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120)
최초의 연금술사-120화(120/175)
120화. 일본의 반격 (5)
일본 S급 회의 수장이라는 다이치는 몹시 흥분한 표정이었다.
그는 적어도 겉모습만으로는 평범해 보였다.
되레 훈남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나이가 아주 어린 듯했다.
기껏해야 21~22살 정도.
‘경험이 없었구나.’
여자 경험이 없어서 그렇게 서툴게 굴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따지고 보면 좀 불쌍하다고 할 수도 있다.
다른 죄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아름다운 여자에게 반한 것일 뿐이니까.
하지만 그 상대가 나빴다고 할까?
S급 헌터로 각성했다고 해도 같은 S급 헌터에게 반한다면 평등한 관계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으니까.
연애 기술로 승부해야 할 텐데, 다이치는 그게 부족해 보였다.
‘이게 일본의 민낯이구나.’
이런 서툰 남자에게 실질적으로 천황보다 높은 권력을 부여하고 국가의 미래를 걸고 있었다니.
겉으로 보기에는 강국, 더구나 헌터계로만 국한해서 보았을 때 중국과 유일하게 자웅을 겨룰 수 있는 강대국으로 보였던 일본은 이런 어설픈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스페인과 독일도 마찬가지.’
그 나라에서 일어났고, 일어날 뻔했던 쿠데타의 민낯도 유치했다.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사실은 헌터로 각성하는 게 그 대상을 엄격히 판별하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미성숙하고 유치한 인간들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면 기존의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기껏 이룩한 인류의 문명이 야생으로 돌아간다고 할까?
‘기회지.’
나는 냉정하게 마음먹기로 했다.
작금의 일본에서 최고 권력자라고 할 수 있는 다이치를 이곳까지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처음 신바에게 이 계획에 대해 들었을 때는 뭔가 싶었는데, 실제로 성공한 것을 보니 이게 아니면 다음번에는 절대로 같은 기회가 없겠거니 싶었다.
지금까지 일본이 내게 무슨 짓을 했던가?
처음에는 와타나베가 제주도로 들어와서 최초의 던전을 뺏고 몹쓸 짓까지 하려고 시도했으며 최근에는 S급 헌터 두 명이 국내로 들어와 나를 죽이려고 했다.
‘앞으로도 계속되겠지.’
둘 중 하나가 망해야 끝나는 일이었다.
더구나 한국 정부도 믿을 수 없다.
일본과의 갈등이 불거졌을 때 그들이 내게 찾아와서 시도했던 일들만 보아도 그러했다.
“씨익, 씨익.”
다이치는 나를 정면으로 보면서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그와 함께 세 명의 S급 헌터가 왔다.
그러니까 신바와 코하루까지 하면 여섯 명의 일본 S급 헌터가 한국에 와 있는 것.
신바와 코하루는 일부러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코하루는 납치된 상태이고 신바는 그런 그녀를 구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설정이었다.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코하루는 아직 별 탈이 없습니다. 최희수도 바보가 아닙니다. 코하루에게 반한 나머지 잠깐 눈이 돌아간 모양이지만, 이번 일본과의 외교 문제가 잘 해결되면 코하루를 얌전히 놓아주기로 했습니다. 인질을 잡은 것 같은 모양새가 되어서 유감이네요.”
“유감? 그런 악마 같은 짓을 저질러놓고 고작 한다는 말이 유감??”
“저를 죽이려고 자객을 보낸 일은 뭐, 천사 같은 짓입니까?”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보아하니 다이치와는 제대로 된 대화가 불가능해 보였다.
“이상 없습니다.”
일본 측 S급 헌터가 다가와 다이치에게 말했다.
다이치는 우리의 대화가 단둘이 이루어지길 희망했다.
이미 그렇게 제안할 거라고 신바에게 들었기 때문에 거절하지 않았다.
일본 측에서 건너온 꽤 많은 사람이 이곳에 모였다.
