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12)
전직용병 재벌서자-112화(112/305)
112화. 낚시가 아니라 통발이었네 (2)
잘그락― 잘그락―
신우는 처음부터 손에 쥐고 있던 8면 주사위를 굴리며 곽치영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내 곽치영은 잠시 고민한 후에 입을 열었다.
“MH퓨처시큐리티 내에 R2ED를 개발한 인재가 있지 않습니까. 그거 하나만으로 주도권을 잡기는 충분하실 텐데요.”
역시나였다. 장만수가 MH테크와 연구한 것까지 알고 있었다.
신우는 손에서 주사위 굴리던 것을 잠시 멈췄다.
“소식통이 제 생각보다 더 깊게 뻗어 있는 것 같군요.”
“아, 실례가 되는 사항인 줄 압니다만. 아무렇지 않게 넘기기에는 너무 큰 사안이었기에 꺼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불쾌하셨다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신우는 실패한 사업이 없었다. MH퓨처시큐리티가 세워지고서도 그 성장세는 꾸준히 유지 중이었다.
거기다 MH테크 쪽 신기술 발표로 방산사업의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이에 신우는 곽치영에게 지금의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가 궁금해졌다.
“괜찮습니다. 정보야 돌고 도는 거니까요. 방산 계열사 특성 때문에 조금 묵혀두긴 했지만, 언젠가는 드러났을 일이긴 합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어떻습니까? 다른 기술이 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R2ED만 하더라도 우방국에 수출만 하면 이익이 상당할 겁니다.”
“어느 정도로 추정하십니까?”
그런 물음에 곽치영은 얼굴에서 웃음이 지워지지 않았다.
“군사 무기 같은 경우에는 해궁 미사일이 40억 달러. 한화로 5조 2천억 원에 팔렸습니다. R2ED는 그런 군사 무기의 기본 옵션과도 같은 레이더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니, 안정적인 호환성와 확실한 성능까지 확인된다면 그보다 더한 가격이 매겨질 겁니다.”
일반적인 투자 사업만 진행해본 설명이 아니었다. 군사 무기 쪽 사업에도 상당한 힘을 써본 것이 분명했다.
“…굉장하군요.”
“군대에 계셨으면서 그런 사항은 잘 모르셨나 봅니다.”
일부러 찔러보는 걸까. 그렇게 살짝 간을 보는 듯한 물음에 신우는 웃음을 흘렸다.
“저는 평범하게 군수과 업무만 담당하던 부사관이었습니다. 보급 물자라면 모를까 군사 무기 쪽으로는 알기 어렵죠.”
곽치영은 신우의 군수과 이력이 가짜라는 것을 알았다. 다만, 지금까지도 진짜 이력을 알아내지 못해서 살짝 약이 올랐다.
“여러 방면으로 다재다능하신 줄 알았는데… 그것까지는 아니었나 보군요.”
“사람이 부족한 것도 있어야죠.”
능청스럽게 넘긴 신우의 대답에 곽치영은 묘한 미소를 그렸다.
“아무튼 저희 TSF는 MH테크에 언제든 힘을 빌려드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에 걸맞은 대가를 위한 협력이겠죠.”
“서로 윈윈이지 않습니까.”
잘그락― 잘그락―
신우는 8면 주사위를 굴리며 잠시 생각하고서 대답으로 이어갔다.
“당장은 시기상조이니 상황을 보죠. 그리고 이런 자리에서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민감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제가 너무 조급했군요. 알겠습니다. R2ED의 성공부터 기원하겠습니다.”
대화가 끝나자 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문 앞에 서 있던 경호원들과 합류하면서 안쪽에 서 있는 한 사내를 발견했다.
‘…안덕칠?’
예전에 봤던 것과는 달리, 옆에 같이 서 있는 오한성처럼 검은색 정장을 반듯하게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문제는 안덕칠의 마지막 행적이 국정원과의 접촉인 부분이었다. 이후 병원에 있다가 사라지고서 행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신우는 그런 안덕칠을 한번 흘겨보고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내려갔다. 그리고 차에 와서는 곧장 장만수에게 전화해 스와힐리어로 말했다.
