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te of the Perennial Sub Male Lead is in My Hands RAW novel - Chapter (51)
듣고 보니 그러네.
전원이 동시다발로 식중독에 걸리려면 모두가 똑같은 매개체를 거쳤어야 한다.
그리고 굴은 유난히 호불호를 많이 타는 식재료다.
굴이 듬뿍 들어간 국물요리를 상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흐물거리는 식감을 역겨워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마리엔은 여자 위원에게 물었다.
“참가자가 총 몇 명이죠?”
“올해는 예년보다 좀 많아서 마흔 명입니다.”
마흔 명 중에 해산물 비린내를 싫어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까?
바일레온은 식단표를 가져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남자 위원이 책상 서랍에서 해당 자료를 찾아왔다.
“일단 디디 보좌관이 검토해봐요.”
“……제가요?”
“네.”
바일레온의 말에 남자 위원이 식단표 종이를 마리엔에게 내밀었다. 마리엔은 식단표를 꼼꼼히 살펴봤다.
문제의 그저께 저녁엔 굴 크림 스튜, 흰 빵, 맵게 조린 닭고기, 다진 토마토와 치즈로 속을 채워 구운 양송이, 비스킷과 딸기잼, 샐러드, 후식으로 사과 반 개와 조그만 자두 파이가 제공됐다.
참가자들을 쫄쫄 굶겨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미인 선발대회 합숙소의 식단치고는 열량이 좀 높아 보였다.
“식단이 꽤 화려하네요?”
“이번 축제는 2황자 전하께서 주관하시니까요. 뭐든 최고로 진행하라는 분부가 있었습니다.”
마리엔은 다른 날 식단을 살폈다. 여자 위원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저께 저녁이 특식인 게 아니라 합숙 기간 내내 비슷한 수준의 식단이 제공되었다.
합숙 기간은 일주일이다.
일주일 내내 세 끼를 이런 식으로 먹는다면 몇 킬로그램은 기본으로 쪄서 나가겠는걸.
“맛있긴 하겠네요…….”
“예?”
“아, 아뇨. 음, 배식을 받으면 참가자들이 이걸 다 먹나요?”
여자 위원이 고개를 짧게 저었다.
“처음부터 양을 아주 작게 받곤 합니다.”
“그럴 것 같았어요.”
21회분의 식단 중에 겹치는 메뉴가 없었다. 딱 하나, 매 끼니 제공되는 샐러드를 제외하곤 말이다. 마리엔은 이것이야말로 참가자들의 주된 식사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여자 위원이 마리엔의 생각에 확신을 더해주었다.
“샐러드는 항상 남김없이 먹습니다.”
“마흔 명 모두가요.”
“네.”
마리엔은 식단표를 바일레온에게 건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검토를 다 끝냈다.
“언뜻 듣기엔 덜 익힌 데다 의심스러운 냄새까지 난 굴이 식중독 원인인 것 같습니다……만. 마흔 명 전원이 동시에 아프려면 다들 같은 음식을 먹었어야 하죠.”
마리엔은 검지 끝으로 샐러드 메뉴를 콕 찍었다.
“제대로 안 씻은 생채소도 식중독을 일으켜요. 기를 때 가축의 분변이 묻을 수 있거든요. 혹은 씻는 물이 오염된 상태였을지도요. 그런데 여기 참가자들이 매번 샐러드는 남김없이 먹었다니까.”
“확실히 그쪽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군요.”
바일레온이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 위원 중 한 명이 아뿔싸 하는 표정을 짓더니 헐레벌떡 회의실을 나갔다.
잠시 후 돌아온 그는 굴 납품업자를 귀가시켰다고 말했다. 벌써 문제의 책임을 지게 할 대상을 정하고, 어딘가에 가둬뒀던 모양이다.
만일 이번 위기를 수습하지 못한다면 이들은 2황자에게 올릴 보고서에 굴 납품업자의 이름을 적었을 것이다.
감금된 업자가 덜덜 떨며 한 서명 옆엔 붉은 지장까지 찍혀 있었을 터.
애초에 스튜에서 난 냄새는 개인의 호불호에 따른 의견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화가 머리까지 뻗친 2황자가 거기까지 생각해줄까?
