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ilure Marquis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72)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72화(72/200)
10장 부화 : 다니던 망나니
탐욕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슬쩍 마법진 중앙에 있던 알을 봤는데 부화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한 듯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대로 내가 탐욕을 붙잡아두고 시온과 캠벨이 알을 부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조금 있으면 톰도 촉수 구체를 부수고 나올 기세니 말이다.
“흐음···”
상황이 여의치 않게 흘러가자 탐욕은 손으로 턱을 받친 채 내가 미노타우르스와 싸운 흔적을 면밀히 살폈다.
그의 시선은 내가 위기 순간에 발했던 스톤 실드와 미노타우르스의 발목을 속박하기 위해서 썼던 나무뿌리에 꽂혀있었다.
“헤논, 헤논, 헤논.”
가면 쓴 중절모 신사가 뭔가 생각하듯이 혼잣말로 중얼댄다.
“단탈레온 소환 때부터 계속 이상했단 말이지. 저렇게 젊은 나이에 익스퍼트의 경지를 밟은 것도 신기한데 난생처음 보는 기술을 쓰고 말이야.”
탐욕이 저리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실제로 단탈레온과의 싸움 당시에 나는 내가 가진 모든 드루이드 스킬을 아낌없이 퍼부었으니까.
공중을 활공하며 악마와 부딪치는 모습을 본 탐욕 입장에서는 내가 평범한 검사가 아님을 진작에 눈치챘을 것이다.
게다가 오늘 시청사 지하 전투에서까지 미노타우르스를 상대로 나무와 돌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압도했으니.
그간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론은 도출한 탐욕은 내 진정한 정체를 알아챘다.
“이 모든 게 성립하려면 헤논 네가 본교가 애타게 찾던 드루이드여야만 가능하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허나 침묵은 긍정이라 했던가.
탐욕의 입꼬리가 귀까지 찢어졌다.
“크핫! 크하하핫! 과연 그랬군! 그랬던 거였어!”
흥분한 탐욕의 말이 빨라진다.
“솔직히 말해서 교주님이 허황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자연법칙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는 존재라니, 그건 반칙이지 않느냐? 하지만 정말로 있었어. 흐흐흐···”
굳이 적의 수다에 어울려줄 이유는 없지.
알이 깨어나기 전에 상황을 종료시켜야 했기에 천마검을 뽑아서 탐욕에게 겨누었다.
시온과 캠벨도 각자 무기를 들고 쇄도할 준비를 했다.
킬독을 해치우느라 피로 범벅된 그들은 고생을 많이 했는지 표정에서부터 탐욕을 죽이고 싶다는 의지가 절절히 드러났다.
한편, 내가 드루이드임을 알아챈 탐욕은 욕심이 뚝뚝 떨어지는 눈길로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좋아.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네놈만큼은 필히 살려서 교주님께 바치겠다. 물론 가는 도중에 팔다리 하나쯤은 없애도 상관없겠지. 헤논 네놈을 데리고 가면 교주님이 과연 어떤 상을 내릴지 궁금하군.”
허황된 꿈을 꾸는 탐욕을 내버려두고 빠르게 레이드 공략을 짰다.
“맷집 좋은 캠벨이 정면으로 달려들어서 탐욕의 시선을 끈다. 빈틈이 드러날 때마다 암살에 특화된 시온이 약점을 공략해. 나는 마지막 마무리를 한다.”
각자의 특징에 기반한 정석적인 전략이었다.
여기서 마무리 일격을 맡은 이유가 있다.
셋중에 내가 가장 강해서도 있지만 탐욕의 실질적인 전투력을 모르는 상황에서 드루이드가 지닌 파마의 힘으로 확실하게 끝내기 위해서였다.
“간다!”
“우워어어!!”
캠벨이 괴성을 지르며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과연 탐욕은 어떤 패를 숨기고 있을까.
유심히 지켜봤더니 그는 가슴팍에서 한 손에 쥘만한 작은 무기를 꺼냈다.
무기를 보자마자 경악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21세기 지구에서 온 나는 모를 수가 없는 무기였기에.
“캠벨! 리볼버다! 장거리 공격에 대비해!”
