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145)
최초의 연금술사-145화(145/175)
145화. 마인드스톤 (5)
다음 날은 데이먼의 말대로 그의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브라질로 향했다.
이미 그쪽 대통령과도 말이 되어 있어서 일정을 어떻게 잡든 상관없었다.
비행기는 아침 여섯 시에 출발했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연회를 즐기다가 바로 비행기를 타러 간 것.
다른 일행은 크게 걱정할 게 없었지만, 나이가 적지 않은 데이먼은 피곤하지 않을지 걱정되었다.
“내 생애 이렇게 컨디션이 좋은 것은 열두 살 때 이후로 처음이네.”
그가 한 말이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그에게 해 준 힐링마나를 통한 치료가 그의 몸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어 주었을 테니까.
“브라질까지 가는 데 시간이 꽤 걸려. 비록 내가 공을 많이 들이기는 했지만 그곳 상황은 미국이나 유럽과는 또 다르네. 정부에서 헌터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지.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아. 정치가들도 기업인들도 헌터들을 자기 이익을 위해 멋대로 고용하고 있네. 헌터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대가를 치르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 뭐, 그건 다른 나라들도 웬만큼 비슷하기는 하지만 그쪽은 대놓고 그렇게 한다랄까? 아무튼 빨리 끝내고 귀국하는 게 좋아. 내 목표는 내일 아침에 비행기에 올라 돌아오는 것이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나도 브라질에 오래 머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남미에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곳의 자연이나 문화, 관광지 같은 것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데이먼의 말을 듣자니 오래 머물러서 좋을 게 없는 곳인 듯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예측 불가의 상황이다.
그곳이 무법지대에 가깝다면, 더구나 헌터들이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라면 가능한 한 적게 머무는 것이 좋을 터였다.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니까.
최초의 던전에 관한 생각은 모두가 같지 않았다.
그것에 대한 권리를 가진 사람이 허락하더라도 돈 냄새를 맡은 빌런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일을 꾸밀지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데이먼의 자가용 비행기는 내가 지금까지 탔던 어떤 자가용 비행기보다 더 크고 고급스러웠다.
요란하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재력가가 소유한 비행기인지 외양과 실내 인테리어로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고 할까?
각 잡힌 승무원들이 우리가 불편하지 않게끔 노련하게 움직이며 서비스했다.
“도착할 때까지 꽤 시간이 걸릴 테니 자네도 비행기 안에서 한숨 자게.”
“네, 그러는 게 좋겠네요.”
비행시간은 10시간 이상이었다.
나 또한 데이먼과 술을 마시며, 그의 이런저런 무용담을 들으며 밤을 새웠기 때문에 잠이 간절했다.
* * *
아무리 편안한 비행이라고 해도 12시간에 가까운 비행은 꽤 답답하게 여겨졌다.
5~6시간 잠을 잤고, 음식을 먹고 메건과 두런두런 대화하며 시간을 보냈다.
슬슬 창밖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고, 미국과는 전혀 다른 나라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저런, 젠장.”
데이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왜 당황스러워하는지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비행장에 환영 인사들이 나와 있었다.
마치 국빈을 맞는 것처럼 수십 명이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어쨌든 이런 그림은 데이먼이 원했던 게 아니었던 게 분명했다.
비행기가 도착하자 우리 일행이 차례대로 비행기에서 내렸다.
군복을 입은 남자가 데이먼에게 다가왔다.
통역기를 사용하는지 그의 말이 번역되어 들렸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장관님이 왜 여기 나와 있습니까? 환영식 같은 건 필요 없다고 분명히 말했는데요. 조용히 할 일만 하고 돌아갈 생각입니다.”
“귀한 분들이 오셨는데 그래서는 안 되죠. 저분이 김태수 씨입니까?”
“뭐, 장관님한테는 언젠가 따로 소개할 날이 있을 겁니다. 이번에는 일정이 바쁘니 바로 던전으로 가고 싶습니다.”
‘장관’이라는 남자는 데이먼의 말을 무시하고 내 쪽으로 왔다.
반민머리에 하얀 수염이 나 있어서 나이가 적지 않아 보였고, 입고 있는 옷으로 보아 헌터부장관과 같은 직책은 아닐 듯했다.
“안녕하십니까. 브라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통령님께서 친히 만찬을 준비 중이십니다. 함께 가셔서 자리를 빛내 주시지요.”
표정과 말투는 친근했다.
하지만 이곳에 도열해 있는 사람들의 복장과 분위기에서 강압적인 인상을 받았다.
뭐, 싸움이 벌어지면 우리 쪽도 밀릴 것이 없었지만, 이곳이 상대 국가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되었다.
적진에 있으니, 안전하게 돌아갈 일까지 생각해야만 한다.
데이먼 쪽을 보았더니 그가 마지못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장관을 따라 걸음을 옮기자니 메건이 내 손을 잡았다.
그녀가 손톱으로 내 손바닥 가운데를 살살 긁었다.
그녀를 보았더니 찡그린 표정이었다.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
고개를 돌리자 일행들 표정이 전부 좋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뭔가 있기는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이들 모두 마인드스톤을 100개씩 흡수하여 예지 능력을 갖게 되었으니까.
* * *
“하하하! 드디어 얼굴을 뵙게 되네요! 그동안의 활약상은 빠짐없이 듣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젊고 잘생긴 분이라니, 제 딸들이 보고 싶어 한 이유를 알 것 같네요!”
브라질 대통령, 이름은 구스타보.
데이먼에게 간단한 설명을 들었었는데, 비록 대통령이기는 하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지지율도 극히 낮다고 했다.