굴이 상한 게 사실이라고 해도 원래대로라면 벌금형에 처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교활하고 잔인한 2황자는 괘씸한 납품업자에게 온갖 죄를 추가해서 끝내 교수형을 받아내고 말았을 터다.
‘2황자가 화풀이할 대상을 얼른 수배해놓은 거네. 하여간 그런 쪽으로만 행동이 빠르지. 그 시간에 대비책을 짜내든가 하면 얼마나 좋아.’
마리엔은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굴 납품업자를 귀가시켰다면, 이번엔 생채소 납품업자를 데려와 가둬둘 건가요?”
바일레온이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남자 위원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예? 어…… 방금 비어스 재상님께서도 말씀하셨잖습니까. 샐러드에 들어가는 생채소가 문제였다고.”
“벌써 수배 지시를 내렸다면 다시 가서 취소하고 오세요.”
“예? 그, 그럼…….”
“사건이 발생했죠. 그러나 아직 사흘의 여유가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방법을 생각해내서 축제를 무사히 진행하기만 한다면, 2황자 전하께서 잘못을 묻지 않으실 겁니다.”
위원들은 서로 불안한 시선을 교환했다. 바일레온의 말대로 풀린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어야 말이지, 하는 분위기였다.
“저, 참가자들은 도저히 무대에 설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상태가 호전되려면 일주일은 걸린다더군요.”
“경께서 지금 합숙소 상황을 못 보셔서 그럽니다. 아니, 직접 보시란 뜻은 아니고요. 보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참가자를 새로 모집하기도 힘들 겁니다. 참가 희망자야 있겠지만 뛰어난 아가씨들은 이미 병원과 합숙소에 있어서요.”
바일레온이 문책 대신 도우려는 의지를 보이자, 저마다 앓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가만히 그들의 말을 들어주던 바일레온이 마리엔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상황이 이러합니다. 디디 보좌관의 생각은 어떤가요?”
“제 의견이요?”
“네, 보좌관의 생각이 궁금하네요. 따지고 보면 굴 납품업자가 풀려난 것도 디디 보좌관 덕분이잖습니까. 식단표를 보고 문제의 원인일 가능성이 더 높은 메뉴를 찾아냈으니까요.”
일그러진 얼굴들이 모조리 마리엔을 향했다. 다들 이번에도 마리엔이 뭔가 탁월한 의견을 내놓길 기대하는 눈치였다.
‘이러면 좀 부담스러운데.’
특히 제일 뒤쪽에 있는 남자는 코를 훌쩍이는 듯하기까지 하다.
울지 마! 울긴 왜 울어! 로판에서 우는 게 허용되는 남자는 처연한 미남뿐이라고!
‘안 되겠어. 빨리 문제를 해결하자.’
마리엔은 사심이라곤 귀리쌀 한 톨만큼도 섞지 않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미녀를 뽑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면 미남을 뽑으면 안 되나요?”
그 말을 들은 표정들이 아주 가관이었다.
“하지만 보좌관님, 이건 제국의 꽃 선발대회입니다. 역대 제국의 꽃은 모두 미혼의 여성이었어요.”
“그러면 올해 제국의 꽃은 미혼의 남성이면 되겠네요.”
“……허허, 참. 농담도 잘하십니다.”
“남자가 어떻게 제국의 꽃이 됩니까.”
위원들은 허허실실 웃다가 마리엔의 표정을 보고 웃음을 멈췄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상관없나?”
“자, 여러분. 생각해보세요. 어차피 1군에 해당하는 여성 참가자들은 병원과 합숙소에 있어요. 안타깝지만 그분들은 이번 대회 무대에 올라갈 수 없어요. 그렇다면 아예 발상을 전환하는 거예요.”
마리엔은 분필을 집어 들었다. 회의실에 있는 석판에다가 큼직하게 글씨를 썼다. 사상 최초 미청년 선발대회라고 쓰고는 사상 최초 밑에다가 두 줄을 그었다.
“풍부한 화제성!”
그다음엔 미청년 위에다가 별표를 쳤다.
“그리고 민심!”
“미청년과 민심이 왜…….”
“왜냐면 여심이 곧 민심이기 때문이죠.”
다들 또 마리엔이 농담을 하는 줄 알았나 보다. 이번엔 정말 제대로 웃겼다며 소리 내어 웃었다. 오직 여자 위원만이 가슴에 손을 올렸다.
