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6)
최초의 연금술사-6화(6/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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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상점은 보물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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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태훈과 약속을 정하고 미련 없이 작업실을 나왔다.
사실 이대로 작업실을 나오면 안 되었다.
왜냐면 마감을 기다리고 있는 작업이 많이 남아있었으니까.
하지만 새삼 ‘가공’ 작업을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은 도저히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이미 수주한 일들만큼은 제대로 끝내야 하기 때문에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김태훈과 만난 곳은 가끔 간 적이 있는 고깃집이었다.
더 비싼 가게로 가도 된다고 말을 했는데, 내 사정을 뻔히 아는 김태훈이 그럴 수 없다며 고집하여 이 가게로 정했다.
방금 밥을 먹었지만 술을 마시면서 먹는 음식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마나양이 늘어났기 때문인지 작업실에서 먹은 음식으로는 배가 다 차지 않는 느낌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 수 있었다.
고등급의 헌터일수록 하루에 소모하는 칼로리의 양이 크며 특히 B급 이상의 헌터들은 많이 먹는다고 해도 전혀 살이 찌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살이 찌면 능력을 여러 번 발동하여 칼로리를 소모하면 되니까, 사실 헌터에게 음식을 먹는 것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행위이자 쾌락에 가까운 행위였다.
김태훈이 도착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해서 가는 길에 아이템 상점에 들르기로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강화하느라 작업실에 있는 포션을 전부 사용해버려서 추가로 살 필요가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필요 이상으로 포션을 사고 소모하는 행위를 돈 낭비로만 여겼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강화한다면 쉽게 더 비싼 물건으로 바꿀 수 있으니 내게 있어 포션을 사는 것은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버는 행위였다.
보통은 온라인으로 주문하지만 오늘은 일부러 오프라인 상점으로 갔다.
평소에 마셨던 가장 가격이 싼 포션을 사지 않고 더 좋은 품질의 포션을 사기 위해서.
그렇게 도착한 아이템 상점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집에서 멀지 않음에도 처음 와보는 곳이었다.
내가 하는 일이야 길드에서 광물과 부산물을 받아 그것을 가공하는 것이었느니 따로 아이템 상점에 올 이유가 없었다.
포션조차도 온라인으로 주문하곤 했으니까.
평일 오후인데도 제법 많은 사람이 상점 안을 채우고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그 사람들 대부분이 헌터일 터였다.
습관처럼 물건을 휙휙 담아 카운터로 가는 사람도 있고, 신중하게 이것저것 들여다보면서 직원에게 물어보는 손님도 있었다.
그것만 보아도 경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헌터의 능력은 대개 각성한 상태에서 고정되기 때문에 본인에게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는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고 있다.
고민하면서 물건을 고르는 것 자체가 경력이 짧다는 방증이었다.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약속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원래는 포션만 사서 나가려고 했는데 이왕 온 김에 구경을 해보기로 했다.
사실 헌터들의 아이템이나 무기, 방어구 같은 것에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무엇보다 내가 전투형 헌터가 아니다 보니 사용할 일이 없어서였다.
이곳은 무기나 방어구를 취급하고 있지 않았지만, 헌터들이 사용하는 아이템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본적인 단가가 일반인들의 생필품과는 차원이 다르다.
라벨이나 포장의 만듦새 그리고 진열되어있는 모습이 눈길을 잡아끄는 데가 있었다.
나는 천천히 아이템들을 구경했다.
그러다 신기한 것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이런 것도 있구나.’
눈에 띈 것은 마치 살충제처럼 생긴 스프레이 제품이었다.
‘화염 스프레이라고?’
이 작은 것이 불을 뿜는다는 말일까?
이해가 안 되어 고개를 갸웃하는 찰나 직원이 다가왔다.
제복을 입은 친절한 인상의 여직원이었다.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실까요, 헌터님?”
당연하게 내가 헌터일 거라고 보고 호칭을 그렇게 했다.
사실 넓게 보면 나 또한 헌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딱히 정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걸 사용하면 불이 나가는 건가요?”
“네~ 혹시 화염 스프레이를 처음 보시나요?”
“네, 각성한 지 얼마 안 돼서요.”
굳이 가공 일을 한다고 말할 필요가 없어서 더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그렇게 말했다.
“여길 보시면 사용법을 알 수 있습니다.”
직원이 진열대 상단에 부착되어 있는 모니터를 터치했다.
화면 안에는 화염 스프레이, 경직 스프레이, 수면 스프레이와 같은 이곳 진열대에 놓인 상품 목록이 쓰여 있었다.
직원이 ‘화염 스프레이’ 항목을 터치했다.
그러자 화면에 그것을 뿌리는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귀엽게 디자인된 몬스터 모양의 인형을 향해 스프레이를 뿌리는 데 그 위력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플라스틱 인형이 말 그대로 완전히 불에 타서 녹아버렸다.
