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10)
전직용병 재벌서자-110화(110/305)
110화. 던지지 않은 미끼
15 대 1.
치밀하지 못한 합공은 개인이 싸우는 것보다 못하다. 그러나 KITE의 경호원들은 훈련 프로그램이 개편되고서 위험 상황을 최대한 빨리 끝내기 위한 합공을 꾸준히 연습해왔다.
그들은 누가 상대이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단시간에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웨이는 기묘하게 바닥을 박차고 나아가 경호원들의 진행을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정면에 있던 사내의 옆구리 쪽으로 파고들더니 지지대로 삼은 발을 중심으로 휘감듯이 바닥으로 메쳤다.
그걸 시작으로 자신을 향해 몰려든 공격을 가볍게 피하거나 잡아당기기를 반복했다. 진영은 그런 반격으로 단숨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앞을 막는 거야!”
“옆으로 비켜!”
웨이에게 잡힌 사람은 방패가 되기 일쑤였다. 공격하던 것을 급히 멈추면 다른 각도에서 발차기가 날아들었다.
퍽― 퍼퍽―
경호원들은 하나하나 빠르게 쓰러져 나갔다.
그런 광경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정강호는 혀를 내둘렀다.
“…보아하니, 권법을 베이스로 한 실전 격투기 같은데… 대표님은 저런 분을 어디서 구해오신 겁니까?”
보통 권법은 기본 자세나 기술이 난해해서 실전에서 사용하는 경우를 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웨이는 경호원들이 촘촘히 짠 진영 사이에서 그런 기술들을 빠른 속도와 정확한 타이밍으로 펼쳤다.
“어쩌다 보니 만나서 데려왔죠.”
“허어…….”
옆에서 유형진도 정강호처럼 감탄했다. 물론 그가 격투 쪽에 뛰어난 지식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단신으로 15명의 경호원을 수월하게 상대 중인 것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내 웨이의 손에 마지막 경호원까지 쓰러지고 말았다.
띠익―
어느새 스톱워치를 들고 있던 신우가 버튼을 눌렀다.
“4분 53초 23. 나쁘지 않네.”
그사이 웨이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다가왔다.
“좀 더 일찍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MAT(다인공격훈련) 대비 기술은 네가 알려준 거야?”
“맞아. 어땠어?”
“숙달이 덜 됐네. 조금이라도 더 치밀했으면 위험할 뻔했어.”
“그런 것치고는 땀도 안 흘렸는데?”
신우의 말대로 웨이는 격한 움직임으로 인해 셔츠만 조금 구겨졌을 뿐이지 너무나도 멀쩡했다.
“위험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러면서 유형진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지금 대련은 웨이의 실력을 확인받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유형진은 그런 웨이와 눈이 마주치자 괜히 뻘쭘해졌다.
“크음―! 실력이 상당하시군요.”
“보통이죠.”
“그런데 방금 보여주신 것이 KITE의 본부장 자리와 정확히 어떤 관계가 있는 겁니까? 아, 트집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궁금해서 여쭈는 겁니다.”
이에 신우가 나서서 설명했다.
“현재 경호원들은 임무를 하면서도 계속 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웬 웨이는 맨손 격투와 MAT에 특화된 실력을 갖췄죠. 그리고 방금 보셨다시피 훈련으로 다져진 경호원들을 5분도 되지 않아 전부 쓰러뜨렸고요.”
눈앞에 벌어진 일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유형진은 신우의 설명을 이해하고서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졌다.
“게다가 전부 부상은 피한 듯싶군요.”
“KITE의 중요한 인력이 병원 신세를 지도록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경호원들이 공격당한 부위는 몸통 쪽의 혈 자리로, 공격 직후에 곧장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충격만 가해졌다.
물론 다수를 상대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그런 곳만 정교하게 공격한 것은 굉장한 실력이었다.
“대표님 말씀대로 믿고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형진은 웬 웨이가 업무적으로도 어떤 실력을 보여줄지 기대하면서 돌아갔다.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신우의 눈에 훈련장 입구 쪽에 서 있던 이들이 들어왔다. 오늘 특수경호팀 출근조인 마크 프리먼과 로랜스 버드, 메이안이 서 있었다.
