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저희는 탐욕을 잡고자 모인 인원입니다. 그 밑의 부하 놈들도 처리 못하면 안 되죠.”
-믿겠네.
“해저동굴 정리하고 복귀하겠습니다. 조합건물에서 뵙죠.
통신이 끊겼다.
옆에 있는 시온을 보자 한동안 꿈꾸는 듯 해롱대던 그녀가 정신이 돌아왔는지 또렷한 눈빛이다.
몸이 아팠던 모양인데 거사를 치르기 전에 정신을 차려서 다행이다.
“여기 계셨군요.”
사회자 알프레도.
나비넥타이에 정장을 이은 키 큰 중년 사내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선한 눈매 사이에 숨겨진 구렁이 같은 속내가 훤히 보였다.
“낙찰된 물건을 드리겠으니 따라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프레도를 따라들어갔다.
해저동굴 깊은 심처로 향한 세 명.
시간이 오래 끌리자 내가 입을 열었다.
“너무 오래 걸리는 것 아닌가.”
“거의 다 왔습니다.”
결국 동굴 안에 넓은 공동에 들어왔다.
공동에는 낙찰된 물건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발광석도 몇 개 없어서 어두컴컴했다.
나와 시온이 공동 한가운데에 섰다.
앞서 가던 알프레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뒤로 돌아 우리를 바라보았다.
“여기인가? 낙찰된 물건은 어딨지?”
“당신에게 줄 물건 따위는 없어.”
알프레도의 태도가 돌변했다.
웃음이 나오려던 걸 참고 일부러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주춤댔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쯤 되면 눈치를 채야지. 얘들아! 나와라!”
발광석의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곳에 몸을 숨긴 황혼교도들이 연장을 손바닥으로 툭툭 쳐대며 등장했는데 그 숫자만 거진 쉰 명은 되어 보였다.
그중에서는 아까 나와 팻말을 들며 경쟁했던 위장 상인들과 귀족들, 입구를 지키던 떡대 문지기, 우리를 안내했던 토끼가면 미녀까지 다양한 군상이 섞여있었다.
“리앙이 이럴 순 없다! 너희는 신용으로 먹고사는 장사꾼 아니더냐! 지금이라도 그만둬라. 당장 이 일을 알려지면 너희는 끝장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야. 여기서 물고기밥이 될 텐데 무엇을 알린다는 말이지? 흐하하핫!”
알프레도가 광소한다.
이와 동시에 장정 하나가 우리가 들어왔던 문에 쇠막대를 끼워넣었다.
철컥!
문고리 사이에 쇠막대가 고정됐다.
혹시라도 도망가서 문을 열지 못하게 단단히 잠가버린 것이다.
“저 문이 열릴 때쯤에 너희는 시체가 되어있을 것이다.”
알프레드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때쯤 되자 나는 도저히 웃음을 참지 못했다.
“푸흡! 푸하하하!!!”
배를 잡고 낄낄대자 알프레도가 인상을 찌푸렸다.
“뭐가 그리 웃기지? 죽을 때가 되니 실성이라도 한 건가?”
“아니. 너희 생각이 너무 같잖아서.”
[윈드 컨트롤] [헤이스트를 발동합니다.]바람이 옅게 발목을 감는다.
동시에 신형이 흐릿해졌다.
내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쇠막대로 단단히 잠긴 문쪽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나는 쇠막대의 양쪽을 잡은 다음에 양팔에 마나를 가득 담아 그대로 구부려버렸다.
우드드드득!!!!
단단한 쇠막대가 엿가락처럼 구부러지며 이제는 문을 잠근 게 아니라 아예 봉쇄해버렸다.
쇠막대가 저렇게 되어버렸으니 이제 철문을 부수지 않는 이상 이곳을 나갈 방법은 없어졌다.
내 기행에 어안이 벙벙해진 알프레도와 황혼교 전사들을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줬다.
“유감스럽게도···갇힌 건 너희다.”
시온이 검을 꺼내 자세를 낮춘다.
나도 허리춤에서 천마검을 뽑았다.
사냥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