“D등급 곤충형, 식물형 몬스터에 특히 효과가 좋고요. C등급 몬스터에게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습니다. 적은 마나로 큰 스킬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 인기가 매우 좋은 상품입니다, 손님.”
“음……”
내게는 신세계였다.
나름대로 헌터밥을 6년이나 먹었는데, 내가 하는 일 이외에는 거의 초보적인 지식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 하나가 있어 점원에게 말했다.
“혼자서 천천히 구경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네, 손님. 저는 저쪽에 있을 테니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호출해주십시오.”
어쩐지 일반 가게의 직원보다 훨씬 친절한 느낌이었다.
헌터는 기본적으로 고소득 직종이니 가게 점원이 친절하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지 몰랐다.
이를테면 동네 삼겹살집에 가는 것과 고급 레스토랑에 갔을 때 기대하는 서비스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였다.
가게가 제법 넓기도 했지만, 직원의 숫자도 많다.
게다가 모두 젊고 용모가 수려한 직원들이었다.
‘운이 좋으면.’
이런 곳에서 인연이 이어진다면 직원들도 헌터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직원들을 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그런 기대 심리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차림새가 좋거나 아우라가 있는 손님에게는 경쟁적으로 옆에 가려는 경향이 보였다.
‘흥미롭네.’
미안하게도 나는 사람을 인생 역전시킬 수 있을 만큼 능력 있는 헌터가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면 어제까지의 나는 그런 것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결혼한 뒤에 다른 여자를 향한 관심을 차단했었다.
이혼한 뒤에도 새로운 여자를 만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혼생활이 내게 여자에 대한 불신을 심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여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곳에 왔더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풀어졌다.
내가 점원을 물린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어쩌면 이 스프레이도 강화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작업실에서만 능력을 사용해서 다른 아이템까지는 인식이 미치지 않았다.
이것은 내 능력의 범위가 어디까지 미칠지에 대한 일종의 실험이었다.
스프레이를 진열대에 되돌린 뒤에 손바닥을 펼쳐 마나를 발동했다.
강화 능력을 사용할 때는 먼저 감정 능력이 발동한다.
포션을 강화할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정보창이 나타났다.
[화염 스프레이(Lv 1)]: 불에 약한 몬스터를 상대할 때 제법 활용하기 좋은 제품. D급 몬스터까지는 괜찮은 효력을 발휘하지만 C급부터는 무리이다. 용량이 적어 연속 분무 시 3분을 넘기기 어렵다.
“아……”
정말로 정보창이 나타났다.
직원은 C급 몬스터에게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지만, 내가 감정한 바로는 아니었다.
게다가 3분 정도 사용할 분량이라니.
나눠서 사용하면 제법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몰라도 붙은 가격을 생각하면 좋게 평가하기 어려웠다.
32만 원.
그것도 30퍼센트 세일 가격이었다.
D급 몬스터 한 마리를 사냥하고 나오는 결정석이 대략 10만 원 정도였던가?
이걸로 몇 마리를 죽일 수 있을지 몰라도 내가 느끼기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었다.
‘경험 있는 헌터들이라면 이런 걸 안 사겠지.’
초보 헌터들을 위한 미끼 상품이라는 걸까?
그런 의미에서 나도 초보처럼 보일 터였다.
실제로 각성한 지 얼마 안 됐다고 말을 했으니까.
둘러보았더니 아까 그 직원을 포함해서 두어 명의 직원이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호구를 낚으려는 모습처럼 보여 작게 헛웃음이 나왔다.
[화염 스프레이(Lv 2)]: [화염 스프레이(Lv 1)]를 『강화』를 통해 65.5%의 확률로 완성한 아이템.
불에 약한 D~C등급의 몬스터를 상대할 때 용이하다. 연속 분무 시 1분가량 사용할 수 있다.
[화염 스프레이(Lv 3~5)]: [화염 스프레이(Lv 1)]를 『강화』를 통해 34.4%의 확률로 완성한 아이템.
불에 약한 몬스터에게 강한 효과를 발휘한다. Lv 5 기준 A등급의 몬스터를 쫓아낼 수준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 연속 분무 시 10~40초 사용 가능.
[화염 스프레이(Lv 10)]: [화염 스프레이(Lv 1)를 『강화』를 통해 0.1%의 확률로 완성한 아이템.
용량이 적어 단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하지만 제대로 분무했을 경우 S등급의 몬스터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여기는……’
나는 헌터 전용 아이템 상점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이곳은 보물 창고가 분명하다고.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세 명의 직원이 나란히 서서 인사했다.
나는 기꺼이 호구를 자처해서 ‘화염 스프레이’, ‘경직 스프레이’, ‘수면 스프레이’를 각각 한 개씩 샀다.
그리고 하급 포션을 아홉 개.
