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1)
전직용병 재벌서자-11화(11/305)
11화. 누구 손바닥 위일까
기획운영 사무실에서는 새로 온 백신우의 존재로 컴퓨터 속 메신저가 시끄러웠다.
【1팀장 김종수 : 지 팀장님! 우리 부서 망한 거 아닙니까?】
【2팀장 지영숙 :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우리 회사에 이런 초대형급 낙하산이라니…….】
【1팀장 김종수 : 게다가 스물셋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나이만 봐도 대학은 안 나온 거 같은데.】
【2팀장 지영숙 : 요즘 가뜩이나 뉴스에서 오너 리스크로 말도 많은데… 망나니이면 어쩌죠?】
직원들은 원래 다른 부서에 있다가 신설된 부서로 온 만큼 기대와 걱정도 컸다.
그런데 백신우가 재벌 3세라는 걸 듣고 나니 떠오르는 것이 많았다.
툭하면 뉴스에서 모 기업 2세나 3세의 음주운전, 유흥업소 출입 및 폭행, 불법 원정 도박 등등 사건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1팀장 김종수 : 잘못하면 팀 폭파되는 거겠죠. 설마 여기 유배지인 건……?】
【2팀장 지영숙 : 에이~ 설마요. 우리가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요?】
【1팀장 김종수 : 구조조정을 대신해서 이런 식으로 날리는 것일 수도 있죠.】
【2팀장 지영숙 : 그렇다고 오너 일가에서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식으로 할까요? 사건 터지면 MH그룹의 주가도 난리가 날 텐데요.】
.
.
타타타타타탁― 타타타탁―
팀장들만이 아니었다. 다른 직원들도 아는 사이끼리 신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바빴다.
그러던 중 한쪽에서 신우가 걸어 나왔다.
“오늘 첫날이긴 하지만, 회의 좀 하시죠.”
깜짝 놀란 직원들은 열심히 채팅창을 입력해대던 손가락을 멈췄다.
동시에 1팀장 김종수가 벌떡 일어나서 신우에게 물었다.
“…회의 말씀이십니까? 저희는 아직 기획실에서 인계받은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도 없는데요.”
신설된 부서이다 보니 업무 기반이 전혀 잡혀 있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회의라고 하니 다들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상관없으니 회의하시죠. 다들 모여주세요.”
“…….”
무작정 밀어붙이는 신우의 대답에 직원들은 서로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회의실로 슬금슬금 걸어갔다.
회의실에 모인 직원들은 가운데 선 신우의 시선을 피하면서 눈치만 보았다.
오너 일가의 낙하산이 첫날부터 갑질할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에 신우는 잠시 기다리듯 손으로 주사위를 굴리다가 그들을 보며 말했다.
“일단 저는 운영실장이면서 투자 기획도 독립적으로 따로 담당하게 됐습니다.”
원래 전략투자운영실은 앞의 기획실에서 넘어온 프로젝트를 검토하고서 최종 승인이 떨어진 후 투자 업무에 착수한다.
MH그룹의 규모가 거대한 만큼 금액도 적지 않으니 최대한 안정적인 투자를 운영하기 위한 절차였다.
이에 1팀장인 김종수 과장이 나섰다.
“그럼 전략투자기획실에서 넘어올 프로젝트는 어떻게 합니까? 일이 과중될 겁니다.”
“지금은 아니잖아요. 아까 1팀장님이 말씀하셨다시피 넘어온 포트폴리오도 없고요. 그때까지 노실 건가요?”
“그건…….”
물론 직원들은 MH그룹에서 수년간 일해온 인재였다.
자신들 나름대로 전략투자기획실에서 넘어올 프로젝트에 대비한 준비를 갖춰놓을 것이다.
“제 업무 영역은 상부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따라주시죠.”
“…하지만 전략투자기획실에서 말이 나올 겁니다.”
“그래서요?”
“전략투자기획실장이 누구신지 모르십니까?”
“누군데요?”
사실 누군지 잘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모른 체하며 물었다.
이에 1팀장 김종수는 얕게 한숨을 내쉬면서 설명해주었다.
“이전에 미래전략투자기획실에 있던 명운석 실장입니다.”
“명운석이면…….”
MH그룹 내에서 명 씨는 흔하지 않았다. 게다가 직원들이 사색이 되어 말할 정도의 이름이라면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회장님의 장손이자 명인철 사장님의 자제분입니다. 정말 몰라서 물으신 건 아니시죠?”
그 말의 뉘앙스는 혼외자인 임희연의 아들, 신우와 계승 서열에서부터 차원이 다르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물론 신우도 잘 알았지만 일부러 내색하지 않았다.
“아, 그랬군요. 근데 그게 제가 일을 하면 안 되는 이유랑 무슨 상관이죠? 그보다 위인 임희연 본부장님과 회장님의 승인을 받은 사항인데요. 명운석 실장이 그분들보다 위인가요?”
