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te of the Perennial Sub Male Lead is in My Hands RAW novel - Chapter (37)
게 자리는 다정하고 친절하며 가정적인 별자리다.
게 자리 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애정. 외로움을 많이 타는 그들은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사랑할 이를 간절히 기다리고 바란다.
마리엔은 출근한 공무원의 소임을 다하는 중이었다.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책상 앞에 앉은 뒤, 오늘 자 신문 귀퉁이에 실린 별자리 분석을 열심히 읽고 있다는 뜻이다.
몸과 마음을 다 바친다는 것은 그들이 헌신적이고 로맨틱하며 정열적인 연인임을 뜻한다.
게 자리가 12궁 중에 가장 야한 별자리임을 잊지 말자.
마리엔은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었다. 가장 야한 별자리라는 문장 위로 바일레온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역시 준비된 남자였어.”
오데트에게 바일레온 비어스를 짝으로 맞아야 하는 백한 가지 이유의 보조자료로 제출하고 싶었다.
물론 마리엔 혼자만의 상상이다. 오데트는 별자리 성격 같은 건 재미로라도 보지 않을 타입이다.
성격 분석 밑에는 오늘의 운세도 짤막하게 실려 있었다. 마리엔은 소리 내어 그것을 읽었다.
“감정이 요동치는 날입니다. 배탈과 물 근처를 조심합시다.”
케이크에 설사약 투하까지 생각했던 어제의 자신이 떠올랐다. 다시 생각해도 참으로 몹쓸 짓이었다.
‘죄송해요, 비어스 경.’
찔리는 구석이 있는 마리엔은 배탈이란 두 글자를 애써 못 본 척하기로 했다.
“여, 여기 운세 용하네.”
자신과 오데트의 운세도 확인하려는 찰나, 누군가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주문한 생일 케이크가 주방에 도착했다는 전언이었다.
마리엔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머지는 일과가 끝나면 찬찬히 읽어볼 것이다.
주방에 내려가자 다들 들뜬 표정으로 마리엔을 맞아주었다.
“케이크가 정말 근사해요!”
“사실 그냥 우리 주방에서 만들면 안 되나 싶었거든요. 아니네요. 이건 예술의 경지네요.”
“비어스 경도 틀림없이 좋아하실 거예요.”
사람들은 앞다투어 제3보좌관의 안목을 칭찬했다. 마리엔은 생긋 웃어 보인 다음, 시계를 확인했다. 조금 있으면 바일레온이 국정 보고를 마치고 재상부로 돌아올 시간이었다.
“여기 네 사람은 컵케이크를 나눠주러 가세요. 4황녀궁에 제일 먼저 가는 것 잊지 마시고요.”
“네!”
“제가 이따 신호를 보내면 경호원님이 꽃다발을 안고 뛰어 들어오시는 거예요. 아셨죠?”
“네, 알겠습니다.”
마리엔은 주방을 나가기 전 케이크를 힐끗 봤다. 연한 밀크티 빛깔의 크림으로 장식된 케이크는 완벽하기 그지없었다.
오늘 오후에 벌어질 일과 별개로, 바일레온은 이 멋진 케이크를 받아야 마땅했다.
“자, 그럼 움직여볼까요?”
마리엔의 한마디에 사람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마리엔은 속으로 오후의 로켓 목걸이 사건까지 자신이 손을 써보리라고 다짐했다.
부디 오페라 하우스에서처럼 좋은 결과를 얻으면 좋겠다.
바일레온은 누구보다 행복한 생일을 보낼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 ◆ ◇
“비어스 경, 디디입니다. 여쭤볼 게 있어서…….”
“들어와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답이 들려왔다. 마리엔은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곧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뛰어 들어올 경호원을 위해서 일부러 문은 닫지 않았다.
“응? 비어스 경, 어디 계세요?”
“파티션 뒤에요.”
다른 사람들은 파티션 뒤를 보통 옷 갈아입는 공간으로 이용한다. 하지만 바일레온은 그럴 일이 없었다.
그는 출근 때부터 격식에 맞는 복장으로 온다. 그러고는 퇴근할 때까지 옷을 더럽히지 않았다.
항상 가슴팍에 묽은 잼이나 홍차 얼룩이 남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우는 마리엔 자신과는 참 다른 사람이었다.
