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112)
최초의 연금술사-112화(112/175)
112화. 독일 최초의 던전 (2)
스페인 쪽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독일로 날아갔다.
“갑자기 모시게 되어 죄송합니다.”
독일 총리가 나와 박성일을 맞아 정중하게 말했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지만 헌터들이 권력을 독점하게 되어 문제가 심각합니다. 독일만은 안 그렇길 바랐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정말 유감입니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들었습니다.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나는 총리의 직접 설명으로 이곳에서 어떤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지 들었다.
스페인에서 미하일에게 들었던 내용과 대동소이했다.
최초의 던전을 일종의 기지로 삼고, 극단주의자, 반정부주의자들이 모여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S급 헌터이다.
파트릭.
그는 절대로 지지 않는 헌터.
세상 누가 와도 쓰러뜨릴 수 없는 남자로 불리고 있었다.
보통 그 나라에서 가장 강한 S급 헌터를 최강의 헌터쯤으로 부르는 것과 호칭에 차이가 있었다.
그 이유를 총리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절대 방어.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입니다.”
“절대 방어요? 그게 뭡니까?”
‘절대’라는 말이 붙은 순간에 범상치 않은 능력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S급 헌터가 사용하는 능력 아닌가?
“그에게는 어떤 스킬도 통하지 않습니다. 범위 안에 들어오는 헌터들은 마나조차 사용하지 못하고, 그의 별것 아닌 공격에 당하고 맙니다.”
총리가 영상을 보여주었다.
영상 속에는 평범한 인상의, 오히려 약해 보이기까지 한 남자가 비치고 있었다.
한 무리의 헌터들이 그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헌터들이 날리는 공격을 무효로 만들어버렸다.
파트릭은 손에 들고 있는 칼로 힘을 쓰지 못하는 헌터들을 차례로 찔렀다.
“그의 공격력은 하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보셨다시피 이 ‘절대 방어’ 능력이 그를 특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나는 박성일을 바라보았다.
박성일도 어이가 없는 듯했다.
“이건 좀…….”
그가 뒷목을 문질렀다.
“보호막은 보통 꼭대기 쪽이 약한데, 이건 그렇지 않은 것 같네요.”
나는 총리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이건 저희 힘으로도 어떻게 해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메건에게 약속했었다.
만약 이 일이 어렵고, 안전을 도모할 수 없다면 두 번 생각하지 않고 포기하기로.
독일의 사정은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정도 사안이라면 자기 쪽 국가에서 해결할 일이었다.
나나 박성일이 목숨을 걸어가면서까지 덤빌 일이 아니었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압니다. 저희 쪽 S급 헌터들은 이 악당으로부터 나라를 지킬 생각이 없어요. 처음에는 단지 본인들에게 파트릭을 이길 힘이 없어서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본질은 그들도 파트릭과 한통속이라는 겁니다. 파트릭이 국가를 전복하면 그들도 한 자리씩 차지하게 될 테니까요. 극단주의라는 이념이 핑계가 되는 셈입니다. 우월한 본인들이라면 무슨 짓이라도 해도 되는…… 독일은 장차 지옥이 되고 말 겁니다.”
총리의 표정은 우울했다.
그가 앞으로 이 나라에 닥칠 위협을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 느껴졌다.
“이 정도 일이라면…….”
박성일이 말했다.
“다른 나라도 안전하지 않겠는데요? 이런 놈을 누가 이길 수 있겠어요? 다른 나라 S급 헌터들이 이놈이랑 힘을 합친다고 생각해보세요. 끔찍하네요.”
“음…….”
나는 파트릭이 능력을 발휘하는 영상을 유심히 보았다.
정말로 남의 나라 일이라고 편하게 생각하면 안 될지 몰랐다.
그렇지 않아도 S급 헌터들은 자기 능력을 마음껏 휘두르고 싶어 하니까.
판이 갖추어지고, 그들이 날뛰기 시작하면 정말로 세상 전체가 지옥이 될 수 있었다.
나는 포기한다는 생각을 접어두고 대책 마련을 고심해보았다.
“일단 이 자들을 던전에서 몰아내는 건 어떨까요?”
“이미 몇 차례 시도했었습니다. 하지만 저쪽에도 헌터들이 많고,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한 번은 거의 성공할 뻔했지만 파트릭이 나서서 후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총리의 말은 이미 인명 피해가 막심하고, 이렇게 대립만 하다가는 국가 치안이 엉망이 돼 버리고 말 거라는 것이었다.
헌터들의 숫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던전에 들어갈 사람의 숫자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국민들의 안전을 최소한도 보장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반란분자들을 그들의 아지트로부터 몰아내는 일.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던전을 부활시키면 그 안에 있기 힘들어질 겁니다.”
“아…….”
내 말을 이해한 총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김태수 씨가 어떻게 던전을 부활시키는지 모릅니다. 혹시 생각하시는 게 있습니까?”
“최초의 던전은 구조가 어떻게 되죠? 혹시 꼭대기에 구멍 같은 게 나 있지 않습니까?”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모든 최초의 던전의 공통적인 특징이에요. 그 구멍으로 코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코어가 있는 방……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알 것 같습니다. 확실히 코어라고 할 수 있는 게 그 방에 있지요. 그곳에 들어가면 던전을 부활시킬 수 있습니까?”
“네, 하지만 시간이 걸립니다. 2주에서 더 길게는 4주까지.”
“그 정도면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지기만 해서, 놈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입니다. 국민들도 덜 불안하게 여길 거고요.”
우리는 작전을 짰다.
사실 세세하고 복잡한 작전은 아니었다.
