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09)
전직용병 재벌서자-109화(109/305)
109화. 설명하기는 귀찮음
신우는 메이안을 KITE 사무실로 보내고서 웬 웨이와 함께 사무실로 돌아갔다.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장만수와 릴리안은 그를 발견하자마자 힘껏 반겨주었다.
“뭐야? 며칠은 더 걸릴 거 같다더니.”
“미리 연락이라도 해줬어야지!”
웨이는 머쓱하게 웃다가 장만수의 복장을 보고서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장만수… 넌 옷이 왜 그래? 설마, 그 몹쓸 병이 도진 거야?”
물음과 함께 확인을 바라듯 웨이의 시선이 신우와 릴리안에게로 향했다.
“왜 아니겠어.”
“하지만… 저번에 봤을 때는 평범한 정장이었잖아?”
MH그룹 40주년 기념 파티 때를 말함이었다.
“그때는 내가 억지로 입혔던 거야. 보시다시피 이건 평소 출근룩이시고.”
“하아―! 예전에는 휴가 때만 일탈 삼아서 그렇게 입는 줄 알았는데, 출근할 때마다 이런다고?! 아니! 대체 어떤 패션 감각을 가져야 초록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하는 거야?!”
“빨간색 아니고 스트로베리 핑크거든?!”
그 순간 웨이는 택시에서 WAVE CHAT 로그인 문제로 떴던 것이 생각났다.
“아! 너 최애 색깔이 뭐야? 연락망 문제로 그딴 게 왜 떠?”
“이거다 이거! 내 최애인 스트로베리 핑크!”
장만수는 웨이의 눈앞으로 넥타이를 들이밀었다.
“대체 왜 딸기 이름이 들어간 색이 핑크라는 건지…….”
“…그건 나도 동감이다.”
옆에서 신우는 이해하지 못하는 웨이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하여간… 패알못들이라니까.”
“그건 무슨 말이야? 뭔가 되게 불쾌한 느낌인데.”
“패션을 알지 못한다! 라는 말이다!”
“…….”
넥타이와 장만수의 최애 색으로 시끄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다들 웃음이 나오면서 진짜 모이게 된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내가 이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겠어? 이전 생에서도 트라이드 아이에 있던 것하고 싸우는 거 말고는 조직에서 애들 관리했던 경력이 전부인데.”
걱정스러운 웨이의 물음에 신우는 웃음이 나왔다.
“비슷한 일이야. KITE의 일을 네가 전담해주면 되거든.”
“…응? KITE? 네가 대표로 있는 경비회사 말이야?”
“맞아. 거기서 경비·경호 총괄 본부장을 맡아주면 되는 거야.”
웨이는 다시 한번 놀랐다.
“내가 본부장? 나 중학교도 자퇴해서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이란 거 알잖아?”
고아원 출신인 웨이는 어릴 적부터 반항심이 컸다. 이후 인생도 쉽지 않았기에 뒷골목을 전전긍긍하면서 자랐고, 성인부터는 주먹으로 밥벌이하며 고아원 동생들을 먹여 살려왔다.
물론 신우도 그 사실을 잘 알았다.
“검정고시 같은 걸로 고등학교까지는 졸업했잖아.”
“그거야 여기로 돌아오기 전이지. 지금은 초졸이야.”
트라이드 아이에 있을 때 최고 학력을 가진 릴리안의 도움으로 취득했기 때문이다.
“괜찮아. 나나 만수도 고졸이면서 잘하고 있잖아. 그리고 네가 할 일은 예전이랑 크게 다르지 않아. 경비·경호원들 훈련 감독이랑 시스템 운영만 잘 챙겨주면 돼.”
신우는 그렇게 말하며 책상에서 미리 출력해두었던 KITE의 업무 정리 서류를 가져와 내밀었다.
서류를 보기 시작한 웨이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흐음…….”
“경비·경호 체계에 문제가 있으면 그때마다 바로 잡아주면 돼. 지금은 웬만큼 잡혀 있으니 문제는 딱히 없을 거고.”
“정말 내가 할 수 있을까?”
“나도 충분히 했던 일이야. 그리고 너도 고아원 형제들을 안심시키면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잖아.”