탄창에 6발의 총알이 들어가는 리볼버.
대관절 총이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아무래도 저것 또한 고대의 유물 중 하나인듯 싶었다.
캠벨도 감이 살아있는 무인이라 내 목소리를 듣고 돌격을 멈추고 즉시 넓은 검면을 방패삼아 몸을 숨겼다.
탕! 탕! 탕!
세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첫 번째 총알이 검면의 중앙에 박히면서 검 전체에 실금이 갔고 두 번째 총알이 검날을 박살 냈으며 세 번째 총알이 캠벨의 옆구리를 스쳤다.
“캠벨!”
보호색으로 위장하고 있던 시온이 다급하게 나와서 캠벨을 데리고 탐욕에게서부터 거리를 벌렸다.
그 사이에 나는 빠르게 탐욕의 무기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단순한 총이라면 상관없었다.
지구에서 쓰던 화기였다면 마나로 강화된 캠벨의 검을 결코 뚫을 수 없었을 테니까.
그런데 탐욕은 단 세 발로 마나소드를 부수고 마나로 강화된 캠벨의 옆구리까지 뚫었다.
이 결과가 발생한 원인은 상대가 들고 있는 총이 단순한 화기가 아니었기 때문.
상대의 총알 또한 기운이 담긴 마나불렛이란 뜻이다.
“귀찮아졌군.”
총구에서 흘러나오는 연기를 입김으로 후 부는 탐욕을 노려보며 캠벨의 상태를 체크했다.
“캠벨, 괜찮나?”
“문제없어. 가볍게 스쳤을 뿐이다.”
방금의 일격이 오히려 캠벨의 투쟁심을 유발했는지 투지가 잔뜩 오른 모습이다.
시온 또한 서늘한 살기를 뿜으며 탐욕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나는 방금의 일격으로 탐욕의 약점이 무엇인지 대강 알 것 같았다.
“원거리 공격을 즐기는 거너라면 근접전이 약점일 수밖에 없지.”
여태껏 탐욕이 보여준 스킬은 이러했다.
균열 발생으로 인한 몬스터 소환술, 생명력을 동력으로 한 촉수봉인술, 마나불렛을 이용한 총기술.
무엇 하나 몸을 부대끼고 싸우는 경우는 없었다.
만약 근접전에 자신이 있었으면 절대 이런 식의 전투는 안 했을 테니 이쪽을 노리면 충분히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을 듯했다.
“시온, 캠벨, 계획을 바꾼다.”
“어떻게 말입니까?”
“내가 정면에 선다. 저 총이 가장 성가시니까 내가 원거리 견제를 해결하는 동안 너희가 마무리 일격을 먹여라.”
이른바 역할 바꾸기다.
이해가 빠른 시온과 캠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크크큭, 머리 맞대고 백날 고민한다고 뭐가 되는 줄 아느냐? 이만 마무리해주마.”
작전 상의할 동안 빠르게 재장전을 완료한 탐욕이 다시 6발의 총알을 들고 나를 겨누었다.
이번엔 맞고만 있지 않는다.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드루이드 스킬을 총동원했다.
[윈드 컨트롤] [헤이스트를 발동합니다.]지하에 부는 바람이 부드럽게 발목에 감겼다. 나뿐만 아니라 시온과 캠벨에게도 감겼다.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자 캠벨과 시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랄 것 없어. 내가 부여할 수 있는 축복의 일환이다.”
지금 상황에서 헤이스트만큼 좋은 스킬이 없다. 스피드가 빨라지면 그만큼 탐욕이 팀원 전원을 맞추기 힘들어질 테니.
“역시 부단장은 볼 때마다 새로운 능력이 생기는군.”
“몸이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시온과 캠벨은 대만족이었다.
속도 버프가 끝이 아니다.
이어서 나는 골렘도 꺼내놓았다.
[우드 골렘을 소환합니다.] [우드 골렘을 소환합니다.] [스톤 골렘을 소환합니다.]중급 드루이드로 승격하면서 2성이 된 우드 골렘들은 훨씬 견고한 나무재질의 골렘이 되었고 무엇보다 두 마리 소환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나무와는 비교 안 될 수준의 경도를 가진 스톤 골렘이 가운데서 딱 중심을 잡아주었다.
