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lchemist RAW novel - Chapter (95)
최초의 연금술사-95화(95/175)
095화. 징그러운 놈 (2)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간 방에는 네 명의 남자가 있었다.
각자 옆자리에 여자를 앉혀두고 있어서 이현수가 말했다.
“너희들은 나가.”
여자들이 눈치를 보더니 후다닥 방을 빠져나갔다.
가장 상석에서 소파 등받이에 팔을 올리고 있는 것이 아마도 김석철인 것 같았다.
그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이현수를,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고작 둘이서? 나를 죽이러 왔다 그거지?”
“이렇게 될 줄 몰랐어? 우리 애들은 왜 건드린 거야?”
“우리 애들? 걔들 원래 내 밑에 있던 놈들이야. 존만한 것들이 나랑 눈이 마주치고도 인사를 안 하는데 내가 어루만져주지 않고 배겨?”
“대체 뭘 믿고 이러는 거야?”
“믿기는 뭘 믿어! 너 때문에 내 인생이 시궁창에 처박혔는데! 너 아니면 나, 둘 중 하나는 죽는 거지! 아니면 김태수 그 개새끼가 죽든지!”
이현수가 나를 돌아보았다.
아마도 회장인 나를 김석철이 함부로 말하는 것이 신경 쓰이는 것 같았다.
그걸 보고 뭔가 깨달았는지 김석철이 놀라서 말했다.
“와, 씨발! 설마 그쪽이 김태수야? 회장이 직접 왔어?”
놈이 같은 방에 있는 패거리를 둘러보며 말했다.
“얘들아, 회장님이 직접 오셨단다. 어떻게 모셔야 할까? 몸값이 어마어마하신 분인데, 오늘 우리 평생 술값을 벌 수 있을 것 같은데? 하하하하!”
휙-
바람이 이는가 싶더니 눈앞에서 이현수가 사라졌다.
다음 순간에는 그가 김석철의 목에 칼날을 들이대고 있었다.
“헉, 어, 어떻게…….”
김석철은 이현수의 움직임에 놀란 것 같았다.
아마도 그는 이현수의 실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것 같다.
파워스톤 하나로 이현수의 능력이 눈에 띄게 능력이 상승했다기보다는 그냥 김석철이 그를 무시하고 있었던 거겠지.
촤악-
이현수가 칼날을 긋자 김석철의 목에서 빨간 피가 뿜어졌다.
당황한 김석철 패거리들이 엉덩이를 들썩였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총을 꺼내어 그들을 향해 쏘았다.
탕! 탕! 탕!
총알 한 발에 한 놈씩.
이 방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김석철 패거리들이 전부 정리되었다.
이현수가 총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내가 단숨에 3명의 헌터를 죽인 걸 보고 놀란 얼굴이었다.
그는 몸을 일으키고 손등으로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애들 불러서 치우겠습니다.”
등 뒤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덩치 큰 중년 남자 한 명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나타났다.
“아이고! 헌터님! 우리 가게에서 이러시면 어떡합니까!”
“죄송합니다, 사장님. 그렇게 됐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러시면 저희가 곤란하죠~”
“뒤처리는 저희 쪽에서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현수가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이 TS 회장님이십니다. 인사드리세요.”
“헉!”
사장이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눈알이 커지고, 큰 몸뚱이를 뒤로 젖히는 걸 보니 마치 만화 캐릭터 같았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그 회장님이 바로!”
“김태수입니다.”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사장이 즉시 허리를 숙였다.
“회장님이 오신 줄 모르고 제가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오늘 일은 절대 새나가지 않도록 단속하겠습니다. 뵙기 힘든 분이 오셨으니 오늘은 제가 모시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나는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그가 갈증이 나는 표정으로 말했다.
“목이 타네요. 저도 한잔하고 싶은 기분입니다.”
“그래요, 그럼.”
김석철을 죽인 것은 갑작스러운 일정이었다.
와타나베 때문에 제주도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밤중에 갑자기 날아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나도 이현수만큼이나 술이 당겼다.
