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ilure Marquis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74)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74화(74/200)
10장 부화 : 조준한 망나니
황혼의 7사도.
오만, 색욕, 식탐, 나태, 분노, 탐욕, 질투.
질투에 이어 탐욕마저 내 손으로 끝장냈다. 심장에 검이 박힌 탐욕의 눈빛에서 생기가 서서히 사라져갔다.
“흐흐흐···쿨럭!”
황천길을 앞둔 마당에 탐욕은 여전히 입가의 미소를 거두지 않는다.
“무엇이 그렇게 웃기지?”
“솔직히 말해서 네 녀석의 역량은 예상 밖이었다. 본교가 찾던 드루이드인 것도 놀라운데 환상안까지 극복하고 나오다니.”
잠시 기침하던 탐욕이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늦었다. 고대의 저주는 이미 완성되었어. 저길 보아라.”
탐욕이 손짓으로 가리킨 곳은 정체불명의 알이었다. 힘차게 맥동하는 폼이 당장에라도 껍질에 균열이 생길 듯했다.
“저 알은 네가 죽고 나서 처리하면 그만이야.”
“아니, 저 녀석은 이미 깨어났다. 알 속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었지. 크핫하하하!!!”
광소를 터트림과 동시에 괴물알의 표면에 가로로 실선이 그려졌고, 이내 위아래로 갈라지며 새빨간 눈동자가 되었다.
알껍질 표면에 새겨진 섬뜩한 동공은 나와 탐욕을 주시했다.
스팟!!
알의 중심으로부터 뻗어나온 촉수가 시청사 지하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뻗어 나간다.
시온과 캠벨이 전면에 나서서 사샤와 노예들을 보호했고 나 또한 천마검으로 촉수를 잘라냈다.
그 사이에 심장이 뚫린 탐욕의 몸통을 미라처럼 꽁꽁 싸맨 촉수들이 본체인 알 쪽으로 그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입가에 피를 흘리던 탐욕은 나를 보며 마지막까지 킬킬댔다.
“나는 저주받은 채로 태어났지. 그러니 세상 모든 인간에게도 공평하게 저주를 부여할 것이다. 그것이 내 숙명이자 사명일지니.”
쩌어억!
괴물 알은 눈에 이어서 입까지 생겼다.
톱니 이빨이 위아래로 부딪치며 다가오는 탐욕을 맞이한다.
“희생제는 시작되었다. 막을 수 있다면 한 번 막아보거라.”
마지막 유언을 남긴 탐욕은 괴물알에게 발부터 머리까지 뼈째 씹어먹혔다.
우적! 우저적!
탐욕은 고대의 저주를 완성하기 위해 본인마저 양분이 되었다.
자신이 불행했으니 세상 모든 이를 불행하게 하겠다는 욕심으로 점철된 자의 최후였다.
탐욕을 시작으로 마법진에 속박되었던 노예가 하나둘씩 알쪽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저들을 먹히게 놔둘 순 없지.
허벅지에 힘을 불어넣고 공기를 박찼다.
[윈드 컨트롤] [순보 발동]천마검에 치솟은 에메랄드 마나소드가 촉수를 사정없이 절단했다.
괴물알은 제물 흡수를 방해하는 내가 거슬렸는지 공격을 집중시켰으나 사선을 넘나들며 발전한 검술에 맥을 못 췄다.
유려한 검격이 폭풍처럼 쏟아지고 날카로운 빛이 번뜩일 때마다 잘린 촉수들이 무더기로 바닥에 떨어져 꿈틀댔다.
“시온! 캠벨!”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한다.
마법진에 뛰어든 시온과 캠벨이 촉수와 연결이 끊어진 노예들을 들쳐업고 바깥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대부분 기절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때,
퍼석!!
드디어 촉수 구체를 뚫은 톰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나타났다.
“제기랄!!! 이런 하찮은 수에 걸리다니!”
전투 시작부터 탐욕의 노림수에 걸려서 거의 활약을 못하고 갇혀있던 톰이었다.
그는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크고 긴 대물저격포를 옆구리에 끼고 있었는데, 아마도 저 무지막지한 고대유물을 이용해서 봉인을 빠져나온 듯했다.
