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ilure Marquis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76)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76화(76/200)
10장 부화 : 느낌온 망나니
에이든은 자유도시의 경비대장이다.
그는 자유도시 리앙의 안보를 지키는 총책임자임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술을 진탕 먹고 꼴아있었다.
미역 줄기처럼 내려앉은 떡진 머리카락과 먼지와 뒤섞인 채 축 늘어진 콧수염, 빨래한 지 한참 지난 누런 의복.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전형적인 부패한 공무원이라 손가락질하겠으나 여기에도 나름 사정이 있었다.
‘시장님이 변하셨다.’
아마 몇 년 전부터였을 거다.
그때만 해도 에이든은 리앙을 지키는 일에 자부심이 넘치는 사내였다.
비록 도시 특성상 상인조합 입김이 세고 권력이 점차 그쪽으로 넘어가고 있다지만 진정으로 도시를 수호하는 자는 경비대라 생각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예산 삭감이라뇨?”
“그렇게 됐네. 그리고 인원도 축소하게. 훈련 일정도 줄이고.”
“말이 안 됩니다!”
“지금 내 말에 거역하는 건가?”
에이든이 아는 유론 시장님은 저런 식으로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적이 없었다.
어렸을 적부터 삼촌처럼 자신을 돌봐준 시장의 낯선 모습에 에이든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한 번 변한 유론 시장은 그 이후로는 거칠 것이 없었다.
상인조합장 하만과 짝짜꿍하더니 조합의 힘을 대폭 키워주었다.
당연히 상인들은 기세등등해졌고 예상대로 리앙의 경비원들을 동네 똥개처럼 무시해대기 시작했다.
“대장님! 이럴 순 없습니다!”
“맞습니다. 저희가 허수아비 하겠다고 여기서 경비대에 들어온 게 아니지 않습니까?”
“벌써 칼 잘 쓰는 놈 몇 명은 용병하겠다고 경비대를 뛰쳐나갔습니다. 타개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부하들의 탄원에도 에이든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당장 시장님이 변하질 않는데 고작 경비대장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었기에.
뒤바뀐 유론 시장의 행보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시청에서 일 잘하기로 소문난 유능한 인재들은 줄줄이 해고되었고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놈팽이들이 와서 자리를 떡하니 차지했다.
이래선 안 된다며 직언을 날린 충신들은 리앙의 으슥한 뒷골목에서 원인 불명의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비대장인 에이든은 고개를 바짝 낮추고 술만 진탕 퍼먹으며 바보 행세를 해왔던 것이다.
분명 그러했는데···
아침부터 시장의 부름을 받았다
몇 년 만의 호출에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제복이 어디에 있더라···”
흰색 제복을 어디에 두었는지도 까먹었다.
한참동안 방을 뒤져 겨우 찾아낸 제복의 먼지를 털어내고 급히 입은 다음 서둘러 시청사로 출근했다.
유론 시장님과의 마지막 독대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애초에 만남이 전혀 기대가 안 된다. 이번엔 아예 경비대를 폐지하라고 말하려나.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시장실에 발을 내디딘 에이든은 십 년은 늙어 보이는 유론 시장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
최근 보던 유론 시장은 주름살이 펴져서 나날이 젊어지는 느낌이었다.
옷도 잘 입었고 매일 관리를 받았으며 수염과 머리카락, 손발톱 정리로 하루의 상당 시간을 소비했다.
그러나 에이든은 그런 시장이 낯설었다.
무엇보다 반짝반짝 빛나는 외모 사이에서 빛나는 사이한 눈빛이 제일 섬뜩했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비록 피부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머리카락에는 힘이 없었으며 몸집도 깡마르고 왜소해졌으나 눈빛이 선명하다.
에이든이 옛날 옛적에 봐왔던 유론 시장의 선한 눈빛이 돌아온 것이다.
