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148)
최초의 연금술사-148화(148/175)
148화. 워프스톤 (1)
미국으로 다시 돌아온 뒤로 6개월이 흘렀다.
6개월.
나로서는 별다른 사건 사고 없이 이토록 긴 시간을 보낸 것이 처음이었다.
데이먼은 여전히 바빴지만, 그래도 해외에 나갈 일이 많지 않아서 나와 메건을 챙겨주며 이것저것 불편하지 않게 뒤를 봐주었다.
브라질에 가기 전에는 일부러 화려하고 좋은 것들을 경험하며 미국 부자의 기분을 느껴보려고 했지만, 그것들은 금방 싫증이 났다.
차라리 풍경과 공기가 좋은 곳에서 메건과 별걱정 없이 쉬는 것이 내게는 가장 좋은 시간이었다.
나는 대한민국 최대 길드의 수장이었지만, 회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을 뿐 기본적으로 내가 길드 운영에 관여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그 방면으로는 나보다 더 경험 많고 실력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정민철이 가끔 안부 전화를 할 때 길드 상황을 묻곤 했는데, 크고 작은 일들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들은 말 그대로 자잘한 일들이었다.
나로서는 국가 수준의 사건들을 경험하다 보니 정민철이 이야기하는 것들이 아주 사소하게 느껴졌다.
국내에서는 TS와 경쟁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최대 기업의 오너들도 내 팬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었다.
한 명은 내가 목숨을 구해주었고, 다른 한 명은 내 덕분에 회장 자리에 올랐으니까.
대한민국 정부도 내 눈치를 보았다.
일본과 문제가 생겼을 때 그들이 취한 입장에 내가 크게 실망했고, 각국에서 내가 올리고 있는 성과나 명성을 생각하면 차라리 모르는 척해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터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국내에서 시공 중이었던 집이 완성되었다는 것.
나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메건은 수시로 그들과 연락하며 집 구조며 인테리어며 하는 것들에 신경 쓰고 있었던 것 같다.
동영상으로 완성된 집을 보았는데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단언컨대 국내에서 이렇게 화려하고 큰 집은 또 없을 터였다.
기본적으로 나와 메건, 둘이서 살 집이다.
작은 호텔 수준의 게스트들을 위한 건물도 있었지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둘만 사는 공간으로 상정하고 있었다.
물론 집을 관리하는 직원들이야 많이 있겠지만, 그들도 상주시키지 않고 인원을 충분히 고용하여 각자 일하는 시간을 따로 둘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내 집 부지 안에는 버려진 던전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이른바 배터리 작업을 할 생각이었다.
최초의 던전에서 얻은 코어 마나를 이식하여 각각의 스톤을 생성하고 관리할 계획.
부지 안에 헬리콥터 착륙장과 작은 활주로도 있었다.
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 그 말이 딱 어울렸다.
만약 메건이 없었다면 나는 절대 내 집을 이런 규모로 지을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국내에서 이런 식으로 제안하는 건축가나 인테리어 전문가도 없었을 것이고.
“너무 마음에 들어요!”
메건이 동영상으로 완성된 집을 보면서 기뻐했다.
“빨리 돌아가고 싶어요.”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 그녀의 말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어디까지나 그녀의 국적은 미국이었지만, 내게 소속감을 느끼고 우리가 함께 살 집을 ‘돌아갈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우리가 이 집에서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그림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6개월을 편안하게 보내는 동안, 한편으로 계속 마음 쓰이는 일이 있었다.
최초의 던전에 가서 코어 마나를 수집하는 것은 솔직히 급한 일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남의 나라 문제에 더 얽히고 싶다는 바람이 더 강했다.
남은 코어는 다섯 개였지만, 어차피 최초의 던전 중 3곳이 지도에서 사라지는 바람에 그곳들에 전부 방문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그런 마당에 남은 두 곳을 들르는 것도 급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그곳 중 하나가 중국이라는 것.
헌터계 문제로 국한하여 보더라도 늘 잡음이 많이 들려오는 장소였다.
미국은 아예 그들과 대립 관계를 형성하는 걸 포기했다.
중국은 세상이 바뀐 뒤에 과거의 폐쇄적인 국가 정책으로 상당 부분 회귀했다.
그 나라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는 말이 흉흉하게 떠도는 이유였다.
어떤 위험한 실험과 꿍꿍이가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들은 적어도 다른 나라 문제에 간섭하거나 미국과 글로벌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데 흥미를 잃은 것처럼 보였지만, 아무도 그들이 언젠가는 야심을 드러낼 거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다만 그날이 최대한 늦게 왔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나로서는 그런 위험한 나라에 굳이 내 발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최초의 던전은 여타의 장소와 확실히 다르니까.
사우디아라비아와 브라질에서 경험했듯 미국과 엘리트헌터즈의 영향력이 완벽하다고 볼 수 없었다.
이익에 눈이 돌아가면 무슨 일이라도 벌일 수 있다.
중국 최초의 던전에 들어가는 일은 누구의 도움 없이 나와 내 동료들의 힘으로 해내야만 한다는 뜻이었다.
내 마음을 가장 찜찜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아이작의 존재였다.
우리가 일 대 일로 싸우게 된다면 나로서는 그를 이길 자신이 없었다.
내 능력은 최초의 던전에서 얻은 코어 마나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의 능력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절대적인 능력을 자랑한다.
완벽히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정도였다.
본신을 멀리 두고도 내 앞에 나타나 말을 걸었다.
지금 내 목숨을 가장 확실하게 위협할 수 있는 존재가 그라는 사실이 명백한 이유였다.