“안덕칠이 나타났어.”
짧은 설명과 함께 우렁찬 장만수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뭐?! 길로틴 안덕칠이? 갑자기 사리지더니… 어디서 봤는데?]“TSF 한국 지사. 곽치영이랑 이야기 마치고서 나오는데 사무실 앞에 오한성이랑 같이 서 있더라고. 분위기도 상당히 달라졌어.”
배성물산에서 마주쳤을 때는 짐승과도 같았다면, 방금은 조용히 먹잇감을 찾는 사냥꾼 같았다.
[녀석은 국정원에 빌어먹을 반상원이랑 붙어먹었었잖아. 근데 왜 거기 있어?]“나야 모르지. 설마 그 자식… 국정원에 들어간 건 아니겠지? 거기서 심부름을 보낸 것이라거나.”
당장 추측할 수 있을 만한 사항은 그것뿐이었다.
그건 신우도 비슷하게 판단하던 부분이었다.
“상황을 보면 방금 도착한 거 같았어. TSF 한국 지사로 들어온 차량을 확인해서 어디서 온 건지 알아낼 수 있겠어?”
[TSF 내부 CCTV는 오프라인 시스템이라 파고들기가 불가능한데… 그럼 외부 도로 CCTV를 전부 훑어야 해.]“찾아줘. 갑자기 나타난 걸 보면 심상치 않은 거 같으니까.”
막노동의 서막을 알리는 듯한 부탁에 장만수는 한숨을 흘렸다.
[에휴. 어쩔 수 없지. 일단 알겠어. 전부 보면 뭐라도 꼬리가 잡히겠지.]통화를 마친 신우는 창밖으로 시선이 갔다.
그러다 보조석에 앉아 있던 메이안이 심각해진 신우의 분위기를 읽고 조심히 말했다.
“신우. 무슨 일 있어?”
“그냥 좀 그런 일이 있어서 그래.”
이제 대표라고 부르라 하는 것도 귀찮아졌다.
그사이 차는 MH그룹 본사를 향해 달렸다.
.
.
.
같은 시각.
웬 웨이는 KITE 본부장으로서 회의에 참석 중이었다.
그 자리에는 운영이사 유형진을 비롯하여 휘하 임원들, 총괄 교관 정강호, 각 부서의 장들이 앉아 있었다.
다들 KITE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었다.
그러다 임원 중 전무인 이경환이 웨이를 보며 말했다.
“새로운 본부장님께서는 다른 의견 없으십니까?”
아까부터 내용을 듣기만 할 뿐, 아무런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웨이는 자료가 든 태블릿 보기를 잠시 멈추었다.
“보고는 끝나신 건가요?”
“일단 그렇습니다.”
웨이는 방금까지 보고된 내용을 태블릿으로 다시 훑어보았다. 그 안에는 디지털펜으로 이것저것 쓴 메모가 한가득이었다.
“먼저 태정물류센터의 야간 경비 체계는 구멍이 많습니다. A2, D4, E8은 CCTV 각도가 애매하니 증설하거나 순찰 코스에 포함시켜야 할 것 같네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웨이는 문제가 되는 부분들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집어냈다.
동시에 그 내용을 보고했던 사람들은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당하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마지막으로 BH테크놀로지는 도면을 비교해보니 로비와 지하 2층 주차장, 지상 5층 B2, 14층 D1 복도 CCTV 사각이 있네요. 위치 조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문제점은 한 치의 오차가 없었다.
잠시 분위기가 조용해졌다가 처음에 웨이를 우습게 봤던 이경환이 다시 반문했다.
“지금 상태에서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 사항이지 않습니까?”
현재 회의는 새해를 앞두고서 기존 계약으로 담당해왔던 회사들의 경비 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하는 자리였다.
그의 말처럼 아직 문제가 된 적은 없었기에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웨이는 이경환을 서늘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문제가 예고하고 찾아오지는 않지 않습니까.”
“하지만 방금 말씀하신 위치 조정에는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건 전적으로 우리 KITE가 부담해야 하는 사항이고 말입니다.”
