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41)
최초의 연금술사-41화(41/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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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은인(3)
“그렇습니까?”
이석규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사람이 아프다는 데 나오기 힘든 반응이었다.
나는 두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나저나 전 세계 부호 순위의 상단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엘리트헌터즈’의 회장이 헌터인 줄은 몰랐다.
“헌터인데 마나중독증이라는 것은 좀 이상한 일 아닌가요?”
이석규에게 들은 내용이 있기도 해서 물어보았더니 최수일 회장이 말했다.
“D급입니다. 그 양반 자존심이 보통이 아니라서 각성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이죠. 항상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마인드라 기업명도 ‘엘리트’인 것입니다. 그런데 회장 본인이 D급 헌터라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은 거죠. 몇 번 기사화가 된 적이 있는데 일반인들이 거의 모른다는 것을 보면 언론 자유도가 높은 미국에서도 ‘엘리트헌터즈’가 미치는 입김이 대단하다는 방증이겠죠.”
미국 최대 기업 중 한 곳의 회장도 마나중독증.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한 가지였다.
바로 그의 목숨이 내 손에 달려있다는 것.
“오랜만에 데이먼이랑 통화 좀 해봐야겠네요.”
최수일 회장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이 빛을 보도록 돕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석규가 내 무릎을 잡고 슬쩍 흔들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우리 인연이 오늘로 끝이 아닐 듯하니 나중에 또 날을 정해 대화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지금쯤이면 자식들도 제가 침상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았겠죠. 이렇게 완쾌될 줄은 저조차 몰랐습니다. 당분간은 좀 바쁠 것 같습니다. 데이먼 회장과 연락하는 것을 포함해서 김태수 선생님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연구해보겠습니다.”
최수일 회장이 앉은 채로 말했다.
“들어와라!”
서재 문이 열리더니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가방의 크기가 김지유, 김지은이 내게 주었던 더플백보다 더 컸다.
가방을 들고 나타난 직원은 한 명이 아니었다.
같은 복장에 비슷하게 건장을 체격을 가진 남자들이 똑같은 가방을 두 개씩 들고 줄지어서 들어왔다.
가방은 전부 스물두 개였다.
직원들은 가방을 내려놓고 나서 그것을 열어 보였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그 가방에는 오만 원권 지폐 다발이 가득 들어있었다.
“이런 계산은 빨리 할수록 좋죠. 약속드렸던 돈입니다. 솔직히 제가 나을 수 있다는 기대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만에 하나 치료가 잘 되었을 때 두 분이 바로 가지고 가실 수 있게 현금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니까 눈앞에 있는 돈이 모두 합쳐 천백억 원어치의 현금이라는 뜻이었다.
개인적인 치료이고, 계좌를 통해 옮기기에는 너무 크게 티가 나는 돈이었다.
정연희 때도 그랬지만 이렇게 현금으로 주니 참 편했다.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헌터 쪽 사업을 하면 비자금 만들기가 참 쉽습니다. 헌터분들에게 돈을 전달하는 것은 더 쉽지요.”
최수일이 천백억쯤 현금으로 전달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듯이 “하하하!” 크게 웃었다.
이석규가 가방 두 개를 들어서 인벤토리에 넣더니 내게 말했다.
“저는 이거면 됐습니다.”
“네? 하지만……”
“저를 부끄럽게 하지 마십시오. 애초에 이것도 선생님이 안 계셨으면 벌 수 없는 돈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수입 분배를 두고 길게 말하는 것도 좀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나머지 스무 개의 가방을 전부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러니까 지금 내 인벤토리 안에 1,250억의 현금이 있는 셈.
‘계획을 업그레이드해야겠네.’
왠지 김지은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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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이 직접 연락하시겠다고 하니 저희는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으면 될 것 같습니다.”
이석규는 상당히 고무적인 표정이었다.
정말로 ‘엘리트헌터즈’의 회장이 마나중독증이라면 나와 이석규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생긴 셈이었다.
아무리 한국에서 DW와 SH가 큰 기업이라고 해도 ‘엘리트헌터즈’에는 절대 비빌 수 없었다.
다만 그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어도 그 기업이 뭘 만드는지는 정확히 몰랐다.
단지 헌터 산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고, 그 기업의 홍보 모델이 세계 최고의 헌터들이라는 사실만 알았었다.
‘부동산이라니.’
던전을 부동산의 개념으로 사고 판다는 이야기를 정연희를 통해 처음 들었다.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는데, 바로 그 ‘엘리트헌터즈’가 세계 최대급의 던전 부동산 소유주라고 한다.
자산이 어느 규모일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예상하기를 그렇게 소유한 던전 중 한 곳에서 ‘행운의 돌’이 나오는 게 아닐까 했다.
다소 비양심적이기는 하지만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
물론 그것이 실제 효과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이목을 끌고 흥미를 자아낸다는 점 때문이지만.
‘물어보길 잘했네.’