원하면 집으로 배송해준다고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서 큰 쇼핑백을 들고 상점에서 나왔다.
배송해달라고 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나는 가능한 한 빨리 이것들을 강화하고 싶었으니까.
포션은 꼼꼼히 감정한 결과 순도 42.2퍼센트짜리를 찾아냈다.
심지어 기존에 썼던 포션보다 가격이 약간 더 쌌다.
유명한 브랜드가 아니라 심지어 많이 들어와 있지도 않았다.
진열대에 남아있던 아홉 개를 전부 내가 산 것.
기존에 사용했던 것이 순도 31.9퍼센트 짜리였고, 당연히 좋을 줄 알았던 유명 브랜드의 제품들도 30퍼센트 중반의 순도를 가지고 있었다.
무려 10퍼센트나 순도가 높은 제품을 찾아냈으니 굳이 팔품을 판 보람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브랜드를 알았으니 이제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된다.
나는 내친김에 선 채로 온라인 쇼핑몰에 주문을 넣어 같은 포션 100개를 주문했다.
단숨에 목돈이 빠져나갔지만, 이제는 돈을 아낄 필요가 없었다.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약속한 가게에 도착하자 김태훈이 먼저 도착해서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큰 쇼핑백을 들고 나타난 나를 보고 신기한 표정으로 물었다.
“뭘 그렇게 샀어?”
“많이 기다렸어?”
“아니~ 10분 전에 왔어. 그거 사느라고 늦은 거야?”
“포션만 사려고 했는데 눈에 띄는 것들이 많아서. 아이템 상점은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오랫동안 구경했네. 미안해.”
“뭘~ 말이 그렇다는 거지.”
김태훈은 관심이 가는지 쇼핑백 안을 들여다보았다.
“포션을 왜 이렇게 많이 샀어? 그리고 이건 또 뭐야?”
그가 쇼핑백 안에서 ‘경직 스프레이’를 꺼내었다.
“이런 걸 왜? 누가 대신 사다 달라고 했어?”
“아니. 재미있는 물건 같아서. 손이 가길래 몇 개 샀지.”
“야, 누가 이런 걸 사~ 경험 있는 헌터라면 이런 거 거들떠도 안 봐. 다 초보들 낚으려는 상술이지. 네가 이런 게 왜 필요해?”
역시 김태훈은 내가 산 스프레이 제품들이 30만 원 넘게 주고 살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도 그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이것들로 어디까지 강화를 할 수 있나 하는 것이었다.
이 상태로는 쓸모가 없을지 몰라도 몇 단계 강화를 거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나는 레벨 1짜리 ‘화염 스프레이’를 S급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확률이 0.1퍼센트에 불과해서 실제로 그것을 만들려면 몇 단계 강화와 운까지 필요하겠지만.
“하아, 참.”
김태훈은 복잡한 표정이었다.
내가 이상한 방향으로 엇나가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것 같았다.
이제야 내 얼굴을 제대로 들여다본 그가 깜짝 놀랐다.
“어? 너 얼굴이 좋아진 것 같다? 사실 술 마시러 나오라고 하면서 좀 걱정했거든. 어제 너무 많이 마셨고, 또……”
“걱정 마. 나 컨디션 엄청 좋아.”
내친 김에 쇼핑백에서 포션 하나를 꺼내어 김태훈에게 주었다.
“너야말로 피곤해 보이는데, 하급 포션이라 좀 그렇지만 이거라도 마셔라.”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비싼 걸 아무 때나 마실 순 없지.”
“네가 어제 산 술값만 백만 원 넘은 거 알아. 제수씨 알까 봐 무섭다. 몸이라도 챙겨.”
나는 마다하는 김태훈에게 굳이 마개를 열어 포션을 내밀었다.
“야, 아깝게 뚜껑은 왜 따?”
내가 강요하자 마지못해 그것을 마시는 그였다.
“캬아~ 역시 포션이 좋긴 좋다. 돈만 있으면 헌터라는 거 참 할만 한 직업인데 말이야, 그치?”
“그렇지.”
김태훈은 피곤한 중에도 포션을 마시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나보다 형편이 좋은 편이지만, 반대로 아직 결혼생활을 하고 있고 귀여운 딸이 둘이나 있었다.
함부로 돈을 쓸 수 없는 형편인 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애들 잘 있지? 삼촌이 선물 사 들고 가야 하는데 한 번도 그러질 못했네.”
“오늘따라 왜 그래~ 그러지 마, 나 무섭다.”
정말로 김태훈은 겁이 나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빤히 보았다.
“혹시라도 나쁜 생각하고 그러면 안 돼, 알았지?”
“걱정 마~~”
“헛 참.”
우리는 각자 잔을 채워 소주를 마셨다.
나는 물론이거니와 김태훈 또한 포션을 마셔서 컨디션이 좋았다.
고기가 나온 뒤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술이 빠르게 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