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45)
최초의 연금술사-45화(45/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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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2)
‘블랙스톤’ 하나를 가공하는 일은 내게 너무 쉬운 일이었다.
나는 바로 강화 능력을 발동해서 눈앞의 광석을 가공했다.
투드드득,
강하게 얽혀 있는 검은색 줄기가 떨어져 나가고, 탁한 색을 띠고 있던 블랙스톤에 맑은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검은색이었지만, 여러 겹의 채도가 겹겹이 박혀 있어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눈앞에서 터진 밝은 빛도 그렇고, 블랙스톤에서 불순물들이 떨어져 나간 것도 모두 의심할 수 없는 증거였다.
내 앞에 블랙스톤을 꺼내놓았던 나나의 표정이 경이로 물들었다.
[블랙스톤(Lv 10)]: [블랙스톤(Lv -)]을 강화 능력을 통해 가공한 아이템. 독술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흡수할 수 있다. 독저항, 독생성 능력, 기타 독에 관련된 스킬이 강화된다.
“됐습니다.”
“이, 이것이……”
나나가 홀린 듯이 블랙스톤으로 손을 뻗었다.
“만지면 흡수하게 됩니다. 이건 독술 능력을 가진 헌터만 흡수할 수 있어요.”
내 말에 나나가 손을 멈추었다.
강렬한 유혹을 참아내는 표정으로 두 손을 얌전히 허벅지 위에 올렸다.
“사실 연희 언니 말만 듣고 믿을 수 없었어요. 세상에, 이 광물을 정말 가공할 수 있다니. 우리가 최초의 던전을 신성시하여 보존해온 게 보답을 받은 기분이에요.”
정연희도 가공된 블랙스톤에 강하게 끌리는 표정이었다.
나나가 내게 물었다.
“한 개 1억 바트 어떠세요?”
“1억 바트요?”
나는 태국 환율을 몰랐다.
태국의 통화가 바트라는 것도 지금 듣고 알았을 정도이다.
“현재 환율로 38억 원 정도 됩니다.”
정연희가 말해주었다.
블랙스톤 하나를 가공해서 38억 원.
전혀 힘들이지 않고 가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쉽게 돈을 버는 것이었지만, 이것의 가치를 함부로 따지는 것은 섣부른 일이었다.
원하는 사람은 한 개 100억 원도 부를 수 있는 물건이다.
나나가 주눅 든 표정으로 말했다.
“더 드리고 싶지만 저희 쪽 사정도 그리 좋지만은 않습니다. 국왕이 우리를 보호하는 명분으로 너무 많은 상납금을 받고 있어요. 사실 국왕을 보호하고 있는 건 우리인데 말이죠. 당장은 여윳돈이 많지 않지만 나중에라도 더 많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녀는 블랙스톤을 갖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거래하고 싶었지만, 나와 정연희가 이곳에 온 것은 단순히 블랙스톤을 가공한 수수료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대신 하나 가공하면 하나는 마루 길드 쪽에 주십시오. 또 던전 코어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시고, 그 공간 안에 있는 블랙스톤을 전부 저에게 주시는 조건을 추가해주세요.”
“음……”
나나가 내가 내건 조건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거면 되나요?”
옆에서 정연희가 이제껏 감추고 있던 사실 하나를 털어놓았다.
“너에게 말하지 않은 게 있어. 사실 선생님은 단순히 블랙스톤을 가공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죽어있는 던전을 살릴 수 있어.”
“응? 언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이해가 안 되는데…… 설마, 최초의 던전을 말하는 거야? 그걸 부활시킨다고?”
“아직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던전 코어를 만져봐야 더 확실히 알 수 있어요.”
“아……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나나의 표정이 환희로 물들었다.
“태국에서 모든 던전은 국왕의 소유라고 했지? 국왕에게 얘길 전달해줄 수 있을까? 최초의 던전을 부활시켜주는 대신 그것으로부터 나오는 수입 절반을 주는 계약을 할 수 있는지.”
“절반?”
나도 놀랐다.
정연희의 제안은 대담한 것이었으니까.
국왕 소유라는 타국의 던전에서 나오는 수입을 절반이나 요구하다니.
아무리 그것을 부활시켜준다고 해도 과한 요구사항이 아닐까 싶었다.