“그건 아니지만…….”
타악―
신우가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치자 사람들은 깜짝 놀라면서 어깨를 들썩였다.
“앞으로 제가 일하는 방식에서 오너 일가와의 이해관계는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제가 하면 하는 거고, 하지 않으면 그건 외압이 아닌 제 선택에 의해서만 그렇게 될 테니까요.”
“그래도 부서별 담당 업무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칫 기획실에서 반발하면 우리만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무슨 피해요?”
덤덤히 던진 질문에 김종수는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그러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2팀장 지영숙 과장이 입을 뗐다.
“기획실은 실질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작업하는 팀인 만큼 뛰어난 정보력도 갖추고 있어요. 우리는 그곳에서 기획한 자료를 바탕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고요.”
“…계속 설명하시죠.”
“그 과정에서 우리는 기획실의 정보를 주기적으로 업로드 받아야 해요. 하지만 이번 일로 관계가 틀어진다면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지 않을까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건 신우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설득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자체적인 투자 기획도 저희 쪽에서 진행한다는 거 아닙니까.”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투자 기획을 위해서는 엄청난 정보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그 정보력은 전략투자기획실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고요.”
MH그룹 내에서 절차라는 규제로 프로젝트가 유출되지 않도록 제한해둔 것이다.
“그 정보력이 저한테는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아닌가요? 외람되지만, 주변에서 들었는데… 백신우 실장님은 부사관 출신이라고 하던데요. 최근 전역하셨다고도 했고요.”
어디서 흘러나온 정보인지는 뻔했다.
신우와 그의 친모인 임희연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가족들이 사람을 통해서 퍼뜨린 것이었다.
“맞아요. 부사관 출신. 그게 문제가 됩니까?”
너무도 뻔뻔한 물음 때문인지 지영숙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에 신우는 비슷한 표정을 짓던 직원들을 둘러보며 계속 말했다.
“프로젝트가 실패해도 제가 전부 책임질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맞습니다. 어떻게 책임이 실장 개인에게만 가겠습니까?”
팀장들의 반발에도 신우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싫으시면 저 혼자 진행해도 됩니다. 아니면 제 지시대로 움직여줄 사람을 새로 뽑아도 되는 일이고요.”
어차피 송태훈 부장을 통해서 인원 T/O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뒀다.
진짜 필요한 인원은 그걸로 충당하면 되었다.
그런 반응에 팀장 휘하 직원들이 심하게 술렁이면서 조그만 목소리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우리를 내쫓겠다는 말인가?”
“진짜 뭐 하자는 거야.”
물론 그 목소리들은 신우에게도 잘 들렸다.
“저랑 일하기 싫어하시는데 억지로 시킬 수는 없죠. 일단 다들 어떤 마음인지 알겠으니, 회의는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제가 구사한 프로젝트는 저 혼자 알아서 해보겠습니다.”
신우는 그렇게 말하고서 회의실을 나갔다.
회의실 문이 닫히자마자 안쪽에서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1팀장 김종수가 다급히 따라 나왔다.
“백신우 실장님! 투자 프로젝트는 실장님 경력으로 쉽게 진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고개를 돌린 신우는 서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렇게 단언하시죠?”
순간 겁을 먹었던 김종수는 어렵게 대답해 나갔다.
“저, 적어도 실장님보다 이 회사에 오래 있었습니다. 게다가 실장님 개인의 돈이 아닌 회사 자금입니다. 그걸 확신도 없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김종수 팀장님은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는 분이시네요.”
“…지금까지 허투루 일한 적은 없습니다.”
김종수는 MH그룹 본사에서 12년간 일하며 지금의 과장 자리까지 올랐다. 그만큼 회사에 대한 충성도 또한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게 회사의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까지 주는 건 아니지 않나요?”
“…예?”
“아무리 낙하산이라고 해도 저는 정식으로 발령받아 전략투자운영실장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투자에 관한 기획 권한도 승인받은 사항이고요.”
“…….”
“제 결정이 불만이면 불만인 대로 있으세요. 저는 제가 받은 권한대로 일할 테니까요. 저는 이만 실례하죠.”
대답을 마친 신우는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혼자 남아 있던 김종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뒤늦게 나온 직원들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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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전략투자기획실장인 명운석은 사장인 명인철의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첫날인데 일은 좀 어떤 거 같으냐.”
소파에 앉아 있던 명운석은 그런 물음에 불편한 표정이 지어졌다.
원래 그는 사업기획부 휘하의 미래전략기획실장이었다.
이번에 부서들이 새로 개편되면서 명운석의 자리가 임희연의 전략투자본부의 산하로 통합되어 들어가게 된 것이다.
“솔직히 좋지는 못합니다.”
지난번 자택에서 할아버지인 명중환이 임희연에 대해 발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때는 아버지인 명인철을 비롯해서 다른 어른들이 조용히 있으니 입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입장은 그의 아버지인 명인철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하지.”
