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75)
최초의 연금술사-75화(75/175)
< 연금술과 럭키스톤(2) >
“응?”
‘가공’ 스킬이 이식된 럭키스톤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문득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여기 이식된 ‘가공’ 스킬의 레벨은 높지 않다.
내가 수년간 사용하면서 숙련도를 높였지만, 그래봤자 성장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
그래서 다른 스킬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도 1에 불과했으며, 비슷한 수준의 다른 스킬로밖에 바꿀 수 없었다.
물론 이제는 소용없어진 스킬을 다른 것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지만, 방금 그보다 더 효과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실제로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도해봐서 손해 볼 건 없었다.
나는 ‘가공’ 스킬이 이식된 럭키스톤 위에 손을 가져가 ‘강화’ 능력을 발휘해보았다.
번쩍!
번쩍!
번쩍!
세 번의 빛이 연달아 터지며 연속 강화가 이루어졌다.
여기에서 멈추었다는 것은 이 럭키스톤의 강화가 한계까지 이루어졌다는 뜻.
이미 끝까지 강화한 럭키스톤이었지만, 또 다시 강화 능력이 적용되었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나는 강화한 럭키스톤에 ‘치환’ 능력을 사용해보았다.
– ‘가공(Lv Max)’ 스킬로 치환할 수 있는 점수는 3입니다.
– 치환 점수 3으로 생성할 수 있는 스킬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된다!’
스킬을 럭키스톤에 이식하여 그것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식으로 스킬까지 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으므로 대단한 성과였다.
어쩌면 가능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응용이 성공하자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내 앞에 아까 보았던 것과 전혀 다른 목록이 나열되었다.
수백 개에 달했던 처음의 목록보다 숫자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스크롤을 계속 내려야 할 만큼 긴 목록이었다.
나는 그중 하나의 스킬을 선택했다.
‘근력 강화’
가져본 적도 사용해본 적도 없지만, 이름만으로 충분히 그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무슨 스킬을 선택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치환’을 통해 럭키스톤이 품고 있는 스킬이 ‘근력 강화’가 되었다.
나는 포인트 3짜리 스킬을 다시 강화했다.
번쩍!
번쩍!
번쩍!
다시 세 번의 빛이 터진 뒤 메시지가 나타났다.
– ‘근력 강화(Lv Max)’ 스킬로 치환할 수 있는 점수는 5입니다.
– 치환 점수 5로 생성할 수 있는 스킬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장난 아니네.’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이런 식이라면 내가 원하는 최상급의 스킬들을 그것도 만렙으로 보유할 수 있을 듯했다.
럭키스톤이 200개 있으니 산술적으로 200개의 최상급 스킬을 가질 수 있다는 뜻.
그렇게 럭키스톤을 통해 연금술을 발휘하는 것에 정신이 팔려있었더니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방에 들어온 것은 메건이었다.
데이먼이 그녀를 불러들인 것.
“태수 씨도 계셨네요.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는데.”
그녀가 나를 보고 부끄럽게 웃었다.
아직 이렇다 할 스킨십을 한 적이 없고, 누군가가 먼저 사귀자고 한 적이 없어도 이미 우리 둘 사이에는 연인 같은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그런 표정을 보자니 나도 왠지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단둘만 있다면 모를까, 지금 이 방에는 그녀의 아버지도 함께 있었으니까.
“오, 메건! 빨리 왔구나!”
하지만 데이먼은 다른 데 온통 정신이 팔려있었다.
메건이 방에 쌓여있는 상자와 테이블 위에 꺼내놓은 럭키스톤을 보고 궁금해했다.
“이게 다 뭐예요?”
데이먼이 신이 나서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내가 힐링스톤처럼 럭키스톤도 가공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자신이 새 스킬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그가 중요한 부분을 빠뜨렸기 때문에 내가 말을 덧붙였다.
“회장님은 마나중독증에 걸렸다가 회복하신 지 얼마 되지 않으셨어요. 기본적으로 마나 흡수 능력이 낮다는 뜻입니다. ‘궁극의 포션’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메건을 여기 부른 겁니다.”
“아니, 그 위험한 걸 왜 굳이 하려고 그래요? 아빠가 스킬을 가져서 뭐하게요?”
“스킬을 가져서 뭐 하다니! 이래서 딸들은 아빠를 이해 못 한다니까? 내 힘이 세진다는 것 자체가 낭만이라는 거다! 내가 이 나이에 던전에 들어가고 싶어서 그러겠니? 나도 헌터 능력이라는 걸 마음껏 발휘해보고 싶어서 그래~ 이건 돈이 아무리 많아도 못 하는 일이란 말이야!”
“아니, 마나중독증 걸려서 그렇게 고생한 걸로 성이 안 차세요? 내가 또 매일같이 아빠 걱정을 해야 해요?”
“아니, 메건. 너는 왜 항상 부정적으로만 얘길 하니?”
지켜보자니 아버지와 딸의 입장이 완전히 달랐다.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데이먼은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어떻게든 헌터 스킬이라는 것을 가져보고 싶을 것이고, 딸인 메건은 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녀는 데이먼의 주치의이지 않은가?
그가 마나중독증으로 얼마나 고생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 것이었다.
“선생, 이 애가 도대체 말을 안 듣는군. 어디 말씀 좀 해보시게.”
“태수 씨, 아빠 좀 말려보세요.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에요?”
애초에 메건을 여기 부른 게 잘못이었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이석규를 부르는 게 나았을지도.
나는 두 사람의 입장이 모두 이해되었으므로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데이먼이 헛된 시도를 하지 않았으면 했지만, 오늘이 아니라도 언제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꼭 할 사람이었다.