애초에 당선될 당시에도 상대 유력 후보들의 신상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대통령이 되었고.
데이먼은 그것에 대해 긴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구린 냄새가 나는 정치인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는 우리를 위해 만찬을 준비해 두고 있었고, 그의 옆에는 두 명의 젊은 딸이 서 있었다.
그녀들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나를 보고 부끄러워하는 기색이었다.
용모가 아름다운 편이었지만 당연히 나는 별생각이 없었다.
다만 메건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우리는 안내받아 자리에 앉았고, 구스타보의 딸들이 내 옆자리에 배석했다.
“어떻습니까? 제 딸들이 아주 아름답지 않나요? 자랑 같아서 말씀드리기 좀 그렇습니다만 둘 다 저를 닮지 않아 머리가 좋고 재주도 많습니다. 애석하게 남자친구는 아직 없지만요. 하하하하!”
무슨 의도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메건이 뻔히 나와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낯빛 하나 바꾸지 않고 뻔뻔한 일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역시 정치가는 정치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스타보, 환영해 준 건 고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최초의 던전에서 할 일만 하고 돌아갈 생각입니다. 우리 모두 한가한 사람들이 아니라서 내일 아침에 돌아갈 계획입니다.”
데이먼이 말했다.
“하하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고 바쁜 사람인 건 누구보다 제가 잘 알지요! 걱정하지 마세요.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여유작작한 태도로 말하는 구스타보의 생각과 달리, 벌써 시간은 저녁 여덟 시였다.
자가용 비행기가 있으니 비행 자체에 큰 무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최초의 던전에 들러야 할 것까지 생각하면 오늘 안에 모든 스케줄을 소화하는 게 쉽지 않을 듯했다.
“잠깐만요.”
목소리를 내며 손을 든 것은 자라였다.
그녀가 한 손에 샴페인 잔을 들고 턱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저 문밖에 있는 사람들은 누군가요? S급인 것 같은데, 저렇게 세워 둘 사람들은 아니지 않나요?”
그녀가 가리킨 방향에는 문이 있었다.
그녀의 말을 듣고 구스타보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무, 무슨 말씀을 하는 겁니까? 그 문밖에는 직원들밖에 없습니다. S급 헌터라니, 이해하기 어렵군요.”
“직원인 척하는 S급이겠죠. 저는 브라질 S급 헌터들 얼굴을 전부 외우고 있습니다. 다른 직원들과 같은 옷을 입고, 머리 색깔과 메이크업을 바꾼다고 해서 알아보지 못하지는 않죠.”
자라는 역시 눈썰미가 있었다.
괜히 각국 정부에서 경계했던 용병이 아니었다.
“크흠, 저분은 누구신가요? 솔직히 좀 불쾌하군요.”
구스타보가 데이먼에게 따지듯 물었다.
그러자 나즈라도 말했다.
“여기 준비된 음식에 문제가 많아 보이네요. 맞춰 볼까요? 이 음식들을 먹고 힘을 잃으면 문밖에 있던 S급 헌터들이 우리를 사로잡겠죠. 뭐, 몇 명은 죽이고 나머지를 인질로 삼을 겁니다. 당신은 시한부 대통령이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면 별 볼 일 없는 인생이 되겠지. 어떤 식으로 머리를 쓴 건지 모르겠지만, 아주 멍청한 결정을 한 거야.”
“읏, 이, 이런……”
구스타보의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바늘을 갖다 대면 퍽! 하고 터질 것 같았다.
“대통령 각하. 그래서 이런 방식은 안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공항에서부터 작전을 시작했어야 합니다.”
공항에 환영 인사로 나왔던 군복 입은 남자가 말했다.
그가 손가락을 딱, 하고 부딪치자 여러 개의 문이 한꺼번에 열렸다.
순식간에 그 뒤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더 숨길 것 없이 각자의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꺼내었다.
자라가 그중에 S급 헌터들이 있다고 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전개인가 싶었다.
구스타보는 내게 딸들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우리를 인질로 잡을 계획을 꾸미고 있었던 걸까?
정말 요지경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내가 아직 명령하지 않았잖아!”
구스타보의 호통에 군복을 입은 장관이 어깨를 으쓱했다.
“저 여자가 옳은 말을 하더군요. 당신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 아무것도 아닌 자라고.”
“너, 너 설마……”
“나도 이럴 생각은 없었어. 하지만 당신 같은 사람도 대통령을 하는데 나라고 국방부장관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하라는 법이 없지. 이 나라 헌터들이야 돈만 주면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고, 나는 대통령이 되어 그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정책을 펼 생각이네.”
“꼼짝 마.”
자라와 나즈라가 앉은 채로 말했다.
그녀들의 양손은 팔꿈치 아래로 사라져 있었다.
“꺄아아악!”
내 옆에 앉아 있던 구스타보의 딸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자라와 나즈라의 사라진 양손이 그녀들의 덜미를 잡고 칼을 목에 대고 있었다.
이 정도 능력은 주문진을 만드는 것 없이도 발동할 수 있는 듯했다.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단숨에 두 딸이 사로잡힌 구스타보가 안 그래도 혈색이 나쁜 얼굴을 두 손을 감쌌다.
“안 돼에~~!! 페드로! 당장 멈추게!”
“따님들한테는 미안하게 됐습니다.”
페드로라는 국방부장관은 구스타보의 두 딸이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었다.
“쳇!”
자라와 나즈라는 인질을 놓아주었다.
그녀들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박성일과 신바, 코하루도 일어났다.
이렇게 되자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