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153)
최초의 연금술사-153화(153/175)
153화. 쌍룡회 (2)
한국으로 돌아왔다.
비행기가 뜨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을 받았다.
브라이언이 직접 전화한 것이었는데, 나는 벌써 쌍룡회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었나 싶어 의아했다.
하지만 그가 전화한 요점은 그게 아니었다.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나는 정민철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을 확인했다.
– 그게 정말입니까?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정민철은 곧 화가 난 음성으로 다시 연락해왔다.
– 회장님 말씀이 사실이었습니다. 이것들이 보자보자하니까!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어떻게 조치하실 건데요? 방법이 있나요?”
– 두고 보십시오! 하하하!
브라이언이 내게 알려준 것은 한국 공항에 환영 인파가 나와 있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그 환영 인파가 당 대표를 비롯해 특정 정당에서 몰려나온 것이라는 것.
곧 대선이 치러질 것이고, 그걸 위해 나를 이용할 생각인 듯했다.
국제적인 저명인사가 된 나를 이용해 표를 끌어보겠다는 것인데, 현재 지지율이 낮아서 궁지에 몰린 그들이 갑작스럽게 낸 아이디어 같다는 말이었다.
내게 사전 연락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아마 기자들도 구름처럼 동원했겠지.
생각만 해도 골이 지끈 아픈 일이었지만, 정민철이 알아서 조치한다고 했으니 그걸 믿어보기로 했다.
나뿐 아니라 메건, 박성일, 신바와 코하루, 그리고 자라와 나즈라 자매까지 동행하고 있다.
우리 쪽 인원이 쓸데없이 노출되어 구설에 오르는 것도 피해야 할 일이었다.
장시간 비행 끝에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했다.
내가 예상한 것은 정치인들과 기자들을 따돌리고 다른 루트로 공항에서 빠져나가게 하는 것이 아닐까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TS 길드에서 대대적으로 인원을 동원한 것.
안 그래도 정치인과 기자들이 나와 있어서 시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거기에 존재 자체만으로 위세가 있는 TS 헌터들이 몰려나와 있으니 현장은 더 어지러웠다.
TS 헌터들은 완벽히 정치인들과 기자들을 막아내고 자신들이 직접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장님!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정민철이 활짝 웃으며 나를 반겼다.
“고맙습니다. 어떻게 하시려나 했는데 상당히 직접적인 방법이네요.”
일종의 위력 행사.
보통의 길드나 헌터들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일을 하려면 사람들 눈을 피해서 하는 게 정상이니까.
더구나 한 정당의 주요 국회의원들과 기자들이 몰려있는 곳에서 함부로 세를 자랑할 수 없었다.
헌터들에게 길이 막힌 정치인들과 기자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야! 너희들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헌터면 다냐? 너희가 국민들 무시하고 어떻게 되나 보자아~~!!”
악을 질러대는 면면을 보자니 TV나 인터넷에서 자주 보던 얼굴들이었다.
어그로꾼 정치인들.
별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인물들이라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 걸 보자니 통쾌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문제라니요. 왜 이 사람들이 여기 몰려나왔겠습니까? 본인들보다 회장님이 훨씬 힘이 세고 인기가 많다는 걸 아니까 그런 거죠. 괜한 수작을 부렸다가 역풍을 단단히 맞을 겁니다.”
정민철이 자신했다.
근 몇 개월은 한국에서보다 외국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잘 몰랐다.
기분 좋게 돌아오고 싶었는데 공항에서부터 이 난리라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TS 헌터들의 도움을 받아 편하고 빠르게 공항을 벗어났다.
정치인들에게 붙잡혔다면 오히려 시간을 더 끌었을 것이고 시민들의 불편도 더 커졌을 것이다.
정민철다운 다소 무대포스러운 대응이었지만, 그래서 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고맙습니다.”
차에 올라타서 정민철에게 말했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으셨죠? 저도 들어서 대충 알기는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합니다. 회장님께 직접 들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간 한국에서 있었던 일을 듣고 싶기는 한데, 오늘은 좀 피곤하네요. 며칠만 있다가 뵙도록 하죠.”
“며칠이나요? 많이 피곤하신가 봅니다.”
정민철은 서운한 얼굴이었다.
“그러지 말고 내일 저희 집으로 오세요. 다른 곳에서 뵙는 것보다 더 나을 테니까요.”
메건이 말했다.
“아! 그래도 됩니까? 새 집을 지으신다는 얘긴 들었는데 안 그래도 궁금했습니다.”
솔직히 며칠은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었다.
워낙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온 것이기도 하고, 새 집의 부지 내에 있는 버려진 던전에서 할 작업까지 생각하면 며칠은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하지만 메건이 직접 초대한 것이라 반대하기 어려웠다.
그동안 TS에 소홀했던 건 사실이기도 하고.
“이왕이면 길드장님이랑 지부장들도 같이 오라고 하시죠. 얼굴 본 지도 서로 오래됐으니까요. 물론 일정이 있다면 안 와도 상관없다고 전하시고요.”
“그럴 리가 있나요? 회장님이 부르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와야죠! 다들 기뻐할 겁니다! 하하하!”
어차피 봐야 할 것이라면 한꺼번에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한 말이었다.
정민철은 한바탕 마실 생각에 벌써 들뜬 표정이었다.
* * *
“와…….”
새 집에 들어선 나는 이곳이 내 집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감탄사부터 흘렸다.
단언컨대 TV나 인터넷 등 어떤 매체로 보았던 외국의 집보다도 더 화려했다.
부지 내에 버려진 던전이 있는데, 그것이 집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우러지도록 잘 설계되어 있었다.
사람 사는 집이 아니라 막대한 돈을 들여서 만들어낸 고급 휴양지 같았다.
