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61)
최초의 연금술사-61화(61/175)
────────────────────────────────────
────────────────────────────────────
< 럭키스톤(13)(유료 시작) >
“응?”
식사 중에 데이먼이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더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생님! 메건이 깨어났다고 합니다!”
“정말요?”
아직 식사를 끝내지 못했지만 부족하게 먹은 것도 아니었다.
나는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함께 보러 가시죠.”
#
메건은 침상에 앉아 식사하고 있었다.
우리가 들이닥치자 깜짝 놀라 입가를 가렸다.
데이먼은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식사 중에 갑자기 나타나자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그녀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던전에서 구출된 이후 한끼도 제대로 먹지 못했으니 얼마나 배가 고플까?
에너지 소모가 극심했을 게 분명했다.
“메건!”
데이먼이 커다란 몸뚱이로 딸을 와락 끌어안았다.
메건은 다소 곤란해하면서도 아버지가 엉엉 울기 시작하자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의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요.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미안하다! 아버지가 위험한 일에 끌고 다녀서, 네가 이런 몹쓸 일을 당할 애가 아닌데!”
“아버지가 보호해주셔서 지금까지 잘 컸는걸요. 이번 일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에요.”
“그래도 미안하다!”
“에휴……”
메건이 곁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반달 모양으로 휘어지는 그녀의 눈을 보자니 가슴이 두근 하고 뛰었다.
왠지 데이먼의 사과가 필요 이상으로 길게 이어질 것 같아서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부둥켜안고 있는 아버지와 딸을 보자니, 부녀지간의 정은 국적이나 재산과는 아무 관련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너를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에 와서 이런 귀한 인연을 만나게 될 거라고 어떻게 예상했겠니?”
“알고 있어요. 태수 씨가 저를 구하러 오신 게 생각나요. 마치 꿈 같았어요. 치료받고 잠을 잘 때도 계속 같은 꿈을 꾸었는걸요.”
“으응?”
데이먼이 깜짝 놀라 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정신이 없어서 꿈을 꾸었는지도 잘……”
자기도 모르게 내 꿈을 꾸었다고 말해놓고 부끄러운지 이불을 확 뒤집어썼다.
그런 딸의 모습을 보며 데이먼이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그가 내 옆으로 와서 작게 말했다.
“저는 방으로 돌아가 있을 테니 메건을 만난 뒤에 저한테 와주시겠소?”
“알겠습니다.”
데이먼이 방을 나갔다.
커다란 침실에 메건과 단둘이 있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불과 몇 달 전에 다른 여자와 결혼 생활을 했던 나이다.
외국 대부호의 딸과 이런 장면을 연출하는 날이 오리라고 어떻게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마치 내가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드라마 속 한 장면에 무단침입을 한 것 같은 기분.
데이먼이 나가면서 문소리가 나자 메건이 이불을 들추고 빼꼼 얼굴을 드러냈다.
“아빠는…… 나가셨어요?”
“네, 이 방에는 메건과 저 둘뿐입니다.”
“하아아……”
메건이 부스럭대며 이불을 걷고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렇게 힘든 일을 겪고 하루 내내 잠을 자서 볼이 파일 만큼 야윈 모습이었다.
원래 날씬한 타입이니 살이 몇 킬로그램 빠지자 더 크게 티가 나는 것 같다.
그럼에도 그녀의 아름다움은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
풀 메이크업을 했을 때나 침대에서 막 일어난 지금이나 똑같이 아름다웠다.
단지 분위기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정미희는 결혼한 이후에도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모습을 내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집에서도 비싼 화장품을 아낌없이 사용했던 그녀는 화장했을 때와 안 했을 때 그 차이가 심했다.
나도 막연히 여자란 원래 두 모습의 격차가 큰가 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메건 같은 여자도 있었다.
화장을 하지 않았을 때 오히려 다른 느낌으로 더욱 아름다운 여자라니.
“고생하셨어요. 아직 식사를 충분히 못 하셨을 텐데 저도 이만 나갈까요? 편하게 식사하셨으면 좋겠어요.”
“아니!”
메건이 다급하게 내 손목을 잡았다.
“나가지 마요! 보고 싶었어요. 이제 겨우 얼굴을 봤는데 다시 떨어지기 싫어요!”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출신이 좋고 아름다운 여자가 적극적으로 나오다니.
결혼한 이후로 내 안에서 차츰 사라졌던 특별한 감정이 움트듯이 깨어나는 걸 느꼈다.
“알았어요. 내가 옆에 있을 테니까 식사부터 해요. 얘기는 그 뒤에 천천히 하면 되니까.”
“네……”
메건이 나를 흘긋흘긋 보면서 식사를 다시 시작했다.
그녀의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녀가 충분히 식사하기를 기다렸다가 대화를 시작했다.
주된 내용은 그녀가 자는 사이에 나누었던 데이먼과의 대화, 미국 최초의 던전을 앞으로 어떻게 개발할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것 말고 다른 내용도 있었지만, 이제 막 회복한 그녀가 걱정할 만한 내용은 입에 담지 않았다.
데이먼이 통 크게 미국 최초의 던전의 이익을 내게 밀어준 것에 메건이 기뻐하면서도 놀라워했다.
“아버지가 사업적으로 누군가에게 그렇게 큰 양보를 한 건 처음 봐요. 최초의 던전을 연구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어요. 그것도 고려하지 않고 태수 씨에게 그만큼 이익을 주겠다고 한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아버지가 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활짝 연 것은 처음 봤어요.”
데이먼은 그 밖에도 딸과 내 관계에 대해서 언급했었다.
왠지 그 이야기까지 해버리면 특정 방향으로의 전개가 급진전될 것 같아서 하지 않기로 했다.
