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te of the Perennial Sub Male Lead is in My Hands RAW novel - Chapter (137)
닷새가 지났다.
마리엔은 후궁들을 환영하는 뜻에서 성대한 축하연을 열었다.
다들 즐겁게 먹고 마시는 가운데, 황제의 전령이 도착했다. 전령은 오늘 밤, 폐하께서 방문하실 예정이라고 했다.
그 말은 연회장에 활기를 더하기에 충분했다.
단순한 방문일 뿐일까? 아니면 누군가를 선택하시려나? 입궁 첫날부터 폐하의 지명을 받을 행운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후궁들의 가슴은 오늘 황제를 모시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그래서인지 차려진 산해진미를 입으로 가져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시종에게 부기를 빼주는 차를 조용히 부탁하는 이도 보였다.
마리엔은 이들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술잔을 들고 일어섰다.
“어려운 선발 시험을 거쳐 내궁에 들어온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히 마리엔에게 몰렸다.
마리엔은 앞으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어려워 말고 저를 찾아달라고 덧붙였다.
이제 전 후보를 평가하는 윗사람이 아니라, 여러분이 내궁에서 잘 지낼 수 있게 돕는 사람이라고도 말했다.
“선발 기간의 제 행동을 무례하다고 느낀 분도 계실 거예요.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립니다.”
후궁들은 머리 숙여 사과하는 마리엔에게 놀란 기색이었다.
황제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 마리엔이 이리도 몸을 낮출 줄은 몰랐나 보다.
“여러분,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마리엔은 밝게 웃으며 술잔을 높이 들어올렸다. 후궁들도 저마다 술잔을 들어 화답했다.
시원스레 잔을 비운 마리엔은 제가 특별히 아끼는 갈색 머리 미남들에게 다가갔다.
마침 2조 출신 네 명이 모여 있었다.
“전 여러분께 큰 기대를 걸고 있어요. 모쪼록 내궁에서 잘 지냈으면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어떤 지원을 해드리면 될까 고민했거든요.”
마리엔은 15번 후보였던 연한 구릿빛 피부의 다비드를 쳐다보았다.
“다비드 님은 빚 걱정 내려놓고 폐하를 모시는 데에만 전념하면 돼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인지…….”
“남은 빚을 제가 청산했다는 뜻이죠.”
마리엔이 방긋 웃었다.
“아버님께서 생전 은행에서 빌린 돈은 그래도 법정이자가 붙고 있는데, 문제는 고리대금 쪽이더군요. 그놈들, 비싼 정장을 빼입고는 멀쩡한 금융업자 행세를 하던데요.”
마리엔은 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그놈들처럼 비열하고 폭력적인 종자라고 말했다.
“은행 대출은 문제없이 다 갚았고요. 감방에 가야 할 놈들은 감방에 처넣었답니다. 죽을 때까지 감옥 밖으로 못 나온다는 장담은 할 수 없지만요. 17년 형을 선고받았으니까……. 그때쯤이면 다비드 님도 내궁에서 한자리하고 계실 테죠?”
다비드는 뭐라 대답해야 좋을지 모르는 얼굴이었다.
입술을 달싹거리기만 하다가 간신히 뱉은 한마디가 이랬다.
“그게, 그게 얼마나 큰돈인데.”
“다행히 제게 돈이 많아서요. 계좌에서 거액이 빠져나갔는데도 마치 백사장에서 모래 한 컵을 덜어낸 정도에 불과하더라고요.”
마리엔은 다비드의 팔뚝을 가볍게 두드렸다. 어깨를 두드리지 못한 이유는 순전히 키 차이 때문이었다.
“어머님과 누님께도 이제 편히 지내시면 된다고 말씀드렸어요.”
마리엔은 이어서 쌍둥이를 보았다.
“친구를 해친 범인을 쫓고 있죠? 놈이 근거지를 수도로 옮겼다는 정보에 고향인 북부를 떠난 지 반년이 넘었고요.”
쌍둥이 형인 알릭세이는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눈으로 마리엔을 쳐다봤다.
“최근에 수상한 자가 두 분에게 접근했던데요. 후궁 선발에 나가면 놈의 행방을 찾아주겠다면서요. 제 수하를 시켜 조사해봤는데 그자의 의도가 뭔지는 몰라도 믿을 만한 인간은 아닌 것 같았어요.”