지부장과 술을 마시는 것도 어쩌면 길드의 회장이 할 일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메건에게 늦는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 * *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정연희는 인상을 찌푸리고 생각했다.
갑자기 나타난 남자.
그는 일본인 S급 헌터 와타나베였다.
제주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마루 길드가 정보력을 장악하고 있는 터라 그가 제주도에 왔다는 소식이 곧 알려졌다.
이런 인간이 아무 이유 없이 제주도에 나타났을 리 없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최초의 던전밖에 없었다.
일본 헌터들이 제주도에 얼굴을 비친 것은 오래된 일이다.
종종 사고를 치는 중국 헌터들에 비해 그들의 활동은 조용한 편이었다.
사고를 쳐도 즉시 조치를 취하는 등 눈에 띄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일본은 자국에 최초의 던전이 없다는 걸 진즉부터 신경 쓰고 있으니까.
최초의 던전에 뭔가 있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전설 같은 이야기였지만, 나름대로 헌터 강국인 일본으로서는 그것을 신경 쓰는 것 같았다.
던전 관리가 소홀했던 시절에는 일본인 헌터들이 던전을 기웃거리며 뭔가 조사하고 있다는 보고도 자주 받았다.
와타나베가 뭘 하려는 건지 몰라 그의 동향을 감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먼저 만나자고 요청해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S급 헌터가 청하는 요청은 거절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이것은 그의 뱃속을 파악할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직접 장소를 마련해 그를 초대했다.
5명이나 되는 여자를 거느리고 나타난 그를 본 순간 미간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가 거느린 여자들은 전부 헌터들인 것 같았는데, 입고 있는 복장이 평범하지 않았다.
이른바 특정 목적으로 제작된 코스프레 복장.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공적인 자리에 입지 않을 것 같은, 속살이 많이 노출된 옷이었다.
‘변태라는 게 사실이었구나…….’
와타나베에 관한 소문은 어느 정도 들었다.
여성 편력이 엄청나다는 것.
게다가 그 여자들을 변태적으로 농락한다는 소문까지 있었다.
코스프레 복장을 한 여자들 사이에 있어서 그런지 그의 모습은 안 좋은 이미지의 중년 오타쿠처럼 보였다.
다른 사람들이 보거나 말거나 옆에 있는 여자들의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 자리에 김지윤, 김지유도 함께 있었다.
그녀들은 눈치가 빠르고 여차할 때 대응이 빠르니까.
와타나베는 적어도 물리 공격 능력이 강하지 않은 헌터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제주도는 마루 길드가 터를 잡은 곳인 만큼 아무리 S급 헌터라도 깽판을 치기 어려울 것이었다.
타국 헌터를 초대한 자리에 길드원들을 수십 명씩 배치할 수는 없었다.
“제주도는 듣던 대로 음식이 아주 맛있군요~~ 풍경도 아주 좋습니다! 하하하하!”
목에 걸린 통역기를 번쩍번쩍 빛내면서 와타나베가 말했다.
식사하는 데만 장장 몇 시간이 걸릴 만큼 그는 음식을 집중적으로 탐했다.
제주도에는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묻자 그냥 관광차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었지만, 이 상태로 더 캐낼 것도 없었다.
몇 번이나 자리를 뜨려고 시도했지만 와타나베가 그녀를 막았다.
“오늘이 아니면 언제 또 보겠습니까?”
“듣던 대로 아주 미인이시네요! 양국 우호를 위해 오늘 하루쯤은 시간을 내주셔도 되지 않습니까?”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는데 여간해서 빠져나가기 쉽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만나지 않는 것이 나았겠다 싶을 정도.
“언니, 저 머리 아파요. 지은이도 그렇대요.”
김지윤이 속삭이며 말했다.
정연희는 와타나베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제야 저 징그러운 남자가 무슨 꿍꿍이인지 깨달았다.
정신 공격.
알아채지 못한 사이에 그것에 노출되어 있었을지 몰랐다.
“저희는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제주도에 머무르는 동안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오. 저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일본 헌터님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몸을 일으켰을 때였다.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면서 다리가 후들거렸다.
