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ilure Marquis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94)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94화(94/200)
12장 잠식 : 흡수한 망나니
리앙에서 탐욕을 처치한 공로로 톰이 선물한 오러불렛 리볼버.
순례자 집단에서도 극비로 취급하는 이 권총은 지극히 불리한 상황도 일발역전이 가능한 사기템이다.
오러가 담긴 총알을 어떤 원리로 만드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명중만 한다면 아르니아 대륙의 웬만한 상대는 모조리 처치할 만한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한다.
따라서 나는 천마가 알려준 핵의 위치를 노리고 오러불렛을 쏘아서 크리트탈 골렘을 침몰시켰다.
[말도 안 돼!!]멀린은 철석같이 믿었던 크리스탈 골렘이 부서지자 충격이 컸는지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비틀댔다.
큰 고비를 넘겼으나 방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뒤편에서 내가 소환한 골렘들이 전멸하기 일보직전이었고 바인드로 소환한 나무줄기 또한 목숨을 다해가고 있었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이 모든 재앙의 원흉인 멀린을 죽여야만 내 승리였다.
길었던 전투를 종결짓기 위해서 오러불릿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리볼버의 탄창 수는 총 여섯 발.
그것도 방금 한 발을 써서 다섯 발이 남았다.
“끝이다. 멀린.”
총구가 불을 뿜는 순간까지만 해도 이겼다고 생각했다.
어디선가 불어온 돌개바람이 멀린을 휘감고 날아오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스핏!
아까운 오러불렛이 멀린의 잔영을 스쳤다.
오러불렛 4/6
남은 잔탄 수는 네 발.
하늘로 떠오른 멀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요상한 무기를 쓰는구나.]방금의 사격으로 깨달은 점이 있었다.
아무리 오러불렛이 강력하다 할지라도 맞추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그리고 멀린은 내 공격을 회피할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
[순보]바람의 힘을 타고 하늘로 올라왔다.
이제는 공중전이 되었다.
허공에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대치했다.
[저항은 무의미하다. 지금이라도 항복해라. 그리고 손에 든 무기는 너한테는 과분해 보이니 내가 압수하겠다.]“입에서 똥 같은 소리만 나오는군.”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겠다면 어쩔 수 없지.]말은 저렇게 해도 멀린은 섣불리 달려들지 않았다.
아까 혼쭐이 나서인지 오러불렛을 지극히 경계하는 기색이었다.
대신에 돌로 이루어진 창을 생성해서 무차별 포격을 퍼부었다.
쾅! 쾅! 쾅! 쾅!
비처럼 쏟아지는 돌덩이를 천마검술로 모조리 쳐내고 부수고 잘라냈다.
상대도 이를 악물고 돌을 퍼부었다.
하늘에서의 전투는 팽팽히 균형을 이루었다.
반면에 땅에서의 전투는 그렇지 못했다.
내가 소환한 골렘이 부서지고 나무뿌리마저 전부 먹혀버렸다.
땅에서의 전투를 승리한 멀린의 돌과 나무들은 이제 하늘에 있는 나를 목표로 하여 공격을 개시했다.
골렘이 투포환 자세를 취하고 하늘에 떠있는 나를 향해 커다란 바위나 통나무를 던졌고, 나무뿌리가 점점 높이 자라서 연신 내 몸통을 휘감으려 했다.
[끈질긴 생명력 발동]안 그래도 멀린이 소환하는 돌창을 상대하느라 손발이 어지러운데 밑에서 올라오는 공격까지 방어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그나마 도토리를 섭취했고 체력회복 스킬이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진작에 실수가 나서 잡혀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버티는 것도 잠시다.
계속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언젠가는 내 쪽에서 먼저 밀린다.
이대로는 안 된다.
무슨 수가 없을까 했을 때.
허리춤에 매단 호리병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
그러고보니 성역에는 나 혼자 들어온 게 아니었지.
정신이 없어서 까먹고 있었는데 어린 드래곤 코코도 동행했었다.
코코는 아공간 호리병 속에서 오늘 전투를 생생히 관전했을 터.
그런 코코가 호리병 안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으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코코! 신호하면 호리병에서 뛰쳐나가서 평상시에 캠벨에게 하고 싶었던 짓을 저 사람한테 해 봐. 할 수 있겠어?”
호리병이 좌우로 짧게 까딱였다.
긍정의 표시였다.
코코와의 의논이 끝났다.
이제는 최후의 승부수를 띄울 뿐.
방어를 도외시하고 한 방을 노린다.
[헤이스트]+[순보]쓸 수 있는 바람 기술을 모조리 혼합하여 최고 속도로 놈에게 쏘아져 나갔다.
내가 지나간 길을 따라 구름이 좌우로 갈라졌다.
“크하하하하!! 결국 무리수를 두는구나!”