“왜죠?”
쌍둥이 동생인 세르제이가 물었다.
다른 후궁이 알아서 좋을 게 없는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모두 약속이라도 한 양 속삭이다시피 말하고 있었다.
“그자가 두 분에게 접근한 지 한 달이 넘었잖아요. 쓸 만한 정보는 못 건졌다 쳐도, 사람을 풀어 알아보는 중이어야 하는데.”
마리엔이 어깨를 으쓱했다.
“조사에 착수조차 안 했던걸요.”
“그럴 리가……. 우리한테는 진전이 있다고 했어요.”
“거짓말이에요. 두 분이 넘긴 자료를 펼쳐보지도 않고 사물함에 처박아놨다고 해요.”
마리엔은 휴고가 들려준 그자의 사무실 풍경을 읊었다.
망치로 내려쳐서 우그러진 흔적이 있는 주홍색 철제 사물함 이야기를 하자 쌍둥이의 표정이 바뀌었다.
“수상한 인간은 버리세요. 기왕 후궁이 되셨으니 내궁에서 조사를 이어가는 건 어떤가요? 저도 힘껏 도와드릴 테지만 무엇보다 여러분에겐 폐하가 계시잖아요?”
마리엔은 오데트의 유능함을 슬쩍 어필했다.
혼란에 빠진 쌍둥이 다음 차례는 눈물점의 19번 지그프리트였다.
“어머님께선 여전히 시드웰 백작가에 하녀로 계시더군요. 방 한 칸이라도 따로 내주든가 하지. 인정머리 없기는.”
그가 후궁으로 뽑힌 것과 지그프리트 모자에 대한 처우는 별개의 사안인 듯했다.
적어도 백작가 사람들에겐 말이다.
사교계 뉴스라면 좋은 것부터 음침한 것까지 속속들이 꿰고 있는 클로이즈 발 정보에 따르면, 요 며칠 시드웰 백작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단다.
“지금 연회장에 있는 사람 중에서 지그프리트 님의 표정이 제일 어두우세요.”
“좋은 날에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백작가에 홀로 남은 어머님 걱정 때문이잖아요.”
후궁이 된 천출에게 보복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의 어머니를 인질로 삼는 것.
백작가 사람들은 오늘 저녁, 그의 어머니를 쥐도 새도 모르게 다른 곳으로 옮길 계획이었다.
그리고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도 수중에 돈이 없어 도망가지 못하는 게 모자의 현실이었다.
“조만간 손을 쓰리라 예상했지만……. 당장 오늘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의 눈이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마리엔은 소중한 인재를 서둘러 늪 밖으로 끌어냈다.
“그들의 계획은 무산될 거예요. 왜냐면 황실 수석보좌관이자 내궁 총책임자인 리셰른 후작의 이름으로 백작가에 사람들을 파견했거든요.”
“……후작님께서요?”
“네, 보는 눈이 있으니 저쪽에서 먼저 몸싸움을 걸진 않겠지만요. 만약을 대비해서 남녀 불문 덩치 큰 사람으로 골랐어요.”
최대한 싸움을 피해라.
그러나 싸우게 된다면 반드시 이겨라.
손해배상은 내가 책임진다.
“넉넉히 스무 명을 보냈으니까요. 아마 지금쯤 어머님을 모시고 백작저를 나섰을 거예요.”
황궁 근처에 적당한 집을 마련해두었다. 어머님은 앞으로 거기서 안전히 지내시게 될 거다.
지그프리트는 마리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러다가 나중에야 아주 작은 목소리로 감사하다고 속삭였다.
“저희에게 왜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건가요? 저희 중에 누구도 폐하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요? 입궁한 지 몇 년이 지나도록 그러면…….”
“전 헛수고를 한 셈이 아니냐고요?”
마리엔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도움이 필요한 분들의 상황이 나아졌잖아요. 그걸로 충분하죠. 그리고 전 원래 제가 좋으면 계산 안 하고 퍼붓는 스타일이라서요.”
마리엔은 시드웰 백작저에 보낸 사람들이 돌아오는 대로 소식을 전해주겠노라 지그프리트에게 말했다.
“전 이만 다른 테이블로 가볼게요.”