다행인 점은 적어도 그가 나를 적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는 사실이었다.
“슬슬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섭섭하구만.”
미국에 있는 동안 데이먼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나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마치 그와 보낸 시간이 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막연하게 느끼기를, 그도 나를 사위 이상의, 아들처럼 여긴다는 인상이었다.
데이먼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면 다이아몬드 수저라는 말도 부족할 것이다.
그런 게 후천적으로도 가능한 일이구나 싶었다.
뭐, 지금으로서는 나와 데이먼 중에 누가 더 영향력 있는 인물인지 가늠할 수 없게 되었지만.
“안 그래도 남아공에서 제안이 왔었네. 자네도 그렇고 메건도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어. 그쪽에서도 급한 건 아니라고 했으니까. 내가 대통령이랑 친구라서 나를 통해서 연락한 것 같네.”
“남아공이라면 최초의 던전 말인가요?”
“응, 이제 남은 곳은 남아공과 중국 두 곳이지. 중국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벌써 골치가 아프구만. 나보다는 자네가 더 고생할 거지만 말이야. 하지만 나도 방법을 찾으려고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고 있다네. 미국 정부는 자네를 잃고 싶어하지 않지만 중국과 관련해서는 늘 소극적이야. 그들도 자신이 없는 거지. 그만큼 비밀이 많은 곳이라는 뜻이네. 어쨌든 그건 나중에 생각해도 될 문제고, 일단은 남아공부터 가도록 하세. 나도 오랜만에 친구 얼굴을 볼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구만.”
“그쪽에서는 문제가 없을까요?”
“그건 걱정말게. 대통령 연임이 막 시작한 시점이라 아직 그 친구 힘이 셀 때거든. 몇 해 전에 빌런 대청소 정책을 펼친 덕에 빌런들이 득세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지. 덕분에 국민들한테 인기가 아주 좋고. 지금 남아공은 흔히 생각하는 이미지와 전혀 다른 곳이야. 오히려 미국보다도 안전하다고 볼 수 있지.”
“그런가요?”
“하하하, 자네 표정을 보니 그래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것 같군. 세상에 100퍼센트가 어디 있겠나? 그래도 90퍼센트는 안전할 거라고 보장하겠네.”
“……알겠습니다.”
데이먼이 이렇게까지 말하니까 안심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브라질에서 있었던 일과 같은 일이 또 없을 거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도 큰일을 많이 겪어서 남의 입에서 나오는 안전하다는 말은 믿을 수가 없었다.
“가자, 이번에는 남아공이야.”
“안 그래도 슬슬 좀이 쑤시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움직이는 거네요.”
박성일이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오래 머무는 동안 스타일이 꽤 바뀌었다.
유럽에서의 일을 계기로 인터넷 스타가 된 그는 미국에서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다.
장기 체류하는 중에 여기저기서 제안이 왔고, 방송 출연을 하고 셀럽들과 어울리기도 하는 등 소위 미국 인싸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생활도 슬슬 흥미가 떨어지는 모양이었다.
신바와 코하루는 물론이고 자라와 나즈라도 미국에서 아주 잘 지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들은 미국 정부의 원수나 다름없었지만, 일반인들은 그녀의 존재조차도 몰랐다.
오히려 아름다운 외모의 쌍둥이는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가짜 신분으로 하는 SNS 활동으로 팬이 꽤 생긴 듯했다.
종종 그녀들이 라이브 방송을 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어쨌든 장기 휴가가 끝나고, 이제는 움직일 때였다.
남아공에 들렀다가 그다음에는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내 말에 일행 모두 기뻐했다.
자라와 나즈라도 한국에 꼭 가보고 싶었다고, 크게 기대하는 기색이었다.
* * *
전용기를 타고 가기에는 다소 먼 곳이라 우리는 여객기, 그렇다고 해도 준호텔 수준의 좌석을 이용하여 남아공으로 갔다.
최초의 던전 때문에 말 그대로 전 세계를 일주하고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아프리카에는 처음 가보는 것이었다.
막연히 그곳의 치안이 나쁘다고 알고 있었고, 남아공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미국보다 안전한 나라라고 하는 데이먼의 말이 의외였다.
“아주 점잖은 분이에요. 그러면서도 적들에게는 아주 단호한 분이죠.”
메건이 자신도 만난 적 있는 남아공 대통령을 평가했다.
그녀 또한 지금까지와 달리 남아공에서는 별일이 없을 거라고 말했다.
모두가 별일 없을 거라고 말할 때 무슨 일이 터지고야 마는 것이 클리셰라면, 이번에는 그것이 빗나갔다.
남아공 대통령은 정말로 점잖고 품위 있는 사람이었다.
그로부터 과하지 않은, 그러면서도 진심이 느껴지는 환대를 받았다.
도착한 날은 호텔에서 시간을 보냈고, 다음날에 바로 최초의 던전으로 갔다.
데이먼과 메건을 보호하기 위해 인원을 남기려고 했지만 데이먼이 한사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빨리 다녀오면 된다는 생각에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우리는 경비행기를 타고 함께 최초의 던전이 있다는 지역까지 이동했다.
그곳에서는 일행끼리만 최초의 던전으로 갔다.
길잡이를 구할 것도 없이, 엄청난 크기의 던전이 확실한 방향을 알려주고 있었다.
지금까지 갔던 최초의 던전 중 규모로만 치면 가장 컸다.
꼭대기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능력은…….’
이곳 최초의 던전에서 발굴되는 특별한 광석의 이름은 워프스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