멀린의 공격이 내 몸에 적중할 때마다 핏물이 튀고 격렬한 통증이 내 몸을 휩쓸었다.
돌창이 어깨를 관통하고 아래에서 올라온 나무줄기가 내 발목을 부러트리고 골렘이 던진 돌조각이 옆구리에 박혔다.
방어를 포기한 전략이었기에 피해를 보는 와중에도 놈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에만 집중했다.
-애송아! 왼쪽으로 1보, 오른쪽으로 2보, 다음은 정중앙이다!
급박한 순간에도 천마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선택했고, 마침내 멀린 앞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놈과 나와의 거리는 불과 10m.
말 그대로 코앞이다.
현재 내 꼴은 완전히 만신창이었다.
전신이 흙투성이에 의복은 피에 젖어서 붉게 물들었고 발목 하나가 이상한 각도로 뒤틀려 있었다.
옆구리 쪽에는 지금도 피가 울컥울컥 새어나왔다.
[흐흐흐···투지 하나만큼은 칭찬해주마. 하지만 여기까지다. 이만 발악을 포기하고 나와 하나가 되자꾸나.]멀린이 양팔을 좌우로 활짝 벌렸다.
그러자 공중에 떠돌던 자그마한 자갈들이 그의 손을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다닥다닥 붙어서 일정한 형태가 이룬 자갈들은 어느새 커다란 거인의 손이 되었다.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지금 저 거대한 손바닥을 맞부딪혀서 나를 압사시키려는 속셈이다.
[죽어라.]어두운 음영이 드리웠다.
놈은 이 순간에도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오러불렛을 경계하는 기색이었다.
굳이 이런 거창한 공격을 시도한 이유도 면적 넓은 거인의 손이 내 시야를 가려서 정확한 조준을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저렇게 잔뜩 움츠린 상태에서는 총으로 끝내는 게 불가능하다.
힘들게 만든 기회이니만큼 녀석의 방심을 유도해서 확실한 틈을 만들어내기로 했다.
우선 천마검을 역수로 쥐고 힘껏 던졌다.
쐐애애액!!!
멀린은 설마하니 내가 주무기를 버릴 줄은 몰랐던 듯했다.
잠시 멈칫하던 그가 이내 고개를 살짝 기울여 투척물을 피해냈다.
[검사가 검을 던지다니. 급하긴 급했나 보구나.]“그래? 그러면 이건 어때?”
다음에 던진 건 바로 리볼버.
멀린이 그토록 경계하던 그 무기를 멀린의 가슴을 겨냥하고 던졌다.
[어···어?]아까부터 내내 신경 쓰이던 무기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전투가 시작된 이래로 멀린이 가장 크게 당황한다.
지금 멀린은 내가 이해가 안 될 거다.
이 상황을 역전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를 오히려 적에게 헌납하는 꼴이 되었으니까.
한편으로는 단 한 발로 그 강력했던 크리스탈 골렘을 무너트린 리볼버가 욕심나겠지.
실제로도 나를 죽이고 그 무기를 가져가겠다 호언장담했으니 말이다.
과연 멀린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결과는 뻔했지만 차분한 눈빛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으하하핫!!]역시나 놈은 욕심을 이기지 못했다.
헛웃음을 터트린 놈이 손에 모여있던 돌덩이를 죄다 땅에 떨구고는 날아오는 권총을 허둥지둥 양손으로 받았다.
[멍청한 놈. 너한테 있던 가장 강한 무기를 나한테 주다니. 미치기라도 했나?]“멍청한 건 너야.”
누누히 말하지만 놈과 내 거리는 어느새 10m 안짝이었다.
놈은 오러불렛을 소유할 욕심에 눈이 벌게져서 거인의 손을 해제한 상태.
이만한 거리에서 무방비한 적이라면 아무리 부상이 심해도 맨손으로 때려눕힌다.
접근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놈의 신체능력은 평범한 노인과 다름없다.
멀린은 그동안 진행됐던 전투 양상이 거리를 좁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나와 그런 나를 막아 세우는 줄다리기였다는 걸 잠깐이지만 깜빡한 것이다.
그리고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던 나는 그가 내준 잠깐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헤이스트]+[순보]성치 않은 발목에 최대로 힘을 불어넣어서 놈에게 쇄도했다.
주먹을 꽉 쥐고 옥수수를 모조리 날려버릴 생각으로.
다가오는 나를 본 멀린이 피식대며 방금 주운 권총의 손잡이를 잡고 총구를 내 쪽으로 돌린다.
[마침 위력이 궁금했는데 딱 좋은 시험대상이 있네. 네가 준 무기로 직접 끝내주마.]그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코앞에서 상대가 다가오는 상황인데 여기서 총을 못 맞춘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완전한 방심 상태.
