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07)
전직용병 재벌서자-107화(107/305)
107화. 거절하기에는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으로 거구의 남자 넷이 커다란 배낭을 메고서 들어왔다.
백인 둘, 흑인 하나, 남미계 하나. 다들 근육질에 방금 정글에서 돌아온 듯한 차림으로 거친 분위기를 한껏 뿜어내고 있었기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프랑스에서 넘어온 FEROX의 용병인 마크 프리먼, 알렉산더 피게로아, 리카르도 하트, 로랜스 버드였다.
사내들 중 가장 덩치가 큰 마크 프리먼이 도로가 보이는 게이트를 나오자마자 중얼거렸다.
“다들 불편한 곳은 없지?”
그런 물음에 알렌산더 피게로아가 탄식을 흘렸다.
“마크. 아무리 MH퓨처시큐리티라는 곳에서 거액을 불렀다지만, 솔직히 좀 오바 아니야?”
“맞아. 사실 한 사람당 연봉이 100만 유로라니… 너무 과해서 수상하잖아.”
지금부터 길어야 2∼3년? 다들 40대 전후로 용병이나 경호원으로서도 은퇴를 앞둔 나이대였다.
물론 연봉만 보면 혹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까다롭거나 힘들 수 있다는 조건이 붙을 수 있으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마크 프리먼도 그들과 같은 생각이긴 했다.
“일단 회사로 가서 미팅만 해보자고. 당장 손해볼 것도 없잖아. 회사에서도 추천하기도 했고. 뭐, 전부 돈 때문이긴 하지만.”
무려 400만 유로라는 이적료와 연봉 충당 조건 때문이었다.
회사나 은퇴를 앞둔 이들에게도 절대 나쁘지 않았다.
“다들 주소는 알고 있지?”
“곧장 가는 거야?”
“안 될 거면 차라리 빨리 끝내고서 관광이나 하다가 돌아가자고.”
무조건 돈만 보고 계약할 생각은 아니었다. 용병 시장에서나 FEROX에서 베테랑인 만큼 갑질하는 의뢰인 만큼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네 사람은 커다란 덩치 탓에 두 명씩 나눠서 택시에 탔다. 목적지는 MH퓨처시큐리티가 있는 MH그룹 본사였다.
1시간 30분을 조금 넘게 달려서 도착할 수 있었다.
그들의 등장은 MH그룹 본사 로비에서도 시선을 끌었다.
“실례합니다. FEROX에서 온 마크 프리먼이라고 합니다. MH퓨처시큐리티 백신우 대표님과 오늘 약속이 잡혀 있습니다.”
영어로 던져진 물음에 안내 데스크 직원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미리 받았던 일정을 확인했다.
“아, 프리먼 씨군요.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Thank you.”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릴리안이 내려 그들에게 다가왔다.
“MH퓨처시큐리티 본부장인 릴리안 포스터라고 해요. FEROX에서 오신 분들 맞죠?”
“…반갑습니다. 마크 프리먼이고, 이들은 요청하셨던 제 동료들입니다. 그런데 미국분인가요?”
방금 릴리안은 영어로 말했다. 억양이 본토 발음과 흡사하다 보니 프랑스에서 오래 지내던 마크 프리먼은 살짝 반가운 기분을 느꼈다.
“미국 몬태나주 보즈먼이 고향이에요.”
“좋은 곳이죠. 저는 와이오밍주 캐스퍼 출신입니다.”
“바로 옆 동네였네요.”
릴리안은 그와 악수를 나눈 뒤 앞장서서 안내했다. 다만, 그들이 향한 곳은 MH퓨처시큐리티가 있는 32층이 아닌 지하 4층이었다.
“백신우 대표님이란 분이 여기 계신 겁니까?”
“KITE의 대표직도 겸하고 계셔서 종종 훈련 상황을 확인하러 오시거든요.”
계속 걷다보니 창문 너머로 KITE의 경호원들이 대련 중인 것이 보였다.
대련장 한가운데에서 한 남녀가 공방을 벌이는 중이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남자는 맨손, 여자는 두 자루의 톤파를 거꾸로 쥐고서 싸웠다.
예상하기 쉽지 않은 방향으로 톤파와 발차기가 쏟아졌지만, 남자는 어렵지 않게 피하거나 막고서 반격까지 찔러 넣었다.