그런 바일레온이 파티션 뒤에 있다니.
숨바꼭질하는 중은 아닐 것이다. 황제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 뭔가 일이 있었나?
마리엔은 이제껏 인테리어 용도로만 쓰였던 파티션 쪽으로 다가가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보게 될지 몰랐다.
“잠시만요, 마리엔. 내가 지금 벗고 있어서.”
“네.”
반사적으로 대답한 마리엔은 몇 초 후에야 바일레온의 말뜻을 제대로 알아들었다.
“……네?”
경악한 병아리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아니, 옷을 왜 벗고 계신 건데요. 어쩌다가 벗게 된 건지, 벗었다면 다 벗은 건지 외투만 벗었다는 뜻인지. 좀 명확히 말씀해주세요!’
당연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리 없다. 마리엔은 입만 뻐끔거리다가 제가 파티션에 너무 가까이 접근했음을 깨달았다.
‘자칫 내뻗은 손에 파티션이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상상은 언제나 극단적이다. 파티션이 쓰러지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바일레온이 당황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바일레온은 조각상 같은 몸을 지녔을 것이다. 하지만 최애의 맨살을 그런 식으로 보고 싶진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집무실 문도 활짝 열려 있는데!
마리엔은 숨을 급히 들이마셨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기 전에 얼른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그런데 그게 또 다른 의미의 실수일 줄이야.
“비어스 경……?”
“듣고 있어요.”
“갈아입을 옷은 있으세요?”
“네, 다행히 집무실에 여벌의 옷을 놔둔 게 있어서요.”
“그러시구나…….”
마리엔은 시답잖은 대화를 이어가려 애썼다. 그렇게라도 자신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려야만 했다.
왜냐면 파티션의 장식용 구멍 사이로 바일레온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 구멍이 원래 있던 구멍인가 하는 의문은 무의미했다.
당연히 원래부터 있었겠지. 비어스 경이 뭐, 일부러 팠겠어? 파티션이 접히는 부분마다 수고롭게?
자기가 평소에 주의 깊게 안 봐놓고 애먼 파티션 제작자나 원망하는 꼴이 어이없구나, 디디야.
마리엔은 다음에 할 말을 열심히 짜냈다.
“옷에 뭔가가 묻기라도 하셨어요?”
흘깃.
구멍의 존재를 인지하고 나니까 자꾸만 눈이 거기로 향했다. 하필 그때, 중간에 골이 움푹 팬 날렵한 등허리가 보였다.
마리엔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새하얀 셔츠가 맨살을 덮은 후에도 탄탄한 허리의 잔상이 아른거렸다.
‘세상에. 엎드려 있으면 물도 담을 수 있겠네.’
갑자기 실내 온도가 훅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차와 우유를 뒤집어썼어요.”
“어쩌다가요?”
“폐하께서 오늘 날씨가 좋다며 크리켓 경기장에서 보고를 받으셨어요. 거기서 의욕 넘치는 귀족 자제가 달리던 도중에 시종과 부딪히는 사고가 있었죠.”
바일레온이 파티션을 마주 보고 섰다. 그는 자신의 보좌관이 구멍 너머로 훔쳐보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반사적으로 시종을 도우려다가 그만, 차와 우유를 뒤집어썼어요. 마침 시종이 쟁반을 나르고 있던 터라.”
“다치진 않으셨고요? 차는 뜨거웠을 텐데……!”
“다행히 차는 미지근했답니다.”
바일레온의 말투에서 웃음기가 살짝 묻어났다.
“폐하께선 뜨거운 걸 전혀 못 드시거든요.”
셔츠 단추를 다 채운 그가 조끼에 팔을 뀄다. 팔을 들어올리는 움직임에 셔츠가 몇 센티 올라갔다.
‘흡!’
마리엔은 셔츠 아래 드러난 복근을 탐욕스레 쳐다봤다. 주방에서 강판을 못 찾겠을 때 저기다 감자를 갈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구멍 막아.
아니, 더 크게 뚫어.
안 돼, 변태야. 당장 고개 돌리지 못해?
더 크게! 더 크게! 더 크게!
“어떻게 이런 시련이…….”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파티션 너머에서 바일레온이 제대로 못 들었다고 말했다.
