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2)
최초의 연금술사-2화(2/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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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와 연금술
“으으으……”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 소리를 듣고야 눈을 떴다.
커튼 사이로 밝은 햇살이 비쳐 들고 있었고, 머리는 그야말로 깨질 듯이 아팠다.
1차야 자주 가던 국밥집에서 먹었다고 해도, 2차와 3차는 한우집과 이자카야에 갔다.
‘돈 많이 나왔겠네.’
김태훈이 하도 미안하다는 말을 해서 그에 대한 감정은 웬만큼 가셨다.
술값이 적어도 100만 원은 넘게 나왔을 거란 생각에 그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됐든 김태훈의 잘못이 아니다.
그의 입장이었다면 나도 아무 말 못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가장의 어깨는 무거운 것이다.
그는 나와 달리 부양해야 할 자식이 둘이나 있으니까.
손을 더듬어서 베개 아래에서 핸드폰을 찾아냈다.
울리던 전화는 조금 전에 끊어졌지만, 그걸 포함해서 7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그중에 최동수의 것도 있어도 뜨끔했지만, 아마 통상적으로 하는 주문 전화일 터였다.
곧 던전에 들어갈 거라고 했으니까.
지금쯤이면 장비를 맞추어야 한다.
내가 그쪽에 납품하고 있는 것은 귀환석과 방어석 두 종류였다.
1차 가공을 해서 길드에 넘기면 길드의 직원들이 2차로 가공해서 완성된 소모품을 만드는 식.
여러 거래처에서 온 부재중 전화를 보자니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일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가 없다.
나는 차례대로 거래처에 전화했다.
일부러 아픈 듯이 목소리를 꾸며내어 숙취가 있다는 것을 숨겼다.
평소 전화를 받지 않거나 납기일을 어긴 적이 없기 때문에 전부 다 이해하고 넘어가 주었다.
되레 나를 걱정하며 괜찮냐고 되묻는 물음에는 왠지 모르게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어제 친구로부터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들었다.
진짜 힘든 건 지금부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른 곳에 다 전화를 돌렸어도 차마 최동수에게는 그러지 못했다.
대신 그에게 온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 전화를 안 받는 것을 보니 바쁜 모양이군. 전에 말한 귀환석 열 개랑 방어석 열 개 언제까지 가능한지 물어보려고 전화했어. 요즘 일감 없어서 고민이 많지? 조만간 추가 주문을 넣을 생각이야. 당장 필요는 없지만 우리야 상생하는 관계 아니겠나?^^ 문자 보면 연락주게.
나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만약 이틀 전이었다면 당장 전화를 걸어 보이지도 않는 상대를 향해 굽실거리며 감사하다고 인사했을 것이다.
최동수.
나보다 한 살밖에 많지 않은 놈이다.
운이 좋아 B급으로 각성해서 얼마 전 부길드장이 된 것.
B급이면 웬만한 길드에서 부길드장 정도는 할 수 있는 등급이다.
그가 잘났다기보다는 각성한 순간부터 그렇게 되도록 보장되어 있었던 셈이다.
‘나도 그런 줄 알았지.’
핸드폰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지금 최동수가 넣는 주문이 나를 먹여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귀환석과 방어석은 공장에서 가공해 납품받는 것이 훨씬 싸다.
소량이라도 나에게 의뢰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의 호의가 하나도 달갑지 않았다.
‘일부러 한 거겠지.’
여러 번 최동수를 만난 적이 있다.
부길드장 정도 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그는 단순히 그 정도를 넘어선 사람이었다.
말투에 선민의식이 짙게 깔려있다.
자기는 이미 잘나가고 있고 앞으로 더 잘나갈 사람, 그리고 물건을 납품받는 갑이라는 것을 철저히 말투 속에 담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상생을 들먹이며 나를 걱정해줄 리 없다.
그냥 이 상황이 즐거운 것이다.
남의 아내를 빼앗고, 그 전남편에게 호혜를 베푸는 만족감.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결국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대신 시간을 확인했는데 벌써 오후 세 시였다.
평일에 이렇게 늦잠을 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일은 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실로 가기 위해 침대에서 내려왔다.
