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02)
전직용병 재벌서자-102화(102/305)
102화. 놓아지는 활시위
신우의 시세보다 높은 연봉 제안에 앰버 몽고메리는 잠시 할 말을 잊어버릴 정도였다.
“…그 정도로 위험한 수준의 경호인 건가요?”
업계에서 연봉과 위험을 비례하니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인원은 최소 4명. 주요 업무는 저와 주변 사람을 24시간 경호해주시면 됩니다.”
“그럼 못해도 400만 유로라는 건데… 아무리 신규 투자회사 MH퓨처시큐리티의 대표라고 해도 무리하시는 거 아닐까요?”
“FEROX에서 고객의 재산 걱정까지 해주는 줄 몰랐네요.”
“돈을 받고서 일하는 입장이니까요.”
웃음이 나온 신우는 예전에 봤던 앰버의 모습이 겹쳐졌다. 물론 그때는 신우가 용병이었을 때 연봉을 제시받던 입장이었다.
“자금은 충분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인원은 제가 선별했으면 합니다.”
“저희 FEROX는 실력이 우수한 곳이에요. 원하는 조건을 말씀하시면 거기에 맞춰서 인원을 제안드리도록 하죠.”
“마크 프리먼, 알렉산더 피게로아, 로랜스 버드, 리카르도 하트.”
아무렇지 않게 호명된 이름에 앰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들은 FEROX에서 활동 중인 용병들의 본명이었기 때문이다.
FEROX에서는 외부용 가명을 따로 사용하기에 관계자가 아닌 이상 그 이름들을 알 수 없었다. 그러니 신우의 입에서 그 이름들을 듣고서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지금 뭐 하자는 거죠?”
“FEROX에서 필요한 사람들을 말한 거뿐입니다.”
“그 이름을 어떻게 알았냐는 의미예요.”
“제 정보 라인이 남다른 편이라서요. 아무튼 그 인원들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가능했으면 좋겠네요.”
앰버는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서 방금 들은 인명의 정보를 확인했다. 다들 이전 경력만 최소 7년, FEROX에서 일한 것도 5년 이상 된 베테랑이었다.
다만, 용병 시장에서 활동 중인 현역 나이대가 30대 전후인 것을 감안한다면 지금 인원들은 제일 어린 사람이 38세였다. 경험과 실력 면에서는 뛰어나지만, 체력적인 부분은 현역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백신우 대표님께서도 그런 경비·경호 인력을 운용하는 MH퓨처시큐리티 휘하의 KITE란 회사를 가지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왜 바깥에서 사람을 쓰시려는 건가요? 자칫 이미지가 나빠질 수도 있을 텐데요.”
“그래서 하나 더 제안드릴까 하는데요. 방금 말한 네 사람을 아예 이적시키는 건 어떻겠습니까?”
앰버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 심각해졌다.
“이게 무슨 스포츠 구단의 카드 맞추기인 줄 아시나요?”
“그쪽은 에이전시잖습니까. FEROX 전담이긴 해도, 회사 입장으로는 나쁘지 않은 조건일 텐데요. 처음에는 따로 접촉해볼까 하다가 도덕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애초에 신우는 그들의 본명까지 알고 있던 상황이다. 행동으로 옮기기만 했다면 방금 신우가 말한 것처럼 지금의 조건으로 용병들을 빼오는 것도 가능했다.
물론 FEROX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이 말이다.
“이 바닥에서 들은 대로 굉장히 호전적이시군요.”
“언제나 예의를 차리는 편인데, 그런 말을 자주 듣게 되더라고요.”
“상대의 패를 까발리면서 시작한 게임을 매너 있다고 보기는 어렵겠네요.”
“도박은 좋아하지 않은 편이라서요.”
잘그락― 잘그락―
신우는 어느새 8면 주사위를 꺼내어 손안에서 여유롭게 굴렸다.
그런 행동과 지금까지의 상황만으로 앰버는 신우가 자신보다 우위에 있다는 걸 부정하기가 힘들었다.
“승리가 확실한 게임만 하신다는 거군요.”
“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앰버는 짧게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생각했다. 호명된 네 사람의 경력만 본다면 FEROX 안에서도 상당한 베테랑이라 아까운 인재였다.