시야가 흐릿해지는 것을 느끼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이 징그러운 변태 새끼가…….”
“하하하! 이제야 본심이 나오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나이 먹은 여자한테는 관심이 없으니까!”
정연희는 어떻게든 버텨 보려고 했지만 눈꺼풀이 닫히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아아…….’
그 상태로 기절하고 말았다.
* * *
“연희 씨! 연희 씨!”
나는 의식을 잃은 정연희를 끌어안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제주도에 와서 연락했지만, 그녀와 닿지 않았다.
마루 길드 쪽에 문의하고 나서야 그녀가 와타나베를 만나러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여기로 왔다.
문을 열자마자 이 안에 안 좋은 마나가 가득 고여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즉시 정연희를 데리고 방을 빠져나왔고, 그녀를 상대로 해독 능력을 발동했다.
와타나베가 사용한 것이 독이 아닌 터라 효력이 낮았지만 어쨌든 시간이 지나면서 정연희가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우으읍!”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몸을 돌리고 헛구역질을 했다.
“괜찮아요?”
희미한 눈으로 나를 마주 본 그녀가 물었다.
“태수 씨가…… 왜 여기에 있어요?”
“와타나베가 제주도에 온다는 얘길 들었어요. 최초의 던전을 노리는 것 같아 신경이 쓰여서요. 그런데 이렇게 빨리 왔을 줄은 몰랐네요.”
정연희가 주변을 살폈다.
그러더니 퍼뜩 놀라서 말했다.
“지윤이! 지은이가!”
“네? 그 애들도 있었나요?”
“와타나베, 이 새끼……!”
정연희의 반응으로 나는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와타나베를 만나는 자리에 김지윤, 김지은도 있었던 모양이고, 최악의 경우 그녀들이 그에게 납치당했을 수도 있었다.
와타나베가 어떤 성향의 인물인지는 이현수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만에 하나라도 상상하기 싫은 불상사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저랑 같이 가요!”
정연희라면 와타나베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김지윤과 김지은이 사라진 이상 그를 찾아내는 것은 분초를 다투는 일이 되었다.
* * *
정연희의 우려대로 김지윤과 김지은은 와타나베가 납치해갔다.
식당 직원들이 기절한 듯한 두 자매를 민망한 옷을 입은 여자들이 부축해서 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와타나베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는 제주도의 독채 펜션을 예약했었고, 돌아간 곳도 그곳이었다.
지시받은 마루 길드원들도 그쪽으로 출동했다.
펜션에서 도착하자 그곳에서는 침입자를 감시하려는 기색이 전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이것이 이소연 때도 경험했던 S급 헌터 특유의 오만함이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의 안하무인이라면 본인들을 신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애들을 구해야 해요! 태수 씨는 여기 계세요. 제가 길드원들 데리고 들어갈게요.”
“아니요, 저도 같이 가요.”
나는 스킬을 발동했다.
‘은신’
이 스킬 또한 처음 사용하는 것이었고, 어느 정도 효력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스킬을 사용하는 것과 동시에 나와 정연희의 주변이 투명한 막으로 감쌌다.
그 안에 있던 정연희도 실루엣만 조금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한 상태가 되었다.
“태수 씨?”
“은신 스킬을 사용했어요. 이제 가요.”
내가 사용한 스킬 때문에 정연희가 놀란 것 같았지만,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어서 표정까지 확인할 수 없었다.
길드원들이 거리를 두고 건물을 포위한 상태에서 우리 둘만 펜션 쪽으로 접근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익숙하면서 앙칼진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저리 안 꺼져! 변태야!”
“더 오면 죽여버릴 거야!”
그것은 분명 김지윤, 김지은 자매의 목소리였고, 짐작건대 둘은 아직 와타나베에게 아무런 해도 입지 않은 듯했다.
더 늦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절로 안도감이 들었다.
쾅!
총을 쏘아 문의 잠금장치를 부수었다.
나는 정연희와 함께 펜션 안으로 들이닥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