“괜찮나?”
“물론입니다. 탐욕도 처리했고요.”
“그놈을 잡았다고?”
황혼의 대간부를 잡았다고 하자 톰이 매우 놀랐는지 우두커니 선 채 반응을 못한다.
“조심하시지요.”
그틈을 노린 촉수를 천마검으로 베어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톰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 정체 모를 알만 남았는가?”
“그렇습니다.”
“저놈은 내가 처리하지.”
톰이 전면으로 나서자 기대감이 생겼다.
세븐 스타인 데다가 20년 전 최후의 전투에도 참여했던 그의 진정한 무력은 어느 수준일까.
북부에서 만난 카리나도 엄청났었으니 톰 또한 마찬가지겠지.
무엇보다 톰이 들고 있는 저 기다란 총포가 어떤 용도일지, 만약 내가 생각하는 현대화기가 맞다면 얼마나 위력이 강할지도 궁금했다.
“빌어먹을 놈. 촉수감옥 안에서 마공학포 예열하느라 혼났다. 이제 싹 쓸어주마.”
말이 끝남과 동시에 대물저격포에서 좌우로 튀어나온 지지대가 땅바닥을 깊숙이 뚫었다.
대포를 쥔 톰이 몸을 한껏 뒤로 젖혔다.
저런 특이한 자세를 취한 이유는 아마 반동을 견디기 위해서인 듯하다.
스파이크 달린 신발을 돌바닥에 단단히 박아넣은 톰이 이내 방아쇠를 당겼다.
위이이잉!!!
그러자 포신이 가파르게 회전하면서 안쪽에서부터 눈부신 마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불길함을 느낀 괴물알이 모든 촉수를 톰에게로 향했다.
“어림없다!”
천마검이 화려한 궤적으로 그어서 톰에게로 향하는 촉수들을 차단했다.
마침내 포신의 회전이 멈추었다.
잠깐의 정적.
톰이 나지막이 말한다.
“Fire.”
투콰콰콰콰쾈!!!!
나는 톰이 마공학포라길래 들고 있던 무기가 단발성 대포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쉴 새 없이 토해내는 초당 마력탄의 숫자자 웬만한 기관총 저리가라였다.
상식을 벗어난 연사력으로 사출된 마력탄의 폭파력도 어마무시했다.
하나가 터질 때마다 귀청이 떨어질 듯한 폭음과 함께 촉수들이 가루가 되었다.
무시무시한 마공학포의 위력을 보자마자 톰이 어떤 스타일의 전투가인지 한눈에 이해되었다.
그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조건과 환경만 갖추어진다면 넓은 범위에 강력한 파괴력을 투사할 수 있는 원거리 딜러였다.
“대단하군요.”
한바탕 폭풍이 지나갔다.
포신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방금의 발포가 얼마나 격렬했는지 암시했다.
시청사 지하는 그야말로 폐허가 되어버렸다.
돌과 모래 부스러기로 가득했고 중간에 잘린 촉수가 꿈틀대다가 이내 움직임을 멈췄다.
수백 개의 촉수로 꾸물렁거리던 괴물 알도 그 많던 손발을 모두 잃었다.
알 하나만 덩그러니 남았다.
그런데 나는 괴물알이 조금 전과 같은 무자비한 포격을 버텨냈다는 게 오히려 의아했다.
톰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을 했나 보다.
“이걸 버텨?”
“껍질이 특수한 재질로 되어있습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제법 견고해 보이긴 했었다.
저 정도의 껍질이라면 마나소드는 물론이고 오러 블레이드 정도는 돼야 절삭이 가능할 지도.
그러나 굳이 오러 블레이드를 꺼낼 필요는 없게 되었다.
알이 저절로 깨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쩌적! 쩌저저적!
제물을 흡수하는데 실패한 알이 결국 예정보다 일찍 세상빛을 보기로 마음먹었는지 껍질을 깨기 시작했다.
괴물알의 겉면에 구멍이 나고 그 틈새로 질척한 발이 튀어나와 땅을 디뎠고, 이윽고 알에서 완전히 벗어나 본체를 드러냈다.
