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139)
최초의 연금술사-139화(139/175)
139화. 사우디 왕자의 제안 (8)
“여기 통화되는 곳이야?”
내 물음에 자라가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신호 잘 잡히니까 걱정 마.”
나는 브라이언에게 전화를 걸었다.
1초 만에 그가 전화를 받았다.
– 회장님! 진짜 회장님 맞으십니까!
“네, 저 맞습니다.”
– 괜찮으신 건가요? 보고 들었습니다. 회장님이 자라, 나즈라 그것들한테 공격받았다고…….
“그래서 말인데 그녀들이 지금 저랑 같이 있어요.”
– 네에?
전화기 안이 침묵했다.
브라이언이 뭘 상상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도 내가 인질로 잡혀있고, 적들이 나를 두고 조건을 제시할 거라고 예상하겠지.
나는 그의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기 전에 말해주었다.
“그녀들이 제안했어요. 나비드와 하산의 목을 가져다줄 테니 자신들을 사면해달라고요.”
– 네??
브라이언의 놀란 목소리가 더 커졌다.
– 혹시…… 협박당하고 계십니까?
“그런 분위기는 아니에요. 그녀들이 저한테 얼굴과 아지트까지 공개했습니다. 이 상태라면 제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어요. 진심인 것 같습니다.”
– 으음…… 제 선에서 결정하기 힘든 일인 건 아시죠? 최대한 빨리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기다릴게요.”
나는 통화를 끝내고 자라, 나즈라를 바라보았다.
그녀들의 표정에 경계심이 보였다.
“미국 헌터부장관과 통화했어. 곧 다시 연락하겠대.”
“음, 그렇다면 기다려야지.”
“여자친구가 걱정할 것 같은데 통화 한 번 더 해도 될까?”
“안 돼.”
나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브라이언에게 전화했으니 메건에게도 소식이 전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으면 했지만, 그러기는 어렵겠지.
자라, 나즈라가 소파에 앉았다.
다리를 꼬고 앉는 포즈가 터프한 그녀들의 성격을 방증했다.
보면 볼수록 김지윤, 김지유를 연상시켰다.
그녀들을 본 지도 오래됐는데, 조만간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5분쯤 기다렸더니 핸드폰이 울렸다.
브라이언이 걸어온 전화라 즉시 받았다.
“네, 장관님.”
– 대통령 승인을 받았습니다. 다만 미국이 그녀들을 사면했다는 사실은 비밀에 부쳐야 합니다. 그녀들의 앞으로의 행보도 미국 정부가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하고요. 그게 조건입니다.
“그거라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녀들이 원하는 건 저랑 같이 일하는 거니까요.”
– 네? 회장님과 같이 일하기를 바란다고요?
브라이언이 놀랐다가 잠시 후 수긍하는 말을 했다.
– 하긴, 그녀들의 행보를 보면 딱히 어딘가에 소속되어 움직인다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이란 정부에 백 퍼센트 협조적이라고 보기도 어렵고요. 그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런 거라면 더 믿음이 가네요. 다만 이 협상이 마무리되려면 그녀들이 스스로 내건 조건을 이행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얘기해보고 연락드릴게요.”
나는 전화를 끊고 자라, 나즈라에게 말했다.
“미국이 너희들을 사면했다는 걸 절대 말하면 안 된대. 앞으로 뭘 하든 위치가 알려져야 하고.”
“뭐, 그 정도야 예상했던 거니까.”
“우리가 원하는 건 자유가 아니야.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이 필요한 거지.”
“협상을 마무리하려면 너희들이 내건 조건을 이행해야 해. 언제 할 수 있지?”
자라와 나즈라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둘이 몸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무기를 꺼내었다.
바닥의 주문진이 빛을 발하고, 두 여자가 뭔가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식으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면 빈틈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항간에 무적의 용병으로 불리면서도 그녀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불안해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부웅-
허공에 구멍이 뚫렸다.