아파트 건물은 텅 비어있었다.
이미 내가 있던 펜트하우스를 제외하고 모든 세대가 집을 비웠기 때문에.
말할 것도 없이 얼마 전 밤에 있었던 일본의 S급 헌터들 습격 사건이 그들의 이탈을 부추겼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언론에는 한줄의 기사도 나지 않았다.
뭐, 나로서는 살인을 저지른 일을 무마할 수 있었다는 이익이 있었지만, 일본의 범죄까지 감추어지는 부작용도 있었다.
뭔가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한국 정부는 스스로 약자가 되려고 하는 것인지.
일본과의 관계 재정립 이후 대한민국이 김태수 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자각하길 바랐다.
일본 측 S급 헌터가 먼저 버려진 던전에 들어가서 확인한 것은 거기 숨어있는 누군가가 있는지 여부였다.
다이치가 조용한 장소에서의 일 대 일 대화를 바라는 이유는 명확했다.
그의 시간 정지 능력에는 한계가 있었으니까.
정지시켜야 하는 존재가 많을수록 능력이 약해진다.
그 대상이 S급 헌터라면 시간이 더 단축됐다.
일본 측에서는 여전히 다이치의 능력을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다만 그가 일본에서 가장 강력한 헌터라는 사실만을 강조했다.
내가 앞장섰고, 다이치가 씩씩거리면서 따라왔다.
그는 나와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게 분명했다.
바라는 것은 오직 시간을 정지시켜 나를 죽인 뒤, 동행한 S급 헌터들과 함께 한국을 조져놓고 코하루와의 사랑을 완성하는 것이겠지.
던전에 들어간 뒤에 다이치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제 대화를 해 볼까요?”
“대화는 개뿔…….
”
다이치가 웃음을 지었다.
그가 뭔가 하기 직전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이치!”
코하루를 포함해서 신바, 그리고 박성일과 최희수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어……?”
뜻밖의 상황에 다이치가 얼어붙었다.
이미 일본의 S급 헌터가 이곳을 살피고 갔지만, 그가 간과한 것은 같은 S급 최고 회의에 소속되어 있는 신바가 가진 능력이었다.
그는 최고 수준의 은신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게 특기라고 할 수 있었다.
혼자만이 아니라 다수를 철저히 은신시킬 수 있다.
애초에 신바, 코하루, 박성일과 최희수는 이 던전 안에 들어와 있었다.
다이치를 부른 것은 코하루였다.
그녀는 거의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 너 싫어! 제발 나를 내버려 둬!”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 계속 주위를 맴도는 것만큼 스트레스도 없을 것이다.
그것을 전문용어로 스토킹이라고 한다.
더구나 다이치는 일본에서 최고로 우대받는 존재였기 때문에 코하루가 그를 대놓고 거부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애초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잘못되었던 것.
“코하루……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같이 미래를 이야기했잖아. 나를 닮은 아들과 너를 닮은 딸을…….”
“싫다고! 싫어!! 나는 너랑 결혼 안 해!!”
“으윽…….”
다이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면전에서 고백을 거절당하면 어떻게 될까?
절망적인 기분일 것이다.
세상에 복수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지금까지 사랑했던 여자를 망가뜨리고 싶은 최악의 감정에 빠질 수도 있었다.
“으아아악! 다 죽어어~~~!!!”
다이치가 자기 능력을 사용하기 직전에 나 또한 능력을 사용했다.
사실 코하루가 다이치의 시선을 잡아끈 사이 이미 시작한 일이기도 했다.
바닥에 소환진이 그려졌다.
넓은 공간이 아니니만큼 이번에는 바닥 쪽에 그것이 그려졌다.
빛이 뿜어지는 위로 독일에서 보았던 거대한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녀석을 보았던 나와 박성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입을 떡 벌리고 용이 나타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다이치도 마찬가지.