네 남자는 발랄하게 자리를 뜨는 마리엔의 뒷모습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 ◆ ◇
한편 카인의 명령에 갈색 머리 미남을 골라 후궁 선발에 내보낸 남자는 북부로부터 온 편지를 서둘러 펼쳐 들었다.
편지는 그의 기대와 달리 무척이나 짧았다.
“공작님이 아직도 영지에 도착하지 않으셨다고?”
남자는 제가 읽은 문장이 선뜻 이해되지 않아 얼굴을 찡그렸다.
“곧장 영지로 가시는 줄 알았는데……. 중간에 급한 볼일이라도 생기셨나?”
몇 주 전, 남자는 카인이 말한 조건에 부합하는 갈색 머리 미남을 열심히 물색했다.
그다음엔 제가 고른 여섯 명 전원을 후궁 후보로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여섯 명 중에 네 명이 최종 합격했으니 썩 괜찮은 성과였다. 얼른 주군의 칭찬을 듣고 싶은 게 당연하다.
남자는 제가 어떤 고생 끝에 적합한 후보를 찾아냈는지를 보고서에 상세히 적었다.
개중에 별로 내키지 않아 하는 자도 있었는데, 제가 어떻게 을러서 그자의 뜻을 꺾었는지도 빼놓지 않았다.
이제 다리 뻗고 주군의 포상만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건만.
블랙우드 영지로부터 날아온 답신은 남자의 기대를 빗나갔다.
“어쩔 수 없지. 아무튼 영주 대리께서 알고 계시니까 공작님이 도착하자마자 소식을 전달해주시겠지.”
남자는 애써 의연한 척하며 시가에 불을 붙였다. 그때 최종 합격자들을 담당하는 자가 문을 두드렸다.
“오늘도 별다른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넷 중에 소식을 전한 자가 아무도 없다고?”
“예.”
최종 합격자들의 행태에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었다.
정식으로 입궁한 당일엔 저들도 정신이 없겠거니 싶어 눈감아줬다. 한데 보자 보자 하니까 며칠째 연락이 두절됐다지 않나.
“설마, 변심한 건 아니겠지?”
다른 놈들 좋은 일만 시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공작님은 대체 어디에 계신 게야?”
남자는 오늘따라 주군이 더욱 보고 싶었다.
◇ ◆ ◇
리셰른 후작저의 내부 수리가 끝났다. 새로운 가구도 다 들어갔다. 게다가 2주에 걸친 대청소가 어제 막 끝났단다.
마리엔은 바일레온과 새집을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비어스 영애들에게도 동행을 권했다.
그러나 클로이즈는 나중에 정식으로 초대해달라는 말로 점잖게 사양했다.
왜 클로이즈의 의견만 있냐면 데이지가 입을 열려는 순간, 거대한 흰 앵무새가 막내에게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숙제 다 했니? 숙제 다 했니?”
앵무새는 데이지의 머리 위에 자리 잡고는 날개를 마구 퍼덕였다.
“숙제를 끝내기 전엔 무도회에 갈 수 없단다!”
“나한테 숙제가 어딨어? 아, 가렛 오빠! 얘 좀 데려가!”
옆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건 말건, 클로이즈는 세상 제일 우아한 태도로 두 사람을 배웅했다.
마리엔은 저택을 나서면서 이 집 둘째와 셋째의 협력 관계가 여전히 공고한가 보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리셰른 후작저는 비어스 백작가에서 마차로 약 이십오 분이 소요되는 곳에 위치해 있다.
“도착했습니다.”
휴고가 마차 문을 열어주었다. 마리엔은 마차에서 내려서자마자 보이는 저택의 위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방이 총 몇 개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왜 대청소에 2주나 걸렸는지 알겠다.
바일레온이 그녀에게 열쇠 꾸러미를 건네며 말했다.
“아직 고용인들이 들어오기 전이라 오늘은 우리뿐이에요.”
“어느 게 현관 열쇠죠?”
“이거요. 노란 표시를 해둔 거.”
마리엔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높은 천장까지 시원하게 트인 중앙 홀이 새 주인을 반겼다.
겨울 오후의 햇살이 커다란 유리창으로 가득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와…….”
보통 가문 사람들의 초상화를 걸어두곤 하는 중앙 계단의 벽에는 마리엔을 모델로 한 그림이 걸려 있었다.
격식을 갖추어 뻣뻣한 자세로 근엄하게 정면을 보는 초상화가 아니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혹시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