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128)
최초의 연금술사-128화(128/175)
128화. 미국의 제안 (7)
“이게 된 건가요?”
장치의 작동 원리를 모르고, 오늘 처음 착용해본 나로서는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네! 지금 보이는 이미지가 회장님의 마나를 나타내는 표시입니다. 다만 좀 이상한 건…….”
브라이언이 다섯 가지 색깔로 표시되어 화면 안에서 회전하며 움직이고 있는 이미지를 보면서 말했다.
“색깔은 각 마나가 가진 성질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숫자가 이렇게 많은 건 이해되지 않네요. 아! 혹시…….”
그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 물었다.
“지금까지 다섯 곳의 최초의 던전을 방문하셨던 것 맞죠?”
“네.”
역시 두뇌 회전이 빠른 사람이었다.
“그곳에서 각각의 마나를 취하셨던 것 아닙니까? 보통 한 사람에게 이토록 성질이 다른 여러 종류의 마나가 한꺼번에 깃들기 힘듭니다. 그게 아니라면 해석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예측하신 대로입니다. 그게 제가 최초의 던전을 부활시키는 방법이고요. 부활시키는 던전의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저에게 깃든 마나의 숫자도 늘어납니다.”
이미 다 예상하고 있는 사실을 두고 다른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사실대로 대답하자 브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헌터님은 특별하신 분입니다. 막연히 그런 게 아닐까 예상했지만, 실제로 확인하고 보니 경이롭기 짝이 없군요. 정말 대단한…….”
“장관님. 지금은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얘길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 그 말씀이 맞습니다. 작동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브라이언이 내게 마나 증폭기의 작동 원리, 그리고 작동 방법을 말해 주었다.
그가 말하는 증폭기의 원리는 전문용어가 너무 많이 사용되어서 제대로 알아듣기 어려웠다.
요는 이 작은 장치 안에 중립 에너지를 지닌 마나가 깃들어 있어서, 그것이 헌터의 마나 양을 부풀리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 중립적인 마나는 복잡한 공정, 그리고 던전에서 발견된 미생물을 이용해 개발되었으며, 아이작을 대상으로 실험해서 제작한 것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이걸 의도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결과물이라는 것.
말할 것도 없이 엄청난 성과였지만, 워낙 제작하기 어렵고, 임상 실험 결과 성공한 케이스가 아이작밖에 없었던 탓에 보완의 여지가 있는 기술이기도 했다.
작동 방법은 간단했다.
터치스크린 안에 표시된 마나를 터치하고, 마나를 불어넣으면 된다고 했다.
많은 양을 불어넣을 필요는 없고, 장치가 작동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
증폭되는 마나의 양은 숫자로 표기되고, 기준은 퍼센티지였다.
마나를 받아들이고자 할 때 이미지를 다시 한번 터치하면 되는 것.
“장치를 드린 입장에서 말씀드리기 그렇지만, 이 장치를 너무 믿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미지가 나타났을 때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했는데, 한꺼번에 5개의 마나라니…… 그것은 상정 외였습니다. 저도 이 장치가 잘 작동되었으면 좋겠네요.”
“밤에 작전을 펼치려면 장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희 측 장비를 준비해주실 수 있으시죠?”
“물론입니다. 원하시는 장비와 아이템을 필요한 만큼 제공하겠습니다.”
브라이언과 거기까지 대화했을 때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났다.
중요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기 때문에 아무나 들어올 수 없었다.
문을 열고 나타난 것은 오스틴이었다.
“무슨 비밀 대화를 하는 겁니까?”
“비밀 대화는 아니고, 김태수 회장님께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브라이언의 물음에 오스틴이 대답했다.
“어제는 빠지겠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아, 정말입니까!”
대화의 분위기로 보아 오스틴은 인종차별주의자, 그리고 4명의 S급 헌터들과 싸우는 일에 가담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 같았다.
단순히 생각하면 비겁하게 여겨지지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택할 수 있는 선택지였다.