“못생겼네.”
기이한 생명체였다.
알의 크기와 비교하면 탄생한 생명체는 작은 편이었다.
약 2m 신장에 이족보행을 하고 얼핏 보면 사람과 흡사한 팔다리를 지녔다.
그러나 손가락 끝 부분은 칼날처럼 날카로웠고, 미끌미끌한 흑회색 피부도 타격이 어려워 보였으며, 탄력 있는 근육이 온몸에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무엇보다 머리통은 단단한 껍질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었는데, 그 모양이 마치 수확을 앞둔 옥수수 같았다.
나를 비롯한 실내의 모든 생존자가 녀석을 주시했다. 놈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시선을 톰과 나에게 고정했다.
[방···해···꾼···]버벅대는 모습을 보니 지능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일찍 깨어난 데다가 충분한 제물을 희생하지 못한 탓이다. 시청사를 급습해서 난리를 피운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레이드 시작이다. 탐욕은 저 괴물을 깨우기 위해 총력을 다했으니 분명 그 이유가 있을 터. 그건 전투를 통해 차근히 알아볼 차례였다.
“톰, 아까의 포격을 다시 준비해 줄 수 있겠습니까?”
“포신 냉각만 끝나면 재발포 가능하네.”
“부탁드립니다.”
“알았네.”
그동안 저 녀석의 전투데이터를 모으기로 했다.
촉수가 사라지자 생존자들을 보호할 필요가 없게된 시온과 캠벨도 좌우로 서서 나를 보조했다.
“방심하지 마라.”
“알겠다. 부단장.”
“알겠습니다.”
삼각형을 유지한 채 천천히 포위망을 좁혔다. 우리의 살기를 피부로 느꼈을 텐데도 괴물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저 우두커니 서서 좌우를 둘러보다가 양팔을 벌린다.
무슨 짓인가 싶어 기다렸더니 이내 머리통을 감싸던 껍질이 일제히 몇 갈래로 갈라진다. 껍질 속에는 놀랍게도 독수리 머리통이 숨겨져 있었는데, 위아래로 쩍 벌린 부리로부터 쩌렁쩌렁한 포효가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아!!!”
강력한 음파가 사방을 휩쓸었고.
이에 직격당하는 순간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육체 능력 80% 저하] [마법 능력 80% 저하] [공포, 혼란, 실명, 출혈 적용] [특수 스킬 강자멸시 적용] [강자멸시 — 다수와 전투할 시 끝날 때까지 적 집단에서 가장 강한 자의 공격을 무시합니다.]괴랄한 디버프의 파도를 맛보니 싸우기도 전에 패배한 심정이다. 그야말로 저주 덩어리 그 자체. 이래서 탐욕이 기를 쓰고 부화시키려고 했나.
[자정작용 발동] [상태이상에 면역입니다.]다행히도 드루이드인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몸이 무거운 것도 잠시, 이내 쌩쌩하게 돌아왔다.
그러나 다른 동료들은 그렇지 못햇다.
전력의 8할이 봉인당한 시온과 캠벨이 이를 악물고 주저앉았고 톰의 얼굴빛도 삽시간에 창백해졌다.
톰은 다른 사람과는 달리 멀쩡하게 서 있는 나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자네는 어떻게 멀쩡하지?”
“드루이드의 능력 덕분입니다.”
“대단하군. 이런 말도 안 되는 저주에서부터 자유롭다니.”
감탄도 잠시, 톰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미안한데 저주에 당해서 제대로 싸울 수가 없어졌네.”
그럴 수밖에 없다.
톰의 스텟이 80% 하향 당한 것도 문제지만 이를 극복한다 해도 저 괴물이 지닌 특수 스킬 때문에 우리 중 최강자인 톰은 실질적인 공격이 불가능했다.
결국은 정상 컨디션인 내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할 수 있겠나?”
“해보겠습니다.”
“부탁하네.”
톰과 시온, 캠벨이 한쪽으로 물러나고.
나와 괴물이 마주했다.