“최초의 던전은 태국에서 신성시하는 곳이잖아. 김태수 선생님이 아니면 그곳을 부활시킬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최초의 던전이 부활한다면 국왕의 권능도 그만큼 올라갈 거야. 지금 태국 정세는 아주 어지럽잖아? 어느 때보다 국왕의 권능이 필요한 시기이지. 태국 정부로서는 커다랗고 안정적인 수입이 생기는 동시에 국왕의 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어. 내 생각엔 나쁘지 않은 제안인 것 같은데?”
오늘 한나절 동안 지켜본바 정연희와 나나는 자매처럼 가까운 사이였다.
비록 나나가 훨씬 어리기는 하지만 처한 입장이 비슷하다.
길드장으로서의 지위, 똑같이 독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단순한 거래 관계 이상의 돈독한 감정이 두 사람 사이에 흐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업적인 이야기를 할 때 정연희는 가차 없었다.
아마 오기 전부터 이미 이 조건을 내걸 걸 염두에 두고 있었겠지.
내가 블랙스톤을 가공한 직후에 말을 꺼낸 것도 주효했다.
“확실히…… 최초의 던전은 태국에서 다른 던전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어. 던전이 부활한다면 많은 사람이 국왕의 덕이라고 칭송하겠지. 나는 국왕이 이 조건을 반드시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해.”
나는 놀랐다.
물론 내가 아니면 최초의 던전을 부활시킬 사람이 없다.
그래도 이곳은 태국이고 국왕 소유의 영지에 함부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던전 코어는 부활시켜야 한다.
이쪽으로서는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거래였다.
“내일 당장 아버지를 통해 국왕께 말씀드리겠어요. 이런 일은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는 게 좋으니까요. 사실 국왕은 매일 걱정 속에 살고 있어요. 반대파에 속한 S급 헌터들이 언제든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믿고 있죠. 그도 그럴 수밖에 S급 헌터들은 태국 국민들에게 현생한 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언제든 국왕 자리를 넘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죠. 생각할수록 멋진 제안이네요!”
나나가 활짝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1억 바트, 맞죠?”
그녀가 당장 블랙스톤 위에 양 손바닥을 얹었다.
마나를 발동하는가 싶더니 블랙스톤에 있던 있던 마나가 그녀의 것과 어우러져 팔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기다란 머리카락이 강한 바람이라도 부는 듯 나풀거렸다.
눈을 감은 그녀의 몸에서 몇 초간 환한 빛이 솟구쳤다가 가라앉았다.
효용이 다한 블랙스톤이 다시 잿빛을 띠더니 쩌억,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하아아……”
나나가 황홀한 표정으로 블랙스톤을 흡수한 여운을 만끽했다.
눈을 뜬 그녀가 말했다.
“진짜군요! 이것이 정말로 저를 더 강하게 만들었어요!”
그녀가 흥분하여 인벤토리에서 더 많은 블랙스톤을 꺼내었다.
하나 둘……
쉼 없이 나온 블랙스톤의 숫자는 전부 열아홉 개였다.
애초에 스무 개의 블랙스톤을 가지고 있었던 것.
“어머, 이렇게 함부로 가지고 나와도 되니?”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최초의 던전은 우리가 관리하고 있었어. 신성한 물건이라 일반인은 함부로 만지지도 못했지. 헌터들이야 쓸모없는 물건이니까 관심이 없었고. 그러니까 한 개도 소실되지 않고 전부 던전 안에 있어.”
나나가 “헤헤헤.” 하고 기쁜 웃음을 흘렸다.
“얘도 참~”
“이건 언니 거.”
그녀가 열 개의 블랙스톤을 갈라 정연희 쪽으로 밀었다.
하나 가공하면 하나는 마루 길드 쪽에 주라고 했으니 절반은 정연희의 몫이 맞았다.
“선생님, 제 몫은 나중에 따로 계산해드릴게요.”
단순 계산으로 블랙스톤 스무 개를 가공하는 데 760억 원이었다.
돈 버는 게 이렇게 쉬워도 되나 싶었다.
나는 그녀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남은 열아홉 개의 블랙스톤을 ‘동시 강화’로 가공해나갔다.
하나씩 밝은 빛을 내며 불순물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며 성장을 염원하고 있던 두 독술사가 아이처럼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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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오빠~!”
