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174)
최초의 연금술사-174화(174/175)
174화. 마지막 싸움 (3)
“예상대로야.”
던전 앞에 선 나는 이곳이 더 이상 예전의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크기가 커지고, 열두 개의 마나가 모여 완벽한 상태가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차원의 문이 이 던전에 준 효과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내게 마지막 남은 마나를 전달하여 열두 개의 코어 마나가 전부 합쳐진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한 것.
또 하나는 결코 긍정적이지 않았다.
바로 차원의 문을 통해 검은 공동과 이 던전을 직접 연결해 버렸으니까.
문은 닫혀 있다.
그 문은 열쇠가 아니면 열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검은 공동의 에너지가 이 던전에 스며들어 이 안이 그림자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즉 사도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변해버린 것.
“일단 청소부터 해야 한다는 거군.”
아이작이 말했다.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는데, 그것은 자신이 있다기보다는 차라리 이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지 않나, 그럴 바에 빨리 해치워 버리자 하는 표정이었다.
정말로 생사 따위는 초월한 모습.
그에게 결행할 의지를 묻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나는 다른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아프리카의 던전에서 사도와 그림자들을 보았고 그들이 얼마나 기분 나쁘고 강한 존재들인지 경험했다.
이 던전 안에 있는 사도들은 그때보다 숫자가 많았다.
더 강력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차원의 문과 인접해서 그 에너지를 직접 취하고 있었으니까.
검은 공동은 차원의 문을 열고 이곳을 집어삼킬 수 없으므로 더욱 혈안이 되어 사도들에게 힘을 부여할 터였다.
“죽어도 상관없어요.”
박성일이 말했다.
“나는 늘 내 멋대로 살아왔어요. 형님을 따라다니면서 좋은 일도 한 것 같지만, 꼭 착한 일을 하려고 생각해서 한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대놓고 좋은 일을 하려고 해요. 형님이 자신이 가진 힘을 외면하지 않고 의무를 다하려는 것처럼 저도 제가 할 일을 할게요. 그러면 죽어서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박성일은 고작 이십 대의 나이였다.
경험한 것보다 경험할 것들이 많고, 해 보고 싶은 것들도 많을 것이다.
그의 입지와 능력이라면 그 모든 것들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터.
죽는 것이 억울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의연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고마워.”
“형님이랑 저랑 같은 처지잖아요. 게다가 형님의 짐이 더 무거운 거 알아요. 고맙다는 말은 세상 사람들에게 들어야죠. 그럴 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들을 날이 올까?
아마 오지 않을 것이다.
오늘 싸움에서 승리하든 안 하든 세상 사람이 이 일을 알게 될 일은 없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 일 따위는 아예 생기지 않았다고, 지금까지처럼 평화롭게 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고생한 대가를 받을 생각도 없었다.
지금도 충분히 부족한 것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다만 그것을 해치우고 이 만족스러운 삶을 더 이어 나가고 싶을 뿐이었다.
“나도 여한이 없어.”
자라가 말했다.
“나랑 내 동생의 소원은 단 하루라도 자유롭게 살아 보는 것이었어. 이미 그 꿈을 이뤘어. 뭐, 당장 죽고 싶은 사람이야 없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이렇게 싸우다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 대부분 사람과 달리 나는 직접 그것과 싸우다가 죽은 거잖아.”
나즈라도 동의한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들도 회장님과 함께하는 동안 행복했습니다. 꼭 승리해서 다시 만납시다.”
신바가 말했다.
코하루도 마지막 인사를 대신하여 덧붙였다.
“정말 고마웠어요. 다들 잊지 않을게요.”
장웨이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회장님을 만난 것은 운명입니다. 덕분에 앉아서 최후를 맞이하지 않고 직접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우리가 꼭 승리할 거라고 믿습니다.”
모두들 각오를 다지고, 후회 없는 표정을 지었다.
“메건?”
나는 그녀에게 뭔가 할 말이 없는지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묵묵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남은 이야기는 살아 돌아와서.
그녀는 우리가 싸움에 질 거라는 생각을 추호도 하지 않았다.
“들어갈까?”
아이작에게 말하자 그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내가 가장 먼저 던전으로 들어갔고, 나머지 인원들이 나를 따라왔다.
입구 안쪽에서부터 느껴지는 분위기는 음흉하고 축축했다.
이 안을 사도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확신이 강해졌다.
그리고 익숙한 느낌.
“다들 준비해!”
나는 분신 능력을 발동했다.
사도들이 전에 썼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나올 거라는 예상을 했었다.
우리가 뭉쳐있을 때보다 각개 격파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할 테니까.
더구나 우리 멤버들 중 상당수는 혼자서 사도를 이겨낼 능력이 없었다.
내가 만든 분신들이 각각의 동료들에게 가서 달라붙었다.
아이작에게만 분신을 보내지 않았다.
그는 내 분신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충분히 사도와 맞서 싸울 수 있었으니까.
화아악-
동료들이 한순간에 전부 사라져버렸다.
나는 홀로 남은 채로 각각의 분신에 의식을 집중해 그들이 어디로 흩어졌는지 확인했다.
신바와 코하루.
그들에게 두 명의 분신이 붙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하나의 분신에 딱 하나의 코어 능력을 이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어제 마지막 남은 마나를 취하면서 열두 개의 마나를 합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제 그 마나를 개별적으로 분리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의미 없는 일이 되었다.