퍼퍽― 퍽―
너무나 촘촘한 공방은 실전보다 더한 실전을 넘어서 미리 짜맞춰둔 액션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남자가 아슬아슬하게 톤파를 피하는 간격이나 반격으로 휘둘린 공격의 강도는 절대 연습 같은 것이 아니었다.
퍼억―
끝내 허공을 가르던 톤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남자의 무릎이 여자의 복부에 꽂혔다. 이에 여자는 누가 뒤에서 잡아당기듯 날아가 바닥을 쓸면서 나가떨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는 똑바로 서서 옆으로 다가온 장진호가 내민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수고하셨습니다. 대표님.”
방금까지 대련한 남자는 신우였다.
신우는 크게 숨을 한번 들이쉬고서 비틀거리며 일어난 여자에게 걸어가 중국어로 말했다.
“실력이 늘었네.”
“늘면 뭐 해? 무기까지 들고서 너한테 졌는걸.”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아, 상대의 틈이 보인다고 해서 무조건 전력으로 들어가지는 말고. 그건 안 좋은 버릇이더라.”
“나도 알거든?!”
여자의 정체는 메이안이었다. 신우의 경호를 전담한 특수경호팀에 합격하고서 기본 교육을 위해 KITE로 출근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신우와 오랜만에 대련한 것이다.
그러다 신우는 한쪽으로 릴리안과 함께 서 있던 마크 프리먼과 동료들을 발견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MH퓨처시큐리티 대표, 백신우입니다.”
아까 그들도 장진호가 신우에게 했던 말을 듣긴 했지만 한국어였다. 다만, 마크 프리먼은 부인이 한국인이다 보니 그가 말한 신우의 호칭을 이해하고 있었다.
“설마했는데… 진짜 대표님이셨군요.”
“어울려 보이지는 않겠지만 그렇습니다.”
신우는 아직 23세였다. 얼굴도 나이 들어 보이지 않으니 마크 프리먼이나 다른 이들 역시 바로 신우가 대표라고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검색을 해보긴 했지만… 직접 뵙고는 좀 놀랐습니다. 아까 보여주신 실력까지도 말이죠.”
두 사람의 실력은 현역 특수부대원들을 넘어설 정도였다. 그런데 신우는 거기서 더 나아가 메이안을 압도적인 실력으로 찍어 눌렀다.
일개 회사의 대표가 가질 만한 무력은 절대 아니었으니 이상하게 여겨졌다.
“저도 군대에 있었습니다. 그보다 여기서 이러실 게 아니라 자리를 옮기시죠. 저는 땀을 좀 흘려서 씻고 가겠습니다.”
신우는 릴리안과 함께 그들을 보낸 후 샤워부터 마쳤다.
이후 정장으로 갈아입고 KITE 회의실로 들어가자 네 사람은 장진호가 내준 커피를 마시는 중이었다.
“예정보다 빨리 도착하셔서 맞춰서 준비를 못 했네요.”
“아닙니다. 저희가 일찍 도착한 것이 문제죠.”
신우는 그들의 맞은편에 앉아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직 제안은 결정하셨습니까?”
“급한 일이었습니까?”
“제 경호팀을 빨리 채워두지 않으면 위에서 뭐라고 하는 사람이 많아서요.”
마크 프리먼도 신우에 관한 기타 정보를 들어서 알았다.
MH그룹 오너 일가의 서자. 동시에 올해 초 낙하산으로 대책 없이 입사하여 현재 MH퓨처시큐리티 대표까지 오른 인물이란 것을 말이다.
FEROX에서도 오너 일가의 특수경호 의뢰를 받아본 적이 있었기에 그 중요도가 얼마나 높은지는 잘 알았다.
“그러시군요. 하지만 제안만 받았을 뿐, 자세한 사항을 아직 듣지는 못했습니다.”
“어려울 건 없습니다. 기본 임무는 말 그대로 경호이니까요. 대신 제 지시대로만 움직여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누구의 청탁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말이죠.”
순간 마크 프리먼은 살짝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FEROX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진 이들만 인정받아 들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신우는 네 사람을 둘러보듯 쳐다봤다. 마크 프리먼, 알렉산더 피게로아, 로랜스 버드, 리카르도 하트. 과거로 돌아오기 전 전장에서 함께 싸웠던 소중한 동료들이었다.
“…압니다. 그래서 제가 FEROX를 선택한 것이기도 하니까요.”
