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79)
최초의 연금술사-79화(79/175)
< 초대형길드 TS(2) >
다섯 명 중 김유리가 가장 먼저 파워스톤에 손을 댔다.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도 헌터인 만큼 헌터용 아이템을 다루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마나에 반응해서 슈욱, 아주 쉽게 파워스톤의 에너지가 그녀에게 흡수되었다.
“아아……”
그녀가 퇴색하여 한쪽으로 기운 파워스톤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더니 곧 눈을 부릅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지, 진짠가요?”
그녀가 느끼고 있는 것.
그 고양감은 가짜가 아니었다.
물론 적응하기 어렵겠지.
진짜 성장한 것인지, 아니면 그런 느낌만 드는 것인지 헷갈릴 것이다.
“네, 진짜입니다. 나중에 능력을 사용해보면 아실 거예요.”
파워스톤 하나면 그렇게 큰 변화를 준다고 할 수 없었다.
나는 물론이거니와 정동기, 정민철, 그리고 친구 김태훈까지.
한 번에 여러 개의 파워스톤을 흡수하고 크게 강해진 경험을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현장에서 능력을 발휘해온 헌터 입장에서 비록 작은 성장이지만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김유리는 자기가 지금 느끼는 이 예민한 성장감의 실체를 곧 확인할 수 있을 것이었다.
다른 헌터들도 하나둘 파워스톤에 손을 댔다.
나는 파워스톤에 손을 얹고 있는 이현수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그라면 성장하는 감동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크게 느낄 것이다.
이런 방식이 아니라면 A급 헌터가 성장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진짜네요! 정말 놀랐습니다!”
“정말 매달 이걸 주실 겁니까?”
건일의 조석현과 성공의 박승훈이 흥분해서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과에 따라 더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드릴 수 있어요. 저희 길드를 든든하게 지켜주시는 분들인데 그 정도도 못 하겠습니까? 원래는 길드장 자리에 오르셔야 할 분들인데 고작 지부장을 맡게 되어 성에 차지 않으실 걸 압니다. 하지만 감히 말하건대 TS의 지부장은 어떤 대형 길드의 길드장보다 더 나을 것입니다.”
이들에게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일단 맡은 자리이니 한식구라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길드명 자체가 내 이름의 이니셜을 딴 것이지 않은가?
딱히 의견을 내놓지 않았더니 어느새인가 이것으로 굳어지고 말았다.
내 이름을 아는 지부장들도 이 부분을 이미 눈치채고 있을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이런 선물까지 준비하셨을 줄은 몰랐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유리가 말했다.
조석현과 박승훈도 기쁜 표정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파워스톤을 주기로 한 결정은 옳은 것이었다.
나도 헌터라서 아는 것이지만, 헌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성장이었다.
돈과 지위도 중요하지만 그것들보다 물리적으로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능력의 성장.
중독되지 않을 수 없는 감각임이 분명했다.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미끼로 가장 훌륭한 선택이었다.
이현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지부장들을 이 자리에 계속 잡아둘 필요가 없었다.
모두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는데, 어쩐 일인지 이현수만 끝까지 남아있었다.
그런 그가 심상치 않아 보였는지 정민철이 물었다.
“지부장, 할 말이라도 있어?”
“회장님과 단둘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무슨 얘긴데?”
정민철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현수가 오늘 보인 삐딱한 태도 때문에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했다.
“부길드장님, 괜찮습니다. 이현수 씨랑 둘이 이야기하겠습니다.”
“으음……”
마지막으로 이현수를 한번 바라본 정민철이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둘만 남자 이현수에게 물었다.
“할 말이 있으시다고요?”
“네, 김석철 때문입니다.”
“김석철이요?”
김석철은 태양의 전 부길드장이었다.
B급 헌터이고 딱히 전투 능력이 뛰어나지 않지만 사업적 능력을 높이 인정받아 부길드장 자리에 올랐다.
물론 이것은 핑계일 뿐이고, 그가 부길드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김석준의 사촌동생이기 때문이었다.
이른바 혈연이었던 것.
원래라면 이현수가 부길드장이 되어야 했지만 김석준은 일부러 그를 멀리 밀어냈다.
“태양에서 나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슨 문제가 있나요?”
“그놈이 회장님을 해코지하려는 것 같습니다.”
“저를요?”
“저희 길드원이 알려주었습니다. 술자리에서 회장님 욕을 한 모양입니다. 심지어 죽이겠다고 했답니다.”
“그래요?”
나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길드들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
오히려 너무 깔끔하게 정리된 것 같아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이렇게 큰일을 서두르면 뭔가 문제가 남기 마련이다.
나는 이 일이 그런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이현수는 내 반응이 너무 가볍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말했다.
“쉽게 보실 일이 아닙니다. 그놈은 발이 넓어요. 외국 헌터 친구들이 많습니다. 국내 헌터 중에서는 회장님을 해치는 일에 선뜻 동참하는 헌터가 없겠지만, 외국인이라면 얘기가 다르죠. 돈만 주면 뭐든 하겠다는 놈 천지니까요.”
“알겠습니다. 주의하고 있을게요.”
“태양에서 경호를 붙여드릴 수 있습니다. 명령하신다면 제가 곁에 있어 드릴 수도 있고요.”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 몸은 제가 알아서 지키겠습니다.”
“정말인가요?”
이현수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가 별다른 전투 능력을 갖지 않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여전히 의심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않은 채로 말했다.
