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36)
최초의 연금술사-36화(36/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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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의 마무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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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여기 웬일이야?”
정민철이 공항에 나타난 김지유와 김지은을 보고 눈을 찡그렸다.
아마도 서로 이미 아는 사이 같았다.
그의 표정은 귀여운 쌍둥이 여자아이들을 보는 표정이 아니었다.
“잘 지냈어요, 털보 아저씨?”
“걱정 마요. 아저씨 말고 이 오빠 때문에 온 거니까.”
김지유와 김지은은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어젯밤에 보았을 때보다 덜 화려했지만 기본적으로 예쁜 여자애들이라 그런지 연예인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사람으로 복작이는 공항에서도 지나가는 남자들이 그녀들을 흘긋거렸다.
“죄송합니다. 어제 정희연 길드장님이 전화하셔서 제가 서울 일을 상의드렸어요.”
“아…… 그러셨군요.”
정민철이 이제야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내 팔을 가만히 잡아당기더니 귀에 속삭였다.
“저 애들은 보이는 것과 다릅니다. 선생님도 조심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다 들리거든요, 아저씨?”
“우리가 설마 아저씨보다 위험한 사람일까?”
정민철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확실히 도움은 될 겁니다.”
그가 김지유, 김지은에게 평범하지 않은 당부를 했다.
“아무나 죽이지 마. 상황을 봐가면서 죽여, 알았지?”
“우리가 사이코패스인가?”
“대량 살인마 같은 얼굴로 우리한테 그런 충고하지 마요.”
정민철이 어깨를 으쓱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이런 말을 하는 데에는 아마도 피비린내 나는 사연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의 무기를 강화해주어 호감을 샀기 때문인지 김지유, 김지은은 움직이는 내내 내 옆에 꼭 붙어있었다.
마치 조카 둘을 데리고 여행에서 복귀하는 기분이었다.
물론 ‘조카’라는 다정한 단어로 부르기에는 이 애들의 무기에서 나던 피 냄새가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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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정민철을 마중 나온 듯했다.
그들이야말로 내가 어제 내 방으로 찾아올 거라고 예상했던 강인한 인상의 남자들이었다.
“부길드장님!”
“잘 다녀오셨습니까?”
“오, 규성이 석철이. 너희들도 잘 있었지?”
“부길드장님이 길드 활동은 안 하고 바깥으로만 맴도셔서 심심했습니다.”
“뭐가 그렇게 바쁘세요?”
“하하, 미안. 이제는 길드 일도 신경 써야지. 인사 드려! 이분은 내가 존경하는 김태수 선생님이시다.”
남자 둘 중 상대적으로 유들유들한 인상의 체격 좋은 남자가 먼저 내게 명함을 내밀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김석철입니다.”
“김태수입니다.”
받은 명함 안에는 강동 길드 2팀 팀장 김석철이라고 적혀 있었다.
“안녕하세요.”
키가 크고 표정의 변화가 별로 없는 남자도 손을 내밀었다.
그는 딱히 명함을 주지는 않았다.
“박규성입니다.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반갑습니다.”
나는 대강의 분위기로 이들이 어제 정민철이 말한 강동 길드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직접 선발하고 자신을 우선적으로 따른다고 했던.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만으로도 대단한 실력자들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박규성이 말했다.
“오늘 저녁에 태성에서 모여 결론을 내기로 했습니다. 지난번에 최동준과 정동기 길드장님이 만난 자리에서 고성이 오갈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최동준 쪽이나 정동기 길드장님 입장이 워낙 달라서 타협의 여지가 없습니다. 사실상 오늘 자리가 주먹다짐으로 바뀔 가능성이 큰 게 그런 이유입니다.”
“하아아…… 형님은 그런 데도 나를 부르시지 않고는.”
정민철이 한숨을 내쉬고 나에게 말했다.
“선생님은 일단 돌아가셔서 좀 쉬십시오. 제가 형님을 만난 뒤에 상황을 전달해드리겠습니다.”
“네.”
나도 같이 가고 싶었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나는 태성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사람이고 기업과 길드 간의 계약 문제를 잘 아는 사람도 아니었다.
대신 인벤토리에 손을 넣어서 물건을 꺼내었다.
“이걸 길드장님께 전해주십시오.”
정민철이 파워스톤을 받아들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와! 형님이 기뻐하실 겁니다!”
나는 다섯 개의 파워스톤을 건넸다.
“그러면 이따 연락 주십시오.”
그렇게 인사하고 몸을 돌리려는데 김지유, 김지은이 내게 따라붙었다.
“너희들은 정민철 부길드장님을 따라가.”
“우리가 왜요?”