“일반적인 경호 임무만으로 말씀하신 연봉을 제시하시는 이유는 뭡니까? 뭔가 더 있는 거 아닙니까?”
“목숨의 위협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간혹 위험한 상황이 생길지도 몰라서 금액을 높게 부른 거죠.”
해당 기사는 마크 프리먼과 동료들도 확인을 마친 상태였다.
“암살 위협이라던 기사를 보긴 했습니다만… 용의자는 여전히 잡히지 않았죠?”
“언제 잡힐지 모르는 일이니 경호라도 철저하게 해야죠. 물론 연봉 외 위험 수당은 건 별로 지급될 겁니다.”
지금도 한 사람당 연봉이 약 14억 원에 달했다. 거기다 위험 수당까지 붙는다면 네 사람은 경호업계에서 최고 수준을 받게 되는 것이었다.
“용의자에 관해서는 하나도 나온 것이 없습니까?”
“있다면 이렇게 해외에서 용병 경호원을 데리고 오려 하지 않았겠죠.”
이에 마크 프리먼은 동료들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에이전시인 앰버 몽고메리에게 굳이 저희를 콕 집어서 지목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뭡니까?”
“저한테는 의욕만 가득한 사람보다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움직일 줄 아는 베테랑이 필요하니까요. KITE에 들어오시면 근무는 여섯 명이, 2교대로 진행될 겁니다.”
다들 그 말을 듣고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자리에 있는 사람은 넷뿐이었기 때문이다.
“여섯이요?”
“일단 한 사람은 아까 저랑 대련했던 여성 경호원입니다.”
동시에 아까 본 메이안의 실력을 떠올렸다. 이에 마크 프리먼은 의문이 들었다.
“대표님 실력 정도면 경호원이 필요 없으신 것 아닙니까?”
“솔직히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위에서 조용하질 않네요. 그래서 대외적인 안전을 위해서도 배치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고요.”
기왕이면 확실히 안전한 것이 좋았다.
“…그럼 남은 한 사람은 누굽니까?”
“검토 중입니다. 그때까지는 야간 배치 인원만 한 명으로 배치하면 될 겁니다. 물론 야간 경호 중 지내실 곳과 거주용 사택도 준비될 거니까 필요에 따라 이용하실 수도 있고요.”
장만수가 매입한 고급빌라의 동에는 여덟 세대가 있었다. 트라이드 아이의 모든 인원이 들어온다고 해도 2세대가 남으니 활용이 가능했다.
“잠시 의논 좀 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신우는 옆으로 같이 앉아 있던 릴리안과 함께 밖으로 나와 훈련장 한쪽에 만들어져 있는 휴게실로 들어왔다.
“거절하지는 않겠지?”
살짝 걱정하는 릴리안의 물음에 신우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야 모르지. 거절한다고 해도 원래 미래가 조금이나마 틀어지면 그 일들이 안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전부 죽었다고 했지?”
신우가 그들을 지목한 가장 큰 이유. 네 사람은 신우에게 소중했던 동료임과 동시에 FEROX의 마지막 임무에서 전부 잃게 된 동료들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카이로에서 VIP 경호 임무 중에 당한 거였지. 적들이 VIP의 지척까지 첩자를 심어놨던 탓에 마지막 퇴로마저 함정이었어.”
“아…….”
“나도 그게 함정이란 걸 뒤늦게 알아채고 따라갔지만… 이미 늦은 후였지.”
그때 신우는 추적자를 처리하기 위해서 대치 중이었다.
하지만 VIP와 함께 빠져나간 동료들은 함정에 빠져서 폭발로 전부 죽고 말았다.
“이제라면 막을 수 있겠지.”
“애초에 그럴 생각으로 끌어들인 거니까.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지.”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회의실 앞에서 대기하던 장진호가 다가왔다.
“대표님. 논의가 끝났다고 합니다.”
신우는 릴리안과 함께 다시 회의실로 들어갔다.
안에서는 다들 결정을 마친 듯 진지한 표정이었다.
“제가 섭섭해질 결정은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추가로 조건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저와 알렉스, 로랜스는 가족이 있습니다. 다들 한국에 들어와서 같이 살고 싶습니다. 일정 기간 함께 지낼 수 있을 사택과 가족 비자가 가능하겠습니까?”
그 물음에 신우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충분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계약하도록 하죠.”
신우는 그들과 악수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