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62)
최초의 연금술사-62화(62/175)
< 럭키스톤(14) >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두 번째 권총을 꺼냈다.
글록.
이 역시 총기를 사용하는 헌터라면 모를 수가 없는, 그렇기 때문에 성능과 스펙이 잘 알려진 무기였다.
이번에는 리먼이 내가 총을 꺼내는 것에 과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멍한 표정으로 내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
“이 역시 잘 아시는 권총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외형만 같을 뿐이지 스펙은 전혀 다릅니다. 안 그래도 빠른 편인 탄알 장전 속도가 크게 향상되었고, 화염탄과 관통탄까지 나갑니다.”
“그러니까……”
리먼이 데저트 이글을 오른손에 든 채로 내가 테이블에 올려놓은 글록을 왼손에 쥐었다.
“이 권총들을 상점에서 산 뒤에 본인의 능력으로 직접 강화했다는 말씀입니까?”
“네.”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들긴 하는데, 전혀 믿을 수가 없군요. 그동안 중국 놈들한테 당한 게 워낙 많아서요. 직접 사용해서 확인하고 싶은데 그래도 되겠죠?”
중국인들에게 뭘 당했다는 것인지는 듣지 못했다.
그래도 내 능력을 그쪽과 비교당했다는 것에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물론입니다. 그런데 어디서 확인하겠다는 말씀이세요?”
“호텔이라면 헌터용 연습장 같은 것은 다 있습니다. 설마 이 호텔에는 그게 없는 건가요?”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확인해보고 있다면 거기에서 이 권총들을 시험해보시면 되겠네요.”
“으음……”
내가 자신 있게 나오는 것을 보고 리엄의 동공이 흔들렸다.
뭔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정석대로의 흐름이었다.
전문적으로 경호, 용병 일을 하는 헌터들이라면 장비 욕심이 강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게 자신의 목숨을 담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리먼은 용모 그대로 총을 아주 좋아하는 듯했다.
#
확인해본바 이 호텔에는 정말 헌터용 훈련 시설이 있었다.
얘기를 들었는지 김지유, 김지은도 이곳까지 따라왔다.
귀여운 여자애들이 갑자기 둘이나 따라붙은 것에 리먼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
이미 그의 정신은 내가 건네준 두 개의 총기에 온통 쏠려있는 듯했다.
사격을 위한 연습장이 따로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갖추어진 연습장으로, 홀로그램으로 몬스터들을 생성한 뒤에 직접 그것들을 사냥하는 방식이었다.
세워지거나 움직이는 과녁을 맞히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더 생생한 현장감을 주었다.
“오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 짐승 같은 남자가 회장님의 부하?”
“쉿, 다 들리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마.”
리먼은 우리가 뒤에서 나누는 대화에 관심이 없었다.
몬스터들이 생성되자마자 그가 양손에 든 권총을 발사했다.
탕! 탕! 탕! 탕! 탕!
타다다당! 타다당!
크기와 모양이 다른 두 개의 권총을 양손에 들고 사격하는 데도 전혀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았다.
익숙하게 마나탄을 쏘아내는 것으로 보아 그의 능력이 이쪽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내 설명에 큰 관심을 보였던 것 같다.
내가 했던 말과 실재가 한 치도 다를 리 없었다.
한바탕 총알을 쏘아 몬스터들을 쓰러뜨린 리먼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권총을 내려다보았다.
한쪽에서는 냉각탄이 나가고, 다른 쪽에서는 화염탄이 터진다.
강화탄과 관통탄이 나간다는 것도 내가 했던 설명과 완벽히 같았다.
리먼은 정신없이 계속 몬스터들을 생성하면서 총알을 난사했다.
새 무기에 빠르게 적응한 탓인지 갈수록 가짜 몬스터를 사냥하는 데 익숙해졌다.
어차피 강화한 권총의 성능을 확인하는 것은 내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내가 눈길이 가는 것은 바로 그의 실력이었다.
단순히 연습장에서 무기 성능을 테스트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능력자라는 걸 즉시 알 수 있었다.
이런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면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
그렇게 필요 이상으로 많은 사격을 한 뒤에 리먼이 몸을 돌렸다.
확인이 끝난 뒤에도 그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저 양손의 권총을 번갈아 보면서 깊은 상념에 잠긴 표정이었다.
“혹시 원하시면 가지셔도 괜찮습니다.”
“네?”
마음을 들킨 리먼이 깜짝 놀랐다.
“이걸 제게 주겠다고요?”
“사실 저 개인적인 일에 도움을 청해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거절하신 것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 건의 수락과 무관하게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좋은 무기는 저 같은 초보보다 그 가치를 제대로 발현해줄 주인을 만나는 게 더 나을 테니까요.”
“아, 으음……”
리먼이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생각할 시간을 좀 주시겠습니까?”
“얼마든지요.”
나는 김지유, 김지은과 함께 사격 연습장을 나왔다.
등 뒤로 다시 시원한 총격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
“캐릭터 독특하네요.”
“진짜 미군이라는 느낌이에요. 영화 속에서 걸어 나온 것 같네.”
김지유와 김지은이 리먼에 대해 비슷한 감상을 털어놓았다.
“근데 그 총들 줘버려도 괜찮아요? 상당히 좋아 보였는데.”
“나는 다른 걸 사도 되니까.”
“아항!”
‘데저트 이글’과 ‘글록’도 충분히 좋은 무기이다.
특히 내가 강화한 그 권총들은 적어도 동류의 무기 중에서 최강의 위력을 자랑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큰 싸움을 앞두고 있었다.
강길순은 계약만 한다면 별일 없을 거라는 식으로 말했지만, 기본적으로 DW와 계약할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그녀가 얌전히 나와 계약하는 것으로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나를 해코지하지 않더라도 나와 가까운 사람들을 건드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최동수, 최동준의 악행에 얼마나 치를 떨었던가?
