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151)
최초의 연금술사-151화(151/175)
151화. 워프스톤 (4)
5명을 쓰러뜨렸지만, 이들을 죽인 것은 아니었다.
누워서 신음하는 중국인들에게 물었다.
“누가 시킨 거야?”
나는 통역기를 장착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 말이 이들에게 전달되지 않았을 리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눈치만 보면서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쓰러져 있는 한 놈의 허벅지를 밟았다.
콱!
“으악!”
그 상태로 물어보았다.
“너희들이 나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조사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너희들 기대만큼 관대한 사람이 아니야.”
한 놈이 중국어로 빽 소리를 질렀다.
나는 픽 웃음을 흘리고 발에 힘을 주었다.
으직-
“끄아아악!!”
내게 허벅지를 밟힌 놈이 버둥거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여기 있는 놈들 전부 헌터이다.
하지만 이렇다하게 실력이 있는 놈은 한 명도 없었다.
8개의 최초의 코어 마나를 가진 나는 진즉 평범한 헌터의 수준을 넘어갔다.
S급 수준도 초월했을 거라는 게 내 예상이었다.
단순히 여러 가지 능력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막대한 마나를 가지게 되었고, 그것들을 전부 조율할 수 있으니까.
박성일을 데리고 처음 유럽으로 떠날 때의 내가 아닌 것.
나는 이번에는 쓰러져 있는 놈의 목을 밟았다.
여기서 힘을 주면 어떻게 될지 뻔한 일이다.
내게 목을 밟힌 놈이 뭐라고 뭐라고 악다구니를 질러댔다.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내게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빨리 원하는 걸 주라고 동료들을 닦달하는 것 같았다.
“이놈만 죽이고 끝낼 거라고 생각하지 마.”
당연한 일이었다.
나와 메건, 그리고 동료들을 최소 몇 달은 미행하며 정보수집을 했을 것이다.
이미 많은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갔을 테니 이놈들을 가만둘 수 없었다.
“알았어! 그만해! 말할게!”
한 놈이 한국어로 외쳤다.
썩 발음이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이놈이 한국말을 할 줄 안다는 것만큼은 다는 알 수 있었다.
“우, 우리들은 쌍룡…….”
퍽!
나한테 뭔가 말하려고 했던 놈의 머리통이 폭발했다.
퍽! 퍽! 퍽! 퍽!-
이 공간에 있던 중국인들의 머리가 마치 릴레이를 하듯 차례대로 터져나갔다.
“…….”
어떻게 이놈들을 죽였는지 모르겠다.
멀리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타입의 헌터가 한 일인지, 아니면 이놈들이 뭔가 했을 때 자동으로 머리가 터지는 장치가 되어있었는지.
어쨌든 더는 이놈들의 입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되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주변을 둘러보고 챙길 수 있는 것들을 챙겼다.
저장장치, 핸드폰 등.
그러고 나서 시체 중 하나를 보았는데 발목에 문신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용 두 마리가 서로 마주 본 모양의 문신이었다.
다른 놈들을 보았더니 그것이 새겨진 위치는 달랐지만, 같은 문신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뭔가 힌트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문신을 사진으로 찍었다.
펑! 펑!
화르르륵-
불덩이를 쏘아서 방을 불태웠다.
이런 식으로 오랫동안 미행을 당하고 조사당하고 있었다고 생각하자 기분이 나빴다.
찜찜한 기분으로 방과 시체가 불에 타는 것을 지켜보다가 다시 코어 능력을 발휘해서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왔다.
부웅-
레스토랑의 화장실 칸으로 돌아온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옷이 중국놈들의 피와 체액으로 완전히 더러워졌다.
인벤토리 안에 새 옷이 있는 터라 그것을 꺼내어 갈아입었다.
세면대에서 피를 씻고 있자니 문을 열고 남자 한 명이 들어왔다.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통화하던 그는 나를 보더니 깜짝 놀랐다.
다시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나는 눈에 보이는 피를 전부 씻어내고 옷매무새를 다듬은 뒤 화장실을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
“응, 메건.”