잘나갈 때는 이 정도로 머리가 아프면 포션을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사치를 부릴 형편이 안 되었다.
순수입으로 일당 15만 원 벌기도 버거운 처지다.
포션 한 개에 10만 원인데 그걸 숙취해소제로 마실 수 없었다.
몸도 마음도 죽을 것 같았지만 억지로 몸을 움직였다.
#
“하아아……”
술기운이 여태 가시지 않아 음식은 전혀 당기지 않았다.
2리터 생수통을 들고 물만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것을 절반 가까이 비우고 나서야 작업대에 섰다.
작업대에는 어제 하다 만 작업물들이 놓여 있었다.
이혼하기 전에는 갑자기 들어오는 주문도 전부 소화하기 위해 절대 일을 미루어두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적당히 조절해가며 일하고 있었다.
포션을 마실 수 없는 처지이기도 하고, 어차피 매달 들어오는 일의 양이라는 게 정해져 있다는 걸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조금씩 줄어들지언정 늘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계약하고 있는 길드들로부터 1차 광물과 부산물을 받는다.
그것을 2차 가공이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서 보내는 게 내가 하는 일이었다.
가끔 세공 일도 들어오기는 하는데 한 달에 한두 번, 그것도 인터넷에 올려둔 광고를 보고 연락하는 뜨내기 헌터들로부터 들어오는 주문이었다.
길드나 진지하게 사냥을 하는 헌터들은 나에게 세공 일을 맡기지 않는다.
그 일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많이 생겼으니까.
그곳에 맡기면 더 싸게, 더 훌륭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세공은 돈이 되기 때문에 일감이 들어오면 최대한 정성을 들이곤 했다.
그렇게 해도 재의뢰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어쨌든 나로서는 뭐라도 해야 할 입장이었다.
어제까지 며칠 동안은 직접 망치와 정을 들고 광석에 붙은 불순물들을 떼어냈다.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든 작업이었지만, 그렇게 해야 제대로 스킬을 쓰는 단계에서 마나를 적게 소모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전에는 포션을 물처럼 마시면서 작업했다.
그래도 돈을 많이 벌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목표는 최대한 포션을 마시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이었다.
갑자기 일이 밀려 어쩔 수 없을 때만 포션을 마셨다.
오늘 할 일은 육체적으로 피로가 덜해도 정신적인 소모가 심한 작업이었다.
『가공』 능력을 본격적으로 발휘해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숙취 때문에, 그리고 어제 들은 좋지 않은 소식 때문에 여러모로 작업대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을 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으니까.
마음을 다잡고 방어석의 재료가 되는 자주색 광석을 작업대에 놓았다.
러프하게 작업해두었기 때문에 여전히 그것에는 많은 불순물이 들러붙어 있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집중력을 끌어모았다.
하던 대로 양 손바닥을 펴서 광석으로 향한 뒤 마나를 발동했다.
몇 초간 미동도 하지 않던 광석이 소리를 내며 작업대 위를 구르기 시작했다.
드드드득-
원형으로 움직이며 겉에 붙어있던 불순물들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최대한 깨끗하게 작업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
비용은 ‘순도’로 매겨지기 때문에.
그나마 내가 퇴물로 나가떨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은 같은 일을 오래 해서 생긴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기계에 지지 않겠다는 일념으로-그래야 더 비싼 비용을 치르고 나에게 의뢰할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광석의 순도를 높이려고 했다.
약 30분을 작업대 위에서 구른 뒤에야 불순물이 거의 남지 않은 방어원석이 만들어졌다.
“후우우……”
이마에서 땀이 비 오듯이 흘렀다.
오늘따라 작업이 배는 더 힘이 들었다.
숨을 몰아쉰 뒤 생수병을 집어 들고 다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서두르려야 서두를 수 없는 작업이다.
빨리 작업하기 위해 마나를 많이 사용하면 더 빨리 지치고 작업의 정밀도가 낮아진다.
나는 거의 완성된 원석을 들어서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능력을 한 번 더 발휘해서 순도를 높이는 작업을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1~2퍼센트의 순도 차이가 발생한다.
예전에는 무시했던 수치이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이 차이가 기계와 나의 차이를 만들어내니까.
