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13)
전직용병 재벌서자-113화(113/305)
113화. 전투와 경영의 공통점
국가정보원 4차장실.
그곳에서 보고를 듣던 반상원은 굳어진 얼굴로 민영만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안덕칠이 돌아와? 그것도 TSF의 곽치영 지사장 경호원으로?”
반상원의 휘하 경제안보국에서는 최근 TSF 한국 지사에서 배성물산을 인수하려 했던 일 때문에 관찰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민영만은 배성물산 장부를 찾아오게 만들었던 안덕칠을 발견하고서 곧장 보고한 것이다.
“맞습니다. 당장 상황만 본다면 안덕칠을 빼낸 것이 TSF라는 겁니다. 그래서 정확히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아볼까도 했지만… 그렇게 하려면 접촉이 불가피해서 지켜만 보는 중입니다.”
“허어…….”
가뜩이나 배성물산이 TSF의 손을 떠나 중국의 DAX로 넘어간 일로 신경이 예민했다.
그런데 병원에서 사라졌던 안덕칠까지 다시 나타나버렸으니 더욱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라도 처리할까요?”
“TSF의 경호원이 됐다고 하지 않았나. 거기 움직임도 만만치 않은데 어떻게 처리하려고?”
“그건…….”
TSF 자체가 외국계 회사였다. 그런 이유 때문에 국정원에서도 곽치영을 제외하고서 오한성과 휘하 경호원들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다.
“일단 지켜보기만 해.”
“하지만! 안덕칠이 괜한 소리를 나불거리면 좋을 것이 없지 않습니까?”
반상원은 그 말을 듣고서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전과자 말을 누가 믿겠나? 게다가 장부도 엉뚱한 놈의 손에 넘어가는 바람에 증거조차 없고. 물론 그 덕에 손해도 있긴 했지만, 이득도 있었으니 감내해야지.”
배성물산의 장부로 법원, 검찰, 경찰을 비롯하여 정치계까지 쑥대밭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반상원이 노렸던 인물도 몇몇 있었지만, 반대로 자신들의 편도 포함되었기에 쓴웃음이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안덕칠은 TSF 곽치영과 함께 마크만 하겠습니다.”
“…그보다. MH그룹 쪽은 어떤가? 명중환 회장이 퇴원했다고 들었는데.”
“몸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약을 바꿔치기한 가사 도우미와 진료 기록을 조작한 한영훈 원장, 구급차에서 암살을 시도한 3명 중 생존자 2명은 검찰에 송치된 상태입니다.”
그의 자세한 보고에 반상원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구급대원으로 위장했던 놈들은 여전히 묵비권이고?”
“…그렇습니다. 차라리 저희 쪽으로 사건을 이첩해오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검경에서도 진척이 없다면 그게 나을 수도 있지.”
우우웅― 우우웅―
그때 민영만의 품속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러지.”
민영만은 곧장 통화 버튼을 누르더니 무거운 대답과 함께 얼굴이 점점 굳어져만 갔다. 잠시 후, 통화를 마친 그가 구겨진 표정으로 반상원에게 말했다.
“방금 말씀드렸던 두 사람이 구치소에서 검찰로 이동하던 중에 탈출했다고 합니다.”
“…뭐?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구치소에서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습격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송을 책임지고 있던 사람들은 전부 죽었고, 뒤늦게 경찰에서 출동했지만 두 사람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답니다.”
반상원의 표정도 그와 마찬가지로 구겨졌다.
“추적은?”
“경찰이 확인 중이랍니다. 명중환 회장을 병사로 죽이려던 계획도 그렇고, 총기 소지에 탈출 방법까지… 무리수를 둬서라도 움직이는 위험한 놈들로 보입니다.”
그건 반상원도 충분히 동의했다. 동시에 탈주한 이들과 도움을 준 이들이 누구인지 큰 의문이 들었다.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필요했던 놈들이라는 건데… 놈들의 신원은 어떻게든 알아내. 국내에서 어렵다면 인터폴에 요청해서라도 말이야.”
“바로 넣겠습니다.”
민영만은 곧장 밖으로 나갔다.
그사이 반상원은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가 위에 놓인 파일 하나를 펼쳤다. 안에는 한 사람의 사진과 이력이 적힌 서류가 있었다.
“…백신우.”
이번 명중환 암살 미수 사건으로 반상원의 눈에 띈 사람은 백신우였다.