이른 새벽 나는 김지유가 깨우는 목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애초에 같은 방에서 잔 게 아니었는데, 그녀가 시간이 되어도 일어나지 않는 나를 확인하러 방에 들어온 것 같았다.
핸드폰을 보자 태국시간으로 새벽 네 시였다.
알람을 맞춰두고 잔다는 걸 깜박했다.
시차 때문에 뒤척이다가 어렵게 잠이 들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깨워줘서 고마워.”
나는 부스스한 기분으로 일어나 옷을 입었다.
밖으로 나왔을 때 네 여자가 전부 먼저 나와 있었다.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으니 다섯 시면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오프로드 자동차가 준비되어 있었고, 나나가 운전대를 잡았다.
한 자동차에 다섯 명이 탄 것이었지만, 뒷좌석에 앉은 세 명이 전부 날씬한 여자라서 공간이 비좁지는 않았다.
나나가 동이 트기 시작한 길을 운전하면서 말했다.
“블랙스톤 정말 고마워요. 어제 흥분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다른 헌터 능력보다 독술은 더 강해지기 어려워요. 김태수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평생 이 정도 성장을 꿈도 못 꿨을 거예요.”
“기뻐하시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던전 안에 블랙스톤이 생각만큼 많지 않아서 아쉬워요. 그나마 유실된 게 없으니 그 정도이지, 아니면 이런 성장감을 맛보지 못할뻔했어요.”
태국 최초의 던전 안에 블랙스톤은 그리 많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미 그곳이 신성시되어 블랙스톤이 거의 유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은 나로서는 신기하게 여겨졌다.
확실히 블랙스톤은 다른 광석과 다른 면이 있기는 하다.
애초에 독술사 헌터가 극히 드물기도 하고, 마나양 자체로 승부하는 능력이 아니라는 점도 그것과 연관이 있지 않나 싶었다.
“던전이 부활하면 더 많이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와! 진짜 그렇겠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 던전이 부활할 거라고 확정되지 않았다.
나나가 이처럼 기대하는 걸 보면 그녀가 실망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다.
나로서는 던전의 부활 자체가 필수적인 일은 아니었다.
물론 던전이 부활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수입이 사라지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게 더 중요한 문제는 바로 던전 코어를 흡수하는 것이었다.
제주도에서 있었던 일을 토대로 예상한다면 이번에 내가 얻을 것은 독술 능력이다.
거기 더해 이미 가지고 있는 공격 능력도 더 강해지리라.
그렇게 생각하면 기대감으로 가슴이 뛰었다.
뭐니 뭐니 해도 헌터에게 가장 기쁜 순간은 능력이 성장했을 때이다.
던전 코어를 흡수했을 때의 강렬한 기억은 여태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 정도 황홀한 경험은 맹세코 또 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퍼뜩 떠오른 게 있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이번에도 내가 기절하면 잘 좀 부탁드릴게요. 미리 죄송합니다.”
“호호, 걱정하지 마요. 제가 선생님 하나 운반할 힘은 있으니까요.”
정연희가 알통을 내보이며 말했다.
그것은 희고 매끈했지만, 당연히 A급 헌터이니 나를 운반할 힘이 있을 것이다.
울퉁불퉁한 길을 한 시간여 달리는 동안 해가 점점 높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이른 시간이었다.
이 시간에 태국의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자니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이국적인 감상에 젖어 들었다.
“오, 저기다!”
김지은이 먼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과연 그곳에는 을씨년스러운 기운을 뿜어내는 거대한 던전이 있었다.
이곳은 제주도 던전에 비해서 그 모양이 꽤 잘 보존되어 있었다.
아마도 사태를 수습하는 데 던전 자체를 파괴하는 방법은 피한 것 같았다.
“뱀 대가리처럼 생겼네.”
김지유가 중얼거렸다.
아닌 게 아니라 보는 각도에 따라 정말로 던전의 상단이 뱀 머리를 닮아있었다.
왠지 사악하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태국 사람들이 이곳을 신성하게 여기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던전 코어 쪽으로 가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제주도에서는 정연희가 그곳에 식당을 만들어두었기 때문에 바로 진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입구에서부터 정직하게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꼭대기 쪽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있어요. 준비를 해두었으니 그걸 타고 가면 돼요.”