갑자기 나타난 용의 압도적인 위용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나는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용을 소환하는 일은 엄청나게 많은 마나를 소모하는 일이다.
독일에서 녀석이 드래곤 파이어를 뿜어내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직접 코어로부터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핸드폰으로 치면 직접 충전기와 연결된 상태였던 것.
하지만 지금은 독일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압도적으로 마나를 소모하는 일에 대응할 수단이 없었다.
‘그럴 필요까지 없지.’
다이치가 가진 능력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한 일이다.
“으아아아악!!”
다이치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지르며 능력을 발동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 공간 안에 있는 단 한 명도 멈추어놓지 못했다.
쨍!-
스킬이 깨어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다이치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용이 느리게 내 쪽을 보았다.
나는 녀석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콰직!-
용이 다이치를 집어삼켰다.
볼을 우물거리는가 싶더니 퉷, 하고 입 안에 있던 것을 뱉어냈다.
그것은 해골이 되다시피 한 다이치의 분리된 신체였다.
“나중에 보자.”
나는 깜박거리는 정신을 유지하려고 애쓰며 용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별 불만 없이 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녀석을 본인이 나타났던 소환진 안으로 돌려보냈다.
힘이 쭉 빠져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입구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본어로 날카롭게 외치는 소리였다.
아마도 다이치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듣고 가까이에 있던 일본 S급 헌터들이 난입한 모양이었다.
이것도 웬만큼 시나리오 안에 있었던 일이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
신바와 코하루, 그리고 박성일과 최희수가 움직였다.
신바와 코하루의 전투 능력은 모르겠지만, 박성일과 최희수는 한국에서 가장 강한 S급 헌터 두 명이었다.
나는 어지럽게 싸움이 일어나는 광경을 보며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었다.
효과 좋은 포션을 쭉 들이켰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몸을 일으킬 기운이 나지 않았다.
‘잘 싸우네.’
박성일이 잘 싸운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신바와 코하루, 그리고 최희수까지.
그들은 일본 S급 헌터들이 꼼짝 못 할 만큼 몰아붙였다.
내가 깜박 정신을 잃은 것은 싸움이 거의 마무리되는 것을 본 후였다.
* * *
“으음…….”
슬며시 눈을 뜨자 메건이 보였다.
“이제 정신이 들어요?”
“아!”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충분히 쉬었기 때문인지 피로감은 전혀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다른 사람들은?”
“일본에서 온 사람들은 코가 쑥 빠져서 도망치듯 돌아갔어요. 이번에 여섯 명이나 되는 S급 헌터를 잃었잖아요. 그전에 와타나베도 있었고, 또 신바와 코하루는 일본 정부로부터 돌아섰고요. 더는 허튼짓을 못 할 거예요. 저도 아버지를 따라 일본 기업인들과 헌터들을 상대한 적이 꽤 많은데, 그들은 자기가 졌다고 생각하면 확실하게 굽히는 경향이 있거든요. 적어도 태수 씨 앞에서 더 까불지 못할 거예요.”
“그러겠죠.”
“딴 사람들은 자기네들끼리 축하 파티를 한다고 했어요. 아마 최희수 군 집으로 간 것 같아요. 웃긴 일이 있었는데 뭔지 알아요? 최희수가 진지하게 코하루에게 고백했어요. 일 초 만에 차였고요.”
“하하, 그게 진짜야?”
“역할극에 너무 몰입했나 봐요.”
어쨌든 일본과의 싸움이 일단락되었다.
메건의 말마따나 앞으로 그쪽에서 더 싸움을 걸어올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럴 여유가 있기는커녕 자국 내 일을 수습하기 바쁠 테니까.
“그리고 좀 전에 아빠한테 연락이 왔어요.”
“그래?”
“이제 미국에 들어와도 괜찮을 것 같대요. 태수 씨 위상이 그만큼 커졌다는 거죠. 미국 정부도 이번 일본과의 일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딴생각하는 것보다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