사실 웨이도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은 있었다.
회귀 직후 건달로 살아온 성격이 급변해서 동생들을 극진히 챙기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동생들에게 미쳤냐는 말까지 들었을 정도였으니…….
물론 고아원을 지키기 위해 잠시 살수로서 살기도 했지만 그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정말 괜찮은 거야?”
“어려운 부분이 생기면 언제든 도와줄게. 나나 릴리안, 만수도 있잖아.”
옆으로 서 있던 다른 이들 역시 웨이를 보면서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두 사람 다 신우의 선택을 전적으로 믿는 분위기였다.
“하여간… 대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네.”
“달라질 이유는 없잖아. 그럼 승낙한 걸로 알고 정식 발령 공지 띄울게.”
신우가 책상으로 간 사이에 장만수가 다가왔다.
“저놈의 대장은 나만 빼고 전부 본부장 달아주네.”
“만수, 너는 뭔데?”
“난 그냥 부장.”
웨이도 지금의 MH퓨처시큐리티가 장만수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것을 알았다. 당연히 릴리안처럼 중책을 맡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의아한 표정이 지어졌다.
“…왜?”
“뭐, 내가 너무 주도해서 나서면 표적이 되기가 쉬우니까. 그래서 대장이랑 릴리안이 앞에 나선 거고.”
그간 신우는 몇 번이고 암살 시도를 당했다. 서포트가 전문인 장만수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정말 위험했을지도 몰랐다.
“아… 근데 진짜 괜찮겠어?”
“네가 본부장 되는 건 상관없지. 릴리안이 나보다 위인 건 조금 많이 불만이지만.”
장만수의 날카로운 시선이 릴리안에게 향했다.
그 순간 릴리안은 더 날카롭게 눈빛을 번쩍이면서 두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누가 눈 그렇게 뜨래? 이번에는 눈깔 뽑히고 싶냐?”
“또 그래봐라.”
“어쭈―?”
장만수와 릴리안은 다시 대치 상태로 들어가더니 사무실 한복판에서 레슬링이라도 하려는 듯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신우는 옆으로 다가오며 그 모습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여기다가 링을 하나 설치하든가 해야지.”
“그랬다간 만수가 맨날 불려 올라가지 않을까?”
“저 자식이 하기 나름이지. 아무튼 공지는…….”
똑똑똑― 똑똑똑―
그때 문이 두드려지더니 유리 너머로 KITE의 운영이사인 유형진이 보였다.
KITE 내근직 사무실은 지하 4층이 아닌 33층에 있었다. 그곳에서 유형진은 얼마나 급하게 내려온 것인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무슨 이유로 온 것인지는 뻔했다.
“발령 공지를 보고 오셨습니까?”
“방금 올라온 것 확인했습니다.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미리 언질받은 사항이 전혀 없었기에 기가 막혔다.
“말 그대로입니다. 앞으로 KITE에서 실무 부분을 담당해줄 사람입니다.”
신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사무실 한복판에 서 있던 웬 웨이를 가리켰다.
이에 웬 웨이는 쭈뼛거리다가 신우의 옆으로 다가왔다.
“…웬 웨이라고 합니다.”
중국인의 입에서 한국어가 유창하게 흘러나오자 유형진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KITE의 운영이사 유형진입니다. 그런데 대표님! 사람을 뽑으시더라도 기본적인 이력 사항은 알려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제가 언제 이력서 보고 사람 뽑은 적 있습니까?”
유형진도 그간 신우가 뽑았던 사람들을 잘 알았다. 그러나 그중 납득되는 건 리비오 소프트에서 파견직으로 넘어온 릴리안 포스터뿐이었다.
MH테크와 연구 협업 중인 장만수, 신입인데도 특수경호팀으로 뽑힌 메이안, MH퓨처시큐리티 기획부장으로 활약 중인 이성문.
다들 이력 사항만 본다면 본사 근처에도 오기 힘든 경력의 소유자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충분한 인정을 받아서 활약 중이니 유형진도 뭐라 토를 달기가 어려웠다.
