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163)
최초의 연금술사-163화(163/175)
163화. 하늘의 던전 (4)
“음, 그리고 말이에요, 장관님.”
나는 메건에게 했던 것처럼 중국에서 있었던 일, 즉 하늘의 던전에 다녀온 일을 브라이언에게 말하려고 했다.
사안이 중차대한 만큼 나 혼자만 알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쪽 세상에 종말이 닥친다면, 그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나 혼자 떠안아야 할 일이 아니라는 뜻.
그때 목에서 서늘한 느낌이 났다.
– 회장님? 왜 말씀이 없으십니까? 저한테 무슨 말을 하려고 하셨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사실 메건이랑 외출을 하기로 했거든요. 저한테 빨리 준비하라고 성화네요. 중요한 내용은 다 말씀드렸습니다. 더 자세한 건 나중에 연락했을 때 말씀드리겠습니다.”
– 아…… 알겠습니다. 사실 더 여쭙고 싶은 게 있었는데, 회장님 뜻이 그러시다면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쪽 시간으로 내일 아침에 어떻습니까?
“아니요.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 네……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신 건 아니죠?
감이 좋은 브라이언이 그렇게 물었지만 나는 일부러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저한테 무슨 일이 있겠어요? 보셨잖아요. 저는 단숨에 중국에도 다녀올 수 있는 사람입니다.”
– 하하하,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런 회장님도 여자친구에게는 꼼짝 못 하시는군요. 이해합니다. 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 몸을 돌렸다.
내 목에 손톱을 들이대고 있던 아이작이 그것을 아래로 내렸다.
나는 그의 모습을 뜯어보았다.
이번에도 본체가 아니었다.
다만 그때보다 형체가 더 또렷해진 것이, 얼핏 보면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유는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아이작의 능력이 그사이 더 강해졌거나 아니면 본체가 가까운 곳에 있거나.
그가 물리적으로 나를 해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괜히 시험할 필요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미국에서 그의 성향을 눈으로 보았으니까.
아군이든 적이든,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누구든 눈 깜짝하지 않고 죽일 수 있는 자였다.
“고맙네.”
아이작이 말했다.
“늘 이렇게 나를 만날 건가? 이건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
“미안하네. 사실 내 본체는 갇혀 있어. 움직일 수가 없는 상태지. 자네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잠시 무슨 소리인가 했다가 곧 상황을 이해했다.
이미 여러 개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곳에 다녀온 적도 있다.
물리적으로 내 육체가 건너간 것은 아니었지만 의식을 보냈던 것.
소환술을 통해서 다른 세상의 용을 이쪽 세상에 불러낼 수도 있었다.
“본체는 지금 어디에 있는데?”
“좀 먼 곳에 있어. 단지 나를 쫓고 있는 놈들이 있어서 함부로 모습을 드러낼 수 없을 뿐이네.”
“자네가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두렵다고 할까…… 그놈들이 두려운 건 아니지만 그놈들 때문에 내 계획이 지체되는 건 확실히 두려운 일이지.”
“자네 계획이라면 세상의 종말을 막고 싶다는 그거 말이야?”
“훗, 역시 자네도 보았군. 그럴 것 같아서 자네를 만나러 온 거야.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지.”
나는 방금 아이작이 내가 브라이언에게 사실을 알리는 걸 막았다는 걸 떠올렸다.
“왜 브라이언이 이 사실을 알면 안 되지?”
“자네는 너무 순진해. 주위에 좋은 사람들만 있어서인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건 세상의 명운이 갈리는 문제야. 솔직히 나는 세상이 망해도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 내가 죽어도 상관없어.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봐야지 않겠나?”
“미안하지만 자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음, 내가 너무 빙빙 돌려서 말하는 것 같군.”
아이작이 뒤를 돌아보았다.
이곳은 버려진 던전에서 가까운 장소였다.
혼자 산책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브라이언으로부터 전화를 걸려 왔던 것.
브라이언이 버려진 던전을 바라보았다.
“진짜 대단한 일을 해냈군. 역시 세상을 구할 사람은 자네밖에 없어. 지금쯤이면 물론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게 있어 아이작은 백 퍼센트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가 거짓말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느낌으로 알 수 있다.
그가 했던 불가사의한 말도 결국 사실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래도 뭔가 꿍꿍이가 남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자네는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지? 왜 브라이언을 믿을 수 없는지 말해 봐.”
“브라이언을 믿을 수 없는 게 아니야. 미국을 믿을 수 없는 거지. 중국도 믿을 수 없고, 러시아, 유럽, 그리고 일본과 그 밖의 나라들도 마찬가지야. 브라이언은 미국의 헌터부장관이야. 그를 주시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그리고 그 사람들이 인간이 아니라고 한다면? 실제로는 어떻게든 이 세상을 집어삼키려고 하는 놈들이 인간의 탈을 쓰고 우리를 방해하려고 한다면?”
“그게 무슨 소리야?”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공상과학영화 같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 치부할 수만은 없었다.
내 일상이, 그리고 내가 본 많은 것들이 믿을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었으니까.