“처음에 확실히 하지 못했다면 책임을 져야죠.”
“한두 푼이 아닙니다. 게다가 신뢰도 문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경환의 언성이 높아지자 웨이는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때 회의실 문에서 노크 소리가 울리더니 외근을 나갔던 신우가 들어왔다.
“뭔가 열심히 논의 중이신가 보군요.”
“대, 대표님!”
다들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괜찮으니 앉으시죠.”
대답과 함께 신우도 가운데 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리고 옆으로 같이 들어온 장진호에게서 태블릿을 넘겨받았다.
방금까지 진행된 회의 내용이 태블릿 안에 전부 들어 있었다.
신우의 등장으로 침묵이 이어지던 사이, 그 내용들을 하나하나 확인해봤다.
“예전부터 맡아온 경비 체계에 구멍들이 잔뜩 보이네요.”
KITE에 신우가 들어오기 전부터 계약된 회사들의 경비 업무라서 이번 갱신으로 처음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아까까지 역정을 내던 이경환이 조심스럽게 나섰다.
“문제가 될 사항까지는 아닙니다. 설령 문제가 된다고 해도 경비 직원들의 순찰로 충당이 가능한 부분이고 말입니다.”
신우는 그런 설명에 웨이를 쳐다봤다.
“아까 밖에서 보니까 뭔가를 정리하신 것 같던데. 보여주시겠어요?”
“응? 아, 예. 대…표님. 여기 있습니다.”
순간 웨이는 대장이라 부를 뻔하다가 아슬아슬하게 호칭을 바꾸었다.
이내 그의 태블릿은 신우에게 넘어가 문제로 지적된 부분들을 볼 수 있었다.
“정확하게 잘 집어내셨네요. 그런데 뭐가 문제인 거죠? 아까 이경환 전무님 목소리를 들으니 금액이라고 하시던 것 같은데요.”
이경환은 신우가 KITE의 대표로 왔을 때부터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운영이사인 유형진이 가만히 있는 데다가, 전(前) 대표이자 MH그룹 회장인 명중환이 KITE의 지분까지 줘가면서 대표 자리에 앉혔기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신우도 그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걸 잘 알았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KITE에서 조정 비용을 전부 부담해야 합니다. 그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대표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이경환은 임원으로서 불필요한 지출을 막는 것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나름 합당한 이유가 있어서인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신우가 그걸 모를 리도 없었다.
“지금까지 해온 것이 있으니 갑자기 안전상 문제로 상당수의 CCTV 위치 조정을 진행하면 신뢰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거겠죠.”
이상하게 동의하는 분위기가 나오자 이경환은 살짝 의아해하면서 대답했다.
“마, 맞습니다!”
“그런데 문제인 걸 알면서도 지나가는 건, 나중에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부실 공사를 해놓은 걸 알고서도 무너진 후에 후회하는 것과 다를 바가 있냐는 말입니다.”
“그건…….”
신우는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이경환을 쳐다봤다.
“제가 KITE의 신뢰도와 직결된 문제로 비용이 나가는 것에 대해 왈가불가한 적이 있던가요?”
“…없었습니다.”
“아니면 이번 기회에 노후화된 CCTV도 바꿀 겸 업체도 같이 교체해볼까 하는데. 그건 어떠실까요?”
그 순간 이경환의 표정이 미묘하게 구겨졌다.
사실 그는 KITE에서 기업·시설 경비 계약으로 CCTV를 설치할 때 업체에서 상당 금액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겼기 때문이다.
‘설마 그걸 알고서 하는 말인가?’
입이 다물어진 이경환의 태도에 신우는 탄식을 흘리고서 계속 말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KITE의 경비·경호 과정에서는 보안과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그 과정에서 비용이 얼마나 들든 상관없으니 불필요한 의견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단호한 주장에 다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신우는 사람들을 한번 훑어 보고서 웨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일단 잡음은 정리된 거 같으니 다음 순서로 넘어가시죠. 웬 웨이 본부장님. 이제 준비하신 걸 말씀해주시죠?”
웨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나 회의실 화면에 PPT를 띄웠다.
그 발표가 이어지면서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점점 크게 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