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117)
최초의 연금술사-117화(117/175)
117화. 일본의 반격 (2)
기본적으로 박성일은 하늘을 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수준의 비행 능력은 결코 흔한 게 아니었다.
일본의 여자 헌터가 그와 하늘에서 맞서 싸우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 이유였다.
그녀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곧 밝혀졌다.
펑! 펑! 소리를 내며 여자 헌터가 위치를 바꾸는 게 보인다.
펑!
소리가 난 자리에서는 연기가 피어나고 수 미터 떨어진 장소에서 다시 나타난 그녀가 박성일을 공격했다.
이렇게 보니 상당한 실력자였다.
그녀가 사용하는 기술은 상대하는 입장에서 몹시 까다로웠다.
박성일도 그것 때문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다시 한번 펑! 소리와 함께 사라졌던 여자가 박성일의 머리 위에서 나타나 뭔가를 뿌렸다.
그것을 맞은 박성일이 억! 소리를 내며 밀려났다.
여전히 하늘에 떠 있었지만, 상당한 대미지를 입은 듯했고 상대와의 거리가 벌어졌다.
여자 헌터가 다시 거리를 좁히면서 쇠사슬이 달린 낫처럼 생긴 무기를 휘둘렀다.
쐐액-
나는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쩡!
내가 생성한 보호막이 공격을 막았지만, 애초에 그 스킬의 수준은 낮았다.
S급인 여자 헌터의 공격을 완전히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보호막을 뚫고 무기의 날이 파고들었지만, 박성일이 정신을 차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을 벌어주었다.
그가 휙 날아올라서 여자 헌터의 등 뒤로 갔다.
주먹을 휘둘렀지만, 이미 펑! 소리를 내며 여자가 사라져버린 뒤였다.
펑! 펑! 펑!-
마치 에코의 잔향 같은 소리를 남기며 여자 헌터가 멀어졌다.
그녀의 모습은 곧 보이지 않게 되었다.
“으…….”
박성일이 쫓아가려고 했지만 나는 그를 말렸다.
“성일아, 그만해!”
“그치만…….”
“너 중독됐어. 움직일수록 손해야. 이리 와.”
박성일이 얼굴을 찡그리며 베란다에 착지했다.
내 말대로 그의 얼굴을 새파래져 있었다.
가슴팍 두 군데에 표창이 박혀 있었는데, 특히 그 부분이 심하게 중독되어 있었다.
나는 표창을 뽑아냈다.
“윽!”
“잠깐 있어 봐.”
내게는 네 종류의 최초의 코어 마나가 있었다.
3개째의 코어 마나를 갖게 되었을 때 각각의 마나를 합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독이다.
S급 헌터 중에서도 최상급인 박성일을 이렇게 심하게, 그리고 빨리 중독시켰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여자 헌터가 달아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독이 퍼져서 박성일이 죽게 될 테니까.
그때 다시 나타나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 뻔했다.
나는 최초의 코어 마나를 끄집어냈다.
2개의 마나가 오른쪽 손바닥으로 밀려 나왔다.
그 두 가지는 바로 태국에서 얻은 독 마나, 그리고 스페인에서 얻은 힐링 마나였다.
나는 독에 중독되지 않는다.
태국에서 얻은 코어 마나 덕분이었다.
독에는 상성이 있고, 강한 독을 몰아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와 상성이 반대인 다른 강한 독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런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힐링 마나와 결합하여 치료법을 찾았다.
손바닥 중앙에 예의 동그란 구멍이 나는 것이 느껴졌고, 그것을 통해 독 마나와 결합된 힐링 마나가 박성일의 환부로 스며들었다.
베란다 문이 열리고 메건이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에요?”
그녀가 상처 입은 박성일을 걱정했다.
“괜찮아요? 일본 S급 헌터가 그런 것 맞죠?”
“응, 너무 걱정하지 마.”
내 말대로 박성일의 혈색이 점점 정상으로 돌아왔다.
내가 손을 옮겨가며 치료한 두 군데의 환부도 모두 치료되었다.
“으음, 이제 괜찮아요.”
