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108)
최초의 연금술사-108화(108/175)
108화. 스페인 최초의 던전 (5)
“아! 저기 보이네요!”
하늘을 날던 박성일이 말했다.
스페인 최초의 던전이 달빛을 받아 더 아름다운 풍광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기 꼭대기로 가자. 저쪽에 구멍이 있을 거야.”
아래쪽에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너무 느리게 움직인다.
게다가 이 시간에 그것을 운행하는 직원이 있을 리 없었다.
“진짜 있네요.”
박성일은 먼저 마리아를 휙 던져서 구멍 안에 집어넣고, 나를 안은 채로 천천히 착지했다.
“여기는 뭐 하는 곳이죠?”
박성일이 코어가 있는 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에 최초의 던전 코어가 있어. 수십 년간 활동을 멈추고 있었던 거지.”
“신기하네요. 이 큰 던전이 그 작은 코어가 가진 힘으로 작동하다니.”
“어차피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니까.”
내가 가진 능력도 그렇고, 헌터들의 능력도.
머리로 생각해봤자 해석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나를 왜 여기로 데려온 거야!”
웬만큼 정신을 차린 마리아가 눈을 부릅뜨고 따졌다.
“그 여자 기절시킬 수 있겠니?”
“물론이죠.”
대답과 동시에 박성일이 마리아의 후두부를 내리쳤다.
“윽!”
마리아가 즉시 정신을 잃었다.
나는 이 방의 던전 코어로 갔다.
스페인 최초의 던전 또한 정상적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낮에 확인했다.
계약상으로 이 던전은 내 것이 되었다.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기는 해도 그 일과 던전 코어를 살리는 일은 크게 상관이 없었다.
앞선 두 곳의 최초의 던전보다 스페인 최초의 던전은 생기가 부족한 편이었다.
아마도 이 방에 뚫린 구멍이 제대로 코어를 비추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태양광과 달빛, 그리고 코어의 생명력 간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늘 코어가 있는 방에 뚫려있는 구멍이 그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나는 코어가 있는 곳으로 가서 거기 두 손바닥을 댔다.
[활동이 멈춘 최초의 던전 코어(3/12)]•스페인에서 발생한 최초의 던전의 핵. 하지만 현재는 활동이 완전히 멈춘 상태이다. 다시 숨결을 불어넣지 않는 한 이대로는 커다란 돌덩이에 지나지 않는다.
낮에 보았던 것과 같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나는 본격적으로 활동을 멈춘 이 코어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우우웅-
손바닥과 코어가 공명하며 빛이 나기 시작했다.
“오오!”
박성일이 뒤에서 놀란 목소리를 냈다.
내가 발동한 강화 능력으로 수십 년간 멈추어 있던 코어가 숨을 쉬기 시작했다.
[최초의 던전 코어(3/12)]•스페인에서 발생한 최초의 던전의 핵. ‘강화’ 능력으로 다시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 코어를 부활시킨 자만이 그 에너지를 취할 수 있다. 회복 능력 각성 효과, 모든 보유 스킬 잠재력 상승 효과.
최초의 던전 코어는 서로 에너지를 공유하고 있으며, 흡수하는 최초의 던전 코어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기존 던전 코어의 효과 강화, 새로운 특성 발현을 기대할 수 있다.
내가 코어에 불어넣은 힘은 일방통행이 아니었다.
부활한 코어의 힘이 내게로 넘어오기 시작한다.
내 안에 있던 강력한 2개의 마나가 새로 흡수되는 마나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던전 코어는 서로 에너지를 공유하고 있다.
애초에 양팔을 각각 다른 궁극의 무기로 바꿀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견지에서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내가 지금껏 본 최초의 던전 코어 메시지와 이곳에서 본 메시지와의 차이는 단어 하나였다.
스페인 최초의 던전은 힐링스톤을 생성해냈으니까.
예상했던 대로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회복’ 능력이었다.