하지만 나이가 40대 전후이다 보니 현역으로의 활동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부터 길게 잡아야 3∼4년. 물론 그 기간을 채울 수 있을지도 확신하지 못한다.
“아까 말씀하신 대로면 이적료를 저희 쪽으로 지급해주신다는 것이겠죠?”
“맞습니다.”
“제 생각만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사항이니 회사로 들어가 논의부터 해야 할 듯싶어요.”
“오래 혼자 있기에는 위험해질 일이 많아서 빠른 결정이 내려졌으면 좋겠네요.”
신우의 우스갯소리에 앰버는 긴장했던 몸이 조금 풀어졌다.
미팅 자리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 * *
【배성물산, 중국 사모펀드인 DAX 인베스트먼트 컴퍼니에 인수! 지주회사 및 계열사 지분을 평균 51% 이상 확보하여 모든 경영권을 인계, 향후 배성물산이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는 미지수로…….】
【한국 거대 유통 그룹 중국 자본에 인수되어… DAX는 신생 사모펀드 기업으로 기존에 지분을 확보하고 있던 TSF Investment 한국 지사를 통해 지분을 매수 후 인수까지 빠른 속도로 진행해…….】
소식은 빠르게 전파되었다. 주인이 바뀐 배성물산과 전 계열사에서는 모든 오너 일가의 사람들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을 사무실에서 확인한 곽치영의 옆으로 오한성이 조용히 다가왔다.
“DAX 쪽에서 잔금 3,000억까지 문제 없이 입금되었습니다.”
“그럼 우리 쪽 최종 손실은 어떻게 되지?”
“인수 전 주가 상향으로 그나마 복구한 금액까지 합산하면 이익은 5,700억. 1,300억 원 정도의 손실입니다.”
지난번에 퍼진 배성물산 지분 인수에 관한 소문을 곽치영이 흘린 것이다. 그걸로 주가를 잠시나마 띄우고서 싸게 사들였던 지분만 급히 처분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군. 백신우 대표의 이름을 판 것이 조금은 미안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여전히 납득은 되지 않습니다. 지사장님은 DAX에서 배성물산으로 뭘 하려고 인수한 것인지 짐작되십니까?”
당장 배성물산에서 주인이 바뀜으로 인해 장부와 연관성을 끊어냈다고 해도 경영 피해는 여전했다. 물론 DAX에서 인수와 함께 일정 부채를 탕감하긴 했지만, 그걸로 숨만 붙여놨을 뿐 부활 가능성까지 커지기는 어려웠다.
“나도 그건 도저히 모르겠더군. 분명 손실만 볼 생각으로 인수한 것은 절대 아닐 텐데 말이야.”
“DAX 덕분에 저희가 회생하긴 했지만… 수상한 부분이 많은 회사입니다.”
“자금 출처는 문제될 것이 없지 않았나. 청우그룹에서도 투자가 진행된 곳이기도 하고.”
곽치영도 DAX의 대표가 뒷세계 정보상이라고 불리던 위수안이란 인물이란 것까지는 파악했다. 그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며 세운 회사이기에 나름 면밀하게 조사했지만, 따로 걸리는 부분이 발견되지 않았다.
“…….”
오한성이 조용해지자 곽치영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러고 보니 중국 쪽 상황은 어떻지?”
“지난번에 정보를 흘린 것으로 도로시 맥다니엘이 움직이는 중이고, 도시 쪽 지부 네 곳을 남긴 상태입니다. 그곳들도 오래 걸리지 않아 정리될 거라 생각됩니다.”
“좋군. 일이 마무리되면 중국 지부 쪽도 피해가 상당하겠어.”
“명중환 회장 쪽도 세팅이 끝났습니다.”
이번 대답에 곽치영은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지겹게 잡고 있던 활시위를 놓아줄 때가 된 거군. 준비에 부족함은 없겠지?”
“실행책과 구급차와 의료진. 전부 준비를 마쳤습니다.”
“명중환 쪽의 수상한 움직임은 없었고?”
“최근 임희연에게 벌어진 일 탓인지 조용합니다. 명인철이나 다른 형제들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곽치영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모르니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지.”
“명심하겠습니다.”
.
.
.