데이먼과 메건은 모르겠지만, 나로서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새 여자를 완전히 받아들이기에는 5년간의 상처가 작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가 메건이라면 천천히 관계 쌓기를 시작해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
“메건과는 충분히 좋은 시간을 보내셨소?”
데이먼의 방에 방문했더니 그가 생글생글 웃으며 물어보았다.
“네, 식사부터 해야 할 것 같아서 음식을 마저 먹게 했습니다.”
“예상대로 선생님은 좋은 남편이 될 것 같군요. 역시 여자에게 최고의 행복은 좋은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것 아니겠소? 그건 아버지가 절대 해줄 수 없는 일이지.”
“아, 네……”
미국은 원래 이렇게 빠른 건가?
한국은 딸의 아버지 마음을 얻는 게 무척 힘든데.
영원히 얻지 못한 채로 결혼 생활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그건 그렇고 애들이 도착했다고 하네요.”
데이먼이 언급한 애들이란 바로 그가 한국에 불러들인 정예 대원들일 것이었다.
“중간에 리엄에게 상황을 이야기했소. 아니나 다를까? 바로 미국에 돌아가겠다고 하더군. 내가 부탁해서 일단 그건 막았는데 좀 많이 삐친 것처럼 보였소.”
삐쳤다고?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번역기가 갑자기 고장날 리는 없으니 아마 맞을 것이다.
“선생님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고집이 보통이 아닌 녀석이라 마음을 돌리는 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크게 걱정하지는 마세요. 녀석들과 한 계약에 강제 조항이 있으니까. 1년에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거지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사용하겠소?”
“강제 조항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게 제가 설득해보겠습니다.”
“음, 뭐…… 아무튼 무리하지 마세요. 일단은 한국에 있는 나쁜 놈들을 일망타진하는 게 목표 아니겠소? 그런 고집쟁이 헌터들 기분을 챙겨주는 건 나중에 할 일이지.”
고집쟁이 헌터들……
데이먼이 자기 소개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오전에는 왜 던전에 들어갔다 오셨습니까?”
점심을 먹기 전에 최초의 던전에 갔다 왔다.
식사하기 전에 그 일을 잠깐 언급했으니 그도 궁금증이 생긴 모양이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메건을 구해내고 바로 다음 날 던전에 다시 들어가는 게 이상하니까.
“확인하고 싶은 게 좀 있어서요.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게 없습니다. 나중에 말씀드릴 만한 게 있으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뭔지 몰라도 흥미진진하네요! 선생님 하는 일이 다 그렇습니다. 응?”
데이먼이 문득 핸드폰을 보더니 말했다.
“애들이 짐을 푼 모양입니다. 리엄 이 녀석이 삐쳐서 나한테 전화 대신 메시지를 보냈네요. 저는 빠지고 선생님과 단둘이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단둘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강제 조항이 있으니까.”
강제 조항.
그런 거라도 들이밀어 내 일을 돕게 하면 결과적으로 나쁠 게 없었다.
하지만 웬만하면 데이먼의 정예 대원들과 좋은 관계로 시작하고 싶었다.
데이먼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걸 보면 대단한 헌터들일 게 분명하다.
그들에게 도움받는 게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
호텔 방에서 리엄과 마주한 나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그는 밀리터리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었고, 키가 2미터는 훌쩍 넘을 만큼 컸다.
팔뚝이 내 허벅지 사이즈를 가뿐히 압도하고 있어서, 헌터가 아니라고 해도 충분한 전투력을 발휘할 것 같은 인상이었다.
“안녕하세요.”
인사하면서 손을 내밀었더니 그가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더니 투덜대며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영어도 못 한다니 예상 못했네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걸로 시비를 거는 걸 보니 확실히 심사가 편하지 않은 듯했다.
덩치와 별개로 상당한 훈남이었다.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르고, 금색 머리카락도 반듯하게 빗어넘겼다.
말 그대로 액션 배우 같은 인상이었다.
표정이 좋지 않아서 선역보다는 악역에 더 가까웠지만.
악수는 포기하고 그와 마주 앉았다.
“긴말은 하지 않겠소. 회장님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모르겠지만 나와 우리 대원들은 당신을 돕는 데 시간 낭비할 생각이 전혀 없소. 나는 당분간 회장님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을 생각이니 당신이 직접 그렇게 전달해주시오.”
“저도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인벤토리에 손을 넣어 무기를 꺼내었다.
내 손에 잡힌 권총을 보고 리엄이 크게 놀랐다.
“지금 뭐 하는 거요!”
철컥,
눈 깜짝할 사이에 내 손에서 권총을 빼앗아 내 이마에 총구를 댔다.
스킬을 쓴 것 같지 않은데 대단히 민첩한 솜씨였다.
하지만 곧 그의 입에서 놀란 입소리가 흘러나왔다.
“응?”
손에 잡고 있는 권총을 신기한 눈으로 내려다본다.
설마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손에 쥐는 것만으로도 내가 꺼낸 데저트 이글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아셨나요? 데저트 이글에 대해서 잘 아시겠지만 이것은 보통의 데저트 이글이 아닙니다.”
“음, 흐음……”
리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분위기상 대놓고 물어보지는 못하는 것 같은데 이 권총이 평범한 모델과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저는 강화 능력자입니다. 무기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죠. 원래는 일반적인 상품과 다를 게 없었던 이 권총도 제 손에 강화되었습니다. 단점인 연사 속도가 크게 개선되었고 냉각탄, 강화탄까지 나갑니다. 냉각탄은 상대를 경직시키고, 강화탄은 일반탄보다 5, 6배 더 강하죠.”
리먼의 콧수염이 꿈틀거렸다.
“방금 뭐라고 하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