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140)
최초의 연금술사-140화(140/175)
140화. 사우디 왕자의 제안 (9)
“우리는 여기 있을게.”
자라가 말했다.
“우리도 당신이 최초의 던전을 어떻게 부활시키는지 보고 싶지만, 우리까지 그 좁은 곳에 따라 들어가면 의미가 없으니까. 여기에서 적들이 오는지 감시할게.”
자라, 나즈라 두 자매는 최초의 던전 바깥쪽에 있겠다고 했다.
널찍하고 그늘진 곳에 자리 잡고 적당히 바닥에 앉는 그녀들이었다.
그녀들은 앉은 상태로 곧 집중 상태에 들어갔고, 모래바닥 위에 주문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같은 편이 된 이상 그에 맞게 행동하는 그녀들이었다.
내게는 상대의 진심을 들여다보는 스킬이 있었지만, S급 헌터들을 상대로도 잘 통할 만큼 고급 스킬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적어도 느껴지는 분위기만으로 그녀들이 딴생각을 품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신상을 브라이언에게 전달했고, 조사를 마친 미국 정부는 그녀들의 말이 전부 사실이고, 따로 숨기는 게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겉으로는 강하게 보이는 두 여자이지만, 실질은 둘 다 이십 대 초반에 불과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위험하고 불안한 상황에 쭉 노출되어 있었다.
심지어 S급 헌터가 된 뒤에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녀들이 내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몸을 의탁하기로 결정하기까지는 짧지 않은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여겨졌다.
“금방 끝내고 올게. 고마워.”
‘고맙다’는 내 말에 나즈라가 슬쩍 한쪽 눈을 떴다 감았다.
나는 더 그녀들을 방해하지 않고 박성일이 있는 곳으로 갔다.
“저 여자들 믿을 수 있는 건가요? 오마르의 집에서 뻔뻔하게 즐기는 모습을 보니까 기가 막히던데요. 어제까지 적이었던 여자들이 맞나 싶을 만큼.”
“보이는 게 전부인 여자들이야. 만약 우리를 해칠 생각이었으면 우리 중 몇 명의 목을 쉽게 베었을 거야.”
“하아아…… 형님을 따라다니면서 여러모로 견문이 넓어지네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저 자매는 나쁜 쪽이 아니야. 적어도 우리한테는.”
용을 소환하지 않고 박성일의 도움을 받아 던전의 중앙 부위에 난 구멍 쪽으로 날아갔다.
신바와 코하루도 소환수를 타고 우리를 따라왔다.
이틀 전 밤에 했던 것과 똑같은 행동이었다.
다만 크게 달라진 것은 그날 밤 우리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격했던 치명적인 적들이 아군이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구멍 안으로 들어가자 그때 보았던 엑스트라스톤들이 여전히 같은 자리에 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
아름다운 지시등처럼 우리를 코어가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바닥에 내려서서 지체없이 코어 쪽로 다가갔다.
‘이걸로 6번째…….’
한국, 태국, 스페인, 독일, 미국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의 최초의 던전에 왔다.
이제 딱 절반을 방문한 셈인데, 어려운 부분을 잘 통과했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앞으로가 더 힘들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브라이언의 말에 따르면 몇 곳의 최초의 던전은 지도에서 아예 사라져버렸다고 하니까.
그것들을 찾아내는 것도 큰 문제였다.
가능할지 모르는 일이기도 하고.
‘당장은 보이는 것부터.’
열두 개의 최초의 던전 코어 마나를 전부 얻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궁금했다.
다섯 개의 코어만 흡수한 지금도 이 정도 능력을 얻었는데, 12개를 전부 흡수한다면 그 시너지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하지만 벌써 12개를 전부 흡수하는 상황을 그려보는 것은 앞서나간 생각이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나가는 것이 당연한 순서였다.
나는 오랫동안 잠들어있었던 코어 위에 두 손바닥을 올려놓았다.
[활동이 멈춘 최초의 던전 코어(6/12)]•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최초의 던전의 핵. 하지만 현재는 활동이 완전히 멈춘 상태이다. 다시 숨결을 불어넣지 않는 한 이대로는 커다란 돌덩이에 지나지 않는다.
마나를 불어넣자 코어에서 빛이 나면서 눈앞에 나타났던 메시지가 바뀌었다.
[최초의 던전 코어(6/12)]•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최초의 던전의 핵. ‘강화’ 능력으로 다시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 코어를 부활시킨 자만이 그 에너지를 취할 수 있다. 성장 가속 효과, 모든 보유 스킬 잠재력 상승 효과.
최초의 던전 코어는 서로 에너지를 공유하고 있으며, 흡수하는 최초의 던전 코어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기존 던전 코어의 효과 강화, 새로운 특성 발현을 기대할 수 있다.
새로운 마나가 흡수되었다.
기존에 있던 5개의 코어 마나와 어우러져 새 마나가 뱃속에 자리잡는 것이 느껴졌다.
여전히 가장 강하고 큰 마나는 소환 마나였다.
다른 세상과 직접 연결하여 용을 소환할 수 있는 마나였으므로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곳 코어 마나는 주홍빛 이미지였다.
얼핏 핏빛을 연상시켜 불편할 수 있지만, 그런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편안하게 신체를 부스트하는 느낌이 났다.
전반적으로 모든 신체 능력과 마나들이 강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코어와 접속하여 던전 내부를 살펴보았다.
이미 400개 이상의 엑스트라스톤을 왕가가 채굴하여 가져갔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는 사이 새 엑스트라스톤들이 생성되어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도드라진 것고 있고, 벽 속에 숨어있는 것들도 있었지만, 사우디 왕가에서도 굳이 새 엑스트라스톤을 채굴하기 위한 작업을 하지 않았을 테니 새 기운을 얻을 준비만 하고 있는 셈이었다.
