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130)
최초의 연금술사-130화(130/175)
130화. 미국의 제안 (9)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었다.
저걸 사람의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헌터는 일반인이 아니지만, 그걸 감안하고 보더라도 아이작의 움직임을 보자니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쾅! 쾅! 쾅!-
본진이 도착하기도 전에 적진을 완전히 휘젓고 있다.
그의 움직임이 워낙 전광석화와 같아서, 게다가 예측하기 어려워서 적들도 대응하지 못했다.
이걸 보면 아이작을 동원하자고 했던 미국 정부 측의 판단이 맞았던 셈이다.
설마하니 그가 이번 작전에 동원됐다는 이야기가 적들에게 알려지지는 않았을 테니까.
포탄을 날려 상자를 폭발시켰던 것도, 아이작이 그 안에 들어있을 걸 알아서가 아니었다.
“저러니까 수백 명을 죽였지…….”
박성일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 수백 명도 일반인이 아니었다.
헌터 빌런 집단.
가족의 복수를 위해 대량 학살을 일으키고 스스로 붙잡힌 남자였다.
나는 내가 오해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작전 수행을 위해 범죄자까지 동원하고, 그 이유가 SS급으로 분류된 세계 최강의 헌터를 풀어주기 위한 핑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설령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그가 이쪽 진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게 명백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확실한 기선제압은 절대 할 수 없었을 터.
“SS급이래.”
“네?”
“그렇게 들었어. 미국에서 자체적으로 S급으로 분류할 수 없는 능력이라고 판단했나 봐.”
“저걸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네요.”
박성일의 실력은 잘 알고 있었다.
그와 싸워 우세를 차지했던 오스틴의 실력도 내 눈으로 보았다.
하지만 아이작은 그들을 뛰어넘는 존재였다.
불과 몇 초 만에 그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적진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이들이 튀어나왔는데, 그들의 존재감은 여타 평범한 헌터들을 압도했다.
먼저 양손에 총기류의 무기를 들고 난사하는 자가 보였다.
‘캘빈…….’
아마도 상자를 향해 포탄을 쏜 것도 그였을 것이다.
무기를 잘 다루는 타입의 헌터라고 들었다.
쿨한 인상에 하와이 셔츠를 입고 있던 남자.
과묵해 보였는데, 그의 양손에 들려서 불을 뿜는 무기들은 결코 과묵하지 않았다.
타다다당! 타다다다당!-
묵직한 총알들이 아이작을 향해 마구 쏘아졌다.
아이작의 주변에는 인종차별주의자 빌런들이 있었는데, 캘빈은 그것을 신경 쓰지 않고 아군에게도 마구 총을 쏘았다.
비명이 곳곳에서 울렸지만, 그것은 아이작의 것이 아니었다.
쿠구구궁!-
굉음과 함께 바위가 낙하했다.
쿵!-
쿠우웅!-
떨어져 내리는 바위는 한 개가 아니었다.
연속으로 거대한 바위가 아이작이 지나간 자리에 떨어져 내렸다.
시선을 들어 바라봤더니 높은 지대에 덩치 큰 남자 하나가 서 있었다.
그가 연속으로 바위를 던져대고 있었던 것.
2미터가 넘는 키에 뚱뚱한 체형을 가진 남자였다.
겉으로 보기에도 힘이 좋을 것 같았지만, 그가 구사하는 괴력은 단순히 힘이 좋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웠다.
마치 작은 돌멩이를 던지듯이 집채만 한 바위를 손쉽게 던져댔다.
하지만 괴력에 치중한 능력 때문인지 던지는 속도와 조준 능력이 떨어져서, 아이작을 한 번도 맞히지 못하고 아군들에게만 피해를 주었다.
불과 수십 초 만에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열 명도 넘게 그가 던진 바위에 깔린 것 같았다.
‘동료라는 인식 자체가 없구나.’
캘빈도 그렇고 바위를 집어 던지고 있는 베이더도 같은 편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죽거나 다치는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과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목표는 명백히 달랐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나에 대한 반감 때문에, 동양인인 내가 미국의 귀중한 자산인 최초의 던전의 소유권을 넘겨받는 것에 반발했다면, 그쪽에 붙은 S급 헌터들은 그저 자기들의 이익만을 생각했다.
