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
전직용병 재벌서자-1화(1/305)
[꾼밤] 전직용병 재벌서자 1-240 [연재중]1화. 불쾌한 순간으로
【2035년 10월 24일 03시 14분】
【좌표 : 71.61100, 52.44808】
러시아 북쪽 아르한게리스카야주 유즈니 섬.
용병 시장에서 S급으로 분류된 특수부대 트라이드 아이의 대장 백신우는 옆구리에서 피를 잔뜩 흘리며 팀원인 릭의 부축을 받아 달리는 중이었다.
트라이드 아이의 마지막 의뢰인 핵미사일 발사를 저지하기 위한 임무였다.
하지만 적도 만만치 않았다. 다들 부상이 적지 않은 상태에서 적들을 모조리 섬멸하고 핵미사일 발사까지는 어떻게 막았다.
하지만 기지의 자폭 버튼이 눌리고 말았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고 다들 살기 위해 열심히 달리는 중이었다.
“바깥에서는 문을 봉쇄할 수 없으니 최대한 빨리 헬기에 올라타야 해!”
“나도 안다고! 그래서 빨리 가고 있잖아!”
두꺼운 철문이 자리 잡은 기지의 입구까지 도달했다.
다만, 한 사람씩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만 벌어진 정도였다.
동료들이 통과하는 사이, 신우는 시계에 맞춰둔 자폭 카운트다운을 체크했다.
1분도 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래서는 다 죽어…….’
헬기의 시동이 걸려 있긴 했지만, 전부 탑승하고서 뜬다고 해도 폭발 반경에서 벗어나기에는 불가능했다.
만약 기지의 두꺼운 철문을 닫는다면 모를까…….
투욱―
이에 신우는 부축하고 있던 릭을 앞으로 밀었다. 그로 인해 릭은 몸이 떠밀리며 철문 끝자락에서 혼자 빠져나갔다.
신우는 망설임 없이 철문의 스위치를 올려 작동시켰다.
“…어?”
깜짝 놀란 릭은 곧장 뒤를 돌아보았다.
쿠구구구―
갑자기 좁게 열려 있던 철문이 닫히기 시작하면서 웃고 있는 신우의 얼굴이 보였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대장―!”
철문이 완전히 닫히고 말았다.
동료들을 위해 신우가 혼자 남아 문을 닫아버린 것이었다.
쿵― 쿵―
바깥에서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다 귀에 꽂힌 무전기 이어폰으로 동료들의 목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대장! 문 열어!] [빨리 열라고!] [죽여버리기 전에 이 문부터 열어!]신우는 힘이 빠져나가는 통에 문에 등을 기대며 주저앉았다.
그 후에 숨을 크게 몰아쉬며 무전기 버튼을 눌렀다.
“…미안하다, 이 새끼들아. 이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 빨리 꺼지라고―! 크읍!”
손목시계에 세팅해둔 자폭 카운트다운은 계속 줄어들었다.
【00:00:32】
【00:00:28】
【00:00:15】
.
.
방공용 철문이 닫혔으니 폭발의 위력은 웬만큼 막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어떻게 대장만 두고 가라고―!]부대장인 릭의 외침이 쩌렁쩌렁 울렸다.
하지만 신우는 자신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직감했다. 지금도 복부에서는 피가 계속 흐르고, 기력도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다.
12년 동안 용병으로 살아온 세월이 말해주었다.
무사히 헬기를 탄다고 해도 과다출혈로 죽게 될 것이라고… 이게 끝이라고…….
[대자자아앙―!]마지막 외침이 울린 무전 너머로 헬기 소리가 섞여 있었다.
정신을 다잡은 동료들이 탈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아… 너희들이라도 제대로 살아라…….”
용병부대 트라이드 아이는 이번 임무를 끝으로 전부 은퇴하려 했었다. 각자 원하는 곳에서 남은 인생을 편하게 만끽할 생각이었다.
신우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고향인 한국에 돌아갈 결심이 섰었다.
하지만 죽음으로 은퇴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렇게 점점 숨이 꺼져가는 사이의 주마등인 걸까.
12년 전 한국을 떠나기 직전에 마주했던, 태어나자마자 자신을 버렸던 친모라는 사람과의 만남이 생각나버렸다.
‘젠장…! 여기서 그 여자 얼굴이 왜 떠오르는 거야.’
【00:00:03】
【00:00:02】
【00:00:01】
【00:00:00】
삐삐― 삐삐―
‘…시발.’