분신이 담고 있는 마나와 능력은 비록 본신보다는 낮을지라도 결코 약하지 않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아프리카 던전에 들어갔을 시점의 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따라서 내 분신과 함께 사라진 동료들은 결코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고 볼 수 없었다.
사도가 신바와 코하루를 보고 만족스럽게 웃다가 곧 그들을 따라온 내 분신들을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그가 양팔을 뻗어 그림자들을 만들어 냈다.
뒤엉키는 싸움.
신바와 코하루가 그것들과 엉켜 고군분투하는 동안 내 분신 중 하나가 사도에게 돌진했다.
퍼어엉!-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며 사도가 모습을 감추었다.
일시적으로 공격을 피하려는 움직임이었지만, 피해를 전혀 주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다시 나타난 사도를 이번에는 다른 분신이 찾아냈다.
사도는 어쩔 줄 모르면서 계속 도망 다녔고, 그 때문에 자신이 만들어 낸 그림자들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서 더욱 어려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나는 같은 방식으로 던전에 흩어진 동료들의 상황을 추적했다.
사도는 분명히 강하다.
하지만 내 동료들도 충분히 강했다.
무엇보다 이곳은 홈그라운드.
내가 가진 마나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곳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았다.
정신을 집중하여 의식을 이 던전에 연결했다.
각각의 분신에 빙의할 수 있었지만, 이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사도와 그림자들의 영향력은 끈질겨서 이 던전 곳곳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그것들을 완전히 말살하기 위해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 * *
“형님!”
앉은 자세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있었더니 박성일이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하나둘, 사도에게서 풀려난 동료들이 모두 한곳에 모였다.
마지막으로 느긋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역시 아이작이었다.
“도와줄 필요까진 없었는데, 어쨌든 잘 끝나서 다행이군.”
이 던전을 침식했던 모든 사도와 그들이 만들어 낸 그림자들이 죽었다.
다시 버려진 던전은 완전히 내 장악력 안에 놓였다.
남은 문제는 어떻게 저 검은 공동을 파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생각해 봤는데 저 문 안에 자네가 들어가는 건 너무 위험할 것 같네.”
아이작이 말했다.
“무슨 뜻이지?”
“문 안에 그것이 있다면 저놈 입속에 자네가 들어간다는 뜻이잖아. 굳이 불리한 상황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문 안에 갇혀 있다면 저 자체로 봉인일 텐데, 문만 열지 않고 그것을 잘 지킨다면 세상이 잘못될 일도 없지 않을까?”
“오, 정말 그렇네!”
박성일이 감탄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끝날 문제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
차원의 문을 관리하는 것으로 검은 공동의 침범을 막을 수 있다면, 큰 리스크 없이 세상의 종말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내 힘은 검은 공동이 집어삼킨 존재들로부터 근원했다.
그들이 이 상태로 힘이 약해진다면, 나와의 접점이 사라져 버린다면 내 힘이 약해져서 상황이 역전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정말로 세상의 종말을 막을 수가 없게 돼 버릴 것.
“지금이 기회야. 싸우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
“왜지?”
“저것은 우리가 해석할 수 없는 존재야. 그저 파괴, 포식을 위한 의식만이 남아 있는 존재지. 저것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더 강해질지 약해질지 판단할 수 없네. 그렇게 위험한 상태로, 저것을 관리할 수 있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야.”
가장 가까운 예시가 있었다.
바로 용들의 세상.
그들이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 세상을 집어삼키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
하지만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 된다고 믿었기에 황금색 용이 내게 도움을 청한 것이었다.
“다녀올게.”
나는 몸을 일으켰다.
동료들이 시선이 묵묵히 나를 좇았다.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형님.”
박성일의 말이었다.
그의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였다.
“다시 보자. 약속할게.”
나는 순간이동 능력을 사용하여 차원의 문으로 이동했다.
* * *
문 앞에 선 나는 열쇠를 꺼내었다.
그것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많은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특히 강화, 연금술 능력이 생긴 뒤에 일어난 많은 일들.
만났던 많은 사람들.
그것을 유의미하게 만들 것이냐, 아니면 한낱 꿈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냐는 목전의 싸움에 달려 있었다.
– 나를 불러 주게.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 왔다.
가슴팍에서 진동하여 머리를 울리는 듯한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황금용이었다.
그가 다른 세상에서 직접 내게 목소리를 전달했다.
– 내가 자네와 함께 싸울 거네.
나는 웃음을 지었다.
황금색 용이라면 함께 싸울 수 있다.
오히려 든든한 아군이 되어 줄 것이다.
– 여기까지 해 주어서 고맙네. 앞으로 딱 하나의 관문이 남았군.
나는 소환술을 발동했다.
확장된 능력, 무한에 가까워진 마나 덕분에 전혀 힘들이지 않고 소환진이 그려졌다.
그 안에서 거대한 몸집의 황금용이 나타났다.
나타난 것은 그 하나가 아니었다.
녹색용, 적색용, 검은 용,
상위 용들이 줄줄이 이곳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그 하위 클래스 용들까지.
전부 마지막 싸움을 위해 건너오는 것이었다.
나는 소환진을 그대로 열어 두었다.
“후우우……”
심호흡을 하고, 열쇠를 열쇠구멍에 밀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