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9)
최초의 연금술사-9화(9/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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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그대로야.
스프레이 3종을 강화한 뒤에 한숨 돌리고 있자니 핸드폰이 울렸다.
거기 떠오른 이름을 보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최동수에게 걸려 온 전화였기 때문.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기 때문에 전화를 받지 않았다.
성격상 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할 것이다.
당장 그와 대립해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분고분 전화를 받아줄 기분은 절대 아니었다.
만약 내가 새로운 능력을 각성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분한 마음을 누르고 그의 전화를 받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당장 생계는 이어가야 했으니까.
내가 상대하고 있는 거래처 중에 그가 속한 길드가 가장 큰 곳이었고, 내가 직접 상대하는 헌터들 중에 가장 직책이 높은 사람도 바로 그였다.
그의 눈 밖에 나면 생업을 접을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그러든지.’
어차피 가공 일은 그만두려고 했었다.
더 이상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간도 남았고.’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이미 수주한 일감은 마무리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사정이 변했다고 해서 그동안 거래했던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으니까.
‘안 내키네……’
이미 『강화』 능력의 단맛을 보았기 때문일까?
다시 가공 일을 해야 한다는 것에 기운이 빠졌다.
더구나 가공 능력을 사용하는 데도 마나가 소모된다.
스프레이 3종을 강화하느라 어제 산 포션을 전부 써버렸기 때문에 마나를 채울 수단이 없었다.
‘몇 개 더 살 걸 그랬나?’
순도는 떨어지더라도 당장 쓸 마나 포션을 몇 개 더 구입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까지 급하지는 않으니까.’
슬슬 배가 고프기도 해서 음식을 주문했다.
소파에 누운 채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여유롭네.’
이런 여유 있는 기분을 느껴본 게 또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가공』 능력을 각성하고 한동안 일감이 밀려들 때는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는데.
이제는 추억이었고, 씁쓸한 기분으로 반추할 필요도 없는 기억이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서 작업실에 있는 PC로 갔다.
어제 접속했던 암거래 사이트는 핸드폰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아이피를 우회해야만 접속할 수 있는 사이트였기 때문.
핸드폰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이런 일에 익숙한 편이 아니라 PC로 접속하는 게 더 편할 것 같았다.
어제에 이어 암거래 사이트를 계속 탐방했다.
어제보다 활동 포인트가 쌓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내가 직접 판매 글을 올릴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더구나 내가 팔고자 하는 물건들은 평범한 것이 아니니까.
섣불리 판매 글을 올리면 쓸데없는 관심을 모을 것 같았다.
그러고 있자니 벨이 울렸다.
당연히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을 거라고 생각한 나는 문 쪽으로 갔다.
하지만 열린 문 앞에는 이 시간에 이곳에서 보게 될 거라고 생각지 못한 인물이 서 있었다.
“태훈아!”
“바쁘냐?”
김태훈이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인사했다.
그의 손에는 편의점 봉투가 들려있었는데, 그 안에서 부딪치는 소리로 미루어 맥주를 사온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알았구나.’
어제 김태훈을 만났을 때 그가 꺼내서 보여주었던 최동수의 단도를 수리했었다.
지금쯤이면 그도 모를 리가 없었다.
느낌상 그 일 때문에 찾아온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단도를 고쳐놓을 만한 사람이 나 말고는 없다는 것을 알았을 테니까.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알 수 없었겠지만 어쨌든 그 일에 대해 물으려고 찾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들어와.”
나는 김태훈을 작업실 안으로 들였다.
“이야~ 여전히 정신없구나.”
주문받은 일감 때문에 작업실 안은 어수선한 편이었다.
광물과 부산물이라는 것이 공간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물건이었다.
나는 이틀째 작업을 미루어두고 그것들을 방치하고 있었다.
“이 시간에 나와도 되는 거야?”
“이러니저러니 해도 팀장이잖냐. 최동수가 특별히 호출하지 않는 이상 바쁜 일이 없어서.”
김태훈이 테이블 위에 자신이 사온 맥주와 안줏거리들을 풀어놓았다.
“아침부터 마시자고?”
“뭐 어때? 너나 나나 이 정도로 취하지는 않잖아.”
맞는 말이었다.
등급이 높지 않더라도 헌터는 기본적으로 일반인보다 술에 강하다.
그도 일종의 독성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화하려고 마음먹으면 더 쉽게 술에서 깰 수 있었다.
특히 맥주라면 더욱.