“타고 간다고요?”
꼭대기에?
혹시 비행기나 헬리콥터가 준비되어 있는 건가?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던전에 도착하고 나자 나나가 말했던 대로 ‘탈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흡사 익룡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덩치가 커다랗고 등에는 나무로 엮어진, 사람이 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각성수인가요?”
“네, 걱정하지 마세요. 아주 잘 훈련된 녀석들이니까.”
각성수를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다.
애초에 한국에서는 각성수를 키우는 게 불법이었다.
훈련시키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잘 훈련된 각성수도 때로 돌발행동을 해서 사고를 일으키곤 하니까.
정부의 특수 시설이나 일부 길드에서만 관리하고 있었다.
확실히 태국은 각성수를 대하는 정서가 한국과는 다른 모양이었다.
자동차가 멈추고 우리는 모두 그 위에서 내렸다.
각성수는 두 마리였다.
각각의 목에 줄이 달려있었고, 훈련사인 듯한 남자가 그 줄을 잡고 있었다.
“떨어지는 일이 절대로 없을 테니 안심하세요. 던전 위쪽에 구멍이 있어요. 그쪽으로 들어가면 바로 던전 코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던전 코어가 있는 방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천장에 구멍이 뚫려 달빛이 스며들면 던전 코어가 빛나게 되고, 던전 코어의 빛이 천장의 파워스톤들을 밝히는 구조였던 것.
정연희는 천장에 난 구멍이 마치 던전 코어 스스로 숨통을 트기 위해 만든 것 같다고 했다.
어쩌면 이곳도 비슷한 구조일지 몰랐다.
나나가 내가 각성수 위에 올라타는 것을 도와주었다.
미끄러운 짐승의 등에 올라서는 것이 좀 힘들기는 했지만, 등에 올라타니 의외로 편안한 기분이었다.
나나와 내가 같은 각성수 등 위에 오르고 정연희와 쌍둥이 자매가 다른 각성수 위에 탔다.
“어때요? 각성수 등에 올라탄 소감이?”
“좀 무섭네요.”
“혹시라도 떨어지지 않게 제가 잡아드릴게요.”
나나가 웃으면서 내 허리에 손을 감았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이 스킨십을 하자 조금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나나도 그렇게 느꼈는지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그럼에도 나를 꽉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
푸드득,
각성수가 커다랗고 매끈한 날개를 퍼득이며 날아올랐다.
빠르게 수직상승하는 각성수의 등 위에서 나는 생전 느끼지 못한 스릴감을 맛보았다.
“야호!”
“끝내준다!”
다른 각성수의 등 위에서 김지유와 김지은이 내 쪽으로 손을 흔들며 즐거워했다.
확실히 장관이기는 했다.
각성수가 날아오르니 던전의 전경이며, 근방의 풍경을 다 내려다볼 수 있었다.
가슴이 확 트이는 한편 제주도의 던전보다 훨씬 요사스러운 기운을 뿜어내는 이곳의 던전에 찜찜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퍼드득, 퍼드득,
훈련사의 지시에 각성수가 날개 움직이는 속도를 늦추며 천천히 하강했다.
과연 그곳에는 마치 헬리콥터 착륙장처럼 착지하기 좋은 평평한 곳이 있었다.
훈련사가 태국어로 뭐라고 했는데 아마도 이곳에서 대기하겠다는 말 같았다.
“이쪽이에요.”
나나가 앞장 서서 길을 안내했다.
그녀가 말했던 대로 얼마 가지 않아 성인 남자 한 명이 겨우 통과할 수 있을 크기의 구멍이 있는 게 보였다.
그것은 안쪽으로 이어진, 작은 동굴 입구와 같았다.
나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입구를 통과했고, 머지않아 나는 절로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채찍과 같은 검은 돌 줄기에 칭칭 휘감겨 있는 것은 분명 던전 코어였다.
그 앞에 마치 밭에서 자란 작물들처럼 어지럽게 돌 줄기에 휘감겨 있는 십여 개의 블랙스톤이 보였다.
두근두근,
착각일 수 없다.
정말로 내 안에 있는 던전 코어의 마나가 새로운 던전 코어의 등장에 범상치 않은 신호를 내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