이걸 하지 못하면 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시장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렇게 신중하게 마무리 작업을 했다.
시간을 들였기 때문인지 유독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다.
그래도 받는 돈은 큰 차이가 없겠지만, 작업자로서 뿌듯한 순간이었다.
– 방어원석(순도 99.1%)이 완성되었습니다.
– 방어원석(순도 99.1%)은 『강화』가 가능한 광석입니다.
“응?”
평소에는 한 줄의 메시지만 보였다.
그런데 오늘은 못 보던 메시지가 한 줄 추가되었다.
‘뭐지?’ 하는 생각에 메시지를 반복해서 읽었다.
‘강화라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숙취가 남아있고, 방금 작업을 하면서 기력이 빠졌기 때문에 더욱 현실감이 없었다.
처음 겪는 현상에 이렇다 할 결론을 못 내리고 있을 때 또 한 줄의 문장이 추가되었다.
– 방어원석(순도 99.1%)은 다른 재료와 합성하여 『연금』이 가능한 광석입니다.
세 번째 메시지를 보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것은 분명히 헛것을 본 게 아니었다.
눈앞에 세 줄의 문장이 둥둥 떠 있었다.
– 방어원석(순도 99.1%)이 완성되었습니다.
– 방어원석(순도 99.1%)은 『강화』가 가능한 광석입니다.
– 방어원석(순도 99.1%)은 다른 재료와 합성하여 『연금』이 가능한 광석입니다.
내가 제대로 인지하자 눈앞에서 사라졌다는 점에서 의심할 여지 없이 헌터들이 보는 메시지였다.
‘강화와 연금술이라고……?’
처음 보는 능력이었다.
헌터 능력의 가짓수는 워낙 많고 지금도 새 능력들이 밝혀지고 있는 참이라 나 혼자 이 능력을 각성했다는 확신이 없다.
그래도 올해로 6년 차 헌터인 나로서는 한 번도 듣거나 본 적이 없는 능력이었다.
조금 전까지 심하게 흔들리던 머릿속이 말끔해졌다.
나는 이마를 감싸고 생각해 보았다.
특능 하나를 개방하고, 또 다른 능력을 개방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 아니다.
대개 기존에 가지고 있던 능력의 상위 능력, 아니더라도 그것과 관련된 능력을 각성한다.
『가공』과 『강화』, 『연금술』은 확실히 연관성이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것이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뭘 할 수 있는지부터……’
뭐든 속단하는 것은 나쁜 버릇이었다.
『가공』 능력을 얻었을 때 나는 이 능력으로 평생 편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가 어땠는가?
언제 시장에서 밀려나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지경까지 왔다.
이름은 그럴듯하더라도 쓸모없는 능력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지금은 일단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새 능력이 무엇인지 내가 뭘 더 할 수 있게 되었는지 파악할 때였다.
헌터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뭐든 그 능력을 발동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마나를 운용하면 된다.
처음에는 연습이 필요하지만 일주일 정도 하면 익숙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나는 의식적으로 『강화』 능력을 발휘하려고 해보았다.
거기까지는 어렵지 않았지만 두 손을 들어 방금 완성한 방어원석을 향해 마나를 발동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윽!”
그 강도가 처음 경험한 수준이라서 다리에 힘이 풀려 쭉 미끄러지고 말았다.
쿵!
엉덩이를 바닥에 찧었다.
그나마 머리를 부딪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그쪽에 날카로운 원석이 있었기 때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으로 비틀비틀 일어나 소파 쪽으로 갔다.
털썩 누워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무협 소설에 나올 만한 용어를 사용한다면 ‘주화입마’.
이건 마나를 사용하는 헌터들 사이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만큼 헌터들에게 마나를 사용하는 일이 일상이라고 하더라도 무리하면 신체에 큰 부담을 주었다.
특히 새 능력을 각성하고 그것에 익숙해지지 않았을 때는 더 조심해야 했다.
“후우, 후우……”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지만 기분 좋았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면서 기쁨이 밀려든다.
방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는 것은 좋은 징조였다.
뛰어난 능력일수록 마나 소모량이 크고, 몸에 더 큰 부담을 주니까.
적어도 『가공』 능력보다 상위 능력이라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