“시장님···?”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니 유론 시장이 자신이 기억하던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모든 게 바뀌었는데 자네만큼은 아직 남아있군. 다행일세.”
그 말 한마디면 되었다.
에이든은 털썩 무릎을 꿇고 오열했다.
“끄흐윽, 돌아오셨군요!”
“자네라면 바로 알아차릴 줄 알았지. 계속 버티고 있어줘서 고맙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이어서 유론에게 속사정을 들은 에이든은 너무 놀라서 혀를 깨물 뻔했다.
그 악독하기로 소문난 황혼, 그것도 대간부가 조합장 하만과 결탁해서 유론을 감금하고 시장 행세를 하고 있었다니.
게다가 이 악몽과도 같은 사태를 해결한 용사는 얼마 전 위쪽 지방에 초신성처럼 나타난 로이드 자작이란다.
“듣고도 믿어지지 않는군요.”
“모두 사실일세. 헤논이 아니었다면 리앙은 진작 대륙 지도에서 사라졌겠지.”
“이 일은···”
“당연히 대외비일세.”
돌아온 상관을 위해서도, 로이드 가문의 악마살해자를 위해서도 그게 좋은 그림이다.
“로이드 자작은 도시 전체의 은인인데도 그 공을 인정받지 못하는 겁니까?”
“그러니 우리라도 챙겨줘야 하지 않겠나.”
“물론입니다.”
“그리고 그 전에···대가리가 사라졌으니 남은 잔당들도 청소해야지.”
에이든의 눈빛에 불꽃이 화르륵 타올랐다.
몇 년간 리앙을 좀먹어왔던 녀석들은 이미 명단으로 정리해둔 상태였다.
유론 시장이 인장 찍힌 문서를 내민다.
“칼을 쥐여줄 테니 칼춤 한 번 춰보게. 그리고 춤이 끝나면 로이드 자작을 이쪽으로 불러오게. 최상의 예를 갖춰서.”
“명을 받들겠습니다.”
칼자루에 손을 올린 채 집무실을 나가는 에이든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그날부로 시청사를 포함한 모든 관공서와 상인조합에는 대격변이 벌어졌고.
몇 년 동안 리앙에 작열하던 폭염이 가시자 이내 시원한 산들바람이 살랑거렸다.
* * *
성대한 환영을 받으며 시청사로 들어갔다.
주점에서부터 시작했던 환대는 건물 안까지 이어졌다.
리앙의 상징인 활공하는 독수리상이 달린 8두마차가 입구로 들어서자 경비대 전부가 받들어 창 자세를 취하며 예를 취했다.
자신의 이름을 에이든이라고 밝힌 경비대장이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
“도착했습니다. 하차하시면 시장님께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까부터 이 경비대장 과도할 정도로 나에게 깍듯하다.
뭔가 알고 있기라도 한 걸까.
집무실에 들어갔더니 톰이 미리 도착해서 소파에 앉아있었다.
유론과 차를 한잔하고 있던 그는 나를 보고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리앙의 영웅이 오셨군! 아니지, 대륙의 영웅이라 해야 하나.”
“부끄럽습니다.”
“겸손도 지나치면 실례인 법이야. 헤논 자네가 세운 업적은 적어도 자네 세대에서는 유일무이할 걸세.”
톰이 내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가장 상석에 앉아있던 유론이 호의 가득한 얼굴로 나를 맞이해주었다.
“며칠 새에 시장님 얼굴이 많이 좋아지셨군요.”
“밀린 일을 처리하니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속이 시원해졌네.”
“그래도 갇힌 기간이 제법 오래였습니다. 과도한 근무는 지양하셔야 합니다.”
“핫하하!! 자네가 목숨을 내걸고 괴물과 악전고투하는 장면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어찌 늙은 몸 건사하겠다고 농땡이를 피우겠나?”
갑자기 얼굴에 미소를 거둔 유론 시장이 벌떡 일어나더니 고개를 깊이 숙였다.