그들의 어머니는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그보다 덜할 사람이 아니었다.
“언니가 파워스톤 위치를 진짜 알려줄 수 있냐고 묻던데요. 위치를 특정해주면 길드원들 들여보내서 수거해올 거래요.”
“아, 잊어버리고 있었네.”
나는 방으로 돌아와서 큰 종이 한 장을 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김지유, 김지은이 흥미롭게 내가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눈을 감고 던전 코어를 통해 보았던 것을 떠올려보았다.
신기할 만큼 생생하게 그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던전과 내 위치가 가깝기 때문일까?
아니면 코어의 마나를 흡수하고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아무튼 별 어려움 없이 그림을 쓱쓱 그려 나갔다.
오래지 않아 파워스톤의 위치가 표시된 지도가 완성되었다.
전문가가 아닌 만큼 내가 그린 지도는 허술했다.
하지만 층과 위치를 비교적 알기 쉽게 표시한 만큼 이걸로 헷갈릴 일은 없을 듯했다.
나는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서 정연희에게 보내주었다.
– 고마워요, 선생님! 바로 길드원들 투입해서 확인할게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바로 답장이 왔다.
‘내가 직접 가면 쉬울 것 같기는 한데.’
최초의 던전에 있는 몬스터들은 내게 접근하지 못한다.
그래서 파워스톤의 수거를 내가 리드해서 한다면 훨씬 쉬운 작업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 말고도 할 일이 많은 사람이었다.
내가 직접 몸을 쓰는 일에 일일이 나서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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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늦게 나를 찾아왔다.
단순히 권총 쏘는 재미에 빠져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닌 듯하고, 아마도 마음을 정리하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데 그만큼 시간이 걸린 것 같았다.
그는 혼자 찾아오지 않았다.
그의 뒤편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그들의 외모는 리먼만큼이나 특징적이었다.
한 명은 키가 큰 여자였는데, 붉은색 머리카락을 풍성하게 내려뜨린 체격 좋은 여자였다.
얼굴과 드러난 피부에 크고 작은 흉터가 많았는데, 그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자신감 있고 밝은 인상이었다.
다른 한 명은 리먼만큼이나 키와 덩치가 큰 흑인 남자였다.
크고 모양 좋은 근육이 몸통을 꽉 채우고 있어서 마치 보디빌더 같은 느낌을 주었다.
단순히 서양인이라서 피지컬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데이먼이 거느리고 있는 전투대원들은 인상만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면이 있었다.
최대 부호의 용병들인데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
“여기는 일라이자, 그리고 이쪽은 잭슨입니다.”
“안녕하세요. 김태수입니다.”
나는 그들과 차례대로 악수를 나누었다.
“들어가도 괜찮겠소?”
“물론이죠. 저녁 먹을 시간인데 식사들은 하셨나요?”
“저는 저녁을 좀 늦게 먹는 편입니다. 하루 여섯 끼를 먹어서 마지막 식사가 보통 사람들보다 늦는 편이죠. 이 친구들도 비슷합니다.”
나는 세 사람을 거실로 안내했다.
넓은 방이었는데 세 명의 덩치 큰 사람이 소파에 앉자 거실이 꽉 차는 느낌이었다.
“먼저 사과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무례했습니다. 듣자니 메건 아가씨도 선생님이 구하셨다고 하더군요. 회장님이 자세히 설명을 안 해주셔서 여러모로 오해했습니다.”
“괜찮습니다. 혹시 그 말씀은 저를 도와주기로 결정하셨다고 받아들여도 될까요?”
“네, 어차피 회장님과 한 계약에 강제 조항이 있어서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할 처지입니다. 그냥 저희 딴에는 기분이 좋지 않다는 시위를 한 것에 불과했죠. 회장님답지 않은 결정이라 병을 치료하신 게 너무 기뻐 판단력이 흐려진 게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떠나 선생님의 능력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분이라면 주변의 위협에 자유로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냥 위험에 노출시키기에는 아까운 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리먼이 인벤토리에서 데저트 이글과 글록을 꺼내었다.
“이런 선물을 받고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죠. 감사합니다. 단연코 제가 가진 권총 중에서 최고입니다. 성능을 차치하고 이런 성능을 가진 동급 모델이 아예 없으니까요.”
“리먼, 결국 그거였어요? 선물을 받고 넘어간 거?”
“진짜 단순한 형님이라니까?”
“조용히 해. 내 결정과 선물은 별개니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제주도에 온 전투 대원들의 숫자가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것도 아닌 딸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을 전부 동원했다는 느낌이었다.
한국에 온 인원만 30명이고 말하자면 내 앞에 세 명이 각각 아홉 명씩의 대원을 거느린 수장이었다.
리먼이 전체를 지휘하는 리더이기도 하고.
“두 분도 아쉬워하지 마세요. 사용하는 무기를 주시면 제가 강화해드리겠습니다.”
“강화요?”
“혹시 RPG 게임의 그것과 같은 개념입니까?”
“네, 가지고 계신 무기를 전부 강화해드리기는 힘들고 자주 사용하는 무기를 하나씩 주십시오. 인연을 맺은 기념으로 손 봐드리겠습니다.”
“오!”
“감사합니다!”
이미 리먼에게 내가 강화한 권총 이야기를 들은 두 사람이었다.
내 능력에 대한 의심 없이 기쁘게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었다.
일라이자가 건넨 것은 중간 길이의 검 두 자루, 즉 쌍검이었고, 잭슨이 꺼낸 것은 놀랍게도 슬레지 해머였다.
이런 것도 무기가 되나 싶었는데, 그의 근육과 인상을 감안하면 이걸 휘두르는 장면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