하지만 이 일이 미국 대중에 알려지면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외국인인 나와 박성일, 그리고 신바와 코하루가 싸웠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오스틴도 그 점을 고려한 듯했다.
“이기적이라고 욕먹는 것도 지겹고, 저도 할 때는 한다는 걸 보여줘야죠. 대신 상황이 나쁘면 후퇴하겠습니다. 그리고 성공했을 땐 제 활약상을 대대적으로 보도해주세요.”
“물론이죠! 감사합니다, 헌터님!”
오스틴은 말할 것도 없이 굉장한 실력을 가진 헌터였다.
박성일이 그와 싸워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을 정도이니까.
그가 있고 없고가 이쪽 전력에 큰 영향을 미칠 터였다.
나는 오스틴에게 말했다.
“사용할 장비나 아이템이 있다면 주세요.”
“왜요?”
“저는 강화 능력이 있으니까. 이왕이면 좋은 전력으로 적들과 붙어야죠.”
강화 능력이라는 말에 오스틴이 살짝 눈을 찌푸렸다.
대체 그게 뭐냐는 표정.
그가 그런 반응을 보인다는 건 이제 놀랄 일만 남았다는 뜻이었다.
* * *
“세상에!”
오스틴이 강화된 자신의 장비를 입어보고 입을 쩍 벌렸다.
“당신은 대체 누굽니까! 나를 때려눕히지를 않나, 그리고 이런 강화 능력까지. 최초의 던전을 부활시킨 건 말할 것도 없고요.”
“보시는 대로입니다. 그게 제 능력이에요.”
“핫, 참…….”
오스틴이 머리를 긁적였다.
“S급 헌터가 된 뒤에 누군가에게 열등감을 느낀 적이 없는데, 당신은 정말 다 가졌네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능력에, 메건까지…….”
“당신은 충분히 강해요. 그런 말 할 필요 없습니다.”
오스틴이 손을 내밀었다.
내가 그 손을 잡고 악수하자, 그가 웃음을 지었다.
최초의 던전 안에서 돌발 행동을 했을 때는 웬 미친놈인가 싶었는데, 따지고 보면 바닥까지 나쁜 인간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제는 메건보다 당신한테 더 흥미가 가네요.”
“그건 좀 위험하게 들리네요.”
오스틴뿐 아니라 박성일, 신바와 코하루의 장비, 그리고 아이템을 강화해주었다.
전부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최소 수십억 원은 호가하는 장비들이었다.
이미 자신의 소환수인 여우와 곰을 잃은 코하루에게 싸울 수단이 남아있느냐고 묻자, 아직 소환수가 세 마리 더 남아있다고 했다.
여우와 곰은 가장 강한 소환수들이었던 만큼 다른 소환수들과 한꺼번에 불러내기 힘들었지만 나머지 세 마리는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소환사가 한 마리의 소환수만 키우는 게 아니라면…….’
나도 용만 소환할 수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사실 독일의 버려진 던전에서 새로 얻은 마나를 시험할 때 비슷한 감각을 받았었다.
용의 이미지가 가장 강하게 떠올라서 그렇지, 다른 소환수의 이미지도 보았던 것.
구체적으로 그리거나 실제 소환해본 적이 없어서 아직 미지수였지만 충분히 시도해볼 만하다고 느꼈다.
정부에서 동원된 부대원들이 집결하자 장관을 이루었다.
브라이언이 착잡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저쪽에서 새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우리가 싸울 생각인 걸 알고 자기네들도 항전하겠다고 하더군요. 예상은 했지만 일이 여기까지 오니까 저도 좀 걱정되네요.”
“이런 일을 많이 겪어보셨지 않습니까?”
