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05)
전직용병 재벌서자-105화(105/305)
105화. 나이스한 오판
경기도 외곽의 별장.
그곳은 명인철이 지난번에 곽치영과 만났던 장소였다. 이번에도 익숙하게 들어서서 안으로 들어가자 먼저 도착한 곽치영이 오한성과 함께 기다리는 중이었다.
“진짜 뭐 하자는 겁니까? 확실히 처리하기로 했던 것 아니었습니까?”
명인철은 명중환이 쓰러지고서 한상병원으로 실려간 것을 보고 확실한 성공을 예견했다.
하지만 병원 앞에 세워진 구급차는 엉망이었다. 그 안에서 신우는 칼에 찔렸고, 구급대원은 전부 가짜인 데다가 명중환의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 넘겨졌다.
거기서 일은 끝나지 않았다. 곽치영이 손을 써놨다던 한영훈 원장까지 진료 기록 조작에 살인미수 혐의까지 씌워진 것이다.
게다가 명중환은 정신까지 차리고서 이 상황들을 전부 알게 되었다.
이에 곽치영은 소파에 앉은 채로 탄식 어린 눈빛을 보냈다.
“너무 패륜스러운 언행 아닙니까? 그래도 아버지가 죽을 뻔하다가 살게 된 상황인데 심하게 안타까워하십니다.”
“크음―!”
명인철도 조금 민망해진 탓에 똑바로 마주치던 시선을 돌렸다.
“솔직히 우리는 구급차에 명 사장님이 타실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백 대표가 타도록 놔둔 겁니까?”
“저도 상황을 눈치채고 그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백신우가 선수를 치는 바람에 그러질 못했을 뿐입니다. 애초에 계획을 실행할 것이라고 언질이라도 주셨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을 거 아닙니까?”
그건 곽치영이 변수를 계산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둘러댈 말이 없던 것도 아니었다.
“지금도 이런데 미리 알고 있었다면 티가 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제가 그렇게나 어수룩해 보이십니까? 오래전부터 계획한 일입니다. 나름 병원에서는 상황에 맞춰서 분위기도 잘 이끌었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계획에 실패했다고 다짜고짜 절 찾아올 것이 아니라 명중환 회장의 옆을 지켰어야죠.”
곽치영의 분위기가 협박하듯이 섬뜩해졌다.
“하지만…….”
“명중환 회장이 한영훈 원장까지 걸고넘어졌습니다. 그건 검진 기록 조작까지 드러났다는 의미이고, 범인을 먼 곳보다 가까운 곳에서 찾을 확률이 높다는 걸 의미하지 않겠습니까?”
최근 배성물산 사태로 장녀 배민숙이 회장의 식물인간 상태를 숨기는 일까지 벌어졌었다.
그런 상황에서 MH그룹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면, 구설수라도 1차 용의선상에 오를 사람은 명 씨 일가의 자식들이 유력했다.
“그, 그건…….”
“아무리 조급했다고 해도, 왜 이렇게까지 점점 어리석어지시는 겁니까?”
“…말씀이 과하시군요.”
“제 말이 틀렸습니까? 이번 일로 백신우는 명중환 회장의 신임을 더 얻게 될 것이 뻔합니다. 그렇다면 명 사장님께서는 그만큼 더 신경을 쓰셔야죠. 여기서 이러실 게 아니라요.”
명인철은 계획의 성공이 코앞까지 왔던 만큼 실패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 당연히 손에 쥐기 직전 날아간 기회로 인해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MH그룹을 내 손에 쥐어주실 수는 있는 겁니까?”
그런 물음에 곽치영은 침음을 길게 흘렸다.
“흐음… 당장은 저희도 뭐라 말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어째서 말입니까?”
“배성물산 일로 타격이 작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번에 겨우 모면하긴 했지만, 소실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그래서 손 놓고 지켜보기만 하시겠다는 겁니까?”
점점 날카로워지는 명인철의 물음에 곽치영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하면, 당장 병원으로 가서 명중환 회장을 죽여버리기라도 할까요?”
“그건…….”
“최대한 트러블을 만들지 않고 진행하기 위해 계획이란 걸 세웠던 겁니다. 우리도 MH그룹이 온전한 상태로 명인철 사장님께서 넘어가길 바랐던 것이니까요.”
“하지만 전부 망치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나랑 백신우 대표를 저울질 중인 걸 내가 모릅니까?”
명인철이 가장 기막혀했던 일이었다.