삐빅!
뜻밖의 효과음 때문에 정신이 번쩍 났다.
코어에서 두 손을 떼어냈더니 어디에서 소리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
왼쪽 손목.
브라이언으로부터 받은 시계에서 난 소리였다.
화면 안에 새 이미지가 추가된 것이 눈에 띄었다.
주홍색 마나.
내 안에 생긴 마나를 인식하여 색까지 정확하게 구현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대체 이런 물건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형님, 괜찮으세요?”
박성일이 물었다.
“응,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무슨 말인지 알아요. 저것들을 따달라는 말이죠?”
그가 눈치 빠르게 날아가더니 코어가 있는 방으로 들어오는 통로 쪽 벽에 붙어있던 엑스트라스톤들을 캐내기 시작했다.
밝은 빛을 띠게 된 그것들은 박성일의 손에 잘 익은 과일들처럼 쉽게 따였다.
박성일이 30개 가까이 되는 엑스트라스톤들을 내 앞에 늘어놓았다.
“예쁘기는 하네요.”
“고마워.”
나는 눈앞에 엑스트라스톤들을 흡수했다.
말 그대로 몸 안에 힘이 차곡차곡 쌓이는 기분이었다.
전부 다 흡수하자 이제까지 내 불안 요소였다고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신체 능력이 크게 나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까지 흡수했던 어떤 최초의 던전 코어 마나보다도 더 직접적인 성장감이 느껴졌다.
“오,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요?”
박성일이 엑스트라스톤 흡수를 모두 마친 내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가자.”
사우디에서 할 일이 모두 끝났다.
오마르는 원하는 만큼 머물면서 지내라고 했고, 나와 메건을 위해서 집까지 마련해줄 생각인 것 같았지만 솔직히 말해 다른 유럽 국가나 미국에서 지냈던 것보다 사우디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좀 지루했다.
온갖 럭셔리한 것을 보고 즐길 수 있었지만, 사우디 안에서 관광하거나 이 나라만의 특별한 뭔가를 즐기기에는 부족한 기분이었다.
오마르는 나를 형제처럼 여기고 있었지만, 그런 특별한 관심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기도 했고.
사우디 왕가의 문화는 어떨지 몰라도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나는 단 며칠 만에 타인과 형제가 되는 것이 심리적으로 와 닿지 않았다.
메건과 상의한 결과 일단 미국으로 가기로 했다.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가도 당장 지낼 집이 없다.
지금 내가 살던 아파트는 허물어졌고, 새집을 짓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나보다는 메건이 설계에 더 관여했고, 모든 것이 최고급으로, 한국에서는 비슷한 건축 사례가 없을 정도의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건축과 관련한 허가들은 정부에서 알아서 해결해주었다.
세금혜택도 받고 있다.
뭐, 개인적으로 받는 특혜라 불공평한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내가 대한민국을 위해 한 일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받아도 되는 부분이었다.
내가 아니었다면 대한민국은 장기적으로 일본에 크게 휘둘리게 되었을 것이다.
정부나 대기업의 태도도 그것을 방어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어쨌든 미국은 나와 메건이 비교적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장소였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반란이 있었지만, 그것이 제압된 지금은 한층 더 안전해졌다고 할 수 있다.
떠난다고 말을 하자 오마르가 내 두 손을 잡고 눈물지었다.
“형제를 떠나보내는 일은 언제나 가슴 아픈 일입니다.”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을 텐데요. 당분간 바쁘실 텐데 힘내시길 바랄게요.”
반란이 진압되어 사우디 왕가는 이전보다 더 큰 국민적 지지를 받게 되었다.
신의 선택을 받은 집안이라고 새삼 인정받았다고 할까?
다시 같은 반란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손봐야 할 시스템이 있을 것이다.
이란과의 외교적 문제도 확실히 해야 할 것이고.
이번 사태로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적 지위는 전자가 확실히 우위에 서게 되었다.
비록 이 사태와 관련하여 이란 정부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발뺌하는 것 같았지만, 외부적으로야 어떤 입장을 표명하든 실질이 무엇인지 모두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이번 일로 이란은 3명의 최정상급 S급 헌터를 잃었다.
무엇보다 자라, 나즈라 자매가 배반했다는 게 뼈 아플 터였다.
사우디 왕가가 나를 형제로 여기며 좋아하는 이유가 차고 넘칠 만큼 있는 셈이었다.
오마르로부터, 엄밀히 말하면 사우디 왕가로부터 이것저것 선물을 받았다.
그 선물 중에는 한정 제작된 수백억 원대의, 돈을 주고도 구하지 못할 슈퍼카도 포함되어 있었다.
출고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며 한국으로 직접 보내주겠다는 했다.
그 외 메건에게는 귀한 보석류의 선물을 많이 주었다.
박성일과 신바, 코하루에게도 많은 선물을 안겼다.
양손 무겁게 선물을 주는 걸 보면 확실히 사우디 왕가가 통이 크기는 했다.
“괜찮겠어?”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자라, 나즈라에게 의향을 물었다.
그녀들에게는 미국에 가는 것이 불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그랬듯 쿨했다.
“왜?”
“우리한테는 미국이 가장 안전해. 대통령이 직접 사면해줬잖아. 우리 얼굴을 아는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당신이랑 같이 있는데 뭐가 불안해?”
듣고 보니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오마르가 내어준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우리는 미국으로 돌아왔다.
브라이언도 같은 비행기를 탔는데, 사우디로 올 때와 달리 자기 좌석에서 푹 잠이 들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에게는 이번 일정이 무척 피곤했을 터였다.
메건도 내 팔짱을 끼고 쌕쌕 숙면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