[최초의 던전에서 얻은 ‘핵’이 3개 이상이 되었습니다.] [연금술로 각각의 코어가 가진 에너지를 ‘합성’할 수 있습니다.] [융합하는 목적과 방향에 따라 새로운 ‘궁극의 무기’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이건 또 무슨 말이야?’
이제까지 흡수한 던전 코어의 마나는 셋.
일정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인지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합성해서 새로운 궁극의 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코어로부터 넘어오는 에너지가 점점 커짐에 따라 머릿속이 하얘졌다.
몸이 붕 뜨는 듯한 아찔한 기분이 충만했다.
이전에 코어 에너지를 흡수했을 때도 기분 좋은 충만감을 느꼈지만, 이번에 느낀 것은 그보다 훨씬 컸다.
‘코어의 성질 때문이겠지.’
스페인 최초의 던전이 품은 에너지는 치유와 관련된 것이었다.
회복 에너지.
그것이 지금의 기분과 직접적으로 연관 있을 것이다.
“형님! 괜찮으세요?”
박성일이 얼른 달려와 나를 부축했다.
“으응…….”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던전 코어 마나를 흡수했을 때는 말 그대로 기절했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그때보다 훨씬 버틸 만했다.
이미 내 안에 있던 다른 두 종류의 코어 에너지가 새로 들어온 것에 버틸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지지해준 느낌이었다.
“후우우…….”
나는 호흡을 골랐다.
던전 코어가 생명력을 얻음에 따라 그것과 연결되어있던 이 방의 힐링스톤들도 그 영양분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당장 열매가 맺히진 않겠지만.
“이제 이 던전도 살아나는 건가요?”
“응, 시간은 걸리겠지만.”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했는데, 생각했던 거랑 많이 다르네요.”
나는 새로 얻은 능력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합성이라…….’
당장 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능할 것 같다는 기분도 들었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이런 기분이 들었다면 정말로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마리아 쪽으로 손바닥을 펼쳐보았다.
투드득, 투드득.
피부 위로 핏줄 같은 것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블랙 코어 건’이 생성될 때의 현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독을 뿜어내는 총이 아니었다.
검은색의 줄기가 흰색 빛으로 덮이기 시작했다.
날뛰던 줄기들이 가라앉고 팔꿈치 아래로 신체가 변형되었다.
그렇다고 이전에 변형되던 것처럼 기괴하고 커다란 총의 모습이 아니었다.
[‘블랙 코어’와 ‘화이트 코어’가 융합되었습니다.] [새 무기 ‘화이트 코어 핸드’가 생성되었습니다.]화이트 코어 핸드.
억지로 만들어낸 이름 같지만 ‘파워 코어 메이드’든 ‘블랙 코어 건’이든 이름이 억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나 혼자만 알면 될 이름 자체보다도 그것이 품은 직관적인 의미가 더 중요할 것이다.
손바닥 중앙에 구멍이 났다.
그 아래로 하얀 에너지가 웅웅거렸다.
가장 좋은 점은 이전에 궁극의 무기들을 만들어냈을 때보다 훨씬 안정적인 느낌이라는 것이었다.
이것으로 한 발 쏜다고 해서 마나가 소진되어버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는 기분.
나는 마리아에게 ‘화이트 코어 핸드’를 겨냥했다.
파앙!-
‘블랙 코어 건’으로 독탄을 쏘았을 때보다 훨씬 가볍고 상쾌한 느낌으로 마나가 쏘아졌다.
손바닥에서 쏘아져 나간 하얀 빛 덩어리가 마리아에게 흡수되었다.
“흑!”
기절했던 그녀가 즉시 깨어났다.
그뿐 아니라 온몸에 났던 상처들도 전부 회복되었다.
‘5번에서 6번.’
만신창이가 되었던 S급 헌터를 단숨에 회복시킨다는 것은 보통 치유 능력이 아니었다.
이 정도 강도라면 ‘화이트 코어 핸드’로 쏠 수 있는 회복탄은 5번에서 6번 정도일 듯했다.