“혹시 요청하신다면 언제든 경호를 붙여드리겠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전투 능력 하나만큼은 저희 길드가 최고입니다. 건일이나 바이올렛은 저희와 견줄 수 없어요.”
“알고 있습니다. 필요하면 요청하겠습니다. 말씀해주셔서 고마워요.”
“음……”
이현수가 턱을 쓰다듬으며 망설이다가 이내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유치하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사실 저는 김석준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그놈을 제 손으로 끌어내리고 싶었습니다. 일이 이렇게 돼서 좀 속상했어요.”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회장이라고는 하지만 저는 지부장님들에게 어려운 사람이 될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할 얘기가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술이나 밥을 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당연히 술과 밥은 회장님이 사셔야죠. 제가 아랫사람이니까요. 오늘 주신 파워스톤 감사합니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습니다. 저를 믿지 않으셨다면 이런 걸 주지도 않으셨겠죠. 저도 유치한 마음 같은 것은 오늘부로 떨쳐내겠습니다.” “태양 지부장으로 이현수 씨를 선택한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적합한 분이었기 때문이죠. 앞으로의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현수는 내 앞에서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일단 내가 두 살 연상이기는 하지만 나이 때문에 이러는 건 당연히 아니었다.
그는 파워스톤에 대해서 내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딱히 그가 반란을 일으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제어할 수단은 충분히 있고.
보고 받은 대로의 성품이라는 것을 직접 대면하고 안 셈이었다.
#
며칠이 더 지나갔다.
나는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알람을 듣고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오늘이구나.’
집 앞 버려진 던전에 블랙 코어 마나를 주입하고 일주일이 지나갔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했기 때문에 알람까지 맞춰두었던 것.
덕분에 늦지 않고 날짜를 맞출 수 있었다.
혼자 버려진 던전으로 갔다.
낮 시간이었지만 특유의 을씨년한 분위기가 그대로였다.
아니, 명백히 그때보다 훨씬 차가운 분위기였다.
1층부터 당장 한기가 옷을 뚫고 들어오는 기분.
그 이유를 찾자면 한 가지밖에 없었다.
바로 지난번 던전 코어를 찾아내 그것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기 때문.
거의 죽어있던 코어가 내가 가진 최초의 던전 마나에 반응했고, 나는 거기 직접 블랙 코어 마나라는 양분을 주었다.
혼자 왔기 때문에 보조를 맞추어야 할 사람이 없었다.
나는 ‘초고속이동’ 스킬로 빠르게 3층까지 올라갔다.
이전에도 3층에 왔을 때 코어가 발산하는 맥동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느낌이 훨씬 강하게 왔다.
지난번에는 자신을 찾아달라고 호소하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그보다 더 편안한 느낌이기도 했다.
내 안의 마나와 코어에 주입한 마나가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리라.
나는 제주도의 던전에서 던전의 보스가 던전의 코어보다 나에게 더 친밀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았다.
이곳의 코어도 나란 존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나는 즉시 코어가 있던 곳으로 갔다.
그리고 그쪽 벽에 일어난 변화를 눈으로 보고 헉, 숨을 삼켰다.
벽면 가득 돌 줄기가 어지럽게 뻗어 있었다.
그 사이사이 작은 열매 같은 것들이 맺혀 있다.
똑같은 광경을 단 두 곳에서만 보았었다.
제주도의 던전, 그리고 태국의 던전에서.
두 곳 다 최초의 던전이었다.
코어가 있던 방에서 돌 줄기에 얽혀 매달려 있던 것은 각각 파워코어와 블랙코어였다.
아직 너무 작은 크기였지만, 나는 여기 맺혀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당장 확신할 수 있었다.
블랙스톤.
다만 이것에 진짜 열매가 맺히려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일단 그것에서 시선을 거두고 코어가 있던 벽 앞에 섰다.
지난번처럼 손바닥을 대보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더 구체적인 방법을 알고 있었으므로 블랙 코어 마나를 끄집어내 벽에 투과했다.
우르르릉-
지난번보다 훨씬 빠르고 강한 반응이 돌아왔다.
안쪽에서 힘 있게 밀고 나오는 코어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벽 안에서 밀려 나온 코어가 손바닥 안에 안착했다.
두근두근,
마치 아이가 부모님을 반기는 것처럼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코어가 띠고 있는 빛깔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명백히 블랙 코어 마나를 품고 있었다.
기존의 마나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고갈되었던 그것을 블랙 코어 마나가 대체한 것.
그 크기와 존재감이 명백히 다르기는 하지만 이것도 작은 블랙 코어라고 부를 수 있을 터였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최초의 던전뿐만 아니라 버려진 던전마저 부활시켜 버렸다.
이게 옳은 일이냐 하는 문제를 떠나 호기심이 더 강하게 들었다.
지난번처럼 블랙 코어 마나를 끄집어내어 손바닥 아래의 코어에 주입했다.
쭉쭉, 쉽고 빠르게 내 마나를 흡수하는 것이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충전되었던 마나를 이 코어가 가져갔다.
이번에 흡수한 양은 지난번의 세 배쯤 되었다.
그러고 있자니 더 마나를 주입하면 깨져버릴 것 같은 위험한 느낌이 들었다.
손바닥을 떼어내자 우르릉, 소리를 내면서 코어가 다시 벽 안에 파묻혔다.
‘이것 참……’
이런 식으로 던전 안에 들어와 실험을 계속할 수 없었다.
나는 이 버려진 던전을 부동산으로 소유할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