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94)
최초의 연금술사-94화(94/175)
094화. 징그러운 놈 (1)
“직접 오실 줄은 몰랐네요.”
“중요한 일이신 것 같아서요. 회장님이 부르신 건데 당연히 제가 와야죠. 드릴 말씀도 있고요.”
정민철에게 물었더니 정보력은 태양이 제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태양 쪽에 일본 헌터계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지부장인 이현우가 직접 왔다.
아무리 내가 회장으로 있는 길드라고 하지만 모든 정보를 길드원들과 공유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얼마 전까지 따로 활동하면서 경쟁하고 있었던 관계라고 봐도 무방하니까.
일본의 헌터계, 와타나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고 추후의 일을 계획할 생각이었다.
“일본 헌터계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고 싶습니다. 특히 와타나베라는 S급 헌터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와타나베 말씀이십니까?”
이현우는 왜 하필 그에 대해서 묻느냐고 되묻지 않았다.
일단 자신이 아는 내용을 내게 말해주었다.
“일본 헌터계는 특이한 구조입니다. 대형길드가 도쿄에 본부를 두고 있으면서 각 지역에 지부를 운영하고 있죠. 대형길드 간에도 나름대로 상하관계가 있어서 그 전부를 국가에서 통할하는 형태입니다.”
“국가에서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S급 헌터들이죠. 우리말로 하면 ‘신의 모임’이라고 하는데 명칭이 좀 오그라드는 게 그쪽답다는 느낌입니다. 어쨌든 이 모임이 행정부보다 더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자금력은 물론이고요. ‘신의 모임’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음모가 새어 나오는데, 문제는 이게 단순한 음모가 아니라는 거죠. 실제 일본은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군대로 치면 유사시에 자위대를 파견하는 것과 같은 형태인데, 그런 식으로 우호 관계를 맺어 로비까지 하고 있죠. 저희가 파악한 바로도 한국에도 그들의 돈을 받아먹고 있는 인간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DW와 끈끈하게 연계되어 있죠. 그쪽도 S급 헌터들은 움직이는 일이 거의 없고, 위에서 내리는 지시를 아래에서 이행하는 형태입니다.”
“음, 그렇군요.”
역시 묻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일본 헌터계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듣고 보니 정말 특이하다는 생각이었다.
“와타나베에 대해 물으셨는데, 그에 대해서는 안 좋은 소문뿐입니다. 여자를 밝히는 호색한이죠. 여자를 유혹하는 데 자기 능력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일종의 정신 능력 같습니다. 그밖에 다른 물리 공격 능력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만 S급이니까 정신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강하겠지만요. 일본에는 멘토링 시스템이라는 게 있습니다. 상위 클래스의 헌터들이 하위, 혹은 신입 헌터들의 멘토가 되어 뒤를 봐주는 시스템이죠. 말은 그렇지만 결국 보호 명목으로 착취하는 것과 같습니다. S급 헌터도 예외는 아니라서 각자가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조직을 가지고 있죠.”
“음…….”
이야기를 들어본바 와타나베는 물리적인 공격력을 사용하는 타입의 헌터가 아닌 것 같았다.
다만 정신 능력이라는 것이 애매해서 어떤 식으로, 어느 강도로 발휘하는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강철구와 김철원의 대화 내용으로 미루어 일본은 한국에 있는 최초의 던전을 노리고 있고, 와타나베가 직접 제주도로 올 가능성이 컸다.
어떻게 던전을 장악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직접 그쪽으로 가서 동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상대가 S급 헌터인지라 어설프게 대응하려고 하면 이쪽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나라면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었다.
“헌터부 차관 김철원에 대해서 얼마큼 알고 있습니까?”
“김철원…… 한마디로 개새끼죠. 그놈도 DW 회장의 인척입니다. 행정부까지 장악할 생각으로 DW가 심어놓았죠. 노골적으로 뒷돈을 받고 잇속이 맞지 않으면 횡포를 부리는 거로 유명합니다. 지금은 차관이지만 다음 있을 개각 때 장관이 될 가능성이 크고요. 나라 꼴이 어떻게 되려는 건지, 원.”
“와타나베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조사해 주실 수 있나요? DW와의 관계나, 국내 활동 같은 거. 김철원과 DW 강철구에 대해서도 더 알아봐 주시고요.”
“잘 알겠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조사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지시는 없으시고요?”
“네, 혹시 추가할 사항 있으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내가 할 질문을 다 하고 났더니 이현수가 내게 할 말이 있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
“저한테 할 말이라는 건 뭐죠?”
“그게…….”
이현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뒷목을 매만졌다.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일인 것 같았다.
“전에 말씀드린 김석철 말인데요.”
“네.”
전에 이현수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원래 태양 내에서 큰 권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TS로 합병하는 과정에서 밀려난 헌터였다.
그가 내게 안 좋은 얘길 하고 다닌다고 했었다.
찜찜한 일이기는 하지만 당장 내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미리 움직이기가 힘든 사안이었다.
그런 식으로 뒷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정리하다가는 끝이 없을 테니까.
그보다 제주도의 일로 바빠서 후순위에 미뤄두었던 일이기도 했다.
“놈이 점점 선을 넘고 있습니다. 회장님에 관한 더러운 소문을 퍼뜨리고 있어요. 며칠 전에는 저희 길드원 몇 명을 다치게 하기도 했습니다.”
“길드원이 다쳤다고요?”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었던 모양입니다. 죽은 사람은 없지만 몇 명이 중상을 입었어요. 이제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움직이기 전에 먼저 회장님께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오늘 불러주셔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음…….”