세 사람은 방금까지의 대련이 펼쳐졌던 상황을 전부 지켜본 것 같았다.
“여긴 어쩐 일입니까?”
그런 물음에 마크 프리먼이 앞으로 나왔다.
“사무실까지 엄청난 대련이 진행 중이라고 들려서 말입니다.”
“그랬습니까?”
“이분이 저번에 말씀하셨던 저희 ZERO 팀의 마지막 멤버입니까?”
신우는 특수경호6팀을 완전히 바꾸어 ZERO 팀이라고 명명했다.
동시에 마크는 웨이의 엄청난 실력을 보았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이에 신우는 그들을 보며 영어로 소개해주었다.
“아니요. 이번에 KITE 본부장으로 오게 된 웬 웨이입니다.”
“…본부장이요?”
마크 프리먼이 본 KITE 경호원들의 실력은 약하지 않았다. 물론 실전 경험이 부족한 티가 나긴 했지만, 일반적인 프로 경호원으로 불리기에는 손색없었다.
하지만 웨이는 그런 경호원들을 열다섯이나 혼자 상대했다. 상처 하나 없이, 상대에게도 중상을 입히지 않고서 말이다.
다들 놀란 표정이 지어졌다.
“중국에서 온 웬 웨이라고 합니다.”
그런 소개에 마크 프리먼의 옆으로 다가온 메이안이 심히 불쾌하다는 눈빛으로 웬 웨이를 노려봤다.
“신우! 본부장이 뭐야?”
영어로 말했던 탓에 메이안은 알아듣지 못했다.
“本部?. 是的上官. (본부장. 네 상관.)”
동시에 메이안의 표정이 아까보다 더한 불쾌감으로 잔뜩 구겨졌다.
“왜? 쟤가 왜 내 상관이야?”
“그게 웨이랑 네 위치니까.”
“싫어!”
“싫으면 중국으로 돌아가든가.”
메이안은 대답과 함께 웨이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 모습에 웨이는 아침의 일이 조금 시원해졌는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혀를 내밀었다.
그로 인해 메이안은 더욱 발끈했다.
“그것도 싫어!”
“이것도 저것도 다 싫으면 어쩌라고?”
잠시 고민하던 메이안은 단순하게 결론지었다.
“내가 쟤를 이기면 되잖아! 그럼 내가 본부장을 해도 되는 거 아니야?”
“이긴다고?”
신우가 웨이를 쳐다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난 상관없어.”
“어휴… 대신 최대한 빨리, 확실하게 끝내. 다시는 귀찮게 굴지 못하게.”
마지막 말은 주변에서 이해하지 못하도록 스와힐리어로 말한 것이었다.
“그 유명한 야차라면 쉽지 않겠지만, 어떻게든 해봐야지.”
결국 판은 만들어지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메이안은 훈련장 한쪽에 놓여 있던 톤파를 쥐고서 웨이에게 달려들었다.
* * *
MH식품 사장 명성철은 명중환이 입원 중인 VIP 병실을 방문했다. 그의 앞 바닥으로 서류들이 잔뜩 흩어져 있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얼마 전 공금으로 배성유통의 지분을 사들인 일이 들킨 것이었다.
이에 명중환은 심각한 표정으로 명성철을 뚫어질 것처럼 노려보았다.
“이래서 신우한테 배성유통을 인수해야 한다고 그 난리를 쳤던 거냐?”
“그, 그게…….”
물론 순수하게 기업을 위한 마음으로 밀어붙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번 명인철이 MH전자 공금을 건드렸던 전적이 있던 상황에서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경고까지 했던 마당에 벌어진 일이니 명중환은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을 이따위로 만들어놓고서! 무슨 변명을 하려는 거냐!”
“…….”
“자금을 채워놓을 수는 있고?”
배성유통 지분으로 인해 구멍난 자금은 150억이었다. 물론 해결할 방법이 있긴 했다. 그건 명성철이 보유한 MH식품과 MH리테일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털어낸 지분을 다른 형제들이 사들인다면 두 계열사의 경영권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었기에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최대한 빨리 복구해놓겠습니다.”
“하아… 신우는 유통 시스템으로 네 계열사의 배를 불릴 방법까지 가져다줬다. 그런데 너는 뭐? 공금 횡령?”
“…….”