김태훈은 맥주 한 캔을 다 비울 때까지 아무 말이 없었다.
그가 사온 안주는 특별할 게 없었지만, 그것에도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갑자기 찾아와서 아무 말 없이 술만 마신다.
내게 어떤 식으로 말을 꺼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보였다.
마침 또 벨이 울려서 나는 혼자 먹으려고 주문했던 치킨을 가지고 왔다.
“잘됐네. 같이 먹자.”
“으응.”
두 캔째 맥주를 마시면서 드디어 김태훈이 입을 열었다.
“오늘 신기한 일이 있었다.”
무슨 얘길 하려는지 예상되었기 때문에 나는 별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런 내 모습에서 더 확신하게 되었는지 김태훈이 물었다.
“네가 한 거야?”
“그 칼 말이야?”
“응. 분명히 부러져 있었는데 오늘 보니까 감쪽같이 붙어있더라. 그거 네가 그랬어?”
“응.”
김태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그게 말이야……”
나는 뒷목을 긁적였다.
어떻게도 둘러대기 힘든 일이다.
그래도 만약 내가 얻은 새로운 능력을 단 한 사람에게만 말할 수 있다면 그 상대가 바로 김태훈이었다.
“새 능력을 얻었거든.”
“새 능력? 그게 뭔데? 혹시 수리 능력?”
『수리』라는 특능이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김태훈이 뭘 말하고 싶은지는 알 수 있었다.
“비슷해.”
“야! 속 시원하게 말 좀 해 봐. 오죽하면 내가 이 시간에 너를 찾아왔겠냐.”
“강화 능력이야.”
“강화?”
김태훈은 이해하지 못하고 눈만 끔뻑거렸다.
나보다 헌터 경력이 많은 그였다.
더구나 혼자서 가공 일만 했던 나와는 달리 길드에 소속되어 현장 일을 뛰었다.
그런 그로서도 『강화』 능력이 무엇인지 감이 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말 그대로야. 헌터용 아이템을 강화할 수 있어.”
나는 테이블 한쪽에 있는 스프레이 통들을 가리켰다.
“예를 들어 쓸모없는 저런 물건들도 대단한 물건으로 바꿀 수 있지.”
“으음……”
김태훈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해가 안 되는데 혹시 그런 거야? 게임에서 무기 강화하는 것처럼 1강 2강 쭉 강화할 수 있는 거?”
“아, 그래!”
정확한 비유였다.
사실 그 이상의 찰떡같은 비유는 더 찾아낼 수 없을 듯했다.
“그 말 그대로야.”
“어…… 응?”
김태훈은 여전히 알아듣지 못한 표정이었다.
본인이 게임의 강화 같은 개념이냐고 물어놓고 그렇다니 오히려 벙 찐 표정을 짓는다.
차라리 상식이 없다면 모를까?
오랫동안 헌터밥을 먹었으니 오히려 그 상식에 혼선이 생긴 모양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해봐. 대체 뭘 할 수 있는데?”
이미 최동수의 단도를 붙이는 걸 보여주었다.
아니, 엄밀히 말해 김태훈은 화장실에 있어서 내가 『강화-수리』하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딱히 시범으로 보여줄 만한 물건이 없었다.
그럴 아이템이 있더라도 포션이 떨어져서 강화할 마나가 부족했다.
그러고 있자니 띵동! 하고 벨 소리가 울렸다.
이미 음식까지 배달된 마당에 더 찾아올 사람도 없다.
신기한 기분으로 인터폰 화면을 보았는데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포션이 벌써 왔나?’
보통 하루면 배달이 되니까 이 시간에 와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잘됐다 싶어서 문을 열어보니 확실히 택배 상자가 놓여 있었다.
“응?”
하지만 그 택배 상자라는 것이 내가 예상과 전혀 달랐다.
포션 100개를 주문했으니 20개들이 상자가 쌓여 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문 앞에 놓여 있는 것은 생각보다 부피가 작은 검은색 상자였다.
신기한 기분으로 그것을 들어보았다.
“아…..”
검은색 상자 위에 스티커가 붙어있었는데, 그 내용이 좀 묘했다.
주소 이름 같은 것이 적혀 있지 않고 발신자와 수신자 그리고 배송 품목란에 영어와 숫자로 된 코드만 쓰여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단에 적힌 영문.
B-hunters.net
“벌써?”
나는 섬뜩한 기분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도끼 수리를 맡긴 사람과 대화를 나눈 것은 어제 늦은 시간이었다.
