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165)
최초의 연금술사-165화(165/175)
165화. 하늘의 던전 (6)
“사라진 던전 중 한 곳을 찾았다고?”
“우연이라고 해야겠지. 아니면 그 던전이 나를 불렀다고 해야 할까? 그런 걸 보면 확실히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기는 한 것 같아.”
아이작의 말대로 사라진 세 곳의 던전 중 한 곳을 그가 찾았다면, 남은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그곳만 찾으면 열두 개의 최초의 던전 마나를 전부 모으는 것이 된다.
이게 세상의 종말을 막을 수 있는 열쇠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그러기를 바랄 뿐.
“거기가 어디지?”
“모르네.”
“뭐?”
“말했잖아. 우연이라고. 의식이 먼저 도달하고, 육체가 따라갔다고 봐야 해. 그러니까 탈출을 못 하고 그 지경이 되었던 거지. 자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꼼짝없이 거기 갇혀 죽었을 거야.”
“형님, 이런 사람 말을 믿는 거예요?”
박성일이 말했다.
비록 좀 전에 나로부터 모든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얘길 현실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터였다.
더구나 그 이야기에 아이작이 연루되어 있다면 더 받아들이기 힘들 터.
“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게 있어. 내 눈으로 직접 봤어. 그건 아이작이랑 관계없는 거야.”
아이작은 세상에 종말이 오는 비전을 보았다고 했다.
나는 그와 똑같은 비전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보지 못한 것을 구체적으로 보았다고 할 수 있었다.
용들이 사는 세상으로 건너가 그곳을 집어삼키려고 하는 검은 공동을 보았으니까.
그것이 이쪽 세상조차도 종말에 이르게 할 원흉이었다.
“음……”
박성일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였지만, 내 말을 듣고 감정을 눌렀다.
“하지만 자네는 그곳을 찾아낼 수 있을 거야.”
아이작이 말했다.
나는 그가 말하려는 의도를 이해했다.
실제로 그를 던전에서 꺼내 온 것도 나였으니까.
한 번 갔던 장소를 또 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하지만 지금 자네 몸으로는 그곳에 가기 힘들 거야. 나 혼자 다녀올게.”
“아니, 그 던전은 다른 최초의 던전과 다르네. 나는 거기 갇혀 있는 동안 지도를 만들었어. 지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가는 금방 길을 잃을 거야. 아무리 자네라고 해도 나와 같은 꼴이 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어.”
“형님,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아니, 너무 위험해. 너를 어떻게 데려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이작을 던전에서 꺼내 온 것은 나였다.
박성일과 같이 갈 경우 두 사람의 안위를 모두 내가 책임져야 한다.
두 명이나 데리고 안전하게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내 생각에는 그 친구도 같이 가는 게 좋겠군.”
뜻밖에 아이작이 그렇게 말했다.
“왜?”
“자네 말대로 내 몸은 지금 정상이 아니야. 회복하는 데만 한 달 넘게 걸릴 걸세. 물론 자네가 도와주면 더 빨라지겠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 정도 여유가 없어. 이미 나나 자네, 모두 그들에게 존재가 발각되었네. 저들도 지금까지보다 더 빨리 움직일 거야. 자네가 최초의 던전 마나를 최대한 빨리 얻어야 하는 이유네.”
“저들이라는 건 대체 누굴 두고 하는 말이야?”
“그들을 우리와 똑같은 생명체라고 생각하면 안 돼. 말 그대로 포식, 학살을 이유로 탄생한 존재들이네. 말하자면 세상을 집어삼키려는 검은 에너지, 그것이 부리는 수족이라고 할 수 있지.”
“그놈들의 숫자가 많다는 거야?”
“적지 않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고. 하지만 말했다시피 그들을 우리 인간과 같은 존재로 생각하면 안 돼. 그것들은 자신들을 잉태한 보금자리가 있고, 그것과 확실하게 연결되어 있네. 핵이 파괴되면 그것들도 전부 다 목숨을 잃지. 그러니까 그놈들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자네가 했던 말 중에 그놈들에게 더 쉽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는데, 그건 뭐지?”
“놈들 사이에도 계급이 있어. 가장 큰 힘을 가진 놈들의 숫자가 열둘이지. 그놈들을 죽이면 그것들과 연결되어 있는 놈들도 한꺼번에 죽거나 약해지게 되어 있지. 그 던전 안에 놈들이 있어. 내가 본 것은 둘.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모르겠군.”
“아……”
나는 아이작이 한 말을 종합해서 생각해 보았다.
그가 박성일과 함께 가면 좋겠다고 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자기가 힘을 잃은 상태이니 실력 좋은 헌터를 한 명 더 데려가는 것이 좋다고 한 것.
다른 최초의 던전과는 달리 그 던전에는 강력한 존재들이 사는 모양이었다.
그 검은 에너지로부터 탄생한 존재들 중 가장 상위 계급의 존재라면 당연히 쉽게 볼 수 없었다.
아니, 지금까지 싸운 어떤 상대보다도 더 강하다고 해야겠지.
“그러면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
“자네랑 같이 다니는 그 S급 헌터들 말인가?”
“응.”
내 능력으로 그들을 전부 전이하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작을 꺼내 온 일이 내게 그리 큰 부담이 아니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아예 불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내 생각보다 더 쉽게 될지 몰랐다.
“숫자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 하지만 되묻고 싶네. 그들과 자네의 신뢰 관계가 진짜 단단한지. 그들이 유혹을 견뎌 낼 만큼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지.”