– 아직 화장실이에요?
“미안, 성일이랑 통화 좀 하느라.”
– 응~ 그래요. 음식은 제가 알아서 주문했어요. 괜찮죠?
“응.”
나는 레스토랑으로 돌아갔다.
넓은 공간의 테이블은 대부분 채워져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메건이 있는 테이블만 마치 특별한 조명을 밝힌 듯이 눈에 들어왔다.
이 아름다운 연인을 지키기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하리라.
위험한 상황에서 완벽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모든 최초의 던전을 부활시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지도에서 사라졌다는 나머지 세 곳의 최초의 던전도 마찬가지.
아이작이 했던 말에 대해서도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였다.
* * *
“음식 맛있었어요, 그쵸?”
돌아오는 차 안에서 메건이 물었다.
혼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흠칫 놀라 반문했다.
“뭐라고?”
“후우…… 다 알아요. 화장실에 있었던 거 아니죠? 성일이랑 통화한 것도 아니고요.”
“아…….”
“내가 당신이랑 얼마나 같이 지냈는데 그걸 모르겠어요? 나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은 건 알겠는데, 언제 사실대로 말해줄 거예요?”
“미안…….”
“괜찮으니까 말해줘요. 중요한 일이라면 저도 알아야죠.”
역시 메건을 속이는 건 어려웠다.
그녀가 뭔가 이상하다고 낌새를 느낀 것은 단순히 마인드스톤 흡수로 예민해진 감각 때문만이 아니리라.
어차피 곧 그녀가 알게 될 일이었다.
나는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식당에 가고 있을 때부터 안 좋은 기분을 느꼈어. 따라붙은 미행이 없었고, 수상한 사람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 알고 보니 더 먼 곳에서 우리를 감시하는 눈들이 있었던 거야.”
“먼 곳이라면…… 어디요?”
“글쎄, 자동차를 타고 가도 10분, 20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어.”
“거길 다녀왔다고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얻은 능력이 그거거든. 순간이동.”
“저도 듣긴 했는데…… 그게 그렇게 먼 곳까지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인 줄은 몰랐어요.”
중국인들이 나를 감시하고 있는 곳을 특정해서 움직였는데도, 크게 마나가 소모되는 느낌이 없었다.
아마도 훨씬 먼 곳까지 순간이동을 하는 게 가능하리라.
한 치 오차도 없이 그렇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사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능력이었다.
요는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도 그렇게 움직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웬만큼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제대로 능력을 사용해보지 않고는 확실히 알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거기 중국인들이 있었어. 꽤 오랫동안 우리를 미행하고 자료를 모아온 것 같아. 지시한 사람이 있었겠지.”
“중국인이라고요?”
“응.”
“그래서요? 누가 우리를 감시하라고 시킨 건데요?”
“알아내기도 전에 죽어버렸어.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는 나도 몰라. 자료는 어느 정도 챙겨서 나왔는데,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하아아…… 역시 중국에서 가만 있지 않았네요.”
“다른 나라들처럼 평범하게 넘어갈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건 안 되려나 보네.”
“예상은 했는데, 앞으로도 험난한 일이 남아있나 봐요.”
“미안해. 나를 만나지 않았으면 이런 일들을 겪지 않아도 됐을 텐데.”
“무슨 말이에요! 저는 다시 태어나도 태수 씨랑 사귈 거예요! 무조건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 거라고요!”
나는 깜짝 놀라서 조수석의 메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두 동공이 확장되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아서 얼른 말했다.
“미안해. 나는 걱정이 돼서 그래.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당신이랑 동료들이 나 때문에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해서.”
“태수 씨가 옆에 있잖아요! 자기 옆에 있는 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해요! 나는 태수 만난 거 1초도 후회해본 적 없어요!”
너무 진지하게 목소리를 높여서 이대로 있다가는 한 대 맞을 것만 같았다.
“내가 괜한 소릴 했네. 나도 그래. 당신 만난 거 일생의 행운이라고 생각해.”