“우리는 언니한테 오빠를 도우라는 말만 들었지, 저 털보 아저씨 도우라는 말을 들은 게 아닌데?”
둘의 반응을 보자니 뭔가 난감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정민철을 따라가라고 하기에도 이상했다.
따라간다고 해도 겉돌기만 할 것 같다는 생각.
얘기를 듣자니 결판은 저녁 때 날 것 같았다.
그 자리에 내가 직접 참석하지 않더라도 이 애들만 보내는 방법도 있으리라.
일단은 나를 따라오는 두 쌍둥이를 내버려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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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엄청 부자일 줄 알았는데 집이 이게 뭐예요?”
“세 사람 들어오니까 발 디딜 틈이 없네!”
김지유, 김지은은 결국 내 집까지 왔다.
그 애들이 내 집이 생각보다 작은 걸 보고 여러 말을 했지만 17평 아파트가 사람 셋 들어왔다고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 둘과 함께 있는 것에 웬만큼 마음이 놓이기는 했다.
상황만 놓고 보면 나도 무작정 안심할 수가 없으니까.
무엇보다 최동수가 복수하러 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했다.
나도 전투 능력을 갖게 되었지만 완벽히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반면 김지유와 김지은은 이 방면의 베테랑이 분명했다.
정민철이 정색할 정도면 나이와 외모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김태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만 계속 갈 뿐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길드 상황이 바쁘게 흘러가고 있어서 전화를 받을 여유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 달라고 메시지만 남겼다.
“집에 먹을 것 좀 없어요?”
“와! 게임기다!”
제주도에 며칠 다녀온 것도 일종의 여행이라 좀 피곤했는데 김지유, 김지은이 워낙 활발하게 집안을 누벼서 맘 편히 쉴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음식을 주문해주고 게임을 할 수 있게 세팅해주었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어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는 그녀들이었다.
음악까지 시끄럽게 틀어놓아서 순식간에 내 집이 내 집이 아닌 것 같은 모습이 되었다.
아무려면 어떠냐 싶어서 적당히 씻고 침실에 누웠다.
그러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울리는 핸드폰 소리를 듣고 퍼뜩 잠에서 깼다.
시간은 벌써 저녁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정민철이었다.
“부길드장님.”
– 선생님, 오늘 아홉 시에 길드 사무실에서 그놈들을 만나 담판 짓기로 했습니다. 동기 형님은 이미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각오이십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쪽에서 요구하는 게 동기 형님한테 길드를 포기하고 나가라는 거니까요. 한마디로 자기네들이 태성을 꿀꺽 삼키겠다는 겁니다. 선생님은 댁에 계십시오. 그 애들이 옆에 있으니까 별일은 없을 겁니다.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 애들도 그쪽으로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손이 부족하지는 않습니까?”
– 선생님 덕분에 저는 더 강해졌습니다. 동기 형님도 며칠간 회복하셔서 예전의 모습을 거의 되찾으셨고요. 아니, 파워스톤을 흡수하시고 예전보다 더 강해지셨습니다. 과거에 둘이서 이런 일들을 숱하게 겪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걱정하는 건 단지 선생님의 안위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람 목숨이 가장 중요한 것이니 부디 별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네, 명심하겠습니다. 동기 형님이 태성에 가진 애착이 깊기는 하지만 선생님 말씀대로 그게 목숨보다 중요하지는 않으니까요. 제가 형님을 잘 챙기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못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정말로 별일이 없어야 할 텐데.
특히 여전히 연락이 되지 않고 있는 친구 김태훈이 걱정이었다.
거실로 나가보니 김지유와 김지은은 내가 잠이 들기 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었다.
김지유는 늘어져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고, 김지은은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그때 문득 핸드폰이 울렸다.
거기 띄워진 이름을 보자니 마음이 탁 놓였다.
즉시 전화를 받고 물어보았다.
“태훈아, 너 괜찮니?”
– 오랜만이네요, 태수 씨. 여행은 잘 다녀오셨고?
돌아온 목소리는 김태훈의 것이 아니었다.
“왜 네가 이 번호로 전화했어? 태훈이는 어디에 있고.”
– 김 팀장? 오케이, 잠깐만~
잠시 후 핸드폰이 부르르, 울리면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것은 사진이었고, 한 남자가 얼굴에 두건이 덮인 채로 쓰러져 있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그가 김태훈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것 같았다.
피투성이가 된 김태훈.
그가 이렇게 된 것이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설마 죽인 건 아니겠지?”
– 당연하지~ 김 팀장이 죽으면 우리끼리 대화가 안 되잖아~ 이쪽으로 와. 그러면 네 친구 만나게 해줄게. 그리고 너랑 아주 가까운 사람도 보게 될 거야.