박성일도 본인이 회복했다는 걸 인지했다.
“미안하다. 자꾸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해서.”
“무슨 말씀이세요? 저것들이 형님만 공격하겠어요? 형님 죽인 뒤에는 나도 죽이려고 하겠죠.”
“너한테는 손을 잡자고 할 수 있어.”
“말이 돼요? 저것들 말 듣고 일본 따까리 노릇을 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박성일이 여자 헌터가 사라진 쪽을 노려보았다.
그곳은 버려진 던전이 있는 방향이었다.
‘저기 숨어있었나?’
내가 한국에 돌아온 걸 알았을 테니 적당한 타이밍에 죽이려고 했을지 모른다.
이왕이면 자고 있을 때 조용히 죽이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컸다.
문득 버려진 던전 쪽에서 무언가가 반짝 빛나는 게 보였다.
박성일도 그걸 놓치지 않고 즉시 난간 쪽에 섰다.
“내가 죽으면 형님도 죽이려고 했겠죠. 와, 오늘 박성일 자존심 많이 상한다!”
그가 말릴 새도 없이 휙 베란다에서 날아올랐다.
곧 버려진 던전 안쪽으로 사라지는 그였다.
“메건, 다녀올게.”
“성일 군한테 맡겨두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일본 헌터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 성일이가 또 같은 공격을 당하면 그걸 치료할 사람이 없잖아.”
“조심해요.”
“응, 당신한테 추적 스킬을 걸어둘게. 여기에서 벗어나면 내가 바로 알 수 있게.”
나는 ‘추적’ 스킬을 사용해서 메건의 몸에 마나 조각을 붙여두었다.
인벤토리에서 배터리 용도로 만들어둔 힐링 스톤을 꺼냈다.
이미 조금 써 버린 마나를 그것으로 충전했다.
나는 박성일이 날아올랐던 난간에 서서 휙 아래로 뛰어내렸다.
하늘을 날 수 없어도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져서 멀쩡할 신체 능력은 있었다.
바닥에 착지한 뒤 곧장 버려진 던전으로 달려갔다.
* * *
챙! 챙! 챙!
던전 안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박성일과 여자 헌터의 모습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가면 곧 그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박성일이 가진 능력 중 가장 특기할 것이 비행 능력인 만큼 이 안에서 그 장기를 발휘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반면 기묘한 닌자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여자 헌터 쪽은 유리하겠지.
그것까지 계산했다면 머리를 쓰는 쪽으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대였다.
그렇게 소리가 나는 쪽으로 움직이려 했을 때였다.
문득 등허리를 타고 오르는 소름이 느껴졌다.
쉬익, 쉬익, 기분 나쁜 소리도 들려왔다.
바닥을 보았더니, 그곳을 기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가 보였다.
알록달록한 피부를 가진, 그렇다고 해도 결코 예쁘다고 표현할 수 없을 수백 마리의 뱀들이 내 쪽으로 기어왔다.
“헤이!”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긴 머리카락에 선글라스를 쓴, 왜소한 체격의 남자가 서 있었다.
손에는 피리를 들고 있다.
그가 바로 뱀을 소환수로 부린다는 일본의 S급 헌터라는 것을 즉시 알 수 있었다.
쉬익, 쉬익.
기어오는 뱀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게다가 그 숫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남자가 피리를 입에 갖다 댔다.
삐리리리~~
결코 음정이 맞다고 할 수 없는, 듣기 괴로운 소리가 던전 안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맞추어 뱀들이 반응했다.
“캬악!”
“샤아아악!”
주둥이를 쫙 벌리고 소리를 내는 모습이 경악스러웠다.
한두 마리라면 모를까, 수백 마리의 뱀이 동시에 그러는 장면은 악몽 그 자체였다.
이놈도 나를 죽이려고 한국에 들어온 일본의 S급 헌터였다.
만약 자는 도중에 조용히 목숨을 잃는다면 뱀에게 물려 죽는 것보다 닌자에게 목이 따이는 편이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는 안 되겠지만.’
나는 마나를 사용했다.
