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64)
최초의 연금술사-64화(64/175)
< 제주도 결전(1) >
리엄, 일라이저, 잭슨이 내게 준 무기들을 감정해보았다.
[레밍턴 H-2001+(Lv 3)]: 레밍턴 H-2000 모델을 기반으로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한정판 H-2001. 그것을 또 한 번 장인의 손을 거쳐 커스텀했다. 반동이 커진 대신 양산형에 비해 탄알의 위력이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사거리도 조금 늘어났다.
[화염 카나타+(Lv 2)]: 일본 전통 방식으로 제작한 검. 장인이 디자인하고 제작 후 검증을 거쳤다. 후에 커스텀 방식으로 화염 속성을 추가했다.
[XT-3000 돌격소총+(Lv 3)]: 대구경의 한정판 돌격소총을 커스텀으로 또 한 단계 성능을 업그레이드했다. 반동이 커진 대신 관통력과 탄알 장전 속도가 상승했다.
차례대로 살펴본 세 무기 전부 대단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한정판에 커스텀까지 거친 무기들.
그냥 남는 것을 준 게 아니라 자신들이 아끼는 물건을 내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리먼에게 가지고 있던 권총 두 자루를 주었기 때문에 새 무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만약 상점에서 새 무기를 구했다면 이것들보다 나은 것을 절대 구할 수 없었으리라.
“좋은 무기들이네요.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신 것에 비하면 보잘것없습니다.”
“강화 능력으로 더 좋게 만드실 걸 알고 드린 거예요.”
“해머 강화해주신 것 감사합니다. 당장 사용해보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리네요.”
전략이 짜인 이상 굳이 계속 함께 있을 필요가 없었다.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신다고 하더라도 이 건이 모두 끝난 뒤에 하는 것이 나을 터였다.
“갑자기 큰 부탁을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 마세요. 우리는 노는 것보다 작전 수행을 더 반기는 인간들입니다.”
세 명의 헌터가 방을 나갔다.
데이먼은 계약에 들어있는 강제 조항을 발동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세 사람을 포함해 30명의 정예 병력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 같아서 마음이 든든했다.
특히 강길순이 제주도로 올 수 있다는 것은 전혀 생각지 않았던 일이었다.
가만히 있다가 당했다면, 나나 마루 길드는 큰 피해를 입고 말았으리라.
혼자 방에 남아서 새로 얻은 무기들의 강화를 시작했다.
도중에 마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 미리 포션 한 병을 마셨다.
차례대로 강화했고, 원하는 결과물들을 얻을 수 있었다.
[광역 폭탄 ‘라스트 샷’ 레밍턴 H-2001+(Lv 20)]: 일반판을 기반으로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레밍턴. 강화 능력으로 한계까지 성능을 끌어올렸다. 70퍼센트 확률로 ‘광역’ 효과가 발동하고, 65퍼센트 확률로 일반탄보다 위력이 3배 이상 큰 ‘폭탄’ 특성이 발동한다. 마나가 1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졌을 때 탄알의 위력이 일반탄 대비 20배 이상 증가하는 ‘라스트 샷’ 스킬이 발동한다.
[절삭 화염 ‘검무’ 카나타+(Lv 22)]: 장인의 디자인과 검증을 거친 뒤 커스텀으로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일본도. 강화 능력으로 한계까지 성능을 끌어올렸다. 70퍼센트 확률로 ‘절삭’ 효과가 발동하고, 50퍼센트 확률로 ‘화염’ 속성이 발동한다. ‘절삭’과 ‘화염’ 속성이 중첩될 때 마나 10퍼센트를 소모하는 스킬 ‘검무’가 발동한다.
[관통 폭탄 ‘광역 경직’ XT-3000 돌격소총+(Lv 18)]: 대구경의 한정판 돌격소총을 커스텀 작업을 통해 성능을 끌어올렸다. 한계까지 강화. 50퍼센트 확률로 ‘관통’ 효과가 발동하고, 40퍼센트 확률로 일반 탄보다 위력이 3배 이상 큰 ‘폭탄’ 특성이 발동한다. 일정 범위 안에 10발 이상 착탄한 경우 ‘광역 경직’ 스킬이 발동한다.
애초에 좋은 무기를 베이스로 했기 때문에 강화한 결과물들의 성능도 뛰어났다.
이 정도면 새로 사용할 무기들로 더할 나위 없었다.
이로써 나도 결전에 앞서 최소한의 준비를 갖춘 셈이었다.
용병들과 나눈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정연희에게 연락했다.
강길순이 정말로 무리를 이끌고 제주도로 온다면 그녀와 그녀의 길드는 무조건 이 일에 휘말릴 것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빨리 사실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 어머,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선생님?
“혹시 바쁘세요? 만나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시간 괜찮으실까요?”
– 물론이죠~ 조금 있으면 저녁 시간인데 같이 식사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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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연희가 주소를 보내준 레스토랑으로 찾아갔다.
인테리어가 훌륭했고, 룸인데도 한쪽 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바다가 보였다.
“안 그래도 이런 자리를 꼭 마련하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많이 바쁘신 것 같아서 얘기를 꺼내지 못했어요.”
정연희는 많이 들뜬 것처럼 보였다.
이제부터 꺼낼 이야기가 결코 가볍지 않은 터라 그런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하실 말씀이라는 게 뭔가요?”
“실은 말이죠……”
메건을 구하는 일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어서 서울 쪽 일을 말할 기회가 없었다.
나는 정민철이 강동의 길드장에게 당했던 일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연희가 식사하는 것을 멈추고 내 이야기에 집중했다.
“민철이에게 그런 일이 있었군요…… 선생님이 안 계셨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진짜 다행이에요.”