“어딘데?”
– 1층에 애들이 기다리고 있어. 너는 얌전히 따라오기만 하면 돼. 알지? 혼자 와야 한다는 거. 요즘 친구가 좀 생긴 것 같던데 김 팀장 시체 보고 싶지 않으면 혼자 조용히 와.
전화가 끊어졌다.
나는 거실 쪽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김지유와 김지은은 축 늘어져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들을 내버려 두고 현관으로 갔다.
소리가 나지 않고 조심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지금의 최동수라면 무슨 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
절대 김태훈이 그의 손에 죽는 일은 일어나면 안 된다.
아파트 1층에는 최동수가 말했던 대로 검은 승합차가 있었고, 내가 그것을 발견한 순간 갑자기 시야가 깜깜해졌다.
우악스러운 손이 내 얼굴에 두건을 씌운 것.
푹,
화끈한 통증에 “억!”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허리에 칼이 박힌 듯했다.
두 무릎을 꺾였고, 그런 내 양쪽 팔을 누군가가 붙잡고 끌고 갔다.
자동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그 안으로 내던져졌다.
부우웅,
자동차가 나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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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뒤 도착한 곳에서 나는 다시 차에서 끌려 나왔다.
양쪽 팔이 붙들린 채로 엘리베이터를 타는 부유감을 느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조금 더 끌려간 뒤에야 두건이 확 벗겨졌다.
나를 끌고 왔던 남자들이 뒤로 가서 섰다.
최동수가 달빛을 등지고 서 있었다.
사방이 뚫려 있는 이곳은 공사 중인 건물이었다.
전형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도저히 웃음이 나지 않는 상황이기도 했다.
특히 오른쪽에 두 손이 묶인 채로 쓰러져 있는 남자가 김태훈일 거라고 생각하자 더욱 그랬다.
“오랜만이네?”
최동수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어딘지 분위기며 인상이 많이 바뀐 모습이었다.
그전에는 적어도 겉으로는 유들유들하게나마 부드러운 인상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걸 모두 벗어던지고 사악한 면만 남긴 모습이었다.
당연히 이쪽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나랑 인사나 하자고 부른 건 아닐 텐데.”
“맞아.”
최동수가 씩 웃었다.
그의 왼쪽에는 또 다른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여자인 듯했다.
최동수가 무릎을 접고 앉더니 그녀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두건을 벗겼다.
나는 그렇게 드러난 여자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름 아닌 정미희였기 때문에.
“반가운 사람을 한 명 더 만나게 될 거라고 했지?”
“미친놈. 내가 왜 그 여자를 반가워해야 해?”
“하긴 그래. 그래도 몇 년 동안 살을 맞대고 살았는데 미운 정이라도 좀 남아 있을 줄 알았지.”
나는 최동수가 왜 정미희를 잡아두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잠든 최동수를 정미희의 자동차 뒤 칸에 태우기는 했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둘은 곧 결혼할 사이였다.
최동수가 선글라스를 벗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보고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눈알이 있어야 할 그의 한쪽 눈이 검게 파여 있었기 때문에.
핏줄이 엉겨 붙어있어 매우 징그러운 몰골이었다.
“이년이 내 눈을 이렇게 만든 거야. 운이 나빴지. 네가 뿌린 스프레이 때문에 내 몸이 정상으로 작동하지 않았거든. 원래라면 회복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필 나쁜 타이밍이라 이 꼴이 돼 버렸어. 뭐, 일단 헌터이기도 하고 의학이 고도로 발달한 세상이니 잘만 하면 고칠 수 있긴 하대. 그런데 복수를 하기 전에는 이대로 두고 싶었어. 그래야 이 좆같은 기분을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았거든.”
최동수가 벌쭉 웃었다.
그로테스크한 눈의 모양 때문에 그런 그가 사이코패스처럼 보였다.
대관절 정미희가 어떻게 최동수의 눈을 저렇게 만든 걸까?
스프레이 때문에 몸이 굳어있었다면 두 사람이 몸싸움을 하지도 않았을 텐데.
애초에 정미희가 헌터인 최동수에게 먼저 그런 걸 시도할 리 없었다.
“이년이 나를 버리고 가려고 했어. 너한테 그랬던 것처럼 나를 버리고 새출발하려고 했나 봐. 그래서 누굴 찾아갔는지 알아? 바로 내 친형이야.”
나는 절로 이맛살이 구겨졌다.
‘미친년.’
아무리 뼛속까지 이기적이고 돈이 그렇게 좋다고 해도 어쩌면 그렇게 정신 나간 짓을 할 수 있나?