애초에 내가 럭키박스 이야기를 한 것은 SH를 통해서 그 물량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것을 독점적으로 수입하는 곳에서는 ‘행운의 돌’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고.
하지만 그 이야기가 발단이 되어 더 큰 건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일단은 만나봐야 더 자세히 알 수 있겠지.’
말 그대로 세계적인 기업인 ‘엘리트헌터즈’의 회장을 만나면 과연 무슨 일이 생길지 궁금했다.
둘만 남겨두어서 좀 미안했는데 김지유, 김지은은 마치 내 집에 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최수일 회장의 집 응접실에서도 아주 편안하게 쉬고 있었다.
김지유는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고, 김지은은 그런 그녀의 허벅지를 베고 잠들어 있었다.
나는 뻐근한 몸을 스트레칭하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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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0억 원의 현금이 생겼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돈 때문에 막막함을 겪었던 나로서는 믿을 수 없는 현금 부자가 된 것이었다.
이제 더 미룰 필요가 없었다.
나는 다음날 바로 김지유, 김지은과 쇼핑을 나갔다.
예산이 늘어났다는 말을 들은 김지은은 밤새 폭풍 검색을 했고, 적합한 부동산을 찾아냈다.
250평 규모의 펜트하우스.
서울 도심지와 꽤 거리가 있고, 더욱이 한강 뷰가 아니었지만 지금 가장 핫한 매물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헌터들 사이에서 큰 각광을 받는다고 했다.
이 아파트 인근에는 소위 ‘실패한 던전’이라는 것이 있었다.
던전이 생성되고 성숙하는 과정에서 마나가 부족하여 몬스터가 만들어지지 못한, 말 그대로 던전이 되는 데 실패한 곳을 일컫는다.
‘실패한 던전’을 살리기 위한 연구는 다각도로 진행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던전 코어에 직접적으로 마나를 주입하여 던전을 성숙 단계에 이르게 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부족한 영양분을 외부에서 제공하여 던전에 생명을 불어넣겠다는 것인데, 성공하기만 하면 던전이 세상에 생긴 이래 가장 획기적인 기술적 진보를 이루는 셈이었다.
던전 공략이 안정화되고 더 이상 그로 인해 위험을 겪는 수준을 벗어난 데 이어 아예 그것의 생성과 유지에 직접 관여하게 되는 거니까.
하지만 이 연구는 성공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실패한 던전’에서 던전 코어를 찾아내지 못한 것이 중요한 이유였다.
미성숙 단계의 던전을 풀어서 설명하면 던전 코어가 그만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어딘가 깊숙한 곳에 박혀 있는 던전 코어는 헌터들이 감지할 만큼 존재감을 발산하지 못했다.
두 번째는 경제적인 이유였다.
‘실패한 던전’을 부활시킨다고 해서 그게 그만큼 경제적으로 유용한 던전이 되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말하자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
지금 세상에는 던전이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그곳에서 나오는 신물질에 대한 연구가 뒤처지는 상황이었다.
‘상황이 바뀔 수도 있지.’
정연희에게 들은 대로라면 던전이 다른 부동산처럼 매매되는 세상이 되었다고 하니까.
한국도 곧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렇다면 ‘실패한 던전’도 살려서 가치를 더하려는 움직임이 생기지 않을까?
뭐, 그걸 떠나 당장 헌터들에게 관심 있는 문제는 ‘실패한 던전’ 주변의 땅값이 싸다는 것이었다.
미성숙한 단계에서 멈추었다고 해도 언제 활동을 재개할지 모르는 던전 주변에 일반인이 살 수 없었다.
그것은 법률로도 규정된 사항이다.
헌터들에게는 일종의 선민의식이 있었다.
자신들이 선택받은 인간이고, 일반인에 비해서 우월하다는.
그런 사람들은 가능한 한 일반인과 엮이고 싶어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실패한 던전’ 인근은 헌터들이 선호하는 주거지가 되었다.
수입이 높은 헌터들이 밀집해서 거주하는 지역.
당연히 주택이며 아파트도 고급스럽게 지어졌다.
일반인은 살고 싶어도 못 사는 지역이 되었으니까.
바뀐 세상의 빈부 격차, 그리고 권력의 차이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했다.
그곳에 새로 지은 최고급형 아파트가 있고, 펜트하우스를 계약한 헌터가 대금을 지불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급매물이 나오게 되었다.
그것을 밤새 부동산 검색을 하던 김지은이 발견한 것이었다.
“괜찮네.”
보는 즉시 그런 말이 나왔다.
복층형 펜트하우스는 방과 욕실이 여러 개이고 실내 수영장이 있으며, 집 안에 영화관과 헌터용 훈련 시설도 있었다.
아파트에서 정기적으로 청소며 관리를 해주었다.
호텔 수준의 조식과 룸서비스도 제공된다고 한다.
‘이러면 호텔에서 사는 것과 뭐가 다르지?’
물론 차이가 있다.
