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80)
최초의 연금술사-80화(80/175)
< 초대형길드 TS(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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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건과 함께 제주도로 갔다.
함께 밤을 보내고 난 뒤 우리는 이론의 여지 없이 연인이 되었다.
메건은 전에 함께 제주도 여행을 하고 싶다는 말을 했었고, 비록 백 퍼센트 여행의 목적은 아니었지만 제주도로 갈 일이 생기면서 그녀와 동행하게 된 것.
제주도에서 나쁜 일을 겪었지만 그녀는 그 일을 딱히 마음에 두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런 걸 보면 확실히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멘탈이 단단한 여자였다.
어렸을 때부터 스케일이 큰 아버지의 행보를 보면서 자라와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가 제주도로 간 이유는 정연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집 앞의 버려진 던전에 블랙 코어 마나를 심게 된 이상 그것을 소유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지금은 어차피 접근하는 사람도, 굳이 들어가서 구경하는 사람도 없는 곳이지만 만의 하나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를 피해야 했다.
정연희의 마루 길드는 제주도 던전을 소유하고 있었다.
비록 규모가 다르다고 해도 이전에 그곳은 수십 년간 활동을 멈추었던 버려진 던전이었다.
그러니까 같은 버려진 던전의 매매 문제와 관련하여 그녀와 상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
미리 연락해서 물어본바 제주도는 거의 안정을 되찾았다고 했다.
최초의 던전도 부활을 공식화해도 될 만큼 형태를 되찾아서 그것도 탐방할 겸 제주도에 내려가기로 했다.
“저는 한국이 체질에 맞는 것 같아요. 계속 태수 씨와 이곳에서 살고 싶어요.”
“꼭 한곳에 정착할 필요 있을까요? 한국과 미국, 여러 곳을 오가면서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 정말. 말만 들어도 행복해요. 태수 씨도 저랑 그러고 싶어요?”
“네.”
메건이 눈을 감고 입술을 내밀었다.
이곳은 공항 앞이었고, 안 그래도 메건이 눈에 띄는 편이라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녀의 입술에 입맞춤했다.
“휘유~ 못 보는 사이 두 사람 사이가 많이 가까워졌네요~~”
“언니가 못 봐서 다행이지, 충격받을 뻔했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렸더니 김지유와 김지은이 서 있었다.
떨어져 있던 시간이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아주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잘 지냈어?”
“말도 마요, 엄청 바빴어.”
“중국놈들이 진짜 극성이에요~”
“중국놈들?”
“게릴라전이라도 하려는 건지, 최초의 던전이 돈이 될 걸 알고 엄청 기웃거리고 있어요.”
“일본놈들 동향도 심상치 않은데, 그쪽은 겁이 많고 얍삽한 편이라 우리 빈틈만 엿보는 것 같아요.”
“그래? 진짜 괜찮은 것 맞아?”
내가 들었던 정연희의 전화 목소리는 꽤 평화로웠다.
그래서 이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쪽은 그게 일상이니까요. 평소보다 좀 심해졌을 뿐이에요. 오빠는 어때요? 진짜 회장 자리에 올랐어요?”
김지유도 TS 발족 소식을 들었는지 그렇게 물었다.
“응, 얼마 전에 공식적으로 그렇게 됐어.”
“와~ 우리 오빠, 진짜 출세했네~”
“우리도 회장님이라고 불러드릴까요?”
김지유와 김지은이 나를 마중 나온 것은 의외였다.
어떻게든 만나게 될 줄은 알았지만, 그 시간이 당겨져서 반가울 따름이었다.
정연희가 보낸 자동차를 타고 호텔로 갔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기도 해서 우리는 호텔 식당의 룸에서 함께 만났다.
내 옆에 서 있는 메건을 보더니 정연희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 같이 오셨네요?”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긴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메건과 내가 풍기는 분위기만 보더라도 그동안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눈치챌 수 있을 것이었다.
작게 한숨을 내쉰 정연희가 이내 표정을 정돈하고 말했다.
“제주도까지 오느라 고생하셨어요. 취임식 이야기를 들었는데, 서울 쪽 일이 잘 마무리되어서 다행이에요.”
“문제가 아주 없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빨리 마무리된 편이에요. 지부장들도 협조적입니다.”
“대단해요. 그 사람들 저도 어느 정도 아는데,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파워스톤을 제공했거든요. 앞으로도 성과에 따라 쭉 지급하겠다고 했습니다.”
“아……”
정연희가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셨어요. 헌터에게 그보다 더 좋은 당근은 없으니까요.”
음식이 서빙되었고, 우리는 로컬 느낌이 물씬 나는 맛 좋은 식사를 했다.
허기가 진 참이라 음식이 끝도 없이 들어갔다.
다소 매운 것도 마다하지 않고 메건 역시 맛있게 한식 요리를 먹었다.
“버려진 던전을 사고 싶다고 하셨죠?”
식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정연희가 물었다.
“네, 아무래도 경험이 있으시니까 조언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버려진 던전을 구입하는 건 일단 불법이 아니에요. 하지만 자격이 필요하죠. 헌터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등급이 A 이상이어야 해요. 또 규모가 있는 길드장이거나 길드장에 준하는 지위에 있어야 하고요.”
“그런가요?”
“버려진 던전이라고 해도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제로가 아니니까요. 세계적으로 보면 그랬던 예가 아주 없지 않고요.”
버려진 던전을 소유하는 데 이런 엄격한 자격 조건이 필요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아니었다.
정연희의 말마따나 버려진 던전에 문제가 생기면 그 일차적인 조치를 던전을 소유한 쪽에서 취해야 할 테니까.