내가 의도한 바 그대로였다.
“지금이다!!”
“뀨뀨!”
신호를 주자 아공간 호리병에 있던 코코가 튀어나와 멀린에게 뛰어든다.
[뭐야?]둘 사이에 웬 시커먼 새끼용이 나타나자 동공이 확장되는 멀린.
이런 전개는 상상조차 못했겠지.
서둘러 방아쇠를 당기려 했으나 늦었다.
이미 코코는 코앞에 당도해 있었으니.
“뀨우우우우!!!!!”
퍼억!!
타아아앙!!!
코코의 몸통박치기가 멀린의 아래턱에 적중함과 동시에 고막이 찢어지는 총성이 울려 퍼졌다.
볼가에 화끈한 열기가 피어오르며 옅은 혈선이 생겼다.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오러불렛이 1cm만 안쪽으로 파고들었어도 광대뼈 전체가 함몰될 뻔했다.
그러나 코코의 박치기가 성공하면서 멀린의 몸이 흔들렸고, 자연스럽게 총구가 위로 올라가면서 심장에 박혀야 할 총알이 얼굴 옆을 스친 것이다.
“아슬아슬했군.”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고 했던가.
도박수가 성공하자 당장 눈앞에 보이는 건 무방비로 훤히 드러난 멀린의 몸통이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참 멀었지만 어떻게든 도달했다.
드디어 응징해줄 차례였다.
“일단 한 대 맞고 시작하자.”
[감히!]멀린이 서둘러 권총을 또 한 발 쏘려고 했지만 어림없는 짓이다.
내 주먹이 훨씬 빨랐다.
손아귀에 힘을 꽉 주고 그의 오른쪽 턱을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빠아아아악!!!!
경쾌한 타격음.
일부러 마나를 빼고 순수한 주먹으로 타격했다.
어퍼컷을 제대로 얻어맞은 멀린은 눈이 풀린 채로 손에서 권총을 놓치고 하늘에서 추락했다.
쾅!
먼지구름을 자욱이 일으키며 지면에 떨어진 그는 비틀대면서도 어떻게든 저항하려 했다.
[이럴 수는···커허억!]퍽! 퍽! 퍼억! 퍼어억!!
주먹을 사정없이 내리꽂았다.
드루이드 스킬을 쓰려고 해도 코앞에서 얻어맞는데 집중이 될 리가 없다.
그조차도 의식이 흐려지자 멀린이 소환했던 골렘과 돌창, 나무뿌리들이 이내 의지를 잃고 자연으로 되돌아갔다.
“그간 네놈에게 희생된 사람들을 대표해서···아니다. 그냥 띠꺼우니까 좀 맞자.”
거창한 명분을 대려다가 귀찮아서 그냥 비 오는 날 먼지 나듯이 팼다.
약 십여 분을 정말 공들여서 때렸다.
한계 이상의 데미지를 받은 멀린은 죽음이 임박한 상태가 되었다.
쿨럭대며 입에서 피를 토한 멀린이 중얼거리며 유언을 내뱉었는데, 그 내용은 이러했다.
[인간과 엘프만으로는 부족해···그릇된 이치가 지배하는 이 세계는 멸망하는 게 더 나을지도···]무섭도록 집요하다.
이토록 강한 의지였기에 리처드 대장로를 포함한 수많은 엘프와 인간을 잠식시킬 수 있었겠지.
대단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아르니아 대륙을 구하고 시온 라이크를 탈출하려는 내가 그의 뜻에 동조해 줄 순 없다.
조금 전에 던진 천마검을 주워들어 높게 쳐들었다.
“다음 생에는 원하는 바대로 태어나시길.”
푸욱!!
천마검이 멀린의 몸을 꿰뚫으며 바닥에 꽂혔다.
검에 관통된 멀린의 눈동자의 빛이 점점 희미해지다가 이내 마지막 생기를 내뱉고 호흡이 멈췄다.
길었던 싸움의 마무리였다.
“하아, 어려웠다.”
이 정도로 치열하게 진행될 줄은 몰랐다.
리처드 대장로만 처리했으면 어렵지 않았을 텐데 난데없이 안에 숨어있던 멀린의 화신까지 상대하는 바람에 일이 커졌다.
성역에 해당하는 산 정상이 초토화되었으니 지금쯤 아래쪽에서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겠지.
일행들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소식을 전해주기 전에 해야할 일이 있었다.
“황금가지 하나 얻기 더럽게 힘드네.”
멀린이 죽는 와중에도 손에 꼭 쥐고 있던 황금가지를 꺼냈다.
찬란한 금빛을 흘리던 가지는 내 손에 닿자마자 비로소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났다는 듯 엄청난 기세로 내 몸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일곱 개의 황금가지 중에 벌써 세 번째 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