“리앙을 대표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네. 자네로 인해서 우리는 구원받았고 새 삶을 얻었으니. 오늘부로 헤논 로이드 자작은 리앙을 자신의 집처럼 여겨도 될 걸세.”
그에게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감정이 절절히 묻어나왔다.
“마땅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인데 도움이 되어서 기쁘군요.”
“허허, 로이드 후작께서 자식 교육을 잘 시켰어.”
격세지감이란 말이 있다.
망나니로 모두에게 질타받았던 시기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내 행동이 아버지 얼굴에 금칠을 해준다.
“물론 방금처럼 너무 눈에 띄게 환영을 해주시면 곤란합니다.”
“알고 있네. 이번만 특별히 에이든에게 명령을 내린 걸세. 다음부터는 은밀하게 초대하겠네.”
이밖에도 유론 시장은 이번 탐욕 토벌에 관한 뒷처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자네가 말했던 대로 시청사 지하에 있었던 일은 비밀에 부쳐질 걸세.”
“황혼의 대간부가 죽은 일입니다. 억지로 눈과 귀를 가린다고 그게 가려질까요? 황혼교는 반드시 알아낼 겁니다.”
황혼교가 내게 두 명의 간부를 잃긴 했어도 결코 물렁한 집단은 아니다.
특히나 아직 다섯의 대간부와 교주가 건재하기에 방심은 금물이었다.
내 질문을 예상했는지 유론 시장이 옆에 있는 톰을 가리키며 말했다.
“탐욕은 여기 계신 톰님이 단독으로 처리한 걸로 음지에서 소문을 퍼트릴 계획이라네. 황혼교는 그 소문을 믿게 되겠지.”
톰이 홀로 탐욕을 잡았다고 거짓 소문을 퍼트린다라.
제법 묘안이었다.
어쨌든 톰은 세븐 스타라는 휘황찬란한 명함을 지니고 있으니 탐욕을 잡았다 해도 황혼교는 납득하겠지.
무엇보다 탐욕은 배반한 순례자였으니 더더욱 소문에 힘이 실린다.
옆에서 나와 유론의 대화를 경청하던 톰이 나섰다.
“자랑은 아니네만, 황혼교가 아무리 강성해도 순례자 모임은 건드리기 부담스러울 걸세. 애초에 탐욕에게 그 정도 의리를 가진 집단도 아닐 테고. 아무튼 황혼이 이번 일로 자네를 노릴 일은 없게 만들 테니 걱정 붙들어 매게.”
나를 배려해주려는 유론과 톰의 안배가 느껴졌다.
“감사합니다.”
“자네가 해준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 그리고 나 유론은 은인에게 생색이나 내는 사람이 아닐세. 자유도시 시장이 마음먹으면 어떻게 은혜에 보답할 수 있는지 보여주지.”
유론이 손가락을 튕기자 그때까지 방 안에 있던 경비대장 에이든이 커다란 나무 궤짝을 가져와서 탁자에 쿵 올려놓았다.
신체 건장한 데다가 익스퍼트 고수로 보이는 에이든이 저 정도로 무거워할 정도면 안에 내용물이 잔뜩 들은 모양이다.
“설마···”
“그 설마 맞네.”
궤짝의 뚜껑을 열자 찬란한 금빛 향연이 펼쳐졌다. 안에 골드가 몇 개나 들었는지 추산이 어려울 정도. 유론 시장이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총 100만 골드라네.”
100만 골드.
한화로 따지면 1조 원 상당의 어마어마한 재산이었다.
나는 재산의 규모도 규모지만 1조 원을 즉시 현물 지급할 수 있는 리앙 시장의 재정 상태가 놀라웠다.
“이런 큰돈은 받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탐욕이 노예시장을 운영하면서 부당하게 축재한 재산 중 일부일세. 심지어 뇌물까지 받아서 집에 금덩어리가 굴러다니더군.”