일반적인 ‘힐’이 아니기 때문에 이걸로 회복시킬 수 있는 데미지나 질병의 범위가 훨씬 클 것이다.
방금 쏘았던 것보다 훨씬 강도를 낮춘다고 해도 ‘마나중독증’ 정도는 쉽게 치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점점 평범한 인간에서 멀어지는 기분이네.’
뭐,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을 해봤자 의미가 없지만.
“어?”
마리아가 자기 몸을 내려다보더니 그것을 더듬었다.
“뭘 한 거지?”
갑자기 깨어나서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자기 몸에 있던 상처가 모두 나았다는 것을 알고 웃음을 지었다.
“그래, 잘 생각했어. 지구 반대편까지 와서 문제를 일으키면 너희들만 손해야. 이건 국제문제가 될 수 있어. 너희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이 나라에서 최고로 힘센 사람이야. 장차 총리가 될…….”
“성일아.”
“네, 형님!”
박성일도 마리아의 헛소리를 들어주기 힘들었는지 그녀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뭐 하는 거야! 너, 너 설마……!”
퍽!
박성일이 마리아의 안면에 주먹을 날렸다.
여자의 얼굴을 때리는 것인데도 전혀 망설임이 없다.
그가 했던 말마따나 싸울 때는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거겠지.
당연한 말이지만 S급 헌터쯤 되면 여자가 남자보다 약하다는 말 같은 것은 도저히 할 수 없다.
“그, 그만.”
퍽!
“나를 죽일 셈…….”
퍽!
그렇게 몇 대 얻어맞다가 마리아의 팔다리가 축 늘어졌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퍼엉!-
회복탄이 흡수된 마리아가 다시 “흡!” 하고 정신을 차렸다.
이번에 쏜 회복탄은 좀 전에 쏘았던 것보다 더 약한 것이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스무 번 이상 쏠 수 있을 것 같았다.
박성일의 무심한 주먹질이 다시 시작되었다.
퍽!
“제발….”
퍽!
“미친새…….”
퍽!
기절해서 축 늘어지면 내가 다시 회복탄을 쏘아 정신을 깨웠다.
성인이 될 때까지 한 인간의 안에 축적된 성정은 여간해서 고치기 어렵다.
마리아의 불행한 점은 프랑코처럼 제대로 된 부모가 없다는 사실이겠지.
세바스찬도 망나니처럼 산 것은 같았지만 결국 정신을 차린 계기는 죽음의 순간에 아버지를 떠올리고,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생겨서였다.
실제 마리아의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지만, 그녀에게는 같은 것을 기대할 수 없었다.
스페인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진 헌터이니 점점 더 망가지기만 하겠지.
원하는 것은 다 얻어야 하고, 심지어 본인 말에 따르면 세바스찬을 제치고 총리가 될 계획까지 가지고 있었던 듯했다.
‘부모가 하지 못한 훈육을.’
나와 박성일이 대신 해주는 것이다.
그래도 마리아는 운이 좋았다.
이전에 나를 만났던 S급 헌터들의 최후는 보통 죽음으로 끝났으니까.
물론 마리아가 나를 죽이려고 했다거나 메건을 상대로 선을 넘는 짓을 했다면 재고의 여지 없이 같은 결말을 맞이했겠지만.
꽤 긴 시간 같은 방식의 훈육이 이어졌다.
결국 마리아가 소리쳤다.
“미, 미안! 잘못했습니다!!”
물론 이 전에도 사과를 외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였다.
그녀의 눈에 끈질기게 남아있던 독기가 완전히 사라졌으니까.
박성일이 다시 한번 주먹을 뻗으려는 순간 내가 그를 만류했다.
“그만하자, 성일아.”
“네.”
박성일이 마리아를 내려놓았다.
“흐흑, 흐흐흐흑!”
마리아가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것을 웬만큼 지켜보다가 회복탄을 쏘아 그녀의 몸을 회복시켜 주었다.
박성일에게 말했다.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