나에 대해서 나쁜 소문을 퍼뜨리는 것도 신경 쓰이는 일이지만, 길드원들까지 다치게 했다면 정말로 가만 있을 수 없었다.
“혹시 김석철의 본거지가 따로 있습니까?”
“어디에 사는지 알고 있습니다만, 매일 패거리와 어울려 술을 마시는 곳이 있습니다. 오늘도 그곳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같이 가시죠.”
“네?”
“여럿이서 움직이면 모양새만 나빠지니까 현수 씨랑 저랑 둘만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저희 둘이서요?”
“김석철만 처리하면 되는 거죠?”
“네, 애초에 실력도 없는 놈입니다. 사실 저 혼자 가려고 했었습니다. 회장님 말씀대로 여럿이 움직여서 좋을 게 없으니까요. 그놈이나 그놈 패거리 정도는 저 혼자 가도 처리할 수 있습니다. 회장님이 전에 주신 파워스톤이 저를 더 강하게 만들었으니까요.”
파워스톤으로 강해졌다고 느끼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백 퍼센트 효과가 있는 물건이기도 하고.
“현수 씨, 무기를 사용하시죠?”
“네, 단도를 사용합니다.”
“보여주시겠어요?”
이현수가 의아해하면서,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무기를 꺼내놓았다.
그의 말마따나 그것은 단도였고, 감정해본바 커스텀으로 제작된 좋은 무기였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무기가 낼 수 있는 최대 잠재력까지는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즉시 이현수의 무기를 최고 수준까지 강화했다.
단도 위로 빛이 여러 차례 번쩍이는 것을 보며 이현수가 놀랐다.
“뭘 하신 겁니까?”
“무기를 강화했어요. 사용하기 훨씬 좋을 겁니다.”
“아…….”
이현수가 검을 손에 들었다.
앉은 자세로 휙휙 몇 번 동작을 취해 보였다.
눈을 감더니 검에 마나를 불어넣어 달라진 점을 느껴보는 그였다.
“정말이군요! 회장님이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까?”
“아시잖아요. 헌터 능력을 어떻게 말로 설명하겠습니까? 되니까 된다고 할 수밖에요.”
“하하하!”
이현수도 동의한다는 듯 큰소리로 웃었다.
“그럼 갈까요?”
“괜찮으시겠습니까?”
“현수 씨가 있는데 걱정할 게 뭐 있겠어요?”
이현수가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그쪽으로 모시겠습니다.”
* * *
이현수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서울에서도 유흥가로 알려진 곳이었다.
비싼 술집들이 줄지어 있는 곳.
“여깁니다.”
5층 규모의 빌딩 앞에 도착해서 말했다.
간판은 하나인데 건물 전체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아마도 건물 전체가 하나로 운영되는 술집인 것 같았다.
“그놈이 항상 가는 룸이 있어요. 저도 전에는 자주 갔었죠.”
이현수의 표정이 씁쓸했다.
불과 한두 달 사이에 사정이 바뀌었다.
어쨌거나 김석철과는 한 길드에 속한 사이였으니까.
김석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국내 제일이라고 불리는 길드의 고위직에 앉아 돈과 권력을 거머쥐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쫓겨나게 되었다.
나에 대한 감정이 안 좋을 만도 했다.
길드 통합 과정에서 헌터들이 꽤 죽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나마 알력 다툼을 최소화했다고 하지만 오랫동안 운영되었던 길드인 만큼 내부의 무력 분쟁을 피할 수 없었던 것.
김석철은 그때 처리하지 못한 잔재와도 같았다.
조용히 있었다면 살 수 있었을 텐데, 길드원들에게까지 중상을 입힐 정도면 명백히 선을 넘었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김석철의 분노는 해소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니까.
시간이 지나면 더 크게 터질 수 있다.
그전에 그를 처리하는 것이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현수가 김석철을 처리하는 문제를 먼저 상의하려고 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지난번 모임에서 가장 반항적인 태도를 보였었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런 감정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순한 느낌만이 아니라 피아를 식별하는 내 스킬이 그렇다고 말하고 있었다.
꼭 파워스톤과 무기 강화만으로 마음을 얻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래 정직하고 충성심이 높은 타입이었다.
이런 인재를 얻은 것은 명백히 행운이었다.
이현수와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직원이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헌터님!”
“석철이 있지?”
“네, 오늘도 일찍 와서 같은 방에 있습니다.”
“그놈한테 나 왔다고 알리지 마. 문제 생길 것 같으면 손님들 좀 알아서 빼주고.”
이현수의 말에 직원이 당황했다.
이제부터 무슨 일이 생길지 눈치챈 것 같았다.
이현수가 인벤토리에서 현금다발을 꺼내었다.
“사장한테는 미안하다고 전해줘. 뒤처리는 이쪽에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돈다발을 건네받은 직원이 꾸벅 허리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이현수의 표정이 즐거워 보였다.
같은 길드에서 오랫동안 함께 지냈지만 둘의 사이가 썩 좋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김석철은 실력보다는 인맥과 정치로 이현수보다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는 성큼성큼 앞장서는 이현수를 따라 복도 안쪽으로 갔다.
마침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남자 하나가 튀어나왔다.
인사불성으로 비틀대는 꼴이 화장실에라도 가려는 건가 싶었다.
퍽!
이현수가 손날로 그의 목덜미를 내리쳤다.
남자가 꺽-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