이미 막대한 보수를 받았을 것이고, 이 반란이 성공하면 더 많은 금전적 보상을 얻을 터.
앞으로 정부를 상대로 한 협상력도 커질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상황은 그들이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이대로 끝날 수도 있겠는데요?”
지켜보던 박성일이 말했다.
부대의 이동이 현저히 느려졌다.
헬리콥터 안에 전달된 무전 내용은 영어라고는 해도 알아듣기 어렵지 않았다.
속도를 늦추고 사태를 관망하라는 것.
아이작 혼자 적을 괴멸시킬 수 있다면 괜히 참전해서 피해를 볼 필요가 없으니까.
일부러 전진하는 속도를 늦추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만…….’
아무리 범죄자라고 해도 정말로 아이작을 도구처럼 다룬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가족을 죽인 복수를 했다고 해도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입장에서 대량살인범에게 함부로 동정심을 가지면 안 되는 거겠지만.
그러고 있을 때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두 개의 그림자가 보였다.
좌측과 우측에서 달려오는 두 사람.
나는 그들이 적진 안에 있던 나머지 두 명의 S급 헌터임을 알아보았다.
둘 다 스피드에 강점이 있는 헌터들이었다.
아이작을 상대하기 힘들다고 느끼고, 차라리 본진을 직접 타격하겠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그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
아이작이 혼자서 적진을 부수는 걸 보고 전진을 늦추었던 부대 안에서 당장 혼란이 일어났으니까.
펑! 펑!-
콰아앙!
타다다다다!-
이쪽에서 대응을 위해 포탄을 쏘고 총기를 난사했지만, 애초에 두 사람은 속도에 강점이 있는 S급 헌터들이었다.
그들에게 평범한 공격은 하품이 나올 만큼 느리게 보일 게 분명했다.
그 둘뿐만 아니라 적진의 트럭들도 이쪽으로 전진해오기 시작했다.
가면을 쓴 헌터들이 떼로 달려든다.
이렇게 되자 이쪽 S급 헌터들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코하루, 가자!”
“응, 오빠!”
코하루가 소환 능력을 발동했다.
빛무리와 함께 나타난 것은 여우, 곰이 아닌 거대한 독수리였다.
신바와 코하루는 점프하여 녀석의 등에 올라탔다.
신바가 은신 능력을 발동해서 어둠 속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동생인 코하루, 그리고 독수리까지 한꺼번에 사라지게 만든 것.
매끄럽게 행동하는 것을 보니 같은 패턴의 작전을 처음 구사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콱!
콰직!
적들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공격당해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나는 독수리의 발톱이 그들을 공격한다고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들은 무엇이 자신들을 공격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쓰러져갔다.
독수리의 움직임이 덩치에 비해 빨라서인지 회피 능력도 좋아 보였다.
“어이, 뭐 하냐?”
오스틴이 쌩 날아와서 박성일에게 말했다.
“왜 시비야?”
“존슨은 내가 맡을 테니 메리는 네가 맡아라.”
“뭐?”
퍼엉!-
추진력을 더해 날아간 오스틴이 빛줄기처럼 움직이고 있는 무언가를 쫓아갔다.
스피드로는 그도 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이 동선을 유리하게 했다.
오래지 않아 그가 엄청난 속도로 이쪽 진영을 헤집고 있던 헌터를 잡아냈다.
쾅!-
그가 날린 주먹이 존슨에게 꽂혔고, 가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존슨의 몸뚱이가 하늘로 높이 치솟았다.
오스틴이 계속 따라붙어 추격타를 날렸다.
아이작을 빼고 논한다면 그가 미국에서 수위를 다투는 헌터라고 했다.
그와 캘빈을 첫손에 꼽는다고 했는데, 캘빈이 무기가 없으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스틴이 그보다 더 강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박성일도 오스틴의 활약을 보고 자극을 받은 듯했다.