“대체 무슨 생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거야!!”
다른 형제도 아니고 서녀의 자식인 신우와 비교당한 탓에 명성철은 고개가 숙여진 채로 얼굴이 구겨졌다.
“…죄송합니다.”
“듣기 싫으니 이만 나가봐라!”
이내 밖으로 나간 명성철은 병실 문을 닫고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X발… 대체 그 새끼가 뭐라고.”
그사이 병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명성철의 비서, 우남용이 옆으로 걸어왔다.
“사장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보이냐?”
괜한 화풀이는 우남용에게 쏘아졌다.
명성철은 지하 주차장으로 가서 곧장 차에 올라탔다.
우우웅― 우우웅―
우남용의 품속에서 핸드폰의 진동 소리가 울렸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명성철은 그 소리마저 심히 거슬려 했다.
“지금 상황에서 누구야?!”
“바로 끊겠습니다.”
종료 버튼을 누르자 이번에는 중국어로 된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그걸 확인한 우남용은 눈을 크게 뜨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장님. 이것 좀 확인해보셔야 할 듯싶습니다.”
“뭔데?!”
“중국 DAX에서 온 메시지입니다.”
우남용은 핸드폰을 명성철에게로 내밀었다. 그러자 명성철의 미간이 더욱 구겨졌다.
“이 새끼가 미쳤나? 내가 중국어를 할 줄 알아? 우 비서가 알아서 읽어줘야 할 거 아니야!”
“죄, 죄송합니다. 내용은 DAX에서 사장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답니다.”
“뭐? 거기서 나랑?”
DAX는 중국의 신생 사모펀드 기업으로, 최근 TSF 한국 지사에서 노리던 배성물산을 인수한 곳이었다. 현재 명성철은 그런 DAX가 배성물산을 해체 작업 중인 것 때문에 주식이 거래가 중지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당장 화가 날 수밖에 없지만, DAX에서 먼저 접촉해온 것이라 호기심이 앞섰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물어봐.”
곧장 우남용의 손가락이 움직여서 반문이 보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답장이 도착했다.
“중요한 사항이라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답니다.”
명성철은 고민이 깊어졌다. 왜 갑자기 DAX에서 연락해 보자는 것인지. 손해볼 것은 없었지만 살짝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할까요?”
“언제 보자는 건지 물어봐.”
아까처럼 메시지가 오갔다.
“지금 업무차 한국에 들어왔으니 3일 동안은 언제라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명성철은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5시.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DAX의 미팅 요청을 오래 끌고 싶지 않아졌다.
“한국이라고? 배성물산 일로 들어와 있는 건가…? 그럼 모레 정오에 보자고 해. 장소는… 청담동 만연의 별채로 하고.”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상대에게 급한 모습을 보여봤자 좋을 것이 없었기에 조금 텀을 두고서 일정을 잡은 것이다.
“그쪽에서 알겠다고 했습니다.”
“거기서 나를 왜 보자고 하는 건지… 설마 내가 가지고 있는 배성유통 지분 때문인가?”
그런 중얼거림에 우남용은 조심히 의견을 달았다.
“하지만 DAX에서는 이미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모든 지분을 보유한 상태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5,000억을 들여서 사들인 회사를 이제 해체해서 팔아버리면 될 텐데. 굳이 내가 보유한 지분을 필요로 하지는 않을 거야.”
“혹시 배성유통의 물류센터를 매각할 곳 때문에 보자고 하는 건 아닐까요?”
배성유통의 물류센터는 움직일 수 없는 재산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에 팔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여러 유통회사에서 DAX와 접촉 중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물론 명성철도 회사 자금에 여유만 있었다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 매입할 생각이었다.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만… 굳이? 우리보다 비싸게 사들일 곳이 넘쳐날 텐데.”
MH식품과 MH리테일은 미국의 KEDEX에서도 상용화한 유통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에 국내 다른 유통기업들은 위기감을 느꼈을 테니 어떤 식으로든 배성물산의 물류센터 확보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저도 그쪽 생각은 모르지만… 접촉 이유를 따져본다면 그게 가장 크지 않을까 합니다.”
“일단 추측하기보다, 만나게 되면 보자고. 무슨 말이 나올지.”
명성철도 비슷한 생각이 들면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전화위복이 될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