“아버지도 충분히 아시면서 왜 임희연 본부장의 밑으로 들어가라 하신 겁니까?!”
원래 명운석은 경영 경험을 위해 미래전략기획실장 자리에서 완전히 다른 부서로 이동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예정이 완전히 바뀌더니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진심으로 그걸 몰라서 묻는 것은 아니지?”
“모를 수가 있나요. 전략투자본부와 임희연 본부장의 동태를 살피라는 의미겠죠.”
“그것만이라고 생각하냐?”
“무엇이 또 있습니까?”
명인철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진지해지더니 책상에서 소파로 걸어와 앉았다.
“너도 임희연 본부장이 지금까지 성공시킨 프로젝트의 규모를 알고 있겠지? 내가 그년을 싫어하는 건 맞지만, 그런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야.”
“…그건 맞죠.”
MH그룹은 임희연이 전략투자본부장의 자리에 올라 본격적으로 운영 권한을 가지면서 그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져갔다.
그런 업무 능력은 두 사람뿐만 아니라 회장인 명중환이 가장 인정하고 있기에 부정하기도 불가능했다.
“너는 임희연 본부장의 밑에서 그런 것들을 배워라. 회장님도 그런 모습을 보시면 만족스러워하실 테니까.”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게다가 임희연 본부장의 아들이라는 놈이 저랑 같은 직급에 배치받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지금 가장 큰 불만은 바로 그것이었다.
명운석은 나름 해외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하버드 대학에 가서 경영 과정을 받아 졸업했다.
이후 미래전략기획실장 자리에 들어가 나쁘지 않은 업무 성적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누군 좋은 줄 아냐. 그놈은 회장님과도 독대했어. 거기서 무슨 말이 오갔던 것인지… 회장님은 그 녀석을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고. 물론 임희연 본부장을 단속하기 위한 목줄의 역할이기도 하겠지만.”
얼마 전에도 임희연은 명인철의 자리가 위태로워지기 직전까지 칼을 들이밀었다.
물론 명인철도 나름 대비를 했었지만,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버렸다.
또한 명인철이 따로 준비하던 프로젝트도 엉망이 되어버려서 몸까지 웅크리게 된 상황.
어떤 때보다 치욕스러웠음에도 나중을 위해 꾹 참는 중이었다.
“정말 회장님의 생각대로 임희연 본부장이 관리가 될까요? 아버지 일만 해도… 정말 MH그룹을 생각했다면 그렇게까지 벌였으면 안 되었죠. 결국 MH그룹 회장은 아버지가 되실 거잖아요.”
“회장님의 생각을 내가 어찌 알까.”
“할아버님이 작은아버지나 고모를 염두에 두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말씀이세요? 그건 말도 안 돼요.”
둘째인 명성철은 MH푸드과 MH리테일, 셋째인 명수연은 MH호텔을 운영 중이다.
그들도 호시탐탐 명중환의 계승자 자리를 노리고 있음은 명운석도 잘 알았다.
하지만 결국 최종 결정은 회장인 명중환의 권한이다.
많은 이들이 장남이자 MH그룹 본사 사장이면서 MH그룹의 모체인 MH전자와 MH건설을 맡고 있는 명인철이 그 뒤를 이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니 네가 잘해야 한다. 네 작은아버지나 고모들은 나처럼 뒤에서 받쳐줄 자식이 회사에 들어와 있지는 않으니까.”
두 사람 중 명성철만 결혼해서 슬하에 명진석, 명유희라는 남매를 두었다.
그 남매는 이제 26살, 22살로 명진석은 MH푸드 기획팀장, 명유희는 한국대 경제학과 3학년인 대학생이었다.
당연히 명유희도 졸업 후에는 MH그룹의 산하에 들어오긴 하겠지만, 가장 먼저 기반을 깔아둔 명운석과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일단 아버지 말씀대로 할게요.”
“좋은 생각이다. 그리고 백신우라는 놈은 신경 쓰지 마라. 그놈이 뭘 하려 해봤자 어쩌겠냐.”
명인철은 그동안 백신우에 대한 다른 사항들도 조사해왔었다.
거기서 신우의 초·중·고 성적은 중간, 학교에서 눈에 띄는 학생도 아니었다.
신우를 담당했던 학교의 선생님에게도 물어봤지만 딱히 기억나는 사항을 떠올리진 못했다.
“그럼 할아버님은 그딴 놈에게서 뭘 보시고 저랑 같은 자리를 주셨답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나도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당장 예상할 만한 수는 임희연 본부장의 목줄 역할 뿐…….”
“…그렇군요.”
“아무튼 너는 그 자리에서 잘하고 있어. 적당히 성과만 올리고 시기를 봐서 위로 올려주마.”
명인철은 조금 어두워진 명운석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