이혼한 뒤에 드러난 그녀의 민낯은 악질 그 이상이 아니었다.
축 늘어져 있던 정미희가 몸을 흠칫거렸다.
눈을 뜨는가 싶더니 자기를 붙잡고 있던 최동수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꺄아아악!!”
비명을 지르던 그녀가 맞은 편에 있는 나를 발견했다.
“태수 씨? 태수 씨 맞지? 제발 살려줘! 나 좀 구해줘, 자기!”
어떻게 저 입으로 ‘자기’라는 말을 뱉을 수 있을까?
원래도 정이 남아 있지 않았지만 지금은 인간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사랑해! 사랑해, 태수 씨! 역시 나한테는 자기밖에 없어! 내가 자기한테 돌아가려는 거 알고 이 사람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거야! 제발! 제발 살려줘어!!”
정미희의 비명에 가까운 울부짖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최동수가 그녀의 얼굴을 잡고 목을 비틀어버렸기 때문에.
뚝,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나고 정미희의 고개가 툭 떨어졌다.
최동수는 몸을 일으킨 다음 이미 죽은 그녀의 시체를 마구 밟아댔다.
“씨발년! 뚫린 입이라고, 씨발! 내가 좆으로 보여! 내가 너 같은 창녀를 진짜 사랑했을 것 같아? 이런 개 같은 년이!”
퍽! 퍽! 퍽!
헌터인 그가 작정하고 시체를 밟아대자 피와 살점이 튀기 시작했다.
나는 역겨움을 느끼고 눈을 돌렸다.
확실히 기분이 편하지는 않았다.
최동수의 말마따나 5년간 결혼 생활을 했던 여자니까.
그렇다고 동정심이 생기거나 최동수에게 복수심이 일지는 않았다.
그냥 보기 싫은 인간들이 저지른 추악한 일에 역겨움이 치밀 뿐이었다.
“하아, 하아.”
정미희의 시체를 곤죽으로 만든 최동수가 다시 선글라스를 썼다.
“기분이 어때?”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네 여자잖아. 너희 둘 사이의 문제고. 나는 관계없어.”
“확실히 우리 태수 씨, 많이 컸어. 예전에는 내가 전화만 해도 꼬리를 흔들며 뛰어오던 사람이.”
“언제? 나는 기억 안 나는데.”
“가족들끼리 언쟁이 좀 있었어. 나는 너를 꼭 죽이고 싶었는데 말이야. 형이랑 어머니 생각은 좀 다르더라고. 이미 네 소문이 쫙 퍼져서, 차라리 너를 잡아두고 포션을 찍어내는 기계로 만들자고 하시더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마음에 안 들었어. 어쨌든 네가 살아있으면 계속 신경이 쓰일 거고, 나쁜 일들이 생각날 거야. 내 눈구멍은 계속 쑤실 거고. 그래서 어머니와 형 몰래 너를 여기로 빼돌린 거지.”
나는 입술 끝을 비틀었다.
그래서 김태훈을 인질로 잡았구나.
머릿속으로 계산해보았다.
내가 여기에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
여기 있는 놈들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칼이 박혔던 허리의 상처는 이미 아물어 있었다.
마나양이 대폭 늘어났고, 공격 능력도 생긴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다.
칼에 찔린 상처 정도는 금방 나았다.
내가 옆구리를 붙잡고 비틀거리고 있는 것은 이놈들을 방심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최동수 하나라면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패거리가 최소 열 명은 되었다.
이곳에 있는 게 네 명이고, 그보다 많은 숫자가 아래쪽을 지키고 있었다.
헌터 능력이 강해지면서 감각 또한 예민해졌다.
얼굴에 두건이 씌워져 있었지만, 알아내고자 하니 한 명 한 명의 기척을 포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선뜻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최동수가 몸을 돌려 이번에는 김태훈 쪽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되자 다급함이 올라왔다.
정미희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김태훈은 다르다.
내가 가장 안 좋은 처지가 되었을 때 오직 그만이 나를 걱정하고 돌봐주었지 않은가?
“과연 친구가 죽어도 그렇게 멀쩡할 수 있을까? 이놈도 참 멍청해. 의리고 나발이고 그냥 기회가 있을 때 자기 살길을 찾았으면 얼마나 좋아? 하찮은 목숨이라도 부지하고 살면 좋았을 것을. 이런 개죽음을……”
탕!
나는 인벤토리에서 총을 꺼내어 발사했다.
글록.
연사가 안 되는 총보다는 이쪽이 여러 명의 적을 상대하기에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윽!”
내가 쏜 마나탄이 최동수의 어깨에 박혔다.
나는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다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