원거리 사격을 대신 맞아줄 과녁이 등장하자 탐욕이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것저것 잡기술을 많이 쓰는군.”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문답무용.
더는 말이 필요 없다.
골렘에게 명령을 내리자 세 마리의 골렘이 탐욕을 향해 돌격했다.
거대한 골렘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지축이 뒤흔들렸다.
탕! 탕! 탕! 탕!
총구가 불을 뿜자 마나가 가득 담긴 총알이 골렘의 팔과 다리를 관통했다.
피격당한 골렘이 순간 비틀거리며 움직임을 멈추었으나 이내 주변에서 나무와 돌을 끌어와서 상처 부위를 수복했다.
애초에 골렘은 핵을 부수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주변에서 자기와 동일한 재료를 모아 자가치료가 가능한 존재다.
게다가 핵의 위치는 소환될 때마다 랜덤이라 탐욕이 운이 좋거나 따로 탐지 스킬이 있지 않고서야 핵을 저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제기랄!”
드디어 탐욕의 입에서 육두문자가 터져나왔다.
그의 주무기인 리볼버는 관통력이 좋고 작은 상처로도 큰 타격을 입힐 수 있기에 사람에게는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인간이 아니고 덩치가 큰 골렘 상대로는 심각한 수준으로 상성이 나빴다.
상대도 이 점을 느꼈는지 총구를 돌려서 시온과 캠벨 쪽에 한 발씩 발사했다.
탕! 탕!
시온과 캠벨이 좌우로 흩어지며 아슬아슬하게 총알을 피했다.
만약 헤이스트로 빨라진 속도가 아니었으면 크게 다쳤을지도.
중급 드루이드로 승급하고 온 게 천만다행이다.
“상대는 여섯 발을 모두 쏘았다. 재장전할 틈을 주지마!”
빈틈을 드러났다.
이제는 사냥할 차례.
골렘들이 정면에서 달려오고 시온과 캠벨이 좌우에서 들이친다.
“어딜 감히!!”
불리해진 형세를 직감한 탐욕이 괜히 큰소리를 치며 손에 쥔 연막탄을 바닥에 던졌다.
펑!!
하얀 연기가 시야를 가린다.
이 틈을 노려 뒤로 도약하는 탐욕.
그런 놈의 발목을 내가 소환한 나무뿌리가 휘감았다.
[우드 컨트롤] [바인드를 발동합니다.]“이거 안 놔?”
적이 몬스터를 소환했던 단검으로 재빨리 나무뿌리를 잘라냈지만 시간이 지체된 것만으로도 성공이었다.
이미 나는 그의 지척에 다다랐으니 말이다.
[윈드 컨트롤] [순보를 발동합니다.]스팟—!
헤이스트와 순보의 혼합.
나도 처음 써보는 돌진기였다.
비록 도토리를 섭취하지 않아서 내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아니라지만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빠르기였다.
에메랄드 빛살이 그어지고.
탐욕의 목을 내리그었다.
이어서 들리는 둔탁한 소리.
쩌엉!!
기대했던 손맛이 아니다.
무언가가 천마검과 탐욕의 목 사이를 가로막았다.
분명 최근 융합된 마나를 풀로 넣고 파마의 기운까지 담았는데도 죽이지 못했다.
뒤를 돌아보니 탐욕의 주저앉은 채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고, 그가 쥔 손에는 수정구슬 하나가 깨져있었다.
“헉! 허억!”
짧은 순간에 생사를 넘나들었나.
짐작으로는 탐욕의 가진 구슬 형태의 유물이 내 일격을 막아준 듯하다.
“잡상인이 따로 없군. 도대체 어디서 장난감이 그리 나오느냐?”
하지만 이제 상관없다.
저 구슬마저 깨졌으니.
무작위 공격을 막아주는 방어막 생성 레어템은 많아 봐야 한두 개가 전부일 테니 재차 공격하면 끝이었다.
그리고 이번 공격에서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점이 있었다.