저녁이 되어가는 시각.
신우는 명중환의 부름으로 평창동 저택을 찾아갔다. 거실에 앉아 있던 명인철, 명운석은 안으로 들어선 신우와 눈을 마주쳤다.
“…오랜만에 보는구나.”
그런 명인철의 물음에 신우는 귀찮다는 듯이 입을 뗐다.
“그러게요.”
“…….”
명인철은 임희연이 파티장에서 위험한 일을 당할 뻔했던 걸 뒤늦게 들었다. 곧장 TSF에서 벌인 짓이라는 걸 예상하긴 했지만, 수상해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조용히 있었다.
이후 배성유통 인수 건으로도 연락할까도 했다. 그러나 임희연의 일이나 백신우와 접촉한 일에 대해서도 곽치영이 조용히 있으니 괘씸한 생각부터 들었다.
“더 하실 말씀이 없으면 서재로 가보겠습니다.”
이내 신우는 눈빛이 날카로워진 명인철에게 말하고서 걸음을 옮겼다.
서재에서 기다리고 있던 명중환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오늘은 중요한 말씀이길 바랍니다.”
책상에서 일어난 명중환은 서류 한 움큼을 쥐고 소파 앞 테이블 위로 던지듯 내려놓고서 앉았다.
“한상병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고 있던 거냐?”
“주치의에 관해서라면 어렵지 않다는 걸 아실 텐데요.”
명중환의 이마에 힘줄이 잡히더니 서류를 가리켰다.
“그거 말고. 내 검진 기록에 대해서 말이다.”
“아, 수상해 보일 만한 일이 있어서 확인해봤습니다.”
“그게 무슨 일이지?”
“한영훈 원장의 아들 한선우에게 도박 빚이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쭉 쌓아온 빚인데 2년쯤인가 한 번 청산했던 흔적이 있었고요.”
설명과 함께 명중환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역시 그거였군.”
“거기까지는 조사를 마치셨군요.”
“빚이 30억쯤 됐더군. 한선우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서 다시 10억쯤 빚을 진 상태고. 그 정도의 금액을 한 원장이 감당할 수는 없었겠지.”
병원장이라고 하더라도 재벌이 아닌 이상 그만한 자금을 쉽게 마련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명중환은 계속해서 침음을 흘렸다. 한영훈은 명중환과 수십 년을 알고 지낸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영훈의 아들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조금도 들은 기억이 없었다.
“결국 돈 때문에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회장님의 검진 기록을 조작한 것이죠.”
테이블에 펼쳐진 서류가 바로 그 내용이었다. 명중환은 연로한 상태임에도 큰 병을 앓지 않았다. 그런데 검진 기록에는 협심증과 뇌경색, 고혈압의 전조 증세와 각종 촬영 검사지, 해당 약을 처방한 사항들이 진짜 병증이 있는 사람의 것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정말 허탈하군, 허탈해… 어찌 사람이 그리될 수 있는지… 게다가 내가 살면서 이런 꼴을 당할 줄이야.”
명중환은 병원을 자주 찾던 건 아니었지만, 한영훈을 만날 때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MH그룹 회장이란 위치 탓에 언제나 긴장하고 무거운 분위기만 풀풀 풍기다가 그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던 유일한 시기였다.
그런데 한영훈이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돈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큰 배신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상황은 그렇습니다.”
신우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명중환은 더 기가 찼다.
“너는 이걸 언제부터 알고 있던 거냐?”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왜 그때 바로 말하지 않았고?”
“합법적인 방법은 아니라서요. 그리고 제가 자료를 드렸다면 의심 없이 믿으실 수 있었겠습니까?”
명중환은 구상호가 검진 기록과 함께 한영훈과 한선우에 대해 조사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믿기지가 않았다.
“하면… 배후가 누군지도 알았나?”
“회장님은 거기까지 알아내지 못하셨나 보네요.”
“신우, 넌 누군지 알고 있다는 거구나?”
똑똑―
그때 문이 두드려지더니 저택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장님. 저녁 약 드실 시간이에요.”
건강을 위해 꾸준히 챙겨 먹는 영양제였다.
이에 구상호가 서재 문 쪽으로 가서 그녀에게 알약과 물을 받아서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