총기까지 가지고 있던 정체불명의 세 사람을 혼자서 제압해버린 인물. 동시에 MH그룹의 서자로 갑자기 나타나 대한민국 경제계를 뒤흔들기까지 했다.
“군대 기록이 전부 가짜란 말은… 뭔가 더 있다는 것인데.”
군 경력도 가졌기에 국방부 기록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앞뒤를 맞춰보니 백신우라는 인물이 기록대로 복무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
의구심이 커져가는 반상원은 손가락으로 파일 위의 백신우 사진을 툭툭 건드렸다.
* * *
【MH퓨처시큐리티 자회사 KITE의 해외 진출! KITE는 미국 서부의 유타와 동부 버지니아주에 지사를 설립하여 기업·시설·개인의 경비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여…….】
경비업체의 해외 진출은 흔한 것이 아니었다. 그로 인해 KITE에 관한 기사는 뉴스 면을 도배하면서 수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당연히 KITE를 자회사로 둔 MH퓨처시큐리티를 비롯하여 MH그룹에 대한 반응까지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신우는 최근 퇴원을 마친 명중환이 본사에 출근하자마자 호출을 받았다.
“KITE의 첫 해외 진출이 처음부터 미국이라니. 초장부터 강수를 두었더구나.”
“시작이 반이라고, 작은 땅보다는 큰 것이 나으니까요.”
“정말 괜찮겠냐? 여러모로 문제가 많을 텐데. 특히 기업이 색안경을 끼고서 볼 것이야.”
“아직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에 있는 23개 기업과 경비 계약을 체결해뒀습니다.”
“…벌써 그렇게나 했다고?”
최근까지 릴리안은 미국 출장이 잦았다. 전부 KITE의 경비 계약을 위해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던 것이다.
“릴리안 포스터 본부장이 고생했죠.”
“허어… 그들을 어떻게 설득한 것이야?”
명중환도 미국 진출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미국은 총기 허용국인 만큼 경비업체와 사설 경호원의 수도 어마어마하다. 특히 기업의 특성에 따라 보안도 중요하기 때문에, 타국에 모기업을 둔 경비업체와 계약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었다.
그건 미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했다.
첫걸음부터 떼기가 어려우니 명중환은 KITE의 경비사업을 대한민국 안으로 국한시킬 수밖에 없었다.
“사업은 인맥과 돈이잖습니까. 그중에 인맥을 최대한 돌려서 얻어낸 결과입니다.”
“진짜 네 저력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하구나.”
신우는 어깨를 으쓱거리고서 말을 이어갔다.
“이번 사업은 아시다시피 제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뼈대는 새로운 본부장이 진행했고, 저는 거기에 포스터 본부장과 같이 도움을 조금 줬을 뿐입니다.”
동시에 명중환도 신우가 낙하산으로 뽑은 본부장을 떠올렸다.
“웬 웨이라는 중국인이라고 했던가? 이력이 아주 화려한 것을 넘어서 아주 광활하더구나.”
【이력서】
▷ 웬 웨이 / 文威
▷ 1998년 △△월 △△일생(만 25세)
▷ 국적 : 중국
▷ 특기 : 없음
▷ 자격증 : 운전면허증(중국)
▷ 최종학력 : 杏中小?(행중초등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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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렇다 보니 명중환은 신우가 KITE에 새로운 본부장을 낙하산으로 꽂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이력서를 전해 받고서 어안이 벙벙했다.
“공백이 많긴 하죠.”
“무술 실력이 굉장하다는 말도 들었다. 새로 구성한 특수경호팀의 신입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는데 말이다.”
“메이안 말이군요.”
MH퓨처시큐리티와 KITE가 MH본사에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신우의 주변 소식은 명중환에게 흘러들어갔다.
“둘 다 중국인이던데… 혹시 청우그룹과 연관이 있는 거냐?”
지난번 중국에서의 일로 명중환은 임희연이 청우그룹 천혜린 회장과 연관된 것을 알았다. 당연히 신우도 그녀에게 소개된 것을 들었으니 연관 지어서 추측해본 것이다.
“아니요. 두 사람은 청우그룹과 어떠한 관계도 없습니다. 혹시, 저를 중국 기업의 스파이 같은 걸로 의심하시는 걸까요?”
“하하하―! 그럴 리가 있나.”