“너···정말로 황혼의 대간부가 맞나?”
확실히 실력은 있었다.
저주와 소환술에 해박하고 배신을 일삼긴 하지만 모략을 꾸미는 솜씨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심지어 이런 거대한 마법진을 형성하고 정체불명의 알을 만드는 것도 아무나 못하는 일인 데다가 신기한 유물까지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장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탐욕의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면…
“너는 마스터가 아니로군. 잘 쳐줘야 익스퍼트 최상급이다.”
바로 본신의 무력이 애매했다.
움직임? 괜찮았다.
안 좋았으면 진작 캠벨이나 시온에게 목이 따였겠지.
다만 괜찮은 것까지가 문제다.
나름 황혼의 7간부란 녀석이 움직임이 대단한 게 아니라 단순히 괜찮다니, 이러면 로이드 후작령에서 집안일을 총괄하는 세바스찬과 다를 바가 없잖은가.
아무리 인재가 없기로서니 내가 황혼교주라면 이런 녀석을 대간부로 삼을 것 같진 않았다.
“크크큭! 크핫하하하!!!”
내 말을 들은 탐욕이 광소했다.
낄낄대는 폼이 우스운 말이라도 들은 모양.
혹시나 탐욕이 실력을 숨기고 있었나 가늠해봤으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다.
본신의 무력은 이게 다였고 유물도 얼추 다 썼으니 끝난 게임이다.
“이것 참, 어지간히 얕보인 모양이야.”
“적어도 북부에서 싸웠던 니플헤임은 너보다 훨씬 강했다.”
“강함을 재단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 법이지. 자기 감정조차 컨트롤 못하고 머리까지 나쁜 그 여자는 황혼의 대간부로써 실격이었다.”
“그래도 우리한테 패배한 너보다야 나은 듯한데.”
시온과 캠벨이 간격을 좁혔고.
천마검을 뽑아서 겨누었다.
탐욕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순간.
그런 상황에서 그는 갑작스레 중절모와 가면을 벗었다.
“!!!”
그간 중절모 가면 신사 컨셉을 유지했던 탐욕이 처음으로 자신의 진정한 외견을 공개했다.
드러난 얼굴은 가히 충격이었다.
가면 아래에는 끔찍한 외모가 숨겨져 있었다.
어디 불에 타기라도 했는지 적어도 3도 화상 이상으로 보이는 탐욕의 얼굴 피부는 촛농처럼 흘러내리다 굳어있었다.
“그래서 가면을 썼었나?”
하지만 눈동자만큼은 아름다웠다.
황토색 토파즈 눈동자.
곰보투성이 얼굴과 대비되어 더욱 몽환적인 빛을 발했다.
눈동자에 점점 빠져드는 느낌.
그런 와중에 탐욕이 입을 열었다.
“헤논···아니지. 김철수 자네, 인제 그만 꿈에서 깰 때도 되지 않았나?”
맹세컨데, 게임 속 세상에 들어온 이래로 가장 놀랐다. 무슨 수를 썼는지 탐욕은 지구에서의 내 이름을 알아냈다.
“무슨 수작이지? 독심술이라도 익혔나?”
“크크크큭, 그럴 리가. 그저 너 혼자 좋은 낮잠을 자고 있지 않나.”
“헛소리하지 마.”
“못 믿겠다면 날 죽여보든가.”
“소원대로 해주지.”
천마검을 들어 탐욕의 심장을 찔렀고 그도 모자라서 확실하게 목까지 날렸다.
이로써 나는 황혼의 대간부를 처치했다.
분명 그래야 했는데···
삐리리리리! 삐리리리!!
어디선가 울리는 전화벨 소리.
이어서 뒤편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흔든다.
“어이, 김 과장! 뭐해?”
벌떡 일어났다.
서류로 수북한 책상.
익숙한 종이 내음.
화면보호기가 켜진 모니터.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기.
“요새 많이 피곤한가? 그래도 전화는 받아야지. 이것 좀 마시고 하게.”
뒤를 돌아보니 내게 인스턴트 커피를 내미는 직장 상사가 보인다.
믿을 수 없다.
이곳은···회사 사무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