괴물은 저주를 퍼부었음에도 멀쩡한 나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한 번 크게 포효했다.
캬오오오오!!!!
이와 동시에 시스템창이 주르륵 떴지만 역시나 면역상태로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것참, 완전히 천적이 따로 없군.”
어찌보면 나는 괴물에게 최고의 상성을 지닌 셈이다.
천마검을 들고 녀석을 겨누자 의식 속으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애송아, 방심하지 마라. 얼마나 기운을 처먹였는지 내 피부가 다 따끔거릴 정도다.
“검 속에 계시는데 피부가 있습니까?”
-표현이 그렇다는 말이지. 알아서 새겨들어!!
유쾌하게 넘겼으나 천마가 따로 언급할 정도면 독수리 머리통 괴물이 강한 존재임은 확실한 듯했다.
[죽···인···다···]결국 저주가 안 통한다고 판단한 상대가 나와 거리를 좁혔다. 나 또한 근접전을 바랬기에 빼지 않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앙다문 입술에 핏물이 터졌다. 검에 마나를 잔뜩 실어 때렸는데 반탄력 때문에 튕겨 나갈 뻔했다. 절로 신음이 나왔다.
“크윽!”
괴물 녀석도 바닥에 11자 선을 그리며 밀려나 있었다.
그는 자신이 밀려난 것이 용납이 안 되는지 격렬하게 분노를 표출하며 다시 덤벼들었다.
놈의 날카로운 손톱과 내 검이 미친듯이 교차하며 허공에 불꽃을 튀겼고 그때마다 고막이 터질 듯한 파공성이 퍼져 나갔다.
50여합 경과.
폐허가 된 시청사 지하에서 다시 마주보았다.
방금 검을 맞댄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충 견적은 나왔다.
‘기운은 나보다 월등하나 기술이 형편없다.’
오늘 검을 처음 잡은 검사가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는 느낌이 이러할까.
어중간한 검사라면 녀석과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나가떨어지겠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검사들은 기술로 충분히 녀석을 압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방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녀석은 나와 10여 합을 겨룰 때가 달랐고 20여 합을 겨룰 때가 달랐으며 50여 합을 겨룰 때쯤은 이미 비기너를 졸업했다.
검을 나누면서 경악할 수준의 속도로 학습하는 것이다.
‘시간 끌리면 진다.’
단기전으로 끝내야 했다.
드루이드 스킬까지 몽땅 퍼붓기로 했다.
천마검을 들고 교감력을 끌어올린다.
크아아아!!!
저주 괴물이 살기를 내뿜으며 달려들자 이번에는 한걸음 뒤로 빠짐과 동시에 드루이드 스킬로 맞받아쳤다.
[우드컨트롤] [바인드 발동]나무뿌리가 괴물을 속박하자 녀석은 넘치는 힘으로 가볍게 끊어버렸다.
그러나 내 노림수는 지금부터 시작이었으니.
곧바로 골렘들을 움직였다.
[우드 골렘 소환] [스톤 골렘 소환]우드 골렘 2마리와 스톤 골렘 1마리.
거구의 골렘 3기가 사방에서 괴물의 팔다리를 잡고 늘어졌다.
골렘은 무생물이라서 저주에도 멀쩡해서 내심 기대했으나 문제는 골렘보다 괴물의 힘이 월등히 앞섰다.
[귀···찮···아···]촤악!!
날카로운 손톱이 우드 골렘을 갈기갈기 찢고 꽉 쥔 주먹이 스톤 골렘을 부숴버렸다.
[골렘 소환 해제]잠깐 붙들어맨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미 나는 지척에 있었으니까.
완벽하게 뒤를 잡은 내가 검을 들어 녀석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에메랄드 빛이 놈의 목에 직격한다.
데엥—!
칼날이 살갗에 닿은 소리치고는 어색하다. 서늘한 느낌이 들자마자 직감을 믿고 허리를 힘껏 뒤로 젖혔다. 시선이 천장을 향하자마자 날카로운 손톱이 내가 있던 곳을 훑었다.
쌔액!
0.1초라도 주저했으면 그대로 얼굴이 갈려나갈 뻔했다.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괴물은 아쉬운 듯 입맛을 쩍쩍 다셨다.