뱃속에서 뽑아낸 마나로 온몸을 코팅했다.
이전에 독탄을 쏘는 총을 만들 때는 오직 한쪽 팔만을 변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형태를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온몸에 마나를 두르는 것도 가능했다.
“샤악!”
“캬아아악!”
주둥이를 벌린 뱀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콱!
콰악!
놈들이 나를 깨물기 시작했다.
발끝에서 머리까지, 나는 이내 수백 마리 뱀에 파묻히고 말았다.
그러고 있자니 피리 소리가 멈추었다.
“하하하하!”
자신의 승리를 확신한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가 미처 모르는 일이 있었다.
닌자 헌터 쪽도 모르고 있었던 사실.
어떤 독도 내게 통하지 않는다.
어떤 독을 사용하든 그보다 더 강한 독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툭, 툭.
내 몸을 까맣게 덮었던 뱀들이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떨어진 뱀들은 바르르 떨다가 곧 돌처럼 굳어 죽어버렸다.
놈들의 피부를 장식하고 있던 알록달록한 빛깔들이 퇴색하여 거무스름해졌다.
내 몸 아래에는 수십 마리 뱀의 시체가 놓였고, 그 시체들로부터 풍기는 독향 때문에 다른 뱀들이 다가오지 못했다.
나는 힐링 마나로 온몸에 뚫린 구멍을 치료했다.
넝마가 된 옷을 제외한다면 몸에 난 모든 상처가 치료되었다.
그런 나를 경악한 눈으로 지켜보던 일본 헌터가 다시 피리를 입에 물었다.
삐리리리~
삐리리리리~~
불쾌한 음조로 더욱 거세게 연주했지만, 뱀들은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지 입을 벌리고 괴로워하다가 방향을 반대로 틀었다.
수백 마리 뱀들이 선글라스 쓴 남자를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남자는 당황하여 오히려 피리를 더 세게 불어댔다.
삐리리리~~
삐리리~~
“샤악!”
“캬아악!!”
성난 뱀들이 남자에게 기어올랐다.
“아악!”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남자가 피리를 입에서 뗐다.
겨우 수 초에 불과했다.
뱀들이 몸에 올라타 그를 완전히 덮어버는 데 걸린 시간은.
“으악! 으아아악!!”
비명이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되었다.
바닥에 깔려있던 뱀들이 하나 둘 빛과 함께 사라졌다.
자기들을 소환했던 헌터가 죽자 더 이상 여기 있을 수 없게 된 것이었다.
내 발밑에 쌓여있던 뱀의 사체들도 모두 사라졌다.
선글라스 쓴 남자가 서 있던 자리에는 그가 죽으면서 남긴 흔적만이 덩그렇게 놓였다.
갈가리 찢기다시피 한 옷가지와 피리, 그리고 선글라스.
한 줌의 뼈 위에 쌓여있는 것들이었다.
본인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동반자였을 뱀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이제 보니 위에서 들리던 싸우는 소리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길 쪽에서 박성일이 나타났다.
한쪽 어깨에 축 늘어진 여자 한 명을 메고 있었다.
“어? 괜찮으세요?”
그가 넝마가 된 옷을 입고 있는 내게 물었다.
“응, 너는?”
“당연한 걸 왜 물으세요? 당연히 제가 이겼죠.”
박성일이 웃어 보였다.
나를 암살하려고 한국에 들어온 일본의 S급 헌터 두 명이 계획에 실패하여 죽었다.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지.’
사람을 죽이려고 한 일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종종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은 주제 파악이 안 되는 것 같다.
스페인과 독일에서 그렇게 큰일을 치르고 온 사람을 상대할 때는 뭔가 더 조심성이 있어야 했을 것 같은데.
계획이 실패할 때의 후폭풍도 계산했어야 한다.
‘내가 신경 쓸 건 아니고.’
나는 박성일에게 말했다.
“고마워, 성일아. 피곤할 텐데 이제 집에 가서 푹 자라.”
“아니, 잠 다 깼어요. 이제 배가 고픈데요?”
“하하, 알았어. 먹고 싶은 거 다 얘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