그 사이로 바깥 풍경이 내보였다.
누군가의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수염이 텁수룩한 중동 남자의 얼굴이었다.
파악!-
자라가 칼로 그의 목을 베었다.
다른 손으로 잘린 머리통을 끄집어냈다.
불과 1초 만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파악!-
반대편에서 나즈라가 같은 일을 했다.
이번에도 잘려서 꺼내어진 것은 또 다른 중동 남자의 머리통이었다.
그들이 나비드와 하산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들의 능력을 눈앞에서 보자니 기가 막혔다.
동시에 나와 박성일, 신바와 코하루를 공격할 때는 진심이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들의 목표는 나와 동료들을 죽이려는 게 아니라 나를 이곳으로 끄집어내는 것이었다.
“자, 우리 할 일은 했어.”
자라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통을 바닥에 내던지며 말했다.
나즈라도 자기가 잘라낸 머리통을 바닥에 놓았다.
나는 그것들을 사진으로 찍었다.
브라이언에게 전송하자 당장 전화가 걸려 왔다.
– 설마 방금 한 겁니까?
“네, 제 눈앞에서 했어요.”
– 하아아…… 확인한 뒤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브라이언으로부터의 회신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라와 나즈라가 베어낸 것은 상대측 지도자인 나비드와 하산의 머리통이 확실했으니까.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미국 대통령의 승인으로 자라와 나즈라가 미국 정부로부터 범죄 사면을 받았다.
옳은 일은 아니지만 이번 일로 발생할 잠재적 희생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것, 잠재적으로 골머리를 썩일 수 있는 자라, 나즈라의 행적을 앞으로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손해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들의 제안이 미국 정부로서는 반가웠을 것이다.
“아아~ 이제 좀 마음이 편하네.”
“안심했더니 배가 고파. 오빠, 우리랑 뭐 먹으러 갈래?”
“얼굴이 드러나도 되는 거야?”
“당연하지. 우리가 우리인지 아무도 모른다니까?”
자라, 나즈라는 자신들이 평소에 쓰는 이름을 알려주었다.
네다와 니카.
하긴 그녀들이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녀들이 무시무시한 S급 용병일지 알까 싶었다.
“여자친구가 걱정할 테니 돌아갈 생각이야. 너희들도 같이 갈래?”
자라와 나즈라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생각보다 더 시원하게 대답했다.
“알았어.”
“밥은 줄 거지?”
* * *
“형님~~!!”
메건은 브라이언에게 먼저 사정을 들었는지 상대적으로 평온했지만, 박성일은 나를 보자마자 끌어안고 기뻐했다.
“진짜 어떻게 되시는 거 아닌가 걱정했다고요!”
“미안해. 너한테 더 빨리 연락했어야 하는데.”
“아무튼 무사하시니 됐어요! 근데 이 여자들은 누구예요?”
박성일이 내 뒤에 서 있는 키 큰 여자 둘을 보고 물었다.
“음…… 앞으로 우리를 도와줄 사람들이야. 네다와 니카. S급 헌터들이지.”
박성일이 나를 한쪽으로 끌고 갔다.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혹시 저 여자들이…….”
“모르는 척해.”
“아…….”
박성일의 시선이 자라와 나즈라에게 향했다.
우리를 공격했던 여자들이라 못미더운 모양이었다.
“나중에 더 자세히 말해줄게. 불필요한 걱정은 안 해도 돼.”
“뭐, 형님이 그러시다면요.”
신바와 코하루도 내가 무사히 귀환한 것을 기뻐했다.
“다행입니다! 걱정 많이 했습니다.”
“우리를 먼저 내보내 주셔서 정말 감동했어요!”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었다.
무엇보다 잘된 일은 수일 내에 있을 것으로 예정되었던 반란군과의 싸움이 불필요해졌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끼리 저녁 식사를 하며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오마르가 직접 찾아왔다.