“전 아까부터 농담한 적이 없는데요. 왜 자꾸 웃으시죠?”
마리엔이 물었다.
“1군 미녀와 달리 지금 1군 미남들은 식중독 환자가 아니에요. 각양각색의 미남들이 한곳에 가지런히 모여서 수줍게 웃는 풍경이, 여심을 얼마나 동요시키는지 아세요? 게다가 사상 최초라는 타이틀까지 가져간다고요. 사상 최초!”
위원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점점 가셨다.
마리엔은 준비 기간은 짧으나 홍보만 제대로 하면 참가자 모집엔 문제없을 거라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에서 이보다 나은 방법이 있나요? 있으면 주저 말고 말해보세요.”
있을 리가 없다. 위원들은 미남 선발대회가 유일무이한 해결책임을 서서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잠시 후, 중년 남자가 대표랍시고 나섰다. 그는 앞으로 대회 준비에 관해서는 일체 마리엔의 지시에 따르겠다고 했다.
“저희는 지난 수년간 여성 참가자만 심사했습니다. 한데 갑자기 미남을 뽑아야 한다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힙니다.”
“그래서 말인데 보좌관님을 특별심사위원으로 모실까 합니다.”
“모쪼록 수락해주십시오.”
다들 고개를 깊이 숙였다. 마리엔은 이게 자신이 받아들여도 되는 일인지 헷갈렸다. 오늘 자신은 어디까지나 재상을 수행하러 온 보좌관이었다.
사람들을 돕고자 의견 몇 마디를 보탤 순 있지만, 선발대회의 특별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마리엔은 바일레온을 쳐다봤다. 어쩌죠, 하고 소리 없이 입술만 움직여 물었다. 그러자 바일레온도 입 모양으로만 되물었다.
하고 싶어요?
그가 이어서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면 돼요.
마리엔이 어떤 선택을 하든지 전적으로 지지할 듯한 얼굴이었다. 마리엔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좋아요…….”
하지만 결정을 내렸다.
“위원직을 맡을게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한숨 돌렸어요.”
벌써 한숨을 돌리면 곤란한데.
마리엔은 한 명뿐인 여자 위원 말고도 기존의 심사위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시커먼 남자들 전부를 심사석에 앉힐 생각은 없었다.
“비어스 경께서 허락하신다면 제가 여기서 남자 위원 두 분을 뽑을까 하는데요.”
바일레온을 쳐다보자 그가 묘한 미소를 띠었다.
“디디 보좌관에게 한번 맡겨보죠.”
“감사합니다.”
마리엔은 고개를 까딱 숙여 인사했다. 그런 다음 가장 가까이 있는 중년의 남자 위원에게 다가갔다. 그는 늘 심사하던 입장에서 평가받는 위치가 되자 다소 불편한 듯 보였다.
“대답해보세요. 남자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크음, 모름지기 남자란 생활력이 있어야…….”
“탈락!”
훅 들어온 질문만큼이나 빠른 탈락 통보였다. 중년 남자는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훔쳤다. 마리엔은 다음 남자 위원 앞으로 이동했다.
“똑같은 질문을 드릴게요. 남자의 매력이란?”
“털이 수북한 가슴팍?”
“미쳤어요? 탈락!”
이후로도 어이없는 답변이 이어졌다.
세상에, 이건 미남 선발대회라고. 생활력을 어디다 갖다 써? 계좌 잔고라도 공개할 거야?
가슴털은 또 뭐야. 혹시 아저씨 본인 얘기한 건 아니죠? 만약 그렇다면 저 영원히 아저씨를 미워할 거예요. 불필요한 신체 정보를 제공하지 마!
연이은 탈락 통보 끝에 마리엔은 콧수염을 가진 남자 위원 앞에 이르렀다. 이제 살짝 기출 변형에 들어갈 타이밍이었다.
“어떤 기준으로 남성 참가자의 점수를 매길 생각인가요?”
그는 매우 긴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는…… 여성 참가자와 같은 기준으로 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웃는 얼굴이 아름다운지, 자세가 바른지, 몸매가 균형 잡혀 있는지 등이요. 어차피 미의 기준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만.”
마리엔은 눈썹을 치켜들었다.
“계속해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