“헤논, 그냥 받거라.”
옆에서 톰도 권했다.
“자네에게 아공간 주머니가 있다는 말을 유론 시장님께 귀띔해줬네. 그랬더니 통 크게 준비해 주셨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받아야지.
물론 지금의 나는 아르니아 대륙에서 손꼽는 부자다.
드래곤 레어에서 얻은 황금산으로 웬만한 작은 왕국 하나 세울 정도니 말이다.
그래도 황금은 다다익선이니 있을 때 챙겨두기로 했다.
스르륵
아공간 유물의 뚜껑을 열자 그 많던 100만 골드가 소용돌이를 그리며 호리병 안을 빨려 들어갔다.
호리병을 쓰다듬었더니 황금산의 고도가 전보다 높아진 게 확실히 체감된다.
“좋은데 쓰겠습니다.”
“아직 끝이 아니네. 진짜 주고 싶은 선물은 따로 있어.”
유론 시장은 책상 서랍 속에서 고급 수실로 동봉된 두루마기를 건넸다.
두루마기 겉면에는 빛나는 인장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는데, 그의 말로는 시장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인장이란다.
룬문자로 음각되어 있어서 위조가 불가능하다고 유론은 덧붙였다.
“이게 무엇입니까?”
“한 번 열어보게나.”
무엇인가 싶어서 열었더니.
안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자유도시 리앙은 헤논 로이드 자작을 명예상인조합장이자 새롭게 창설될 수호군의 총사령관으로 임명하는 바이다.-시장 유론-]
명예상인조합장.
수호군 총사령관.
둘 다 범상찮은 이름이다.
“이번 탐욕 사태를 겪으면서 뼈저리게 느꼈네. 상인을 키워주는 건 좋으나 필요 이상의 권력을 부여했다간 도시 전체가 마비된다는 사실을 말이야.”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회에 리앙의 공권력을 키워줄 수호군을 창설하기로 했네. 그리고 나는 자네가 군대의 총사령관이 되어주길 바라네.”
유론 시장이 수호군을 어느 정도 규모로 창설할지는 모르겠으나 리앙이란 도시가 가진 거대한 부로 짐작할 때 그 규모가 상당할 것은 자명했다.
“아쉽게도 저는 리앙에 붙어있기 힘듭니다. 시장님도 제가 로이드 가문의 후계자임을 아실 텐데요.”
“물론 리앙에 항시 상주하며 군대를 지휘하라는 말은 아니네. 평상시에는 여기 경비대장 에이든이 실질적으로 운영할 걸세.”
“그렇다면 제가 총사령관인 이유가···아!”
말을 하고 깨달았다.
유론이 나에게 무엇을 주었는지를.
그는 나에게 유사시 리앙의 군사를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다.
로이드 영지의 사정이 어렵거나 급하게 무력이 필요할 경우 총사령관의 자격으로 군대를 차출할 수 있다니.
이건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기회였다.
“하지만···이건 너무 큽니다.”
“로이드 자작, 내가 리앙 수호군 병사를 어떻게 모집할지 아는가?”
“고견을 들려주시지요.”
“노예병들로 구성할 계획이네.”
그의 말은 이러했다.
앞으로 리앙에서 노예 거래는 금지할 테지만 칼로 무 자르듯 단번에 근절은 힘들다고.
조금씩 공급자와 소비자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때 발생하는 오갈 데 없는 노예 위주로 수호군을 꾸린다는 계획이었다.
“노예 중에서는 억지로 끌려온 자들도 있지만 정말 가족도 친지도 지낼 곳도 없어서 노예가 된 자들도 있네. 그런 이들을 따로 모아 군대로 육성하는 게지.”
“좋은 일입니다.”
“어차피 그들은 자네가 아니었다면 일평생 노예로 살아야 했어. 지옥 같은 운명에서 건져줬으니 적어도 자네의 부름에 답할 준비는 되어있어야 합당하다 보네.”