“거봐요. 그러니까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요.”
진정한 메건이 말했다.
“그 자료 브라이언한테 맡기는 거 어때요?”
“브라이언?”
나는 조금 내키지 않았다.
미국 정부와 나는 한 팀처럼 움직인 적이 있지만 그렇다고 백 퍼센트 그들을 믿을 수 없었다.
애초에 일본으로부터 암살 위협을 받을 때 뒤에서 팔짱 끼고 구경하던 게 그들 아닌가?
최초의 던전에 갈 때도 대처를 잘못하는 바람에 메건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위험에 빠졌었다.
아이작 일도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고.
내가 미국에 해준 일에 비해 그들은 나를 실망만 시켰다.
무엇보다 어느 나라 정부든 자기 이익대로만 움직이는 법이다.
심지어 대한민국 정부도 나를 챙기기 이전에 일본에 아부했지 않은가?
“미국은 중국 일이라면 진지해요. 아마 아는 게 많을 거예요. 중국에서 태수 씨를 건드리려고 한 걸 알았다면 지금처럼 한 발 빠져서 관망하는 태도도 보이지 않을 거고요.”
“하지만 우리 내일 한국에 돌아가기로 했잖아.”
“지금은 타이밍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조금만 더 여기 있는 게 어때요?”
나보다 메건이 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무엇보다 새로 지은 집에 큰 기대를 하고 있던 그녀였다.
그녀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비록 한국에는 TS라는 내 휘하의 대형 길드가 있었지만, 그들이라고 중국의 공세를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정부의 도움은 더욱 기대할 수 없고.
반면 미국이라면 한국에 있는 것보다 더 안전할 것이다.
그들은 내 생존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고, 메건의 말마따나 중국에 뒤처지고 싶어하지 않는 나라니까.
“알았어, 그렇게 하자.”
“다음부터는 솔직하게 말해줘요. 식당에서 얼마나 물어보고 싶었는지 알아요? 아직도 소화가 안 된다고요.”
“미안해.”
나는 오른손을 뻗어 메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녀가 눈을 감고 고양이처럼 자신의 머리를 내게 맡겼다.
* * *
메건이 제의한 대로 나는 중국인들로부터 얻은 자료 조사를 브라이언에게 의뢰하기로 했다.
전화로 이야기를 듣더니 금방 나를 찾아왔다.
“그럴 줄 알았어요! 역시 회장님을 감시하고 있었군요!”
브라이언은 내 예상보다 더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빌어먹을 중국놈들! 그놈들 때문에 되는 게 없어!”
“거기서 가져온 것들이에요. 조사를 부탁드립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다수의 저장장치와 핸드폰을 꺼냈다.
“알겠습니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중국 정부와 연결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면 역시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겠죠.”
브라이언의 표정이 어두웠다.
“사라진 세 곳을 제외한다면 이제 중국 한 곳만 남은 셈인데요. 마지막에 일이 꼬이게 돼서 유감입니다.”
“어차피 뭔가 알아내려면 열두 곳을 전부 방문해야 할 거예요. 코어 에너지는 하나로 연결되어있는 모양이니까요.”
“아…… 역시 그런 건가요?”
“그러니까 중국 쪽 던전에 들어가는 걸 너무 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그보다 중국의 속내가 뭔지 알아내야죠.”
문득 중국인들이 있던 곳에서 찍은 사진이 생각났다.
나는 브라이언에게 그들의 몸에 공통적으로 있던 문신 사진을 보여주었다.
“아…… 이건……!”
브라이언은 즉시 문신을 알아보았다.
“더블 드래곤. 한자로 쌍룡회라는 집단입니다. 길드라기보다는 차라리 범죄 집단에 가깝죠. 중국 정부도 그들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 실정입니다. 중국뿐만 아니라 그 문화권 전체에 세력이 뻗어있으니까요.”
“네?”
의외였다.
브라이언의 말했던 대로 나 역시 이 일의 배경이 중국 정부라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들과 대척점에 있던 집단이 나를 미행했었다는 사실에 의아함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