마리엔은 두 뺨에다 손등을 갖다 댔다. 얼굴이 뜨끈뜨끈 달아오른 게 느껴졌다. 바일레온이 파티션 밖으로 나오기 전에 가라앉아야 할 텐데 큰일이다.
“아, 제가 아까 신문에서 별자리 운세를 봤는데요. 게 자리는 오늘 물 근처를 조심하라고 했어요.”
“저런. 나도 그걸 미리 봤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바일레온이 셔츠를 바지 안에 집어넣기 위해 허리띠에 손을 댔다. 마리엔이 제 눈을 찌르기 전에, 다행히 그가 몸을 돌렸다.
“그나저나 보좌관은 내 별자리를 아는군요?”
“당연하죠.”
“그럼 당신의 오늘 운세는 어땠어요?”
바일레온이 말을 이었다.
“전갈 자리잖아요.”
“어…… 어떻게 아세요?”
“어떻게 아느냐니.”
그가 작게 웃었다.
“신상기록부에서 보고 기억해뒀어요.”
“아.”
“어땠어요?”
마리엔은 솔직히 털어놨다.
“못 봤어요.”
“그 말은 내 운세부터 먼저 본 거예요?”
“네.”
바일레온이 예고 없이 파티션 밖으로 걸어 나왔다.
셔츠에 조끼 차림을 처음 보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비어스 백작저에 있을 때고, 그땐 다른 가족들도 좀 더 편한 복장이었다.
재상부에서 바일레온이 정복 코트 벗은 모습은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마리엔은 좀 쑥스러웠다.
똑같은 옷차림에 장소만 달라졌을 뿐인데도 뭔가, 묘하게 선을 넘는 기분이랄까.
“왜 항상 내가 우선이에요?”
바일레온이 속삭이듯 물었다. 마리엔은 그런 태도가 이미 몸에 배어버렸다고 답했다. 이어서 고개를 들고 바일레온을 올려다봤다.
갈색 머리카락 끝이 짙게 젖어 있었다.
“간단히 씻었어요. 차는 그렇다고 쳐도 우유는 시간 지나면 냄새가 나니까.”
보좌관의 시선을 알아챈 그가 설명했다.
“씻는다고 씻었는데…… 혹시 확인해줄 수 있어요? 안 좋은 냄새가 나는지.”
바일레온이 천천히 몸을 숙였다. 마리엔은 마치 키스할 듯이 제게 다가오는 그를 멍하니 쳐다봤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그랬듯이, 또다시 입술에 시선을 빼앗겼다.
바일레온과의 키스는 어떤 맛일까.
그 순간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좋은 향기가 느껴졌다. 마리엔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또 절 놀리신 거죠. 대체 무슨 비누로 씻으신 거예요. 평소 쓰는 민트 향내도 좋지만 이건 차가운 물 냄새가 더 섞여서.
“마리엔?”
“……좋아요.”
마리엔이 초점 흐린 눈으로 중얼거렸다. 바일레온의 입가가 약간 떨리는 것 같았다.
“좋아요? 얼마나?”
“그냥 많이…….”
“그렇게 마음에 들면 앞으로도 이걸로 씻을까요?”
마리엔은 무언가에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가 이내 가로저었다. 바일레온이 지나간 자리마다 귀부인이며 시녀들이 거친 숨을 몰아쉴 듯했기 때문이다.
“번복한 이유가 궁금하지만 어쨌든 보좌관의 의견이 그러하다니 알겠어요.”
바일레온이 웃으며 자세를 바로 했다.
“한데 물어볼 게 있다지 않았나요?”
그가 자신보다 이성적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마리엔은 바일레온의 일깨움에 핑크빛 꿈결 속을 빠져나왔다.
‘신호!’
얼마나 시간이 지체된 거지? 마리엔은 복도 쪽을 수상하게 힐끔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참, 그게요. 제가 우편물을 확인하던 중에요.”
마리엔은 말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좀 이상한 소포를 받아서요. 일단 저기 문 앞에 내려놓고 오긴 했는데…….”
구두끈을 다시 매는 척 몸을 숙이자 재킷 주머니에 어정쩡하게 꽂아둔 펜이 바닥을 굴렀다. 둥근 펜은 문을 지나 복도까지 굴러갔다.
마리엔은 회심의 미소를 숨기며 몸을 일으켰다.
“같이 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