“수호군의 규모는 어떻게 보십니까?”
“적어도 1만 이상을 생각 중이네.”
1만 군대.
70억 인구가 사는 지구에서 1만은 적어 보이나 아르니아 대륙에서 순수한 군사 1만은 정말 많은 수였다.
그런 1만 상비군을 즉시 동원할 능력이 생겼으니 종잣돈만큼이나 든든했다.
“또한 탐욕과 결탁했던 조합장 하만을 대신에서 새로운 상인조합장을 인선할 텐데, 지금껏 나와 버금가는 권한을 휘둘렀던 상인조합장을 견제하는 의미로 자네를 명예상인조합장으로 임명할 걸세.”
수호군과 달리 명예조합장은 정말로 명예직이어서 내가 상인조합에 관여할 권한은 없었다.
그러나 내가 리앙에 머물며 사업할 노릇도 아니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명예조합장에게는 리앙 상인조합에서 들어오는 매해 수익의 5%를 받는다는 깨알 같은 꿀조항이 있었다.
갈퀴로 돈을 쓸어모으는 상인 조합에서 5% 수익이 일 년마다 내 주머니로 들어온다는 건 세상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대륙 최고 연금이었다.
나는 그 5%를 3:7로 나누어서 7은 로이드 영지로, 그리고 3은 알버스 성의 푸른매 용병단에게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푸른매 용병단?”
“그렇습니다. 제가 사적으로 키우고 있는 용병단입니다.”
푸른매 용병단장 라칸은 현재 내가 건네준 아슬란 서책을 바탕으로 사설 용병단을 키우는 데 여념이 없다.
딱 봐도 돈이 많이 들어갈 텐데 매해 리앙에서 어마무시한 거금이 꽂힌다면 장사꾼 기질이 넘치는 라칸은 어떻게든 내 마음에 들기 위해 용병단 육성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구먼.”
“저 또한 제 앞길을 위해서 달렸을 뿐인데 과분한 보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맘 같아선 자네를 내 딸과 결혼시켜서 사위 삼고 싶었네. 오늘따라 내가 독신주의자라는 게 어찌나 아쉽던지.”
“하하하···”
멋쩍은 마음에 뒤통수를 긁적였다.
결혼까지 시켜주겠다는 시장의 마음은 고마우나 지금 내게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혹시 제가 처치한 저주 괴물의 시체는 어떻게 처리하실 예정입니까?”
괴물의 사체 얘기가 나오자 유론의 이마에 주름살이 접혔다.
“그게 고민이 많아. 우선 시청사 지하에 방치해두긴 했는데 워낙 불길해야 말이지. 무턱대고 땅에 묻기도 그렇고.”
“혹시 그 사체를 제게 주실 수 없겠습니까? 요긴이 쓰일 곳이 있습니다.”
사체를 가져가겠다는 말에 시장은 쌍수를 들며 환영했다.
“그래주면야 좋지. 어째 자작은 내 가려운 곳을 잘도 긁어주는구먼.”
“시장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니 이보다 건강한 관계가 어디 있겠는가? 시간 될 때마다 리앙에 놀러 오게. 자유도시는 언제나 로이드 가문을 환영하네.”
문앞까지 시장의 배웅을 받았다.
경비대장 에이든의 안내를 받으며 시청사 지하로 내려가는 길.
동행하던 톰이 묻는다.
“도대체 그 끔찍한 괴물의 시체를 왜 보고 싶다는 건가?”
보통은 톰의 말이 맞다.
다른 악마도 아니고 저런 저주 덩어리 괴물은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부정타겠지.
하지만 내 일행 중에는 마기와 사기에 환장하는 친구가 있었으니, 벌써 냄새를 맡은 녀석이 호리병 안에서 꿈틀댄다.
느낌이 온다.
이번에야말로 요 어린 헤츨링의 얼굴을 볼 수 있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