“저한테 힐링스톤이 있으니 한 번 시도를 해 보는 게 어떨까요?”
“태수 씨!”
데이먼은 자기가 직접 해보고 깨닫지 않으면 끝까지 우길 사람이었다.
어차피 말릴 수 없을 거, 기왕이면 빨리 해치워버리는 게 나을지 모른다고 판단했다.
“하하하! 역시 선생밖에 없다니까! 메건, 걱정하지 마라! 선생과 네가 있는데 내가 왜 죽는다는 거야?”
메건이 나를 쏘아보았다.
그 시선이 참을 수 없이 따가웠기 때문에 뭐라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메건, 내 집에 와보고 싶다고 했죠? 오늘 올래요? 건물 안에 식당이 있으니 같이 저녁을 먹으면 좋을 것 같은데, 어때요?”
“네?”
메건의 동공이 흔들렸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아는 것 같았지만, 그녀로서도 유혹을 이기기 힘든 모양이었다.
누구보다 데이먼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그녀이다.
이대로 실랑이하다가는 영영 고집을 꺾을 수 없을 터였다.
그녀로서도 못 이기는 척 따라주는 것밖에 방법이 없을 것.
“알았어요. 대신 이상이 있으면 바로 치료하셔야 해요. 실패하면 다시는 시도하지 않는 거예요!”
“알았다! 약속하마! 하하하하!”
데이먼이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두 팔을 쳐들었다.
항복한다는 포즈였지만 실제로 항복한 건 메건 쪽이었다.
럭키스톤으로 뭘 할 수 있는지 알았으므로 내 관심은 온통 그쪽에 쏠려있었다.
원한다면 오늘 당장 수십 개의 고급 스킬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은 그 욕구를 억누르고 데이먼을 돕기로 했다.
인벤토리에 언제 넣어두었는지 모를 포션이 있었다.
처음에는 ‘궁극의 포션’ 하나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과 품이 들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때와 지금의 내 능력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니까.
나는 당장 ‘연속 강화’로 궁극의 포션을 만들어냈다.
공격력과 마나양을 조금 상승시켜주는 포션이었다.
겉모양이 그대로인 포션에 대해서 내가 설명하자 데이먼의 표정이 밝아졌다.
“자네 능력은 언제 봐도 신기하군! 고맙네!”
그가 마음의 준비도 없이 당장 뚜껑을 열고 포션을 들이켰다.
꿀꺽꿀꺽꿀꺽,
시원하게 들이켜는 것을 보자니 실패할 확률이 낮아 보였다.
또 하나의 궁극의 포션을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었더니, 갑자기 데이먼이 포션을 뿜어냈다.
“푸훕!”
바닥에 포션을 쭉 뿜어낸 그가 거칠게 기침하기 시작했다.
“콜록콜록콜록!”
안색이 나빠지는 것을 보자니 이 포션이 그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당장 힐링스톤을 꺼내었다.
힐링스톤을 가공하려는 나를 메건이 만류했다.
“괜찮아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녀가 데이먼을 의자에서 끌어 내렸다.
바닥에 엎드리게 한 채로 등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손에는 치료사의 마나가 빛을 내고 있었다.
“우웩! 콜록콜록!”
데이먼이 삼켰던 포션을 전부 토해냈다.
한바탕 난리가 난 셈이고, 이로써 한 가지가 확실해졌다.
데이먼은 럭키스톤을 사용할 수 없고, 이것으로 스킬을 얻을 수도 없을 거라는 사실.
궁극의 포션도 소화할 수 없는데 럭키스톤으로 스킬을 흡수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데이먼이 망연하게 엎드려 있더니 곧 손수건을 꺼내어 입가를 닦아냈다.
그가 천천히 일어나 의자에 앉았다.
“민망한 모습을 보였군.”
그는 무척 허탈해 보였다.
나는 그가 소년 같은 감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망하지 말라는 뜻에서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최초의 던전은 열두 곳이나 됩니다. 계속 발굴해가다 보면 회장님을 도울 다른 방법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데이먼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을 읽기 힘들어서 괜히 안 좋은 심기를 더 불편하게 만든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이내 껄껄 웃음을 터뜨리는 그였다.
“그렇지! 나는 절대 포기 안 할 거네! 치료할 수 없을 줄 알았던 마나중독증도 고쳤고, 곧 최초의 던전도 부활할 거야.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란 없어! 앞으로도 자네만 믿겠네!”
실망했던 그가 즉시 기운을 회복해 “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괜한 희망을 준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의 말은 꼭 틀렸다고 볼 수 없었다.
근래 내게 기적 같은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내 능력을 통한다면 데이먼도 스킬을 가질 날이 올지 모른다.
“회장님, 괜찮으면 럭키스톤을 전부 제가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당연하지. 자네 주려고 가져온 거니까 전부 챙겨가게. 이걸로 뭘 하든 어떻게 사용하든 다 자네 알아서 하게.”
내가 데이먼에게 준 도움은 결코 작지 않았다.
비록 그가 용병을 동원해 싸움을 도왔다고 해도 그것으로 전부 갚았다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더 많았다.
럭키스톤 200개 정도는 마음 편히 챙기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상자에서 럭키스톤을 꺼내어 인벤토리로 옮기는 걸 메건이 도왔다.
“오늘 태수 씨 집에 초대하는 거 진짜죠?”
“네?”
얼굴을 가까이한 채로 묻는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뛰었다.
나는 순수한 마음으로 저녁을 함께 먹고 집구경을 시켜주겠다는 것이었는데 그녀는 왠지 다른 의미로 이해한 것 같았다.
이런 게 문화차이라는 걸까?
그녀에게서 곧 콧노래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