“제길.”
육두문자가 절로 나온다.
방금 드루이드 스킬로 100% 시선을 끌은 다음에 피할 수 없는 일격을 넣었는데도 실패했다.
파마의 힘이 작용하는 칼날도 베지 못했다는 의미는 저 괴물이 지닌 힘이 이를 뛰어넘는다는 뜻.
천마도 방금 사태를 파악하고 결론을 내려주었다.
-애송아, 저건 지금 네가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적어도 오러블레이드는 되어야지 썰 수 있다.
소드 마스터가 아니라서 죽일 수 없다면 여기서 후퇴해야 할까.
보아하니 도망도 쉽지 않아 보이는데.
설사 도주에 성공한다고 해도 괴물이 도시로 나온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광역 디버프로 상대를 옭아매고 오러가 아니면 타격조차 못 입히며 민첩성과 힘까지 뛰어난 학습하는 괴물.
그나마 저주에 면역인 나도 고전하는 판에 저주를 달고 싸우는 다른 사람들은?
‘재고할 여지도 없이 전멸이다.’
저 괴물이 시청사 바깥으로 나갔다가는 대륙은 몰라도 리앙을 포함한 인근 영지는 멸망할 게 자명했다.
“끝까지 싸워야 합니다.”
-뭐라고? 이 멍청한 놈!
“어차피 선택지가 없습니다. 저놈이 동료들을 데리고 나갈 틈을 주지 않을 겁니다.”
-너라도 빠져나가라는 거다. 혼자라면 가능하지 않겠느냐!
물론 나 혼자라면 충분히 탈출할 수 있다.
허나 여태껏 목숨을 걸고 싸워온 시온과 캠벨을 여기에 버려두라고?
그런 짓은 못한다.
승부를 길게 끌 필요 없다.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눈부신 에메랄드 빛이 사방을 메웠다.
그렇게 최후의 돌격을 감행하려는 찰나,
“헤논! 이걸 받거라!”
옆에서 톰의 목소리가 들리며 갈색 물체가 바닥을 미끄러져 내게 도착했다.
무엇인가 했더니 총신 부분이 넓은 나팔총이다.
반사적으로 총을 집어 허리춤에 매단 내게 톰이 소리쳤다.
“이것까진 감추려 했는데 어쩔 수 없군. 오러 불렛을 발사할 수 있는 총이다. 총알은 딱 한 발. 이것으로 놈을 끝장내라.”
오러 불렛이라.
진짜 별의별 기물들이 많구나.
어차피 이판사판인 상황.
한 번 써보기로 했다.
크아아악!!
괴물이 재차 달려들었다.
손에 휘감긴 흑회색 빛과 검에 담긴 에메랄드 빛이 다시금 격돌한다.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터지는 충격파.
일체의 양보 없는 힘겨루기.
“으윽!”
괴물이 힘싸움에서 우세를 점했다.
나는 뒤로 밀려나고 놈은 앞으로 전진한다.
승리를 예감한 녀석이 징그러운 미소를 짓는다.
바로 지금이다.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드루이드 스킬을 썼다.
[우드 컨트롤] [바인드 발동] [스톤 컨트롤] [스톤 랜스 발동] [스톤 실드 발동]발목을 잡은 나무뿌리가 단단하게 몸을 속박하고, 땅에서 솟은 단단한 암석이 혹시 모를 적의 움직임을 차단한다.
[소···용···없···어]확실히 놈의 말대로 나무뿌리와 돌로는 시간 벌이 밖에 못한다.
그러나 그 잠깐이면 충분하다.
이미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낸 내가 놈의 머리통을 조준하고 있었으니까.
“잘 가라. 만나서 더러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타아앙!!
총성이 울려 퍼졌고.
터져 나온 진액이 시야를 가렸다.
얼굴에 묻은 오물을 손등으로 훔치자 내가 해낸 광경이 보인다.
머리통 전체가 날아간 괴물이 몸통만 남아 허우적대다가 결국 털썩 쓰러진다.
저주에서 태어난 괴물의 말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