박성일이라는 최고의 비행 능력자가 있으니까 던전 꼭대기에 있을 구멍으로 들어가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독일 정부 측에서 도와주어야 할 일은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이었다.
내가 할 일을 마치는 동안 방해받지 않도록.
“파트릭은 그곳에 상주하지 않나요?”
“물론이죠. 뭐 하러 그러겠습니까? 그곳에 상주하는 건 따로 갈 곳이 없는 범죄자, 빌런들입니다. 파트릭은 큰일이 생길 때만 오죠.”
“빨리 해결하고 후퇴하면 그를 만날 일이 없겠군요.”
“네, 하지만 한 번에 성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쪽이 뭘 하려는 건지 알면 저쪽도 대비할 테니까요.”
복잡한 계획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미룰 것도 없었다.
반란분자들을 아지트에서 내모는 것으로 이쪽이 결정적인 승기를 잡는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다만 나로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코어에 접근할 수 있다면 그 마나를 취할 수 있으니까.
그러면 궁극적으로 독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얻어야 할 것을 얻는 셈이었다.
다소 이기적이지만 지금은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나와 박성일로서도 당장은 파트릭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 * *
“절대 방어라니, 그런 건 생각도 못 해봤네요.”
하늘을 날면서 박성일이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헌터들도 마나와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면 일반인이나 다름없으니까. 정말로 사기적인 능력이네.”
“진짜로 헌터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날이 올까요?”
“그렇게 되면 너는 어쩔 생각이야?”
“나는…… 글쎄요. 그렇게 되면 재미없을 것 같은데. 축구도 못 보고. 형님은 어떻게 하실 건데요?”
박성일의 질문을 듣고 좀 멈칫한 기분이 들었다.
엄밀히 말해 나도 헌터였다.
물론 이제 와서는 일반적인 헌터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최초의 던전은 물론이고 버려진 던전도 부활시킬 수 있으니까.
게다가 궁극의 무기를 셋이나 얻었다.
이런 나라면 헌터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도 높은 지위를 누릴 수 있겠지.
“나도 반대야. 그렇게 되면 안 되지.”
헌터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그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원시시대와 다른 게 뭐겠는가?
밤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독일 최초의 던전은 차갑고 웅장한 느낌이었다.
인조적으로 만든 건물처럼 겉면이 반질반질하고 대리석처럼 각이 져 있었다.
“용 머리 같네요.”
“용?”
박성일의 말을 듣고 보니 던전의 꼭대기 부분이 마치 용의 머리를 닮아 있었다.
곡선보다는 각이 진 로봇 같은 모양의 드래곤 헤드.
그 미간에 작은 구멍이 나 있었다.
들어갈 곳을 확인해두었으니, 이제 아래쪽에서 작전을 펼치길 기다리면 되었다.
장갑차가 밀고 들어오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장한 군인들이 보이고, 정부 측의 헌터들이 앞장서서 튀어 나갔다.
쾅!-
장갑차에서 쏜 포가 던전 입구를 때렸다.
던전 쪽에서도 반응이 나왔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튀어나온 것.
그들은 헌터였고, 당장 정부 쪽 헌터들과 맞붙기 시작했다.
“어? 저거!”
박성일의 목소리를 듣고 정면을 보았더니 우리가 들어가기로 한 구멍 안에서 남자들이 나오는 게 보였다.
우리 쪽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소리를 지르는가 싶더니, 급기야 총을 쏘았다.
탕! 탕! 탕!
그것은 마나탄이었고, 정밀한 사격이 힘든 것인지 우리를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
“어쩌죠? 당장은 착지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잠깐만.”
나는 한쪽 팔을 들어 그쪽으로 겨누었다.
오른팔이 빠르게 모양을 바꾸기 시작했다.
블랙 코어 건.
스페인에서 얻은 능력으로 무기의 모양과 크기를 웬만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가장 앞에서 총을 들고 있는 남자를 겨누었다.
타앙!-
검은색 탄환이 일직선으로 날아가 정확히 그의 머리를 맞추었다.
“나이스 샷!”
박성일이 내가 일발에 적을 명중시킨 것에 환호했다.
내가 쏜 탄알은 단발의 피해로 끝나지 않았다.
독탄이 남자의 머리에 박히면서 피가 튀었고, 오염된 피가 다른 놈들의 옷과 피부에 닿았다.
“으아악!”
“끄아아악!”
S급 헌터도 중독시켜 죽일 수 있는 독이었다.
그 정도 위력으로 쏜 것은 아니지만, 남자들을 제압하는 데는 충분했다.
몇 명은 벼랑 끝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추락했다.
“가자.”
정부군이 얼마나 오래 버틸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이것은 독일 정부로서 제 살을 깎아 먹는 것과 다름없는 작전이었다.
정부군이든 반란분자든 죽어 나가는 것은 독일의 헌터들이었으니까.
박성일과 나는 구멍 앞에 착지했다.
중독되어 비명을 질러대는 한 명의 헌터를 박성일이 발로 차서 추락시켜버렸다.
구멍 안쪽에 적은 더 없었다.
그곳은 내가 이제껏 보아왔던 최초의 던전 코어가 있는 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천장을 가득 채운 소환석들.
정면 중앙에 거대한 알 모양의 코어가 보였다.
나는 그쪽으로 걸어가 코어에 두 손바닥을 올렸다.
[활동이 멈춘 최초의 던전 코어(4/12)]•독일에서 발생한 최초의 던전의 핵. 하지만 현재는 활동이 완전히 멈춘 상태이다. 다시 숨결을 불어넣지 않는 한 이대로는 커다란 돌덩이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당장 마나를 발동해서 내가 마주한 4번째 최초의 던전 코어에 숨결을 불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