나는 그와 함께 별실로 가서 대화를 나누었다.
“전후 사정은 들었습니다. 나비드와 하산이 죽은 것도 확인했고요. 이미 저희 부대가 행동을 개시했습니다. 수장이 죽은 적들이 별 저항도 하지 못하고 모두 진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잘됐네요. 희생자 없이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어차피 그들도 저희 국민입니다. 국왕께서는 처형과 같은 엄벌에 처하는 대신 가벼운 벌을 내리는 것으로 끝낼 생각이십니다. 지금은 국민을 분열하는 것보다 끌어안고 화합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니까요.”
“현명하신 결정이네요.”
어차피 S급 헌터의 욕심 때문에 시작된 일이다.
커다란 능력을 얻고, 실제로 자신이 신이 된 것처럼 오만하게 굴었다.
본질은 종교나 정치에 있지 않고 S급 헌터의 일탈 그 자체였다.
그가 죽었으니 더 크게 비화할 필요가 없는 일.
이란과 사우디가 사이가 안 좋았던 것도 하루이틀 있었던 일이 아니니까 조용히 넘기는 분위기였다.
저쪽도 S급 헌터 한 명을 잃었으니 속이 쓰릴 것이다.
물론 잃은 것은 단 한 명이 아니었지만.
“자라, 나즈라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저희도 고민이 있었지만, 김태수 형제님의 얼굴을 보아서 모르는 척하기로 했습니다.”
“그녀들이 나비드, 하산을 죽였어요. 그러고 나서 이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겠죠.”
“맞습니다. 저희로서도 그녀들의 존재가 신경 쓰였던 게 사실입니다. 언제 어떻게 우리 목을 자를지 모를 헌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죠. 그녀들이 형제님을 돕기로 했다는 건 저희로서도 큰 우환을 덜어내는 일입니다.”
“다 잘 끝나서 다행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왕가는 김태수 씨를 형제로 여기고 있습니다. 부탁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 형제님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항상 지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날은 일행 전체가 초청받아서 오마르의 집으로 가서 연회를 즐겼다.
생각했던 것보다 딱딱한 의식은 거의 없다시피 했고, 편안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어마어마하게 크고 호화스러움으로 가득한 사우디 왕자의 집은 보는 것만으로 눈이 확 트이는 것 같았다.
그는 집안 여기저기를 데리고 다니며 집 구경을 시켜주고 자신의 수집품을 소개해주었다.
슈퍼카만 50대가 있었지만, 그보다 눈길을 끈 것은 최신 설비로 꾸며진 게임룸이었다.
사우디 왕자가 온라인 게임을 즐길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한국 게이머들에게는 당할 수가 없더군요. 붙는 족족 처참하게 졌습니다. 돈으로도 안 되는 건 안 되더라고요.”
오마르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그의 게임룸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즐길 수 있을 만큼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으므로 나와 메건이 한 팀을 이루고 오마르와 그의 아들이 팀을 이루어 2 대 2 대결을 했다.
10판 넘게 했는데 모두 우리 쪽이 이겼다.
그래도 오마르의 체면을 생각해 한 판 정도는 져주어도 괜찮을 법했는데 메건이 워낙 게임에 진심이라 그럴 수 없었다.
“봐준다는 생각 자체가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는 거라고요.”
오마르는 계속 지기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덕분에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대인배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다만 그의 아들이 울면서 뛰쳐나간 것은 좀 마음에 걸렸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아직 사우디에서 끝마치지 않은 일이 하나 있었다.
최초의 던전으로 가서 그것을 부활시키는 일.
자라, 나즈라의 방해를 받아 마무리하지 못했었다.
최초의 던전을 부활시키는 일 자체는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아니다.
적들의 위협이 사라진 상황이었지만, 브라이언의 간곡한 부탁으로, 박성일, 신바와 코하루, 그리고 자라, 나즈라 자매까지 일행을 꾸려서 최초의 던전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