그 역시 속도를 높여 어딘가로 날아갔다.
메리는 존슨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쪽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녀는 단순히 달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크게 점프해서 공중의 헬리콥터까지도 타격했다.
이미 두 대의 헬리콥터가 그녀의 공격에 격추당했고, 이런 식이라면 내가 타고 있는 헬리콥터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었다.
박성일이 그녀를 향해 날아갔다.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점프를 해대는 통에 존슨보다는 잡아내기 더 힘든 타입인 듯했다.
박성일은 그녀를 낚아채려는 시도를 두 번 연속 실패했지만, 결국 이쪽 헬리콥터를 향해 도약한 그녀의 몸뚱이를 태클로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콰아앙!!-
자신이 공격한 메리와 함께 요란하게 땅에 처박힌 그였다.
잠시 후 먼지 속에서 유유히 날아오른 그의 손에는 덜미가 잡혀 축 늘어진 금발 여자가 있었다.
‘이대로면……’
저쪽에 캘빈과 베이더가 있었지만, 아이작이 그들을 상대로 질 것 같지 않았다.
시간이 더 지나면 확실히 이쪽의 승리로 결판날 듯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싸움에 반전이 있을 거라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나는 먼 곳에서 아이작이 베이더가 던진 바위를 잡아낸 것을 목격했다.
괴력으로 집어던진 바윗덩어리를 그것도 위에서 내리꽂힌 것을 두 손으로 받아낸 극였다.
잡아낸 바윗덩어리를 다시 베이더를 향해 던졌다.
콰아앙!!-
이제까지 한 번도 아이작을 맞힌 적이 없는 베이더가 날아온 바윗덩어리와 함께 짓뭉개졌다.
하지만 일련의 동작을 하기 위해 움직임을 멈추었던 게 화근이 된 탓일까?
기회를 놓치지 않은 캘빈의 포탄이 날아들었다.
콰앙!!-
아이작의 몸뚱이가 화염 속에 묻혔다.
하지만 이 한 번의 공격으로 그가 죽을 거라고 보이지는 않았다.
캘빈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연속으로 포탄을 날렸다.
콰앙!
콰아앙!-
몇 발의 강력한 포탄이 연속해서 아이작을 가격했다.
전장에 일시적 소요가 일어났다.
적진을 맹렬한 기세로 헤집어놓았던 아이작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많은 이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기 때문이었다.
몇 초 뒤 한 줄기 섬광이 가라앉지 않은 화염 속에서 튀어나왔다.
콰아앙!-
섬광은 그대로 캘빈에게 날아들어 그를 들이받았다.
캘빈이 쏜 포탄에 몇 발이나 직격당했으면서 아이작은 죽기는커녕 큰 상처가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캘빈은 그의 태클 한 번에 완전히 의식을 잃고 늘어졌다.
아이작이 기절한 그의 목을 잡아 올렸다.
왼손으로 잡아올려 오른 주먹으로 그의 안면을 후려쳤다.
펑!-
핏물이 분무처럼 터지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에 캘빈의 머리가 있어야 할 곳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캘빈과 아이작이 죽었다.
존슨과 메리는 각각 오스틴과 박성일에게 제압당했다.
사실상 싸움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헬리콥터 안에서 아이작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능력은 가공할 만했다.
내 능력이 강화와 연금술 능력에 기인하여, 그것을 통해 최초의 던전에서 코어 마나를 흡수하여 얻은 것임에 반해 그의 능력은 각성한 순간의 괴물 같은 능력, 순수한 본신의 힘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작전은 성공했다.
어려울 거라 예상했던 싸움은 생각보다 적은 피해를 남긴 채 승리로 귀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난 건 그 직후였다.
아이작이 축 늘어진 캘빈의 손에서 총기를 뜯어내듯 빼앗았다.
목이 없는 시체를 집어던지고 총기를 난사했다.
타다다다당!!-
그가 총을 쏘는 방향은 인종차별주의자들 쪽이 아니었다.
이쪽을 향해서.
퍼엉!-
특유의 섬광 같은 움직임으로 헌터 부대를 향해 달려오는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