“저쪽에서 이미 자네 존재를 눈치챘어. 자네가 유일한 변수라는 것도 알아챘지. 나는 혼자서 그놈들의 뒤를 쫓았어. 나름대로 알아낸 것이 있지만, 반대로 내 정체도 노출되었지.”
나는 아이작이 자신의 죽음을 위장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슈퍼볼 경기장에서 했던 말은 지금과 달랐지만, 정확하게는 지금 한 말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
만약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이곳 세상에 스며들어서 자신들의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뭔가 한다면, 그걸 이쪽에서 파악하고 대비하는 게 어려울 테니까.
아이작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서 지우고 그들의 뒤를 쫓았던 것 같다.
“내가 뭘 하면 되지?”
“나를 꺼내줘. 미안하지만 나를 도와주게. 나는 그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 같이 놈들을 죽이세나.”
“그놈들이 인간의 탈을 쓰고 있다고 했지?”
“응, 점점 숫자가 늘어나고 있어. 하지만 놈들에게도 사령탑이라는 게 있지. 그곳을 타격하면 당장 심대한 충격을 줄 수 있어. 자네와 나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야.”
“자네를 어떻게 꺼내지?”
“별로 어렵지 않을 거야. 일단 저곳으로 가세나.”
아이작이 버려진 던전 쪽을 가리켰다.
* * *
나는 아이작, 정확하게 말하면 그의 분신과 함께 버려진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내게 요청한 것은 자신을 꺼내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말마따나 그를 찾아내어 꺼내 오는 일은 생각만큼 어려운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일을 이미 여러 번 했었지 않은가?
심지어 최근에는 중국에 다녀오기까지 했다.
아이작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다른 세상에 있지 않은 것만은 확실했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이세계에 가서 내게 분신을 보내지는 않았을 테니까.
혹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작을 보았더니 그가 궁금한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왜 그러나?”
“아니, 자네 지금 이쪽 세상에 있는 것 맞지?”
“물론이지. 나는 자네가 아니야. 저쪽 세상에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네.”
“나도 갈 수 없어. 자네처럼 ‘보았을’ 뿐이야.”
“그래도 곧 갈 수 있겠지. 아니야?”
아이작이 말하는 것은 ‘차원의 문’인 듯했다.
그가 대체 나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인지, 혹시 24시간 감시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워졌다.
내 심리를 읽은 것인지 그가 고개를 저었다.
“오해하지 말게. 나는 절대로 자네를 감시하지 않아. 그런 취미는 없어. 그것 말고도 내게는 할 일이 많았네.”
믿을 수 없는 인간이지만, 방금 한 말은 나름대로 호소력이 있었다.
왠지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본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다행이군.”
“믿어 주게. 단지 중요한 일은 ‘느낌’으로 알 수 있을 뿐이야. 자네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거네.”
아이작은 나와 다른 타입의 헌터였다.
하지만 우리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평범한 헌터가 아니라는 사실.
단지 ‘강함’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종류의 특별함이었다.
우리는 평범한 헌터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느꼈다.
그래서 아이작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대단하군!”
아이작이 버려진 던전의 내부 구조를 보고 감탄했다.
“자네가 여기서 뭘 했는지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어. 이건 참…… 말이 안 나오는군!”
나는 그에게 바짝 다가섰다.
이번에는 아이작이 깜짝 놀라 나를 돌아보았다.
“뭐 하는 거지?”
본체가 아니다.
하지만 충분한 물리력을 갖춘 분신이었다.
남자가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니까 기분이 나빠질 만했다.
나는 그를 범위에 넣은 다음 ‘순간이동’ 능력을 발동했다.
우리 둘의 몸이 순식간에 공간을 가로질러 특정 영역으로 갔다.
이곳은 방금 사용한 코어 마나를 이식한 장소였다.
내가 만든 열두 개의 방 중 하나.
함께 이동시킨 아이작의 몸이 본체가 아니었던 탓에 혹시 안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내 몸을 가까이 붙였던 것이고.
하지만 우려와 달리 그를 나와 함께 워프시킬 수 있었다.
내 능력이 뛰어난 것인지 아니면 아이작 쪽이 대단한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둘 다겠지만.
“자네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데리러 가겠네.”
“고맙네.”
나는 능력을 사용했다.
방금 코어 마나를 사용하여 발동한 것과 같은 능력이었지만, 엄밀히 말해 차이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 능력의 세기에서 큰 차이가 있다.
아이작의 기척을 활용하여 그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장웨이가 가지고 왔던 소환석을 이용하여 중국 최초의 던전으로 이동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드넓은 가상의 공간 속에서 연결된 조각을 찾을 수 있었다.
가느다랗고 밝은 실로 연결된 본체와 분신.
그 덕분에 더욱 쉽게 본체 쪽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파앗-
낡은 오두막.
불을 지피지 않고 지낸 게 얼마인지 한기가 가득했다.
그 중앙에 남자 한 명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분신보다 훨씬 추레하고 바싹 마른 인간이었다.
수염이 가슴 아래까지 자란 아이작이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말라붙은 입술을 달싹였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전달되었다.
– 고맙네.
대체 그가 쫓고 있었던 게 누구이기에 이런 꼴로 숨어 있었던 걸까?
나는 당장 뼈가 만져지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워프 능력을 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