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154)
최초의 연금술사-154화(154/175)
154화. 쌍룡회 (3)
“장웨이와 장메이가 한국에 온다고?”
그것은 코하루가 전한 소식이었다.
“네, 자기들을 모델로 개발된 신작 게임 홍보차 한국에 온대요.”
“언제?”
“내일 온다는데요?”
“일정은 언제 잡힌 건데?”
“그게 좀 이상해요. 원래 이런저런 활동을 많이 하지만 굳이 게임 홍보 일까지는 하지 않고, 그것 때문에 외국까지 가는 일은 드물거든요. 게임도 아직 개발 단계라서 출시일이 미정이에요. 이상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나도 코하루와 같은 의견이었다.
왜 이 시점에 그들이 굳이 한국에 들어오려는 걸까?
잘나가는 S급 헌터들이 게임 홍보를 위해 외국을 방문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게다가 마치 누군가에게 이 소식을 알리기라도 하려는 듯 기사까지 내보냈다.
코하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브라이언에게 전화가 왔다.
무슨 용건일지는 뻔한 일이었다.
“네, 장관님.”
– 장웨이, 장메이가 한국에 간다고 합니다. 혹시 들으셨습니까?
“안 그래도 방금 그 얘길 하던 중이었어요. 우연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중이었습니다.”
– 우연일 리가 없죠. 이틀 동안 그들에 대해서 조사해본 결과 수상한 점이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그들을 의심하지 않았겠죠. 하지만 그들이 쌍룡회와 관련이 있다고 가정하고 조사하자니 의심스러운 점이 무더기로 나왔습니다. 이쯤 되면 90퍼센트 이상은 관련이 있다고 봐야죠. 아마 그들도 눈치챈 게 아닌가 싶습니다. 회장님께 들킨 이상 본인들이 노출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겠죠. 회장님과 미국의 관계도 잘 알고 있을 테고요.
“장관님도 그들이 저를 만나러 오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 당연히 그렇겠죠. 일정을 이렇게 촉박하게 잡은 것에도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지원군을 보내기도 빠듯해졌어요. 일단 오스틴과 이야기하는 중입니다.
“아니요. 굳이 지원까지 보낼 필요 없습니다. 그들을 상대할 인원이라면 이쪽에 있는 사람들로도 충분해요. 제 생각에는 싸우러 오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럴 생각이라면 왜 굳이 적진으로 들어올까요? 본인들이 한국에 온다는 사실을 언론에 알린 것도 수상합니다. 다른 의도가 있다고밖에 보이지 않아요.”
– 음…… 사실 조사하다 보니 알게 된 게 있는데, 그들이 중국 정부와 사이가 안 좋은 이유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아버지는 반체제인사로 찍혀 암살당했습니다. 만약 남매가 쌍룡회의 보스 자리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면 중국 정부에 대해 감정이 좋을 리 없겠죠. 중국 정부도 그들의 존재가 내키지 않겠지만, S급으로 각성한 이상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을 겁니다. 남매가 굳이 이런저런 활동을 하며 얼굴을 알린 것도 본인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을 대비한 것 같습니다. 쌍룡회는 물론 아시아 지하 조직 중 첫손에 꼽힐 만큼 큰 조직이지만, 실상은 위태롭게 운영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더욱 걱정할 필요가 없겠네요. 저희도 대비하고 있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음…… 요청하면 대통령 승인이 금방 나올 겁니다. 한국 정부도 협력할 거고요. 조금 늦게 도착하더라도 저희 쪽에서 지원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생각해봤는데 그들을 통하지 않으면 중국 최초의 던전에 가는 게 더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어차피 중국 정부는 묵묵부답이니까요. 그들로부터 돌파구를 찾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금은 조바심을 느끼고 있었다.
아마 아이작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
하지만 그가 본 비전, 정말로 세상의 종말이 머지 않았다면 최초의 던전과 관련한 작업을 빨리 끝낼 필요가 있었다.
중국에 갈 방법이 거의 보이지 않았던 상황에 쌍룡회의 존재는 꼬인 실타래를 풀 대안이 될지 모르니까.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어쨌든 회장님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저희도 그쪽 상황을 모니터링하겠습니다. 그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니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 정부가 나를 지켜보는 일은 내가 허락하든 안 하든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다.
브라이언이 전화로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겨졌다.
“미국인가요?”
내가 통화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코하루가 물었다.
“응, 미국이 지원해주겠다고 했는데 일단 거절했어. 내 생각에 장웨이, 장메이가 나랑 죽이려고 오는 것 같지는 않거든.”
나를 만나러 온다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나를 죽일 목적이었다면 더 은밀하게 움직였을 것이다.
그들이 나를 감시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 때 행동했다면 더 효과적이었겠지.
한국에서 나를 죽였을 때의 여파를 생각하면 더욱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하물며 중국 정부조차도 그들을 비호하는 입장이 아니지 않은가?
“저…… 솔직히 고백하자면 장웨이 팬이었습니다…….”
코하루가 내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하,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전혀 좋아하지 않습니다!”
손을 파닥거리며 말하는 코하루를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같은 S급이라고는 해도 코하루는 순수한 타입이니까 연예인 좋아하는 기분으로 장웨이를 좋아했을 수도 있지.
그들이 아시아 최대 범죄 조직의 수장이었을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사진으로 본 두 남매의 외모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S급 헌터에, 그 정도 외모를 가진 남매라면 일반적으로는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코하루. 그래도 그들을 만나려면 준비해야겠어.”