바로 물건을 보냈다고 해도 날짜가 바뀌었을 것이다.
주소지가 멀었으니 빨라도 내일 도착할 것으로 예상했다.
‘직접 배송한 건가?’
아마도 암거래 사이트에서 직접 물건을 배송한 것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이상한 세계에 몸담은 건 아니겠지?’
내가 주소를 알려준 것은 수리 의뢰를 맡긴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그쪽에서 암거래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보낸 것 같았다.
발신자와 수신자 이름란에 적힌 것도 우리 두 사람의 아이디였다.
‘이것 참……’
약간 불안했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게 불안해할 일도 아니지 싶었다.
사이트를 장시간 탐방한 결과 그곳을 통해 거래되는 물량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 많은 물건 중 하나일 뿐이다.
내용까지 전부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본 것만으로도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아이템이 많이 거래되고 있었다.
불법의 영역에 있는 물건들도 있다.
물론 그것들은 은어로 불리고 있었고, 호기심에 검색해보았더니 그 은어들이 위험하고 취급이 불법인 아이템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는……’
어차피 감수해야 할 일이다.
나 같은 사람 말고도 더 크고 값나가는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굳이 그런 대형 사이트에서 나에게 관심을 가질 것 같지 않았다.
나는 택배 상자를 들고 돌아왔다.
“그건 뭐야?”
김태훈도 내 얼떨떨한 표정을 보고 호기심을 느꼈는지 상자의 정체에 대해 물어보았다.
능력까지 밝힌 마당에 택배의 출처를 비밀로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상의할 만한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택배 상자를 테이블에 놓자마자 김태훈이 거기 붙은 스티커를 확인했다.
“어? 너 비헌터즈에서 물건 주문했냐?”
“알아?”
“당연히 알지. 비헌터즈 엑스헌터즈 제일 유명한 데 아니야. 너도 암거래 사이트를 이용할 줄은 몰랐다.”
“너도 이용한 적 있어?”
“당연하지. 자주는 아니지만 급하게 물건 필요하거나 중고가 더 싸다고 느껴질 때는 종종 이용하지. 사기는 없어. 오히려 배송도 빠른 편이지.”
김태훈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쉽게 이야기했다.
그를 보자니 내가 필요 이상으로 겁을 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암거래 사이트를 탐방하면서 느낀 건데 이런 거래가 헌터들에게 일상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뭘 주문한 건데?”
“음……”
나는 대답 대신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에어캡으로 둘둘 말린 목각 상자가 들어있었다.
상자의 크기와 무게로 미루어 상당한 사이즈일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두 손으로 잡고 휘둘러야 할 크기의 도끼가 나타났다.
사진으로 보았을 때는 이 정도일 줄 몰랐는데, 사용자가 상당히 힘이 센 타입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접 딜러일 확률이 가장 크고, 탱커일 가능성도 있다.
의뢰 글의 내용이나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받은 인상으로는 좀 귀여운 말투를 사용한다고 생각했는데, 무기를 보니 그렇게만 볼 수 없겠다고 느꼈다.
뭐, 헌터의 등급과 능력은 성별과 체격에 비례하지 않지만.
“도끼네?”
김태훈도 딜러였다.
내가 알기로 그가 사용하는 무기는 총기류였다.
그래도 관심이 가는지 내가 열어놓은 상자 안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내려다보는 그였다.
“네가 이걸 왜?”
김태훈은 그렇게 말했다가 곧 상자 안에 있는 도끼의 날이 깨져있음을 발견했다.
“아! 혹시?”
“응, 단도를 고치고 났더니 다른 것도 수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돈이 되겠다 싶어 내가 수리하겠다고 했지.”
“와……”
이제야 내가 가진 능력이 실감 되는 모양이었다.
김태훈이 입을 떡 벌리고 상자 안에서 도끼를 꺼내었다.
“무게도 상당하고, 이거 보통 물건이 아닌 것 같은데. 모양이 거친 걸 보니 브랜드 제품은 아니고, 커스텀인 모양인데.”
“커스텀?”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장인이 만든 물건. 아마 주문한 데로 제작했겠지. 이런 거 엄청 비싸다? 나는 커스텀 쪽은 살 엄두도 못 내.”
김태훈이 도끼를 두 손으로 들고 연신 감탄했다.
“진짜 아깝네. 못 해도 수십억은 할 것 같은데. 나라도 꼭 고치고 싶겠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물었다.
“할 수 있어?”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