이 집은 내 돈으로 사들인 내 소유의 집이니까.
현재 대한민국 서울에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럭셔리한 아파트가 아닐까 싶었다.
‘뭐, 그 이상도 있겠지만.’
제주도에서 정연희를 만나고 SH 회장의 집에도 다녀왔다.
부자들의 삶은 함부로 속단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매매가는 350억 원이었다.
쉽게 여길 수 없는 거금이었지만, 김지은과 함께 집을 알아보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이 정도 집에서 살기 위해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걸.
헌터들이 주거하는 지역이니만큼 보안도 최고 수준이었다.
자동 결계 시스템을 아파트 자체 내에서 가동 중이었다.
아파트 구입 문의를 위해 연락하자 늦은 오후에 만날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듣자니 문의가 잇따라서 접수 순서에 따라 미팅하고 그때에야 순서가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빨리 연락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인기 많은 매물이라는 실감이 났다.
아울러 이만한 가격의 집을 구매하겠다고 즉시 나서는 헌터들이 많다는 것도 놀라웠다.
“뺏기면 안 되는데?”
김지은이 손톱을 씹으며 초조해했다.
일시적으로 나와 살고 있는 것에 불과한 그녀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과몰입이 아닌가 싶었지만 나도 이미 매물 정보를 접한 이상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 집 말고 다른 어떤 집을 구하더라도 후회할 것 같았다.
“일단 쇼핑하러 가요.”
김지유가 제안했다.
고급 아파트를 계약하러 가는 것인데 외모부터 부자 포스를 풍기면 유리할 거라는 말이었다.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인터넷상에서 유명해졌다고 하지만 내 존재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건 아니었다.
나는 소속 길드가 없고 운영 중인 사업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뭔가 있어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정미희의 쇼핑을 도와줄 때 말고는 들어가 본 적이 없는 백화점 명품매장에 갔다.
말 그대로 자발적으로 남성용 명품매장에 들어간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좋긴 하네.’
당장 달라붙는 직원들의 친절함도 그렇고, 옷과 구두의 퀄리티가 일반적으로 내가 구입하던 것과 차원이 달랐다.
이렇게 옷을 고르고 있는 것만으로도 부자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도저히 역체감 때문에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
가장 날것의 방식이지만 가장 와닿는 방식이기도 했다.
플렉스.
명품매장에 들어오니 내 인생이 바뀌었다는 구체적인 체감이 생겼다.
인벤토리에 현금이 아무리 쌓여 있으면 뭐 하나?
돈은 그것을 쓸 때 빛을 발하는 법이다.
“옷태가 좋으셔서 뭘 입어도 잘 어울리세요, 손님~”
직원이 웃으면서 그렇게 칭찬했고 거울로 비쳐 보는 나도 나름대로 흡족했다.
하지만 내게는 까다로운 두 명의 조력자가 있었다.
“구려, 이런 게 신상이라니 여기도 한물갔네. 차라리 저거 보여주세요.”
“오빠, 그거 벗고 이거 입어 봐.”
김지유와 김지은의 세심한 보조 때문에 직원은 친절한 표정을 유지하기 힘들어 보였지만 인벤토리에서 즉시 현금을 꺼내어 계산할 때는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평생 인연이 닿을까 싶었던 명품 브랜드 몇 곳의 멤버십 회원이 되었다.
나올 때 입었던 옷에서 새 옷과 구두로 갈아입으니 확실히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
“너희들도 사고 싶은 거 있으면 골라봐. 내가 사줄게.”
김지유, 김지은은 며칠째 내 옆에 붙어있으며 경호를 해주고 있었지만, 딱히 그녀들에게 내가 해준 것이 없었다.
심지어 최동수에게 잡혀갔을 때 그녀들 덕분에 목숨을 건졌지 않은가?
“오늘은 됐어. 우리 쇼핑 시작하면 오빠 피곤해서 죽을걸?”
“오늘 할 거 많으니까 다음에. 나는 온라인 쇼핑이 더 좋아.”
둘은 내 제안을 거절했다.
아예 거절했다기보다는 나중에 제대로 쇼핑하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그렇게 시계매장으로 발길을 돌렸을 때였다.
뭔가 찜찜한 느낌이 뒤통수에 와 닿았다.
휙 고개를 돌리자 남자 하나가 슬쩍 발길을 돌려 가까운 매장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내가 예민했나 싶었는데 김지유가 말했다.
“오빠도 느꼈어? 나 잠깐 다녀올게.”
그녀가 몸을 돌려 수상한 남자가 들어갔던 매장으로 걸어갔다.
김지은이 내 팔짱을 끼고 잡아당겼다.
“오빠, 시계 사러 가기 전에 시원한 것 좀 마시자. 나 스무디스무디~”
김지유 쪽이 못내 신경 쓰였지만, 김지은이 워낙 대수롭지 않게 굴어서 가던 방향으로 계속 걸음을 옮겼다.
뒤를 돌아보자 김지유가 매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