차라리 그런 의도를 명인철도 모르도록 숨겼다면 모를까. 대놓고 보여주고 있으니 화가 나는 것도 당연했다.
“쓸모가 있는 사람을 버리는 것도 미련한 짓이죠. 이번에도 그렇지 않습니까. 배성물산으로 인한 손해를 누가 메꿔줬냐는 말입니다. 누구처럼 MH그룹 내에서 벌어지는 일을 꾹 다물고 있지 않고 말입니다.”
이번에도 명인철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괘씸하게 여겨진 곽치영의 행동으로 벌였던 일이 오히려 자신을 노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제가 그걸 말씀드렸다고 한들 바뀌는 것이 있었겠습니까?”
“최소한 백신우에게 좀 더 뜯어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정보는 거래에서 중요한 카드였다. 물론 TSF 한국 지사는 배성물산으로 인한 손실로 어떤 정보를 얻든 큰 쓸모가 없었을지 몰랐다.
하지만 TSF가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봤을지도 모르는 기회를 명인철의 묵인으로 날려버린 것이다.
“하아… 그래서 정말 지켜보기만 하시겠다는 겁니까?”
“그럴 리가요. 대신 이제부터는 복잡한 선택지만 남았습니다.”
“복잡하든 단순하든 저는 곽 지사장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이대로 백신우를 계속 품고 가실 생각입니까?”
명인철의 반문에 곽치영은 한숨을 흘렸다.
“생각보다 까다롭고 강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당장은 저희도 손을 쓸 방법이 없습니다.”
암살에 실패한 전적도 있었다. 구급차에서 666부대원 셋을 직접 상대하는 저력까지 보였으니 무력 진압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그럼 어쩌자는 겁니까?”
“내부의 일은 내부에서 해결해야 맞지 않겠습니까. 명인철 사장님 정도 되면 백신우라고 하더라도 견제가 충분히 가능하실 텐데요.”
이에 명인철은 미간을 구겼다. 그게 가능했다면 진작 손을 썼을 것이었다.
“이미 백신우는 손쓰기 힘들 만큼 커졌습니다.”
“후우… 아니면 조금 시끄러운 방법도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곽치영은 잠시 생각하고서 명인철에게 계획을 설명해주었다.
동시에 명인철은 복잡해진 심경을 보여주듯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 * *
【MH그룹 명중환 회장 피습! 검진을 전담하던 H병원의 원장 한△△ 씨도 진료 기록 조작으로 연루되어…….】
【M그룹 임△△ 상무는 40주년 기념 파티에서 살해 위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당시 용의자는 구치소로 이동되기 전 살해당했다고… M그룹을 향한 위협에 대해 경찰 측 입장은 아직 발표되지 않아…….】
【MH그룹, 리비오 소프트 측에서 개발한 신개념 유통 시스템 도입 상용화. 분류 오차율 3.4%, 처리 속도 약 220% 상향. 미국 KEDEX에서도 가동 중인 시스템으로…….】
【군수 사업의 새로운 반향. MH테크에서는 R2ED(레이더 방사 확장 장치)를 개발해 3차 테스트까지 문제없이 마쳤다고 발표하여… 해당 장치는 기존에 사용하던 장치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무분별한 신형 장비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기에 예산 면에서도 유익다고 판단되는…….】
대한민국은 쉴 틈도 없이 시끄러워졌다.
동시에 MH그룹의 주가도 잠시 요동치긴 했지만, 연이어 호재가 보도되면서 오래 걸리지 않아 상향세로 돌아섰다.
띠릭―
작업실에서 그런 뉴스를 보던 장만수는 TV를 껐다.
“휘우∼ 이거 난리네, 난리야.”
옆으로 신우와 릴리안도 앉아 있었다. 이에 릴리안이 장만수의 말을 거들 듯이 입을 뗐다.
“이 정도 난리면 TSF 측에서도 한동안 함부로 움직이지 않겠지.”
그건 신우도 동의하는 바였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반면, 명인철은 입이 바싹 마를 거야. 그만큼 나와 임희연 상무를 견제하기 위해 다른 움직임을 보일 테고.”
“안 그래도 대장 할아버지 입원 중에 어디론가 잽싸게 달려가더라.”
명중환은 한영훈 원장의 구속으로 다른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물론 몸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보도된 사항과 대외적인 입장이 있다 보니 얼마 동안만 병원에서 지내기로 한 것이다.