“태수 씨는 이 조건을 전부 충족하니까 괜찮아요. 문제는 던전을 가지고 있는 쪽이 얼마를 부르느냐인데……”
강화 능력을 가진 이후로 등급 검사를 따로 한 적이 없다.
그래도 A급 이상은 무난하게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그 이전에 명실상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길드인 TS의 회장이라는 점에서 등급은 따지기 무색한 조건이 되었지만.
“이미 그 던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요?”
“네, 상대가 좀 성가셔요. 제주도 최초의 던전은 국가에서 특별 관리되고 있던 던전이고, 던전을 판매한 최초의 사례이죠. 물론 장기적으로 모든 던전의 사유화를 진행하기 위한 꼼수로 시작된 일이기도 하고요. 그다음 수순으로 전국에 있던 버려진 던전을 팔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것들을 공격적으로 사들인 길드와 건설사가 있죠.”
건설사 이야기가 나왔을 때 수긍이 갔다.
버려진 던전 주변의 땅값은 싼 편이니까.
게다가 헌터들만을 위한 주거지, 편의 시설을 만들면 큰돈을 벌 수 있었다.
소위 규모 있는 길드와 건설사가 손을 잡고 진행할 만한 일이었다.
“왜 이 일에 대형 길드들은 관여하지 않았죠?”
돈이 되는 일이라면 대형길드들이 먼저 나서서 그 일에 뛰어들 수 있었을 텐데, TS에 속하게 된 길드들은 이 이야기에서 빠져있었다.
그랬다면 정희연이 먼저 언급했을 테니까.
이야기도 훨씬 쉬워졌을 것이다.
“단순해요. DW가 선점했기 때문이죠.”
“DW요?”
여기에서도 그 이름을 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한숨이 나왔다.
“그쪽 집안에 헌터가 최동수와 최동준만 있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그들은 그림자 역할을 맡아서 홀대받는 입장이었죠. 강윤미. 그녀는 강성권 회장의 직계예요. A급 헌터이고 DW의 후원을 받아 일찍이 길드를 만들어 그 덩치를 키웠죠. 대신 다른 대형길드들과의 관계를 의식해 시장파괴자 같은 역할을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외국 길드들과의 교류, 그리고 건설 사업 쪽에만 집중했죠. 크게 욕심내지 않은 것도 있고, 일부러 갈등을 조장하지 않아서 다른 길드들도 버려진 던전과 관련한 이권을 모르는 척하고 양보한 셈이에요.”
“DW 건설사 쪽에서 제가 사려는 버려진 던전을 가지고 있다고요?”
“네, 지금 사시는 아파트도 DW 계열의 건설사가 만든 거예요. DW라는 이름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도 많은 이권을 먹어 치우고 있던 셈이죠.”
“그쪽과 직접 접촉할 수 있을까요?”
“웬만해서는 팔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더구나 지금 DW는 새로운 흐름에서 밀려난 입장이잖아요? TS를 라이벌로 의식하고 있을 텐데, 일부로라도 그곳을 팔지 않으려고 할 거예요. 왜 굳이 그곳을 사시려는 거죠?”
정연희의 물음에 나는 아파트 앞 버려진 던전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블랙 코어 마나를 그곳 코어에 이식했다는 이야기.
그렇게 함으로써 코어 주변에 블랙스톤이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정말인가요?”
정연희의 눈이 커다래졌다.
내가 만들어낸 기적을 여러 차례 경험한 그녀이지만 이번 이야기는 놀람의 스케일이 달랐다.
무엇보다 그녀가 가장 관심이 있을 블랙스톤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닌가?
“대단해요! 최초의 던전뿐만 아니라 버려진 던전까지 부활시킬 수 있다니……”
“데이먼 회장님이 럭키스톤을 버려진 던전에 이식했다는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진짜로 될지는 몰랐지만요.”
“그러니까 그 쓸모없는 던전에서 태국 최초의 던전에서만 얻을 수 있는 블랙스톤을 얻을 수 있다는……”
블랙 코어 마나를 이식할 수 있었다면 최초의 던전에서 얻은 다른 종류의 마나도 버려진 던전에 이식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곳에서 파워스톤, 블랙스톤, 럭키스톤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잠재적 가치가 어마어마하다.
단순히 건설 사업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압도할 것이었다.
“그런 일이라면 제가 아버지한테 여쭤볼게요.”
내내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메건이 말했다.
“회장님한테요?”
“전에 DW 회장을 직접 만나 담판을 지었다고 하셨거든요. 아버지라면 이 문제를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나도 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DW는 내게 원수와도 같은 기업이었다.
하지만 그런 복수심만으로 한 번에 무너뜨리기 힘든 거대 기업이기도 했다.
이번 싸움에 용병들을 직접 참전시킨 바 있는 데이먼 또한 감정이입이 되어서 화가 났던 모양이었다.
그가 강성권 회장을 만나 담판을 지었고, 그래서 그들이 대형길드 합병 건에서 완전히 빠지게 되었다.
“아니요, 회장님까지 나설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나는 데이먼에게 연락하겠다는 메건을 만류했다.
데이먼 회장은 자존심이 센 사람이다.
그가 나서서 DW에 이권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상대에게 협상의 여지를 주는 셈.
괜히 그런 빌미를 주고 싶지 않았다.
“DW가 버려진 던전을 사재기한 것은 어차피 돈 때문이에요. 그 주변에 주거지와 편의 시설을 세울 수 있었던 것도 90퍼센트 이상은 안전하다는 보장이 있어서 그랬던 거고요. 하지만 버려진 던전이 부활하면 어떻게 될까요?”
내 말에 뭔가를 깨달은 정연희가 미소를 지었다.
“법적으로 활동 중인 던전 주변에는 주거지나 기타 편의 시설을 조성할 수 없게 돼 있어요. 한 마디로 쪽박을 차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