시계의 타이머가 알림을 울리는 순간, 폭음과 함께 복도를 가득 메운 화염이 파도처럼 신우를 덮쳤다.
.
.
.
붉게 물들었던 시야는 순식간에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였다.
‘이게 죽음이라는 것인가……?’
누구도 쉽게 선택할 수 없었던 삶.
마지막이 아쉽긴 했지만, 나름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저승에 가는 건 아닌가?’
몸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생각만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멀리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빛은 점점 가까워지듯 커져가더니 시야를 새하얗게 가득 채워버렸다.
‘윽―! 뭐지?’
순간 신우는 눈을 찌푸렸다.
그때 어떤 소리조차 듣지 못했던 귓가로 음악 소리 같은 것이 잡혔다.
천천히 눈을 뜰 수 있게 되면서 코와 입,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침. 심장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몸의 모든 감각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때 정면에서 귀에 익은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우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니? 괜찮은 거야?”
시야가 돌아오기 시작한 신우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고급스러운 베이지색 바지 정장 차림에 어깨 위까지 내려온 웨이브 탄 단발, 마른 얼굴에 날카로운 눈빛. 그러면서 많은 의미가 담긴 듯한 표정…….
신우는 그녀가 누군지는 단번에 알았다.
“당신은…….”
“후우― 아무리 우리 관계가 그렇다지만, 당신은 너무한 거 아닐까?”
수십 년 전에 갓 태어난 신우를 버렸던 친모 임희연이었다.
신우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카페였다. 그리고 지금도 들려오는 음악은 카페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클래식이었다.
12년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던 경기도 남양주 외곽의 카페였던 것이다.
‘뭐지? 왜 이때 상황이 다시 눈앞에 나타난 거지?’
이상함을 느낀 신우는 머리를 바쁘게 굴려댔다.
그사이 임희연의 입에서 익숙한 말들이 흘러나왔다.
“갑자기 외국에 나간다는 게 무슨 말이야? 한국에 있기 싫을 정도로 내가 원망스러워서 그런 거니?”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생각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신우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서 테이블 위 핸드폰을 들어보았다.
【2023년 02월 14일 금요일】
【14:23】
‘분명 12년 전이야… 근데 내가 어떻게 이때로 돌아온 거지? 꿈인가?’
죽기 직전까지의 삶이 꿈이라고 하기에는 모든 것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마지막에 자신의 전신을 뒤덮었던 지옥 불 같은 폭발의 뜨거움까지도…….
여러 생각에 휩싸여 있는 사이, 임희연은 그런 신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니? 물론 내 욕심에 너를 놓을 수밖에 없었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었고…….”
지금 하는 말도 그때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다.
이에 생각의 정리를 마친 신우는 카페 전신 유리에 비친 자신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23년이나 자기 자식을 버려뒀어야 할 이유가 뭔지 모르겠어요.」
“자기 자식을 그렇게나 오래 버려둬야 할 이유는 여전히 모르겠네요.”
이번 대답은 이전과 조금 달랐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죽던 찰나에 떠올렸던 친모의 얼굴과 마주하고 있으니 주체하기 어려웠다.
“그때 너를 나와 떨어뜨려 놓지 않았으면…….”
하지만 흐름이 끊긴 대답은 그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임희연은 거기서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듯했지만 쉽게 이어가지 못했다.
원래 미래에서 신우는 더 기다리지 못했다. 곧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가서는 다신 만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한 번 인생을 죽음까지 살고서 돌아온 탓일까.
친모에게 듣지 못했던 이유와 다른 사항들이 조금 궁금해졌다.
“기다릴 테니 말씀해보세요. 무슨 이유 때문에 갓 태어난 저를 고아원에 버렸던 거죠? 아버지는 누구고요!”
처음에는 자신이 친모라고 주장한 임희연의 말도 믿기 어려웠다.
그러나 임희연도 그걸 충분히 예상하고서 신우가 지냈던 고아원의 위탁 서류와 출생 증명서, 유전자 검사 등등 많은 것을 준비해왔었다.
해당 서류들은 지금 테이블 위로 올려져 있었다.
물론 그런 자료로 인해 신우가 더 분노한 것도 있었다.
타의가 아닌 스스로 원해서 자신을 버렸다는 것이 더욱 명백했기 때문이다.
“그건…….”
“왜 아무 설명도 못 하시는 거죠? 누가 그걸 말하면 죽인다며 협박이라도 했나요?”