“네! 이 기사를 보자마자 태수 오빠한테 온 거예요. 다른 오빠들이랑 언니들한테도 알려줘야겠어요!”
* * *
장웨이와 장메이를 만나기 전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내가 딱히 걱정하지 않는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나는 보통의 헌터가 흉내낼 수 없는 수준의 예지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만약 그들이 나를 만나러 오는 데 불순한 목적이 있다고 한다면, 그리고 그 일을 통해 나쁜 결과가 일어날 것이었다면 이미 그것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코하루에게 그 얘길 듣고, 브라이언과 통화하는 중에도 내 기분은 평온하기만 했다.
‘딱히 대비라고 할 만한 것도 없고.’
나를 제외하고도 우리 쪽에는 다섯 명의 S급 헌터들이 있었다.
그들의 수준은 최상이었다.
TS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고, 다른 한국의 S급 헌터들을 동원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확실히 그들의 목적은 다른 데 있는 것 같아요.”
메건이 말했다.
“용을 소환하는 일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네, 그걸 위해 무조건 태수 씨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들 입장에서는 태수 씨에게 해코지하기보다 오히려 보호하고 싶겠죠. 혹시라도 태수 씨가 잘못될까 봐 걱정해야 할 거예요.”
결과적으로 메건의 말은 맞았다.
그것을 알게 된 것은 실제로 장웨이와 장메이를 만난 뒤였다.
* * *
다음날.
그들의 한국 방문을 관심 있게 지켜본 나는 그들이 단둘이 입국한 사실을 확인했다.
듣기로 쌍룡회는 전아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까지 진출할 만큼 큰 조직이라고 했다.
전체 조직원의 숫자는 최소 몇천 명은 될 것이고, 상당수가 헌터에, 그것도 실력 있는 헌터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나마 한국에서는 쌍룡회의 활동이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예전에는 그 활동이 꽤 노골적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싹 사라졌다고 했다.
그 시점이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때부터 이미 나를 의식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여져졌다.
TS를 의식해서 활동을 축소했다기보다는 나와 어떤 식으로든 척을 지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하는 게 내 예상이었다.
한국에 온 그들은 예정된 기자회견과 짧은 팬 미팅을 가졌다.
내세웠던 이유인 게임 홍보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SNS를 통해서 알게 된 일정은 거기까지였고, 그 이후에는 뭘 하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나는 동료들과 함께 집에 있었다.
박성일을 집으로 불렀고, 어차피 한집에서 살고 있었던 신바, 코하루 그리고 자라, 나즈라 자매와 한 공간에 모여있었던 것.
적이 쳐들어온다는 긴장감은 전혀 없었다.
“형님, 저도 여기에서 살면 안 되겠습니까?”
한국에 돌아온 뒤 일행과 떨어져 자기 집으로 먼저 돌아갔었던 박성일이 말했다.
따라서 그는 바뀐 내 집에 처음 오는 것이었다.
“왜? 혼자 사는 게 더 편하지 않아?”
“저 혼자 살아도 재미있지 않아요.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저는 이미 형님과 형수님, 그리고 신바, 코하루를 한가족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20대 초반의 남자 입에서 나오기 어려운 말이었는데, 그만큼 박성일은 내 집에 깊은 감명을 받은 것 같았다.
“우리는? 가족 아니야?”
“어머? 혹시 연애 상대로 생각하는 거니? 가족과는 결혼할 수 없으니까.”
자라, 나즈라 자매가 웃으며 농담했다.
“아니, 누나들과 가족이라고 하기에는 함께 보낸 시간이 너무 짧잖아. 내가 보수적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는 머리카락 색깔과 피부색도 다르고…….”
“그건 메건도 마찬가진데?”
“아무튼! 그게 요점이 아니잖아!”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네가 원하면 들어와서 살아. 빈방은 많으니까, 네가 원하는 방으로 고르면 돼.”
신바와 코하루, 자라와 나즈라는 나와 메건이 살고 있는 집과 떨어진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자동차를 타고 10분은 가야 할 거리다.
물론 하늘을 날 수 있는 박성일에게는 거리 같은 것이 무색하지만, 어쨌든 그가 한집에 들어와 살더라도 자주 얼굴을 마주할 일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의 말마따나 외국에서 함께 지내는 사이에 친동생처럼 느끼게 되어서 같이 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동료 중 유일한 한국 남자이기 때문에 정서적인 친밀감이 높기도 하고.
“감사합니다, 형님! 그럼 오늘부터 여기 눌러살겠습니다!”
“짐은 안 가져와도 돼?”
“필요할 게 있을 때 후딱 다녀오면 되죠~ 역시, 인맥이 중요하다더니 형님 덕분에 이렇게 좋은 곳에도 살아보네요~”
그렇게 위기감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핸드폰이 울리더니 누군가에게 메시지가 왔다.
– 안녕하세요. 저는 장웨이라고 합니다. 한국어를 못해서 번역기를 사용하는 점 용서하십시오. 시간 되실 때 한 번 만나 뵈었으면 하는데 괜찮을까요?
“음…….”
나는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잠시 생각했다.
답장을 보내는 대신 메시지가 온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몇 번 신호가 간 뒤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 아, 통역기를 끼우느라 늦게 받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앳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적어도 목소리의 인상만으로는 아시아 최대의 범죄 조직을 이끄는 수장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그보다 저를 만나고 싶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