“청우그룹에는 KITE의 미국 진출 관련해서 도움을 받긴 했지만, 기브 앤 테이크로 거래한 것이라서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경제계에서 천혜린은 누구와도 쉽게 거래하지 않기로도 유명했다. 물론 그녀의 위치에 맞는 거래 조건을 내밀기도 어렵고 말이다.
그런데 고작 한 회사의 대표인 신우가 그녀와 거래했다고 하니 믿기지가 않았다.
“…천혜린 회장과 진짜 거래를 했다는 건가?”
“거래가 별거 있나요. 서로 필요한 것을 쥐면 되는 것이죠.”
“허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게 어디 쉽나. 정확히 뭘 가지고 거래한 거냐?”
“그건 기밀이라서 말씀드릴 수 없겠네요.”
명중환은 칼같이 끊어내는 신우의 대답에 허탈한 웃음만 계속 흘러나왔다.
“허허… 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건지.”
“열심히 할 뿐이죠. 아, 그리고 하나 제안드릴 것이 있습니다. 마침 그것 때문에 찾아뵐까 했는데, 지금 말씀드리는 것이 좋겠네요.”
갑작스럽게 화두를 바꾸니 명중환은 궁금증이 커졌다.
“말해봐라. 지난번에 도움받았던 일도 있으니,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면 들어주마.”
이에 신우는 조금도 기다리지 않고 곧장 본론을 꺼냈다.
“MH그룹 자체 유통 계열사를 만드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그 순간 명중환의 표정이 미묘하게 구겨졌다 펴지길 반복했다. 현재 MH그룹 유통 관련 사항을 명성철이 맡고 있는 MH리테일이 전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체 유통 계열사라면… MH리테일에서 물류 부분을 독립시킨다는 의미인가?”
“분리라기보다는 흡수에 가까울 겁니다.”
“…흡수?”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자체적으로 만드는 것이 어떠냐고 말입니다.”
“뭘 어떻게 만든다는…….”
잠시 이해가 안 되던 명중환은 현재 국내 상황과 함께 신우의 말을 끼워 맞출 수 있었다.
“…설마, 네가 배성유통을 사들이겠다는 거냐?”
“매물이 좋게 나와서 고민 중입니다.”
“하지만 거긴 지금 여러 기업에서 DAX와 접촉 중인 걸로 아는… 네가 TSF를 DAX와 연결시켜 준 것이었지. 생각보다 밀접한 관계가 있던 것이구나.”
신생 사모펀드인 DAX의 배성물산 인수는 경제시장에서 큰 여파를 만들었다. 대부분이 미친 짓이라고 했었다.
부도가 코앞이던 회사를 인수하는 데 5,000억 원이란 자금을 썼으니 말이다. 물론 그 금액은 이후에도 계속 커지는 중이었다.
동시에 그걸로 어떤 결과를 보여주게 될지 궁금증이 함께 커져갔다.
“서로 원하는 것이 있어서 거래하는 사이일 뿐이죠.”
“하지만 그쪽도 입찰을 통해서 진행할 수밖에 없을 텐데… 방법은 있는 거냐?”
“방법 없이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요.”
명중환은 놀라던 표정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네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 중 방법이 없던 경우는 없었지. 하지만 조금 의구심이 들더구나.”
“어떤 점에서 말입니까?”
“배성유통 인수에 관해서는 성철이가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는데, 왜 그때가 아니고 지금이냐는 것이지.”
그런 물음에 신우는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저는 명성철 사장에게 그곳을 맡기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하면?”
“제가 사려는 건데 누가 맡겠습니까?”
“MH퓨처시큐리티처럼 말인가? 자금은 댈 수 있고?”
배성유통의 최종 주가로 환산한 시가 총액은 최소 2,000억이 넘어간다. 게다가 DAX에서도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라면 그보다 더한 가격을 매기게 된다.
휘하의 대한민국 소재에 있는 물류센터 소유권까지 전부 넘겨받으려면 지금의 2배, 크게는 3배까지 예상해야 할지도 몰랐다.
“자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니 MH리테일에서 물류센터 라인만 확실하게 넘겨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그것에 대한 가격도 부족하지 않게 치르겠습니다.”
신우는 이미 모든 것을 정해놓고서 패를 내민 것이다.
그의 말을 유심히 듣던 명중환의 눈빛에 당혹스러움이 맺혔다.