타악―
감정이 격해진 신우는 테이블까지 손으로 내리쳤다.
그 순간 지금 자신의 위치에서 정면 10시, 후방 8시, 6시 방향에 사람들이 동시에 움직인 것을 느꼈다.
‘…감시? 아니야… 움직임을 봐서는 경호원에 가까워. 전에는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이전 생에는 친모가 뭘 하는 사람인지 소개받지 못했다. 이후 죽기 직전까지도 그녀에 대해 알아본 적이 없어서 뭘 하는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
물론 당시는 분노로 인해 주변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그렇게 한국을 떠났던 신우의 인생에는 임무와 전우뿐이었다.
“하나는 말씀해주시죠. 당신, 뭐 하는 사람인가요?”
“…이제 곧 외국에 나간다면서 그건 궁금하니?”
베일 듯한 날카로운 질문.
그게 정말 어미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투인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이에 신우는 한숨을 내쉬면서 임희연을 쳐다봤다.
“굳이 꼭 들어야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하실 이야기가 여기까지라면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이전과 똑같이 대답은 제자리만 빙글빙글 돌았다.
신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임희연이 다급히 외쳤다.
“이유가 알고 싶다면 나랑 같이 살겠다고 결정하면 돼!”
이전과 같은 조건…….
순간 멈칫거린 신우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미성년자도 아닌 제가 왜 당신이랑 삽니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신우는 주위를 둘러싼 그녀의 경호원들로 판단되는 이들을 둘러봤다.
“목숨이라도 걸린 일인가요?”
“그건…….”
제대로 이어지지 못한 대답이 끊기고서 침묵으로 흘러갔다. 긍정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눈을 마주치던 신우는 이전 상황과 다르지 않은 모습에 왼손으로 입 주변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흘렸다.
그러다 무언가 보이자 눈이 크게 뜨였다.
‘…이 문신이 왜……?’
왼손을 내리던 중에 손목 안쪽, 시계 벨트 바깥으로 튀어나온 문신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얀 눈동자. 가운데 검은 육각의 얇은 별이 박힌 눈 모양의 문신.
그건 지금으로부터 6년은 더 지난 후, 자신이 마지막으로 활동했던 용병부대인 트라이드 아이가 생기면서 팀원끼리 새긴 것이다.
당연히 지금의 몸에는 그려지지 않았어야 할 문신이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임희연이 다시 입을 뗐다.
“지금은 내 말대로 해주면 안 되겠니……?”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신우도 더는 듣기가 싫어졌다.
“더 들을 가치가 없는 듯하네요. 더는 볼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끝내 신우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신우야!”
임희연의 외침에도 신우는 카페를 빠져나와 주차장에 세워둔 차로 향했다.
그러다 카페 쪽 뒤의 숲 방향에서 살기 어린 시선이 느껴졌다.
‘누구지?’
곧장 뒤돌아보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도로가 쪽에 세운 후 내려 다시 카페 쪽으로 우회하여 돌아왔다.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서 숲으로 들어가 시선이 느껴졌던 곳 근처까지 다가섰다.
‘저놈인가? 근데 저기서 쳐다보던 것이 느껴졌다고?’
국방색 무늬 차림을 한 사내의 뒤통수가 보였다.
그런데 그 남자의 위치부터 카페 주차장까지의 거리는 어림짐작으로도 40m가 넘었다.
기척에 극도로 예민해질 전쟁터에서도 불가능한 거리의 시선을 느낀 것이다.
‘지금 시기의 몸은 전성기 때만도 못할 텐데…….’
고민이 깊어지면서도 시선은 사내의 뒤통수로 향해 있었다.
처음에는 카페 안에 있던 경호원들과 같은 소속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살의가 잔뜩 풍겨 나오는 느낌이 그걸 부정하게 만들었다.
‘대체 내 친모란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길래 이런 위협까지 받는 거지?’
멀찍이 사내를 지켜보면서 핸드폰으로 친모 ‘임희연’의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영화배우 임희연】
【△△교회 임희연 학생 추천서 올립니다.】
【△△△요양원 대표 임희연】
.
.
몇 가지 사항이 나오긴 했지만, 방금 만난 친모 임희연이 아니었다.
‘저놈은 뭘 어쩌려는 거고…….’
자신과 비슷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내였다. 게다가 지금도 느껴지는 살의만 본다면 절대 감시만의 목적이 아니었다.
이에 신우는 결정을 내린 후 빠른 속도로 달려가서 사내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