“혹시 그놈들이 정신 공격이라도 한다는 말이야?”
“활용할 가치가 있는 인간들을 직접 유혹하고 있네. 그 유혹은 마음에 직접 작용하는 것이라서 설명이나 설득의 형태로 이뤄지는 게 아니지. 꺾이지 않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네. 뭐, 그 의지라는 것도 결국은 강한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니, S급 헌터라면 견뎌 낼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음……”
나는 박성일을 보았다.
“저는 절대 무너지지 않아요. 아시잖아요!”
자신만만한 그의 표정을 보자니 더 못 미더운 기분이 들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박성일이 얼마나 강한 헌터인지, 그리고 나와 함께 다니는 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
내가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헌터 중 한 명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리 시간이 없다고 해도 좀 천천히 이야기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내가 그들을 데리고 안전하게 던전에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지, 그럴 수 있는 최대 인원이 몇 명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은 건 알지만, 그래도 자네는 며칠 더 회복할 필요가 있어. 동료들에게는 차차 의논해 보겠네.”
내 말을 들은 아이작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고 곧 고개를 끄덕였다.
* * *
아이작은 말 그대로 진공청소기를 들이댄 것처럼 음식을 흡입했다.
영양이 부족한 것 이상으로 던전에 갇혀 있는 동안 쌓인 음식에 대한 갈망이 있는 듯했다.
잘 먹는 사람을 보면 미워하기 어렵다.
게다가 그는 예의가 바른 편이라 메건도 점점 그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식으로 마음을 여는 건 다소 위험한 일이기는 해도 내가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그녀에게 있는 능력 때문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준 능력.
마인드스톤을 대량 흡수한 그녀는 본래 가지고 있던 능력보다 예지 능력이 더 강력한 상태가 되었다.
아이작이 위험한 인간이라고 판단했으면 그녀 스스로 경계했을 거라는 뜻.
아이작의 몸 상태는 단순히 잘 먹는다고 호전될 수 없었다.
나는 힐링 마나로 그를 치료해 주었다.
여러 번에 걸친 치료를 받는 동안 그는 계속 감탄했다.
“아, 이 정도일 줄 몰랐는데. 역시 자네는 내가 닿을 수 없는 곳까지 가 버렸군.”
그의 회복이 빠르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번 일에 참여할 헌터 중에 가장 강력한 전력이 바로 그라고 할 수 있었다.
내 동료들은 각자가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들이었지만, 그들 전부를 합친다고 해도 아이작에게 제대로 대적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직접 그의 몸에 손을 대고 치료했지만, 그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단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몸이 망가져 있었느냐를 떠나 웬만한 수준의 헌터라면 금방 치료할 수 있었을 거란 사실이었다.
그건 S급 헌터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이 자체적으로 평가한 대로 그는 S급을 초월한 헌터였다.
내 집에 살고 있는 신바와 코하루, 그리고 자라와 나즈라도 아이작이 내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부러 다 같이 하는 식사 자리에 아이작을 불러 그들에게 소개했다.
신바와 코하루는 몹시 놀랐다.
다만 둘 다 침착한 성품을 가진 탓에 박성일만큼 격정적으로 반응하지는 않았다.
자라와 나즈라는 ‘아, 그래?’하는 정도의 여유 있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죽은 줄 알았던 아이작이 살아서, 그것도 내 집에 나타났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그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바로 세상의 종말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했다.
차근차근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보통 때는 시끌벅적한 편이었던 식사 자리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나는 이런 화제를 꾸며 내거나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한참 침묵이 감돌았다.
박성일이 그랬던 것처럼 다들 식욕이 사라졌는지 수저와 포크를 내려놓았다.
다만 아이작만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우적거리며 음식을 먹었다.
“아, 젠장. 어쩐지 다 잘 풀린다 했어~~”
자라가 뒤통수에 깍지를 끼며 말했다.
나즈라도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이런 식으로 일이 잘 풀리면 불안해지는 법이지. 차라리 마음이 놓이네.”
신바와 코하루는 어느새 각오를 굳혔다.
“두 분에 비하면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작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겠습니다.”
각오를 다진 두 남매의 모습이 대견했다.
“던전에 같이 가 준다면 고맙겠지만, 절대 강요하지 않아. 아이작조차도 거기 갇혀서 혼자 힘으로 돌아오지 못했어. 그의 말대로라면 정신에 직접 작용하는 강력한 유혹이 있다고 해. 그걸 견뎌 낼 정신력이 없으면 차라리 안 가는 게 더 나아.”
이 강력한 동료 중 누군가가 적으로 돌변한다면 골치 아픈 일이 될 것이다.
그걸 넘어서 우리 손으로 죽여야만 하는 순간이 오면 결단을 내리기 힘들 터.
“정신력? 그게 뭐야? 디저트 이름인가?”
“이래 봬도 우린 미성년자일 때 고문 훈련까지 받은 몸이야. 누가 됐든 우리 멘탈은 부수지 못해.”
자라와 나즈라 자매가 말했다.
그녀들의 배경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말이었다.
거기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나는 두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고 느꼈다.
“반드시 버텨 낼게요!”
“세상이 끝나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겁니다!”
신바와 코하루는, 솔직히 말해서 좀 염려가 되었지만 각오만큼은 이 중 누구보다도 강해 보였다.
눈이 마주친 박성일이 슬쩍 웃어 보였다.
“말해 뭐 해요? 저는 죽어도 형님이랑 함께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