“아니요~ 이 정도 숫자의 S급 헌터들이 한꺼번에 반란을 일으킨 사건은 미국에서도 처음입니다. 인종차별주의자 놈들도 세력이 많다는 건 파악하고 있었지만, 각 지역에 퍼져있어서 대규모로 움직인 적이 없습니다. 가면을 쓰고 있지만 저 중에 소위 잘나가는 길드의 길드장이나 이름 있는 헌터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죠. 정치인, 경제인들에게 많은 지원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인종 차별을 반대하고 정의로운 척하면서 뒤로는 말과 다른 행동을 하는 거죠. 이게 미국의 민낯인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한국이라고 다를 게 있겠습니까? 일본과 일이 있을 때 저도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좀 바뀌었으면 좋겠네요. 뭐, 수십 년간 안 바뀌었는데 갑자기 바뀔 리는 없겠지만요.”
브라이언이 나를 보고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헌터부 장관이라면 기본적으로 능력이 없으면 오를 수 없는 자리이고, 그의 나이를 생각했을 때 같은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을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여전히 헌터들에게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그 희망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 또한 인정했다.
나도 마찬가지.
대의를 생각하기보다는 눈앞의 일을 하나하나 처리해나갈 뿐이었다.
“가까운 곳에 버려진 던전이 있나요? 아니면 인적이 없는 넓은 장소라도 괜찮습니다.”
“그건 왜 물으시죠?”
“시험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명상 같은 거라고 생각하셔도 괜찮습니다.”
“이 일대에 버려진 던전이 10곳은 될 겁니다. 이 지역에 주민이 적은 게 최초의 던전 때문은 아니니까요.”
최초의 던전은 기본적으로 부활할 가능성이 전혀 없던 곳으로 인식되었다.
이 일대에 거주하는 사람이 적다는 게 최초의 던전 때문은 아니라는 뜻.
하지만 버려진 던전이 그토록 많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적어도 사람이 살기 힘든, 언제 새 던전이 솟아날지 모르는 위험한 지역이라는 뜻이니까.
나는 문득 잊고 있었던 일이 떠올라 물어보았다.
“아이작은 합류하는 게 맞나요?”
“네, 위험한 인물이니까 시간에 맞추어 도착할 겁니다. 바로 현장으로 가는 거죠.”
대규모 살인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인데 아무리 힘든 조건을 내걸었다지만 사면을 약속받았다.
이를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반면 정부는 그를 풀어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헌터로 일컬어졌으니까.
미국 당국이 자의적으로 SS급이라고 등급을 매겼다지 않은가?
자국에 그런 헌터가 있으면 든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 유럽연합, 그리고 러시아와 경쟁하고 있었으니까.
“S급 헌터들을 가능하면 생포하라고 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겠습니까? 신경 쓰지 마십시오.”
브라이언이 말했다.
미국 정부는 상황이 여기까지 왔는데도 반란을 일으킨 4명의 S급 헌터를 생포하고 싶어했다.
브라이언의 말대로 싸움이 붙으면 상대 목숨을 담보할 수 없을 게 당연했다.
저놈들도 우리를 죽이려고 달려들 테니까.
미국 정부의 입장은 알겠지만, 방금 들은 건 못 들은 셈 치기로 했다.
* * *
헬리콥터를 타고 멀리 떨어진 버려진 던전으로 갔다.
그 안에 들어가 명상을 했다.
목적은 용 말고 다른 소환수를 불러낼 수 있을지 확인하는 것.
마나 증폭 장치를 받았지만, 이게 제대로 작동할지 아직 장담할 수 없었다.
작동하지 않을 거라는 가정하에 용 대신 소환할 수 있는 다른 소환수가 있을지 확인하기로 했다.
용은 저쪽 세상의 개념으로도 끝판왕 격인 존재일 테니까.
그보다 약하다고 해도 내가 더 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소환수가 있었으면 했다.
소환 코어의 에너지는 다른 최초의 던전 코어 에너지보다 훨씬 강하니까.
용처럼 컨트롤하기 힘든 존재가 아니라면 웬만큼 자유롭게 다룰 수 있을 게 분명했다.
나는 독일에서 그랬던 것보다 더 깊이 집중 상태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