“애초에 제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민철이 걔가 워낙 사람을 잘 믿는 편이라 종종 그런 일에 휘말리고는 해요. 그렇다고 해도 정말 충격적이네요. 저도 강동 길드장을 별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번 일은 정말로 선을 넘었어요.”
“강길순이 저에게 계약을 제안했습니다. 일단은 받아들이는 척하고 기한을 두었어요. 이쪽에서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오늘 데이먼 쪽 용병들과 이야기해보니 어쩌면 제주도로 전화가 번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길드장님께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 연락드렸습니다.”
나는 오늘 저녁 데이먼의 용병들과 나누었던 대화 내용을 정연희에게 전달했다.
“맞아요. DW라면 확실히 최초의 던전을 욕심낼 거예요. 선생님이 이곳과 관련 있을 거라는 것도 얼마든지 추측할 수 있겠죠. 두 일이 연결되어 있다면 왜 한꺼번에 처리하고 싶지 않겠어요? 선생님은 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하셨지만 이건 저희 쪽 문제이기도 합니다. DW가 최초의 던전을 빼앗으려고 한다면 저희는 길드 명운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으니까요. 오히려 저희가 선생님과 그분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네요.”
“제주도로 온다면 혼자 오지는 않을 텐데 혹시 누구랑 같이 올 거라고 생각하세요?”
“음……”
정연희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후보는 많아요. 일단 태양과 바이올렛 이 둘이 유력한 후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강동도 완전히 DW 쪽과 손을 잡은 모양이니 병력을 지원할 수 있겠죠.”
“전부 대형 길드들인데, 확실히 큰 싸움이 되겠네요.”
마루 길드에 큰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심란해졌다.
강길순이 혼자 움직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대뜸 태양과 바이올렛의 이름이 나올 줄은 몰랐다.
두 곳 다 10대 길드 중에서도 유독 큰 곳들이었으니까.
“최초의 던전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저쪽도 마루를 전멸시킬 각오로 나서겠죠. 특히 바이올렛, 이쪽은 반드시 참전할 거예요.”
오전에 던전으로 갈 때 정연희에게 잠깐 들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내륙에 진출 안 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는 것.
신사협정이라는 말도 했었다.
왠지 지금의 말이 그 일과 관련 없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하아아……”
정연희가 바다 쪽을 바라보며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시작은 유치했어요. 이미 10년 이상 지난 일이죠. 저도 이서율도 길드를 만든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입니다. 그때 인터넷방송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소재가 있어요. 유치한 논쟁인데, 말하자면 헌터들의 외모에 순위를 매기는 거였죠. 처음에는 길드장들을 포함해 누가 가장 강한 헌터이냐 논쟁이었는데, 그게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 거예요. S급을 제외한 여자 헌터들 중에 최고는 저와 이서율 중 하나라는 거였는데, 실력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으니 거기 외모라는 평가 요소를 집어넣자는 거였죠. 저는 전혀 관심 없는 이야기였어요. 이상할 정도로 대중의 관심이 많은 논쟁이라는 건 알았지만,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이야기가 다 그렇잖아요. 그냥 두면 곧 사라질 얘기겠거니 했어요. 그런데 급기야 인기 BJ들이 모여서 실시간 투표를 해버렸죠. 그 결과 제가 이서율에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왔어요. 실력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여겨지던 터라 제가 이서율보다 미모가 더 뛰어나다는 결론으로 이어졌죠. 저는 그걸 알고도 전혀 기쁘지 않았어요. 그전까지는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는 불쾌하게 여겨지기까지 했죠. 그때 제 유일한 관심사는 마루를 성장시키는 것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다른 대형 길드와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 활동에 지장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유치하지만 헌터계가 그런 면이 있거든요. 길드에서 차지하는 길드장의 입지가 유독 커서 더 그렇습니다. 제가 아는 이서율은 이런 문제에 대단히 민감한 여자였거든요. 실제로 여러 번 이 논쟁에 불을 끼얹는 듯한 발언을 했어요. 실력은 모르겠지만 미모는 자기가 더 낫다는 식으로. 아니나 다를까? 그때부터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어요.”
정연희에게 이야기를 듣자니 나도 기억이 났다.
당시에 비슷한 논쟁이 참 많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인터넷방송을 즐겨 보지 않고, 따라서 그런 논쟁에 별 관심이 없어서 지금과 같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할 뿐이었다.
또 한 번 길게 한숨을 내쉰 정연희가 말을 이었다.
“바이올렛, 그러니까 이서율이 사사건건 우리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죠. 사업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 시비의 빈도가 더 눈에 띄었어요. 그러다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죠. 술집에서 일어난 일인데 우리 애들과 바이올렛 애들 간에 싸움이 붙어버린 거예요. 바이올렛 쪽 멤버들이 숫자가 더 많았던 탓에 우리 쪽의 피해가 더 컸습니다. 세 명이나 은퇴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중상을 입고 말았어요. 상황이 이쯤 되자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죠. 이서율에게 직접 제안했어요. 일 대 일로 승부를 가려서 이 논쟁의 종지부를 찍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받아들이고 앞으로는 서로 시비가 붙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했죠. 이서율은 기다렸다는 듯 제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우리는 버려진 던전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이가 없는 한편 흥미진진하기도 했다.
나는 정연희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보니 익숙한 이름이 나왔다.
“그때 중재자로 나왔던 게 민철이었어요. 일을 하면서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그때까지는 개인적인 교분이 거의 없었죠. 당시가 전성기라고 할 만큼 민철이도 잘나가고 있었던 때라 이 일의 중재를 맡기기에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