“곽치영을 만나러 간 거겠지. 그만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걸 테니까.”
한상병원에서의 상황이 정리된 후 나타난 명인철은 멀쩡한 명중환을 보고 사색이 되었다. 그건 다행보다 죽었어야 할 사람이 돌아왔다는 분위기에 가까웠다.
그런 설명을 장만수도 거들었다.
“당장은 그쪽도 일이 전부 틀어져서 꼼짝 못 할 건 확실해. 그런데 여기가 좀 조용해질 것 같더니 옆 동네가 난리야. 이건 야구자랑 웨이가 수집해서 보내준 정보.”
동시에 컴퓨터 모니터로 다른 자료가 띄워졌다.
“중국? 결국 TSF 중국 지사와 칠원회가 부딪쳤나 보네.”
“갑자기 시작돼서 칠원회 구역 70%가 무너졌어. 그 탓에 피라미 조직들이 이곳저곳에서 들고 일어나 완전 난장판이 됐고. 아주 전국시대가 따로 없지.”
“시작이 마카오라면 곽치영이 건드린 거네.”
“레이셩그룹의 비자금을 보관했던 곳 말이야? 그걸 곽치영이 흘렸다는 말인 거? 같은 편인데?”
다들 놀란 눈치였다.
신우는 그들의 반응을 확인하고서 코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곽치영은 삼흉으로 임희연 상무를 해치우려고 했어. 우리는 그걸로 칠원회와 곽치영 사이에 갈등을 만들려고 계종위의 시신을 차이나타운에서 발견되도록 만들었잖아. 그 방향타를 중국 내부로 바꾸기 위한 것이겠지.”
동시에 장만수와 릴리안은 탄식을 흘렸다.
“이것들은 같은 편이면서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거구나?”
“미친 것들이네…….”
“일단 곽치영이 원하는 대로 된 거야. 그걸로 TSF 중국 지사가 대신 칠원회를 무너뜨리기 시작한 거고.”
신우는 상황을 종합해서 척척 끼워 맞췄다. 그리고 모든 정황이 납득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장만수는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앞으로는 내가 알고 있던 기업 정보들도 상당수 쓸모없어질 거야.”
“우리가 바꾼 미래 때문인 거지?”
과거가 있기 때문에 현재와 미래가 있다. 그런 과거를 신우와 동료들이 무차별적으로 건드렸고, 원래 벌어졌어야 할 일들은 상당수 바뀌었다.
“맞아. 바꿔도 너무 바꿨지. 뭐, 아직 아닌 곳도 있을 거긴 한데… 그래도 우리가 바꾼 흐름이 있어서 뒤에도 어렵지 않게 유추는 가능해.”
그만큼 장만수는 컴퓨터 실력과 더불어 투자에도 재능이 있었다.
이에 신우는 실소를 흘리면서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졌다.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그럼 이제부터가 중요하겠네.”
띠리리릭― 띠리리릭―
신우가 말을 이어가려던 중에 장만수의 컴퓨터에서 알람 같은 소리가 울렸다.
“뭐야?”
“드디어 프로그램 셋업 끝났다!”
“응? 무슨 프로그램?”
“뭐긴 뭐겠어. 연락망 프로그램이지. 베타 버전으로 완성한 연락망 레이더 장치에 설치한 거야.”
“진짜?!”
동시에 신우와 릴리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 앞으로 다가갔다.
그사이 화면에는 이전에 보았던 연락망 프로그램의 프레임이 떠올랐다.
“서버 주소, 팀원들 아이디 전부 이전과 똑같이 해놨어. 근데 주파수 채널의 안전성이 조금 달라서 완벽할지는 해봐야 할 듯.”
“정말 복잡하게도 만들어놨네.”
“누구 때문에 그렇… 악! 마이 아이즈!”
순간 장만수는 왼쪽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있던 릴리안을 노려봤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손가락에 눈을 찔렸다.
“이게 어디서 누님을 째려봐.”
“그렇다고 눈을 찌르는 건 아니지!”
“그러게, 누가 그딴 식으로 쳐다보래?”
신우는 조용한가 싶더니 또 싸우기 시작한 두 사람의 모습에 고개를 흔들었다.
“…이것들아, 적당히 해. 만수는 빨리 가동부터 시켜보고.”
“아오! 진짜 눈 빠지는 줄 알았네.”
중얼거림과 함께 장만수는 통증으로 흘리던 눈물을 닦고서 연락망의 작동 버튼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