“그거야… 그렇죠. 하지만 KITE의 본부장은 고객들의 안전은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고객들의 불만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해봐야 아는 거죠. 실력이 궁금하시면 일단 내려가시죠.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순간 유형진은 불길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조용히 진행된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우는 장만수와 릴리안을 보았다.
“난 웨이랑 내려갔다가 올게.”
설명과 함께 신우는 웨이와 유형진을 대동하고서 지하 4층으로 내려갔다.
그러다 웨이가 동료들끼리 사용하는 스와힐리어로 조용히 물었다.
“뭐 하려는 거야?”
“백문이 불여일견이잖아. 일단 내려가보면 알 거야.”
지하 4층에서는 언제나처럼 임무 미배정 직원들이 훈련 중이었다. 그때 한쪽에서 훈련을 감독 중이던 정강호가 지팡이로 바닥을 짚으며 다가왔다.
“대표님! 이 시간에는 웬일이십니까?”
신우는 오전에 MH퓨처시큐리티 업무로 중요한 일이 아닌 이상 잘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개시켜 드릴 사람이 있어서요. 발령 공지는 못 보셨습니까?”
“훈련 감독 중이라서 미처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정강호의 시선이 신우의 옆으로 서 있던 웨이에게로 향했다.
“오늘부터 KITE 경비·경호 본부장으로 일할 웬 웨이입니다. 경비·경호 운영 시스템 확인과 훈련 프로그램에 관해서 특출나지만, 사무직은 처음이라서 교관님께서 많이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방금 말한 사항들은 지금까지 신우가 대표 업무와 함께 담당하던 것이었다. 그걸 웬 웨이라는 사내에게 넘기겠다고 말한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 정강호는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본부장이요? 그런데 중국인이십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한국어도 잘하니 소통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정강호는 신우의 UAD 경력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동시에 목숨을 빚진 적도 있었기에, 그런 신우가 데려온 사람들 중 허투루 일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전략훈련 교관, 정강호라고 합니다.”
“웬 웨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다.
그사이 신우는 훈련 중인 현장 직원들을 지켜보다가 외쳤다.
“전부 그만하고 이쪽으로 모이도록―!”
큰 소리가 길게 뻗은 훈련장에 메아리치듯 울렸다. 동시에 바쁘게 몸을 놀리던 이들은 곧장 행동을 멈추고서 신우 주변으로 도열하여 섰다.
유형진은 그런 상황이 어딘가 익숙했다.
“…설마, 웬 웨이 본부장에게 대련을 시키시려는 겁니까?”
“직접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으니까요.”
갑작스럽게 떨어진 낙하산은 누구에게나 비호감을 살 수밖에 없다. 그런 이들의 의구심을 단번에 누르려면 온몸으로 경험시켜 주는 것이 가장 좋았다.
그렇게 직감이 적중하자 유형진은 한숨을 흘렸다.
“매번 이러시는군요.”
“억지로 붙잡아두고 설명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요.”
신우는 그런 대답과 함께 경호원들을 쭉 훑어보고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하나하나 지목된 이들이 도열한 자리를 벗어나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 수는 전부 해서 15명. 다들 무슨 일인지를 모르니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웨이. 10분이면 충분하지? 대신 너무 크게 다치면 안 돼.”
“열다섯 명 전부를 10분?”
“왜? 너무 짧아?”
“아니. 너무 길어서. 5분이면 충분하지.”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이기에 다들 들을 수 있었다.
동시에 경호원들은 미간과 함께 자존심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그럼 해봐.”
“Hata hivyo, nahodha bado ni yule yule. (하여간, 대장도 여전하다니까.)”
웨이는 신우의 의도를 이미 알아채고서 어느새 벗어둔 재킷과 넥타이를 한쪽으로 던져두더니 중얼거리며 걸어 나갔다.
다수 대 하나. 무술을 배운 이들에게는 어떤 때보다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뭐 해? 안 덤비나?”
웨이의 손이 앞으로 내밀어지더니 그들을 향해 까딱거렸다.
동시에 열다섯 명의 남녀는 살짝 눈치를 보다가 신우와 더불어 릴리안, 메이안에게 당했던 일들이 뇌리를 스쳤다.
이내 슬금슬금 걸음을 옮겨 웨이를 둘러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