한국의, 그것도 서울에 있는 집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어서 오십시오!”
깔끔한 인상의 중년 남자가 내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뒤에 줄지어 서 있던 서른 명 정도의 사람들이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이 집의 관리를 맡은 집사, 그리고 고용된 직원들이었다.
메건이 집사에게 말했다.
“내일 10명에서 20명 정도 손님이 오실 거예요. 준비해주실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만날 시간과 원하시는 디테일을 알려주시면 부족함 없이 준비하겠습니다.”
‘손님맞이에는 전혀 문제가 없겠구나.’
사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갑자기 많은 사람들을 초대해서 어떻게 되려나 싶었다.
다른 곳에서 만나는 것보다 집에서 만나는 게 더 나을 거라는 메건의 말은 완벽하게 맞는 말이었던 셈이다.
“세상에~ 사진이랑 영상으로 보던 것보다 더 멋져~”
“내 방은? 어디에 있어?”
앞으로 이 집에서 지내게 될 자라와 나즈라가 신나했다.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폐를 끼쳐서 미안합니다.”
신바와 코하루가 예의 바르게 말했다.
“호텔에서 지내는 것보다 내 집에서 같이 지내는 게 더 나으니까요. 편하게 쉬어요. 부족한 게 있으면 직원들에게 이야기하고요.”
그들은 직원들의 안내로 자동차에 탑승했다.
집의 부지 내에서 운행하는 자동차였다.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 멀다는 뜻.
그 정도로 내 새로운 집은 컸다.
“도착하면 좀 자려고 했는데 그럴 수 없을 것 같네요.”
메건은 앞으로 나와 살게 될 집을 보고 텐션이 오른 것 같았다.
집사와 이야기를 하며 집 곳곳을 안내받는 그녀였다.
어차피 내 집이니까 구경은 천천히 해도 된다.
나는 다른 직원의 안내를 받아 침실로 갔다.
* * *
오랜만에 TS의 간부들과 만났다.
그들은 내 집을 보고 하나같이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만나서 회포를 풀 생각이었지만, 집들이 같은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그들은 자기 나름대로 집들이 선물을 가져와서 나와 메건에게 주었다.
TS의 운영은 막힘없이 잘 되고 있었다.
TS는 기존 대형 길드들의 합병하는 형태로 발족한 길드이지만, 지금은 규모가 더 커졌다.
뛰어난 헌터가 각성하거나 혹은 커리어를 충분히 쌓은 헌터가 지망하는 곳은 TS가 1순위였으니까.
훌륭한 헌터들만 가려서 선발할 수 있게 된 것.
그중에는 뛰어난 사업가적 마인드를 가진 인물이나 전략가들이 있어서 길드의 발전 방향도 안정적인 성장의 길로 갈 수 있었다.
국내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게 된 셈이지만,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웬만한 국가에서는 똑같이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어차피 이쪽 업계의 1위 길드는 독점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비슷한 규모의 길드가 여럿 있으면 갈등을 피할 수 없고, 오히려 그렇게 되었을 때 피해가 더 컸으니까.
TS가 생긴 이후 주목할 만한 이점은 사고나 사건으로 인해 사망하는 헌터의 숫자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었다.
기본적으로 헌터들은 던전에서 사망하는 일이 거의 없다.
보통 헌터들 간의 싸움 때문에 죽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TS가 존재함으로 자연스럽게 질서가 잡히고 그런 사건이 거의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자금 지원을 든든하게 해주시니 길드원들도 모두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전직 길드장들부터 자기 길드를 해체하고 TS에 들어오려고 줄을 서고 있어요.”
내가 TS와 관련해 해외에서 주로 했던 일은 결제 사인을 하는 것이었다.
특히 길드원과 직원들의 복지라거나 향후 발전을 위한 투자 같은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 내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회계사도 정확하게 추산하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있는 재산보다 근 시간 안에 들어올 재산이 더 크고, 그 규모가 계속 불어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핵심은 8곳의 최초의 던전 소유권을 얻었다는 데에 있다.
게다가 각국을 돌면서 그곳 정부의 환심을 얻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 그리고 사우디와 남아공까지.
브라질 대통령도 한 번 나를 배신했지만, 이제는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TS와 연계한 국제사업의 전망이 밝은 이유였다.
‘내가 잘 나가니까 좋구나.’
내 사업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직원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었다.
이는 남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정말 보람찬 일이었다.
최초의 던전 방문을 위해 세계를 유람할 당시에는 많은 사건과 사고에 휘말렸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여겨졌다.
그렇게 한국에서 돌아오고 며칠간은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역시 집이 가장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며칠이었다.
하지만 곧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
발단은 내가 일행들과 한국에 돌아왔을 때 일어난 일 때문이었다.
그 일로 앙심을 품은 정치인들과 기자들이 반격을 시작한 것.
내가 운영하는 길드의 독점적 지위와 새로 지은 호화로운 집을 문제 삼았다.
갑자기 성공해서 오만해졌다는 말이 나오더니 급기야 메건을 빌미로 엘리트헌터즈와 연계하여 국익을 미국으로 빼돌리고 있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이대로 두면 더 무슨 개소리를 지껄일지 알 수 없었다.
나를 때려서 국민들의 관심을 얻고 그것으로 선거를 준비할 생각인 것.
본인들이 처음 계획했던 것과 다르지만 어쨌든 나를 계속 이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하루이틀 사이에 싹 묻혔다.
공항에서 일어난 일을 눈으로 목격한 사람들의 진짜 증언도 나왔지만, 기본적으로 정치인들보다 나와 TS의 평판, 인기가 더 높았고, 결정적으로 뒤에서 미국 정부가 움직였다.
그들이 내 편을 드는 것만으로도 미쳐버린 정치인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데 충분했다.
그런 해프닝 뒤에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